은행 부실채권 19조 육박, 기업대출이 부실 80% 차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이 18조9000억원으로 불어나며 8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에 이르렀다. 이 중 80% 이상이 기업대출에서 나왔고, 중소기업에서만 3개월 새 4조5000억원의 새 부실이 생겼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들이 쌓아둔 충당금은 부실이 느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뉴스 핵심
-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년 새 22.6%포인트 하락했다.
- 한국산업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1년 새 6852억원 늘어 전년 동기 대비 60% 가까이 불었다.
- 5대 은행의 기업여신 부실대출 증가액(9083억원)은 가계대출 증가분(815억원)의 11배에 달했다.
부실채권 왜 8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18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3개월 전보다 1조2000억원 늘어난 수치이며, 2018년 6월(19조4000억원) 이후 8년 만에 가장 많은 금액이다. 전체 여신 중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도 0.63%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부실채권은 3개월 이상 연체됐거나 채무자의 상환 능력이 나빠져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분류된 대출을 말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은행 여신 전반에서 돈을 돌려받기 어려운 대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뜻이다.
상반기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만 7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79%인 5조7000억원이 기업여신에서 나왔고, 나머지 약 1조5000억원은 가계·카드 부문에서 생겼다.
- 부실채권 18조9000억원 (전 분기 대비 +1조2000억원)
- 기업여신 부실채권 15조2000억원 (전체의 80% 이상)
- 중소기업 신규 부실 4조5000억원 (전 분기 대비 +1조3000억원)
- 대손충당금 적립률 142.9% (전 분기 대비 -7.5%포인트)
기업대출이 부실의 80%를 차지한 이유는
전체 부실채권 18조9000억원 가운데 80% 이상은 기업대출이었다. 기업여신 부실채권은 3개월 새 1조원 늘어난 15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소기업의 신규 부실이 두드러졌다. 상반기 새로 발생한 중소기업 부실채권은 전 분기(3조2000억원)보다 1조3000억원 늘어난 4조5000억원에 이르렀다. 경기 침체로 빚을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반면 가계여신 부실채권은 3조4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000억원 느는 데 그쳤고, 신용카드 부실채권은 3000억원으로 전 분기와 같았다. 기업 부문에서만 부실이 집중적으로 불어난 셈이다.
이 소식이 은행주 투자자와 예금자에게 뜻하는 것
KB금융과 신한지주는 각각 KB국민은행, 신한은행을 주요 자회사로 두고 있어 기업여신 부실 확대와 충당금 적립 부담이 은행 부문 손익과 직결된다. 국내 은행 부실채권이 8년 만에 최대치로 늘어난 만큼 두 회사 모두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진 상황에 놓였다.
업계에서는 부실채권 상·매각과 충당금 적립 노력이 앞으로 은행주의 수익성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금자 입장에서도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이 이번 통계로 도마에 올랐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의 적극적인 부실채권 상·매각과 손실흡수능력 확충 등 건전성 관리 강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감독당국이 직접 관리 강화를 예고한 만큼 은행권의 충당금 적립 압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풀이된다.
충당금은 왜 부실을 못 따라가나
은행들이 쌓은 대손충당금 잔액은 26조9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2000억원 늘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부실채권은 1조2000억원이나 뛰면서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50.4%에서 142.9%로 7.5%포인트 떨어졌다.
1년 전(27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대손충당금 잔액은 오히려 5000억원 줄었다. 적립률도 1년 새 22.6%포인트나 하락했다. 부실이 느는 속도를 충당금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실적을 좋게 만들기 위해 상대적으로 충당금 쌓기에 소홀했던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충당금을 적게 쌓을수록 당기 순이익은 늘어나지만 그만큼 위험 대비 여력은 줄어드는 구조다.
생산적 금융 경쟁이 부실을 키웠나
정부가 기업 대상 여신 공급을 강화하라고 주문하면서 은행 간 실적 경쟁이 치열해졌고, 그 결과 기업대출 규모부터 키우려는 경향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5대 은행에서 1년 새 늘어난 기업여신 부실대출은 9083억원으로 가계대출 증가분(815억원)의 11배에 달했다.
증가율로 봐도 기업대출 부실은 20.5% 늘어 가계대출(4.4%)보다 4배 이상 빠르게 불었다. 생산적 금융을 주도하는 한국산업은행도 예외가 아니어서, 고정이하여신이 1년 새 6852억원 늘며 전년 동기 대비 60% 가까이 불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으로서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방침에 호응해야 하는 한편, 가계대출에서 줄어드는 감소분을 기업대출로 채워야 할 필요가 있다"며 "우량해 보이는 기업대출 건을 발견하면 타행에 뺏기기 전에 선점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출 규모 경쟁이 심사 문턱을 낮췄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음 분기 부실채권 통계, 그때 확인할 것
이번 수치는 상반기 말 기준으로, 금융감독원이 매 분기 직전 분기와 비교해 발표하는 통계다. 3개월 전 대비 증가폭이 이번에도 1조원을 넘었다는 점에서 다음 분기 발표에서 증가세가 꺾이는지가 관건이다.
특히 중소기업 신규 부실이 4조5000억원까지 늘어난 흐름이 이어지는지,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142.9%에서 더 떨어지는지가 다음 통계에서 가늠자가 된다. 금감원이 예고한 부실채권 상·매각과 손실흡수능력 확충이 실제 수치로 나타나는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고정이하여신 증가세가 이어지는지도 함께 확인할 부분이다. 생산적 금융 기조가 유지되는 한 기업대출 부실 통계는 계속 시장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동학개미 기자 · 생활 밀착형 시장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 투자 유의사항이 기사는 금융감독원 통계를 전한 것으로 투자 권유가 아니다. 은행별 충당금 적립과 부실채권 상각 계획은 분기마다 달라질 수 있어, 은행주 투자 판단은 개별 공시와 실적을 직접 확인한 뒤 내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