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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 T세포 무력화 열쇠는 PRDX1 효소였다

동학개미기자 0 5 0
암세포가 뿜어낸 황록색 PRDX1 방패에 T세포의 공격 스파크가 막히는 장면을 부자개미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는 삽화

암세포가 분비하는 항산화 효소 퍼옥시레독신1(PRDX1)을 없애자 생쥐 흑색종에서 종양 성장이 크게 억제되고, 기존 면역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던 종양도 치료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공동 연구팀이 9월 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결과다.

뉴스 핵심

  • 사람 11개 암종 유래 23개 암세포주 대부분에서 PRDX1이 가장 풍부한 항산화 단백질로 확인됐다
  • PRDX1이 없는 생쥐 흑색종은 기존에 반응하지 않던 항PD-1·항CTLA-4 치료에도 반응했다
  • 생쥐 간세포암에서도 PRDX1 제거와 면역관문 차단 치료를 함께 쓰자 종양 억제가 더 강해졌다
  • 종양 내부 체액은 일반 혈청보다 항산화 활성이 더 강했다

T세포는 왜 암세포 앞에서 무력해지나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려면 소량의 활성산소종(ROS)이 필요하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다. T세포는 암세포를 인식하는 순간 ROS를 만들어내고, 이 ROS가 T세포 수용체의 신호전달을 거쳐 세포를 활성화하고 공격 능력을 끌어올린다.

문제는 암세포가 이 반응을 정면으로 가로막는 물질을 분비한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이 생쥐 흑색종과 대장암 종양 내부의 체액을 분리해 T세포에 처리했더니 인터페론감마와 종양괴사인자 생성, 세포독성 기능이 모두 떨어졌다.

이 체액은 일반 혈청보다 항산화 활성이 강했고, 그 안에 담긴 항산화 단백질 가운데 퍼옥시레독신1, 즉 PRDX1이 가장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발견을 근거로 PRDX1을 T세포 억제의 핵심 후보로 좁혀갔다.

T세포가 뿜은 ROS 스파크가 암세포의 황록색 항산화 방패막에 흡수되는 과정을 부자개미가 돋보기로 관찰하는 삽화
T세포 공격에 필요한 ROS가 암세포의 강한 항산화 방패에 막히는 과정을 설명한다.

PRDX1을 없애자 종양은 어떻게 달라졌나

PRDX1은 활성산소종의 하나인 과산화수소를 제거하는 효소다. 연구팀이 T세포 주변에 PRDX1을 직접 추가하자 세포 내 ROS 농도가 줄어들면서 T세포의 활성화와 증식, 효과기 기능이 함께 억제되는 모습이 확인됐다.

반대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PRDX1을 만들지 못하는 암세포를 만들어 실험하자 결과가 뒤집혔다. 종양 내부 체액의 PRDX1 농도가 크게 낮아지면서 T세포 억제 효과도 줄었고, PRDX1이 없는 생쥐 흑색종은 성장이 크게 억제되거나 아예 면역체계에 의해 제거됐다.

더 나아가 기존 면역관문 차단 치료에 반응하지 않던 생쥐 흑색종도 PRDX1을 없애자 항PD-1·항CTLA-4 치료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생쥐 간세포암에서도 PRDX1 제거와 면역관문 차단 치료를 함께 적용했을 때 종양 억제 효과가 더 강해졌다.

  • 표적 효소: 과산화수소 제거하는 PRDX1
  • 실험 모델: 생쥐 흑색종·대장암·간세포암
  • 분석 대상: 사람 11개 암종 유래 23개 암세포주
  • 병용 치료: 항PD-1·항CTLA-4 면역관문 차단제
PRDX1이 있을 때 커진 종양과 없앴을 때 T세포에 둘러싸여 줄어든 종양을 좌우로 비교하는 삽화
PRDX1 제거 전후의 종양 크기와 면역관문 차단제 반응 변화를 좌우로 비교한다.

23개 암세포주 실험, 사람 암에도 적용될까

연구팀은 이 현상이 생쥐만의 특수한 반응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사람의 11개 암종에서 유래한 23개 암세포주의 분비 단백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세포주에서 PRDX1이 가장 풍부한 항산화 단백질로 나타나 사람의 암에서도 같은 작용을 할 가능성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또 암세포가 면역체계의 공격을 받을 때 PRDX1 발현이 더 늘어나는 현상도 관찰했다고 밝혔다. 이는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려고 종양 주변의 산화환원 상태를 스스로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논문 공동 교신저자인 케임브리지대 라훌 로이추드후리 교수는 "암이 면역체계를 차단하는 새 경로를 발견했다"며 "이 경로를 차단하면 일부 면역요법에 반응하지 않던 종양이 치료에 반응하기 시작한다. 이는 이 경로가 암 치료 표적으로서 가치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11개 암종 세포 아이콘 위에 세운 항산화 단백질 막대그래프에서 PRDX1 막대만 유독 높게 솟은 것을 부자개미가 가리키는 삽화
11개 암종의 23개 세포주에서 PRDX1이 두드러지게 검출된 결과를 막대그래프로 보여준다.

항산화제 보충제는 왜 항암에 도움이 안 됐나

활성산소종은 과도하게 늘어나면 DNA 손상과 암세포 성장 신호를 촉진할 수 있어 그동안 유해한 물질로 취급돼 왔다. 이 때문에 항산화제 보충제를 먹으면 암을 예방하거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실제 여러 임상시험에서는 항산화제 보충제가 암 치료 결과를 개선하지 못했고, 일부에서는 오히려 결과를 악화시킨 사례도 나왔다. 이번 연구는 그 이유를 설명하는 단서가 된다.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려면 오히려 소량의 ROS가 있어야 하는데, 항산화제를 과다 섭취하면 이 반응까지 함께 눌러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항산화 물질을 무조건 늘리는 접근보다 종양이 분비하는 PRDX1 같은 특정 표적을 골라 차단하는 쪽이 더 정교한 전략으로 제시된 셈이다.

생쥐·세포 실험 구간에서 안갯속 사람 임상시험 구간으로 이어지는 화살표 길을 부자개미가 망원경으로 살피는 삽화
생쥐·세포 연구에서 사람 임상시험으로 이어질 다음 검증 단계를 로드맵으로 나타낸다.

내 계좌엔 무엇이 달라지나

이번 결과는 새로운 치료제가 아니라 새로운 치료 표적의 발견이다. 대표적 면역항암제인 MSD의 키트루다처럼 이미 쓰이고 있는 약과 PRDX1 차단을 병행하면 지금까지 반응하지 않던 환자군까지 넓힐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된 정도로 봐야 한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면역관문 억제제를 개발하거나 관련 치료제를 다루는 기업이라면 이런 기초 연구 흐름을 주시할 이유가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생쥐와 세포 실험 단계이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데이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따라서 이 소식만으로 특정 종목의 실적이나 주가가 바로 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PRDX1 표적 치료가 실제 임상 단계로 넘어가는지, 관련 기업이 이 표적을 파이프라인에 반영하는지를 계속 지켜보는 참고 자료로 삼는 편이 맞다.

이 결과가 어긋날 수 있는 지점

연구팀 스스로도 이번 결과의 한계를 분명히 짚었다. 생쥐와 세포를 이용한 전임상 연구인 만큼 PRDX1 표적 치료가 실제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리건 보건과학대 로버트 L. 아일 교수는 "많은 암이 면역요법에 반응하지 않거나 치료에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이 연구 결과가 특히 중요하다"며 "종양이 T세포를 억제하는 방법을 더 많이 이해할수록 이런 억제를 되돌리는 치료법을 설계할 기회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종양의 PRDX1을 선택적으로 차단하거나 종양 환경의 ROS 농도를 높이는 전략을 치료법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전략이 실제 약물로 이어지기까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한 단계다.

9월 4일 사이언스 게재, 다음은 사람 대상 검증

이번 연구 결과는 9월 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종양이 만드는 항산화 물질이 T세포에서 활성산소종을 빼앗아 면역을 억제한다(Tumor-derived antioxidants suppress immunity by depriving T cells of reactive oxygen species)'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이 표적이 실제 치료제 후보로 이어지는지 여부다. 연구팀이 제시한 대로 PRDX1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물질이나 종양 환경의 ROS를 높이는 전략이 동물실험을 넘어 사람 대상 임상시험 단계로 진입하는지가 다음 확인 포인트다.

그 전까지는 이번 발견이 면역항암제 내성을 설명하는 기전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관련 소식이 나오면 이 표적을 다루는 임상 진행 상황을 이어서 확인한다.

동학개미 기자 · 생활 밀착형 시장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 투자 유의사항

이 기사는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는다. 이번 연구는 생쥐와 세포 실험 단계의 기초 연구로 실제 치료제 개발과 임상 성공, 관련 기업의 실적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며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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