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부채 210조,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전기료 25조 요청
한국전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5년 치 전기요금 25조원을 미리 내달라고 제안했다. 삼성전자에는 20조원, SK하이닉스에는 5조원 규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망 건설에 쓴다는 구상이며, 참여 여부와 이자율 등 세부 조건은 아직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뉴스 핵심
- 선납 이자는 국고채 2년물(약 3.4%)보다 높고 한전채 2년물(약 3.7%)보다 낮은 3% 중반 수준으로 제안됐다.
- 한전 총부채는 210조7천억원, 하루 이자 지출만 115억원에 달한다.
-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 특례는 내년 말(2027년 말) 종료돼 2028년부터 발행 여력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전 선수금 용도를 전력망 확충 등으로 제한하는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전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무엇을 제안했나
한전이 두 반도체 기업에 5년 치 전기요금을 한꺼번에 미리 내달라고 제안했다는 게 핵심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삼성전자에 20조원, SK하이닉스에 5조원 규모의 선납을 요청했고 합치면 25조원에 달한다. 두 금액 모두 지난해 양사가 실제로 납부한 전기요금을 기준으로 5년치에 해당한다.
다만 이 제안이 곧바로 계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전 스스로도 전기요금 선납을 제안한 사실은 맞지만 참여 여부, 이자율, 선납 규모, 선납 기간 같은 세부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즉 25조원이라는 숫자는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최대치이지 확정액이 아니다.
이 논의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도 아니다. 지난 7월 재정경제부 국고실장과 국채정책과장이 한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고위관계자를 만나 관련 면담을 진행했고 같은 달 말 청와대에도 보고가 이뤄지며 논의가 빨라졌다.
선납한 돈, 왜 현금 이자 대신 전기료로 돌려받나
한전이 제안한 이자 지급 방식이 독특하다. 선납금에 대한 이자를 현금으로 주지 않고 반기마다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갚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금리 수준은 국고채 2년물보다 높고 한전채 2년물보다 낮은 구간으로 제안됐다. 올해 국고채 2년물 금리는 약 3.4%, 한전채 2년물 금리는 약 3.7%로, 선납 금리는 3% 중반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 보면 여윳돈을 국고채급 안정성으로 굴리면서 나중에 전기요금까지 아끼는 셈이다. 다만 이자율과 지급 방식 모두 아직 협의 단계라 한전이 밝힌 구간에서 최종 확정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한전은 왜 갑자기 25조원이 필요해졌나
한전이 이런 제안을 꺼낸 이유는 단순하다. 돈이 말라가고 있어서다. 한전의 총부채는 210조7천억원에 달하고, 하루 이자로만 115억원을 쓰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사채 발행 여력이다.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최대 5배까지 늘려준 정부 특례가 내년 말 종료되고, 2028년부터는 다시 2배로 축소된다. 지금처럼 채권을 찍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한전은 전기료 선납을 사채를 대신할 새 자금 조달 창구로 보고 있다. 확보한 선수금은 용인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을 공급할 전력망 건설 재원으로 쓴다는 구상이다.
- 삼성전자 선납 제안액: 20조원
- SK하이닉스 선납 제안액: 5조원
- 한전 총부채: 210조7천억원
- 하루 이자 지출: 115억원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이 돈을 왜 내주려 할까
대규모 전력을 쓰는 두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전력망이 제때 갖춰지는 게 급하다.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공장 가동 계획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한전 측은 이 구조를 "사채 이외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서 대규모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참여 기업은 국고채 금리 이상의 안정적인 투자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에는 안전한 이자 수익을, 한전에는 전력망 재원을 준다는 논리다.
한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국가 전체로 자금 흐름이 바뀔 것으로도 기대한다. 한전 측은 "한전채가 흡수하던 시중 자금이 민간 부문으로 흘러가 중소·중견기업을 포함한 국내 기업 전반의 채권 발행 여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돈의 흐름이 내 계좌에는 무엇을 바꾸나
한전이 대형 채권 발행을 줄이면 그만큼 시중 자금이 한전채로 쏠리던 흐름이 풀린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이렇게 풀린 자금이 중소·중견기업 회사채 시장으로 흘러가면 회사채나 채권형 펀드를 담은 투자자에게도 자금 조달 여건 변화가 미친다.
한전은 국내 증시에서 배당·재무구조 이슈로 자주 거론되는 종목이다. 부채 210조원, 하루 이자 115억원이라는 숫자가 이번 선납 제안으로 어느 정도 완화될지가 한전 관련 종목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다음 확인 포인트가 된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가에 직접 반영될 만한 확정 수치는 아직 없다. 선납 규모와 이자율이 확정돼야 두 회사의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도 구체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
국회는 이미 이 방식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번 선납 구상과 맞물려 국회에서도 관련 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전이 받은 전기요금 선수금을 전력망 확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용도 외에는 쓰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한전이 25조원을 받더라도 다른 용도로 돌려쓸 여지가 줄어든다. 반대로 보면 선수금 용처를 법으로 못 박아야 할 만큼 이 자금의 성격을 두고 정치권도 주의 깊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는지, 이번 선납 협의와 어떤 순서로 맞물릴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2027년 말 사채특례 종료 전, 선납 조건이 확정돼야 한다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 특례는 내년 말, 즉 2027년 말에 끝난다. 2028년부터는 발행 한도가 지금의 절반 수준인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2배로 줄어든다.
그 전까지 한전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참여 여부, 이자율, 선납 규모, 선납 기간을 확정해야 새 자금줄을 실제로 확보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20조원, 5조원, 3% 중반 금리는 모두 협상 중인 숫자다.
세부 조건이 공개되는 시점과 실제 계약 체결 여부가 다음으로 확인해야 할 지점이다. 이 글은 확정 조건이 나오는 대로 갱신한다.
동학개미 기자 · 생활 밀착형 시장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 투자 유의사항이 기사는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는다. 선납 규모와 이자율, 개정안 통과 여부가 모두 협의·심사 단계여서 최종 조건은 지금과 달라질 수 있고, 한전·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련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