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이 삼성전자에 20조 손 벌렸다, 부채 210조 때문
한국전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앞으로 5년치 전기요금 25조원을 미리 내달라고 제안했다. 삼성전자 20조원, SK하이닉스 5조원 규모로, 210조원 넘는 부채에 눌린 한전이 반도체 호황으로 현금이 넉넉해진 두 회사에 손을 벌린 모양새다.
뉴스 핵심
- 한전이 삼성전자 20조원, SK하이닉스 5조원 등 총 25조원의 5년치 전기료 선납을 제안했다.
- 적용 금리는 국고채+0.15%포인트, 약 1년에 걸쳐 나눠 받고 매달 요금에서 차감하는 구조다.
- 한전 연결 부채는 210조7000억원, 상반기 이자비용만 2조1000억원(하루 115억원)이다.
-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만 21GW가 넘고, 2038년까지 송변전 투자액은 72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한전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손 내민 이유
한국전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향후 5년치 전기요금을 미리 내달라고 제안했다. 규모는 삼성전자 20조원, SK하이닉스 5조원으로 합쳐서 25조원이다.
지난해 두 회사가 실제로 낸 전기요금은 삼성전자 4조1000억원, SK하이닉스 9000억원이었다. 이 액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번 제안은 얼추 5년치에 해당한다.
선납금은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필요한 전력망을 짓는 데 쓰인다. 팹을 다 지어도 송전선과 변전소가 제때 안 들어오면 공장을 돌릴 수 없어서다.
이자 계산은 손해가 아니라는데, 정말 그런가
한전이 제시한 금리는 국고채 금리에 연 0.15%포인트를 얹은 수준, 대략 연 3%대 중반으로 알려졌다. 이자는 현금으로 주는 대신 6개월 단위로 계산해 앞으로 낼 전기요금에서 빼주는 방식이다.
25조원을 한 번에 보내는 구조도 아니다. 현재 거론되는 방안은 약 1년에 걸쳐 나눠 선납하고, 매달 발생하는 전기요금을 그 잔액에서 차감해 나가는 방식이다.
한전으로서는 한전채를 발행할 때보다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채권 발행 부담도 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어차피 낼 돈을 국고채보다 높은 수익률로 굴리는 셈이라 당장 손해 보는 거래는 아니다.
- 선납 규모: 삼성전자 20조원, SK하이닉스 5조원, 합계 25조원
- 적용 금리: 국고채 금리+0.15%포인트, 연 3%대 중반
- 한전 연결 부채: 210조7000억원(6월 말 기준), 차입금 133조3000억원
- 상반기 이자비용 2조1000억원, 하루 평균 115억원
한전 부채는 왜 210조원까지 불었나
올해 6월 말 기준 한전과 발전자회사의 연결 부채는 210조7000억원이다. 이 중 차입금만 133조3000억원이고, 상반기에만 이자비용으로 2조1000억원을 냈다. 하루로 나누면 115억원꼴이다.
동시에 전력망에 들어갈 돈은 계속 늘고 있다. 한전의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투자액은 72조8000억원으로, 2년 전 계획보다 16조3000억원 늘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은 앞으로 15GW까지 늘어날 전망이고, 호남 클러스터 팹 4기에도 약 6.3GW가 필요하다. 두 곳만 합쳐도 21GW가 넘는데,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수요까지 더해진다.
내 계좌엔 무엇이 달라지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들고 있는 투자자라면 이번 선납이 두 회사의 현금 흐름에서 20조원과 5조원 규모로 빠져나간다는 점을 봐야 한다. 다만 회사 측은 어차피 쓸 전기요금을 미리 내고 그 사이 이자 수익을 얻는 구조라, 당장 실적에 손실로 잡히는 거래는 아니다.
한전 주주라면 이번 거래가 한전채보다 싼 비용으로 자금을 끌어오는 방편이라는 점에서 재무구조에 숨통을 틔워주는 재료다. 다만 210조원이 넘는 부채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서 근본적인 해소책은 아니다.
전력망 관련주 입장에서는 용인·호남 클러스터에 21GW 넘는 전력 수요가 확정된 만큼, 송전선·변전소 건설 발주가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역순환금융이라는 낯선 이름의 정체
이번 거래는 엔비디아의 순환금융(circular financing)에 빗대 설명되기도 한다. 엔비디아는 클라우드·데이터센터 고객에게 돈을 대주고, 그 투자가 다시 GPU 수요로 돌아오는 구조를 만들어왔다.
이번엔 돈의 방향이 거꾸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고객이 공급자인 한전에 돈을 먼저 대고, 한전은 그 돈으로 두 회사가 쓸 전력망을 짓는다. 그래서 '역순환금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AI 인프라에 들어가는 돈이 커지면서 공급자와 고객이 서로의 투자자 역할까지 떠맡게 됐다는 공통점도 있다. 지난 7월에는 재정경제부·한전·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계자들이 이 문제를 논의했고, 청와대에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말 한전채 발행 특례 종료, 그때 확인할 것
한전의 자금 조달 여력은 갈수록 빠듯해지고 있다. 에너지 위기 때 한전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의 5배까지 늘려준 특례가 내년 말 끝나기 때문이다.
이 특례가 사라지면 한전은 채권 발행만으로 필요한 자금을 다 못 끌어올 가능성이 커진다. 삼전닉스 선납금이 실제로 집행되고 확대되는지, 그리고 특례 종료 이후 한전이 다른 조달 수단을 어떻게 마련하는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기업이 경제성을 따져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국가 프로젝트라는 이유로 거절하기 어려운 거래가 된다면 성격이 달라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학개미 기자 · 생활 밀착형 시장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 투자 유의사항이 기사는 투자 권유가 아니다. 한전·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련 재무 구조와 전력망 투자 계획은 정부 정책, 반도체 업황, 금리 변동에 따라 바뀔 수 있으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