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첫 순유출, 안정형서 1.5조 이탈
2분기 국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에서 시세평가이익을 뺀 기준으로 약 1조4000억원이 처음으로 순유출됐다. 초저위험 안정형에서만 1조4891억원이 빠져나갔고, 그중 921억원만 디폴트옵션 안 실적배당형으로 남았다.
뉴스 핵심
- 2023년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2분기 자금이 순유출됐다. 시세평가이익을 뺀 기준 감소액은 약 1조4000억원이다.
- 안정형(초저위험)에서만 1조4891억원이 빠졌고, 이 중 디폴트옵션 안의 실적배당형으로 남은 돈은 921억원뿐이었다.
- 평가액 기준으로는 117억원 늘어나는 데 그쳐, 45조2000억원 불어난 퇴직연금 시장 전체와 격차가 컸다.
2분기 디폴트옵션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국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 운용) 적립액이 2분기에 처음으로 순유출됐다. 한국퇴직연금데이터가 9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공개한 분석에 따르면, 시세 평가이익 효과를 뺀 기준으로 디폴트옵션 적립액은 2분기 동안 약 1조4000억원 감소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사전에 정해둔 상품으로 자동 운용되는 제도로, 2023년 도입됐다. 이번 조사는 그 도입 이후 처음으로 자금이 순유출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세미나는 한국퇴직연금데이터와 서스틴베스트, 안도걸·김윤·전진숙 국회의원실이 함께 열었다. 주제는 '디폴트옵션 3년, 기금형 퇴직연금의 성공조건'이었다.
내 퇴직연금 계좌에는 무엇이 달라지나
디폴트옵션에 가입해 있다면 지금 내 계좌가 안정형(초저위험)인지, 실적배당형인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생겼다. 안정형은 예금 등 초저위험 상품 위주로 운용돼 증시가 오를 때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구조다.
현재 디폴트옵션 운용자금의 85%가 예금 등 초저위험 상품에 몰려 있다. 증시 호황기에 이 비중이 높으면 다른 투자자산 대비 수익률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평가액 기준으로는 디폴트옵션 적립액이 2분기에 117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퇴직연금 시장 전체 적립액이 45조2000억원 불어난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하다.
왜 안정형에서 돈이 빠져나갔나
투자 열기가 절정에 달했던 증시로 시중자금이 대거 이동한 여파를 디폴트옵션도 피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안정형에서만 1조4891억원이 빠져나갔다.
이 유출액 가운데 디폴트옵션의 실적배당형으로 옮겨간 자금은 921억원에 그쳤다. 나머지는 디폴트옵션 자체에서 완전히 이탈했다.
증시 호황으로 상장지수펀드(ETF)와 주식형펀드 등 위험자산 투자가 크게 늘어난 데 따른 변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퇴직연금시장 전체의 원리금보장형 상품 적립액도 2분기 약 7조1000억원 줄었다.
숫자로 뜯어보면
세미나에서 공개된 수치를 항목별로 나눠보면 디폴트옵션 안팎의 자금 이동 규모 차이가 드러난다.
안정형에서 빠진 자금 대부분이 디폴트옵션 밖으로 나갔다는 점이 핵심이다. 안정형 유출액에서 실적배당형 이동액을 뺀 나머지, 약 1조3970억원이 디폴트옵션 자체를 벗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 디폴트옵션 순유출액(시세평가이익 제외): 약 1조4000억원
- 안정형에서 빠진 자금: 1조4891억원
- 안정형→디폴트옵션 내 실적배당형 이동액: 921억원
- 평가액 기준 디폴트옵션 적립액 증가: 117억원
- 퇴직연금 시장 전체 원리금보장형 상품 감소액: 약 7조1000억원
- 퇴직연금 시장 전체 적립액 증가: 45조2000억원
영국 사례와 비교하면 무엇이 다른가
정승혜 서스틴베스트 전무는 영국, 호주, 일본의 기금형 퇴직연금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가 소개한 영국 사례가 대표적이다.
영국의 기금형 퇴직연금은 대부분 여러 고용주가 공동 가입하는 '마스터트러스트'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가운데 대표 운용기관인 국가퇴직연금신탁(NEST)은 자동 가입과 디폴트옵션을 통해 연평균 6~8%대 수익률을 내고 있다고 정 전무는 전했다.
정 전무는 "물가상승률과 화폐가치 하락을 고려하면 예적금 중심 운용방식으로는 노후자산을 지키지 못한다"며 "초장기로 운용하는 특성상 실적배당형 상품을 안정적으로 활용하는 게 필수"라고 말했다.
이 흐름이 어긋날 수 있는 지점
이번 순유출을 증시 호황에 따른 일시적 쏠림으로 볼지, 구조적 이탈의 시작으로 볼지는 아직 갈린다. 세미나에서 공개된 수치는 2분기 한 분기치라 추세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영주 닐슨 한국퇴직연금데이터 대표(성균관대 교수)는 "퇴직연금 가입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디폴트옵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금형 퇴직연금도 선택받아야 규모를 갖추고, 가입자의 자금이 적은 비용으로 제대로 운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 위험자산으로 이동했던 자금이 다시 안정형으로 되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이번 유출이 계속될지는 다음 분기 통계로 확인해야 한다.
3분기 통계 발표, 그때 안정형 이탈 지속 여부를 본다
이번 세미나 발표는 2분기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다. 3분기 퇴직연금 통계가 나오면 안정형에서 빠진 자금이 계속 늘어나는지, 아니면 진정되는지가 드러난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과 관련한 국회 논의도 지켜볼 대목이다. 이번 세미나를 공동 개최한 안도걸·김윤·전진숙 의원실이 후속 입법을 추진할지가 관건이다.
서학개미 기자 · 글로벌 시장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 투자 유의사항이 기사는 특정 퇴직연금 상품이나 디폴트옵션 가입을 권유하지 않는다. 실적배당형으로 자금을 옮기면 원금 손실 위험이 있고, 과거 수익률이 미래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으므로 운용 방식 변경은 본인의 퇴직 시점·위험 성향을 따져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