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금리 5%대, 바이백 두 배로 늘린 까닭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르자 재무부가 장기 국채 재매입(바이백) 규모를 회당 40억달러로 두 배 늘렸다. 이 금리는 미국 주택담보대출과 빅테크의 AI 투자 자금 조달 비용에 그대로 옮겨붙는다.
뉴스 핵심
-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5%대에 머물자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회당 20억달러에서 40억달러로 두 배 늘렸다.
- 미국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87%로 올 2월 말보다 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 미국 정부 부채는 8월 사상 처음 40조달러를 넘겼고, 올해 재정 적자만 2조달러를 넘길 전망이다.
- CME 페드워치 기준 9월 FOMC 금리 인상 확률은 70%, 12월까지 포함하면 90%에 이른다.
美 장기 국채금리, 왜 5%를 넘나들었나
세계 채권시장의 기준으로 쓰이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2일(현지시간) 연 4.8%대를 찍어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 30년물은 지난달 중순 5.34%까지 뛰어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로도 줄곧 5%를 웃돌고 있다.
올해는 2006년 이후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넘긴 날이 가장 많은 해로 남게 됐다. 국채금리가 이렇게 오르는 건 미국 정부에 돈을 빌려줄 때 받는 이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고, 시장에서 돈이 귀해졌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빚이 있다. 미국 정부 부채는 지난 8월 사상 처음 40조달러(약 5경4428조원)를 넘어섰고, 올해 재정 적자만 2조달러(약 2721조4000억원)를 넘길 전망이다. 여기에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채권시장 불안을 더 부추기고 있다.
내 주담대와 투자, 뭐가 달라지나
장기 국채금리가 오르면 가장 먼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따라 올라간다. 미국 30년 만기 주담대 금리는 6.87%까지 치솟아 지난 2월 말보다 1%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10~30년짜리 장기 대출은 주로 주택담보대출이나 기업의 장기 투자자금에 쓰이기 때문이다.
대규모로 돈을 빌려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도 같이 늘어난다. 국채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이 공격적인 AI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반대로 채권의 매력이 커진다. 주식 같은 공격적 투자 대신 더 높은 이자를 안정적으로 주는 채권을 담으려는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내 투자자도 미국 국채나 관련 상품 비중을 늘릴지 고민할 시점이라는 뜻이다.
미국 재무부가 '바이백'을 두 배로 늘린 이유
곧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정부 입장에서 각종 대출금리 상승은 정치적 부담이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지난 2일 국채금리 급등을 두고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 채권 시장은 세계 주요국 중 성과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재무부는 지난달 19일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기존 회당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에서 두 배인 40억달러(약 5조4000억원)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이 나온 뒤 일시적으로 장기 국채금리 상승세가 멈추고 하락하기도 했다.
바이백은 정부가 이미 발행한 국채를 다시 사들이는 조치다. 이번처럼 단기 국채를 새로 발행해 마련한 돈으로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장기 국채를 사들이면, 장기 국채 가격은 오르고 금리는 떨어진다. 그만큼 미국 정부가 장기로 내야 하는 이자율이 낮아지는 구조다.
다만 비교적 장기간 빌렸던 돈이 줄고 단기에 갚을 돈이 늘어나는 부담은 남는다. 그래도 주택담보대출과 AI 투자 부담을 더 키우지 않으려는 임시방편이라는 게 이번 조치의 성격이다.
바이백만으로 장기금리를 내리기 힘든 이유
전문가들은 이번 바이백으로 장기 국채금리 상승세를 빠르게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전체 국채 시장 규모에 비해 바이백 규모 자체가 크지 않은 데다, 거대 기업들이 직접 장기 회사채를 찍어 AI 투자 자금을 조달하는 흐름이 겹쳐 자금 수요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자금 수요가 많다는 건 다른 나라 금리에서도 확인된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1996년 이후 최고치, 영국 30년물은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30년물 국채금리도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는 것도 변수다. 물가 압박이 커지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내리기는커녕 올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기준으로 이번 9월 인상 확률은 70%, 12월 인상 확률은 90%에 달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장기 국채금리를 낮추는 일은 더 어려워진다. 오히려 더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어서, 미국 정부가 바이백만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통장' TGA까지 동원하나
미국 정부는 국채 바이백 재원으로 재무부 일반계정(TGA)을 쓰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TGA는 미국 정부가 연준에 개설한 계좌로, 세금이나 국채 발행으로 마련한 현금을 넣어두는 곳이다. 지난달 20일 기준 잔액은 9350억달러(약 1270조원)였다.
이 돈은 원래 사회보장연금과 공무원 월급, 정부 계약업체 대금 등을 지급하려고 남겨둔 자금이다. 국채 매입에 쓰는 용도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 자금까지 장기 국채 매입에 동원하는 방안을 고민한다는 건, 미국 정부가 장기금리 상승세를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핵심 수치로 보는 이번 사안
이번 논란의 뼈대가 되는 수치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연 4.8%대 (2023년 11월 이후 최고)
- 미국 30년물 국채금리: 8월 5.34%로 2007년 이후 최고, 이후로도 5% 상회
- 미국 정부 부채: 8월 기준 40조달러(약 5경4428조원) 첫 돌파
- 미국 30년 만기 주담대 금리: 6.87%, 2월 말 대비 약 1%포인트 상승
- 바이백 규모: 회당 20억달러에서 40억달러로 두 배 확대
- TGA 잔액: 8월 20일 기준 9350억달러(약 1270조원)
9월 16일 FOMC, 그때 확인할 것
다음 갈림길은 연준의 9월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다. CME 페드워치 기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확률은 70%로 집계됐고, 12월 회의까지 포함하면 인상 확률은 90%까지 올라간다.
기준금리가 실제로 오르면 장기 국채금리 하락은 더 멀어지고, 바이백 효과도 그만큼 희석될 수 있다. 반대로 물가 지표가 진정돼 인상 압박이 줄면 장기금리와 주담대 금리가 동시에 숨통을 틀 여지가 있다.
이 사안은 이후 발표되는 국채금리·바이백 규모·주담대 금리 수치가 나올 때마다 이 글에 추가로 반영한다.
서학개미 기자 · 글로벌 시장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 투자 유의사항이 기사는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으며, 국채금리와 기준금리 전망은 연준 결정과 유가·물가 흐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미국 국채나 관련 자산에 투자할 때는 환율 변동과 금리 방향이 동시에 손익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감안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