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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토건 감자, 540주가 1주 된다 — 내 계좌에 남는 것

서학개미기자 0 22 0
삼부토건 커버 — 삼부토건 감자, 540주가 1주 된다 — 내 계좌에 남는 것

1988년 여름, 서울올림픽을 3개월 앞두고 테헤란로에 24층짜리 호텔이 문을 열었습니다. 설계는 김수근. 객실은 493개. 라마다르네상스호텔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호텔 바로 뒤에 주인 회사의 사옥이 있었습니다. 삼부토건. 1948년에 형제 셋이 서울 주교동에서 시작한 회사이고, 1965년 정부가 처음 발급한 토목공사 면허의 번호 1번을 받은 곳입니다.

2016년, 그 호텔은 6,900억 원에 팔렸습니다.

이듬해, 회사는 828억 원에 팔렸습니다.

흑자 나는 34위 회사가 왜 법정관리를 신청했나

2011년 4월 12일, 삼부토건은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그때 이 회사는 시공능력평가 34위였습니다. 미분양 물량이 없었고, 장부는 흑자였습니다. 2010년 말 자산총계 1조 420억, 이익잉여금 1,270억. 부채비율은 200% 남짓이었고 유동자산이 유동부채보다 많았습니다.

막힌 것은 한 곳이었습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판자촌과 가구단지를 고급 주택단지로 바꾸는 사업이었고,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세운 특수목적회사가 2006년에 4,270억 원을 빌려 부지 4분의 3을 한꺼번에 사들인 곳이었습니다. 그 대출의 만기 연장이 안 됐습니다.

회사는 호텔을 담보로 내놓았습니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7개 은행이 7,500억 원을 새로 빌려주기로 했고, 조건은 법정관리 신청을 거두는 것이었습니다. 6월에 신청을 취하했습니다.

78년 된 회사의 목숨이 건물 한 채에 걸린 순간이었습니다.

삼부토건 — 호텔값은 어떻게 깎여 내려갔나 도판

호텔값은 어떻게 깎여 내려갔나

담보로 잡힌 호텔은 팔아야 할 물건이 됐습니다.

2013년에 1조 1,000억 원을 부른 곳이 있었지만 자금을 못 모아 무산됐습니다. 2015년에는 9,000억 원 선에서 협상하다 결렬됐습니다. 2016년 5월, 6,900억 원에 계약이 성사됐습니다.

그해 11월 30일, 호텔은 28년 만에 영업을 끝냈습니다.

건물은 헐렸습니다. 그 자리에 지하 7층, 지상 36층과 35층 두 동이 섰고 2021년 1월 사용승인을 받았습니다. 개발사업 값은 2조 원이었습니다. 웨스트타워 29층부터 36층까지는 호텔이 들어왔습니다.

삼부토건은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2015년 8월 18일 두 번째로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2017년 9월 산업용 로봇을 만드는 회사가 이끄는 컨소시엄에 팔렸기 때문입니다. 인수 금액은 828억 원. 유상증자 600억에 전환사채 228억을 더한 값이었습니다.

1년 전에 판 호텔 한 채 값의 8분의 1이었습니다.

15년 동안 회사는 얼마나 줄었나

2010년 말2025년 말
매출액8,374억1,110억
자산총계1조 420억1,744억
자본총계3,442억-1,420억
쌓인 이익 / 손실이익잉여금 1,270억결손금 4,847억
시공능력평가34위 (2011년)100위권 밖 (2026년)

2010년 회계는 옛 기준의 별도재무제표이고 2025년은 국제회계기준 연결재무제표라 항목을 그대로 겹쳐 읽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매출이 8,374억에서 1,110억이 된 것과, 1,270억이 쌓여 있던 자리에 4,847억이 파여 있는 것은 기준을 따져도 남는 차이입니다.

삼부토건 — 건설사는 왜 한번 미끄러지면 못 멈추나 도판

건설사는 왜 한번 미끄러지면 못 멈추나

국토교통부는 해마다 7월 말 건설사의 시공능력평가액을 공시합니다. 근거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3조이고, 산식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시공능력평가액 = 공사실적평가액 + 경영평가액 + 기술능력평가액 ± 신인도평가액

밑줄 친 두 자리에 회사의 재무상태와 행정처분 이력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 평가액은 장식이 아닙니다. 발주자는 이걸 기준으로 입찰 참가를 제한할 수 있고, 조달청은 이 금액으로 업체 등급을 나눠 명부를 운영합니다. 등급이 내려가면 들어갈 수 있는 공사의 크기가 달라집니다. 재개발 조합이 시공사를 고를 때도 순위가 사실상의 커트라인으로 쓰입니다.

그래서 고리가 닫힙니다. 적자가 나면 평가액이 깎이고, 평가액이 깎이면 입찰 자격을 잃고, 수주가 끊기면 몇 해 뒤 매출이 사라지고, 매출이 사라지면 다시 적자가 납니다.

제조업은 한 해 적자를 내도 이듬해 주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건설업은 평가 산식 안에 재무상태가 직접 들어가 있어서 그 완충이 없습니다.

540주가 어떻게 1주가 됐나

2025년 2월 24일, 세 번째 회생절차 신청. 3월 6일 서울회생법원이 개시를 결정했습니다.

1개월 뒤인 4월 1일부터 주식 거래가 멈췄습니다. 감사의견이 거절돼서였습니다. 멈추기 직전 마지막 종가는 347원이었습니다.

회생계획이 인가된 날은 2026년 6월 26일입니다. 계획에는 세 가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감자는 주주가 손실을 먼저 떠안는 절차입니다. 회사 통장에 돈이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출자전환은 채권자가 받을 돈을 주식으로 바꿔 받는 절차입니다. 빚이 줄어드는 대신 주식 수가 늘어납니다.

유상증자는 새 주인이 현금을 넣는 절차입니다. 세 가지 가운데 실제로 돈이 들어오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각각이 무슨 뜻인지는 유상증자가 뜨면 내 지분은 어떻게 되나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채무자회생법에서 주주는 채권자보다 뒤에 섭니다. 그래서 감자가 먼저 옵니다. 삼부토건에서는 세 절차가 7월 안에 차례로 집행됐습니다.

날짜일어난 일주식 수
7월 1일1차 병합 27 : 12억 2,968만주 → 850만주
7월 4일출자전환, 채권자에게 1억 1,501만주 발행850만주 → 1억 2,351만주
7월 11일2차 병합 20 : 11억 2,351만주 → 614만주
7월 14일330억 유상증자, 최대주주 변경인수자 3,300만주 · 84.24%

병합이 두 번인 것은 사이에 낀 출자전환 때문입니다. 27대 1로 줄여 놓은 주식 수가 채권자에게 나간 1억 1,501만주로 다시 불어났고, 그래서 한 번 더 줄였습니다.

기존 주주에게는 두 번 다 적용됩니다. 27로 나누고, 다시 20으로 나눕니다. 27 곱하기 20은 540입니다.

2억 2,968만주가 42만주 남짓이 됩니다. 여기에 인수자가 받은 3,300만주가 더해집니다.

표의 숫자를 직접 나눠 보면 끝자리가 조금 어긋납니다. 병합에서 1주가 안 되는 몫은 버려지기 때문입니다. 공시에 적힌 병합 후 주식 수는 613만 9,903주입니다.

그 주식은 누가 갖고 있었나

사업보고서에는 소액주주 현황이 실립니다. 삼부토건의 숫자는 이렇게 움직였습니다.

기준일소액주주 수지분율
2021년 12월 31일5만 6,010명76.78%
2022년 12월 31일9만 1,208명83.15%
2023년 12월 31일13만 7,653명91.88%
2024년 12월 31일12만 5,302명96.61%
2025년 12월 31일11만 5,289명96.61%

2011년에 34위였던 회사가 세 번째로 법원에 가는 동안, 이 회사 주식은 11만 명 넘는 개인들에게 넘어가 있었습니다. 증권사 분석 보고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이 종목을 맡은 애널리스트가 없어서, 이름을 검색하면 시세 위젯과 자동으로 만들어진 리포트가 먼저 뜹니다.

삼부토건 — 3년 반 동안 멈춰 있던 처분이 왜 지금 풀렸나 도판

3년 반 동안 멈춰 있던 처분이 왜 지금 풀렸나

9월 8일에 접수된 공시 하나는 새 소식이 아니라 정정이었습니다. 원본은 2023년 1월 6일자입니다.

서울시가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에 따라 토목건축공사업 영업정지 2개월을 처분했고, 회사는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내면서 집행정지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3년 반 동안 처분이 멈춰 있었습니다.

9월 8일, 회사가 그 소송을 취하했습니다. 서울시가 동의하면 처분의 효력이 살아납니다.

같은 날 정정된 숫자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이 영업정지에 해당하는 금액이 1,085억 원인데, 회사의 최근 매출총액이 1,110억 원입니다. 매출액 대비 97.76%입니다.

2021년 매출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이 비율은 71.52%였습니다. 처분의 크기는 그대로인데 회사가 줄어서 비율이 올라갔습니다.

영업정지는 짓던 공사를 멈추라는 처분이 아닙니다. 처분 전에 계약했거나 착공한 현장은 계속 시공할 수 있습니다. 막히는 것은 새 일을 받는 쪽입니다.

지금 절차는 어디까지 와 있나

2026년 8월 31일, 두 가지가 같은 날 나왔습니다.

하나는 재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아 감사의견에 걸려 있던 상장폐지 사유가 풀렸다는 것, 그리고 자본금 전액잠식 상태도 해소됐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한국거래소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을 안내한 것입니다.

실질심사는 자본잠식률이나 매출액 같은 숫자 요건으로 자동 퇴출하는 절차와 다릅니다. 기업의 실질을 놓고 상장을 유지할지 판단합니다. 거래소가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9월 21일까지 정하기로 되어 있고, 그때까지 주식 거래는 계속 정지됩니다.

회생절차를 지난 국내 건설사들의 결과를 늘어놓으면 한 가지 변수가 반복됩니다.

살아남은 쪽사라진 쪽
회사쌍용건설, 동양건설산업벽산건설, 풍림산업, 경남기업
인수자있었음없었음
걸린 시간짧았음길었음
부실의 성격한때의 현금 부족쌓인 구조적 손실

앞서 본 세 절차 중 실제로 돈이 들어오는 자리를 채울 사람이 있었느냐의 차이입니다. 삼부토건에서 그 자리를 채운 곳은 2026년에 인수를 위해 세워진 회사이고, 7월 13일에 330억 원을 넣었습니다. 남은 과제로는 인수 잔금과 부동산 PF 보증이 꼽힙니다. 6월 말 기준으로 책임준공 미이행 시 채무를 인수하기로 한 약정 금액이 848억 원, 수분양자 중도금 대출 보증이 1,216억 원 남아 있습니다.

1988년에 문을 연 호텔은 2016년에 헐렸고, 그 자리에는 2조 원짜리 건물 두 동이 서 있습니다. 1965년에 받은 면허 번호는 아직 1번입니다.

※ 숫자 읽는 기준 — 2010년 수치는 옛 회계기준 별도재무제표, 2025년 이후는 국제회계기준 연결재무제표입니다. 소액주주 수와 지분율은 각 사업연도 사업보고서의 주식 소유현황 기준입니다. 병합 후 주식 수는 공시된 감자·출자전환·증자 수치를 순서대로 반영한 것이며, 기존 주주에게 남은 지분율은 공시에 따로 적혀 있지 않습니다. 영업정지 관련 수치는 2026년 9월 8일 정정공시 기준입니다.

이 글은 전자공시와 공개된 보도로 정리한 것이며 투자 참고용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감자 비율·배정 방식·일정·심사 절차 등 구체적인 조건은 전자공시시스템과 한국거래소의 해당 공시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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