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피알이 흡수하는 자회사, 14곳 중 왜 하필 여기인가
2015년, 천연비누 하나가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름은 매직스톤. 홈쇼핑에도 소셜커머스에도 안 넣고 자기네 온라인몰에서만 팔았습니다.
출시 3주 만에 월매출 1억 원을 넘겼습니다. 그해 회사 매출은 125억 원이 됐습니다. 창업 이듬해였고, 첫해 매출은 2억 원이었습니다.
그 회사가 2026년 9월 9일, 기계 만드는 자회사를 몸통에 집어넣겠다고 공시했습니다.
합병비율은 1 대 0. 새로 찍는 주식은 한 장도 없습니다.
비누 팔던 회사가 언제부터 기계를 만들었나
에이피알은 2014년 10월에 세워졌습니다. 창업자는 그전에 두 번 접었습니다. 2011년 미국 교환학생 시절 만든 가상 피팅 서비스가 하나, 대학가 데이팅 앱이 하나였습니다. 데이팅 앱은 4개월 만에 3,500건을 성사시켰지만 시장이 작아 접었습니다. 돌아와 만든 이커머스 앱은 출시까지 가지 못했습니다.
세 번째가 화장품이었습니다. 2015년 매직스톤, 2016년 7월 메디큐브. 여기까지는 바르는 것만 팔았습니다.
기계는 2021년 3월에 시작됐습니다. 메디큐브 에이지알이라는 이름으로 첫 디바이스 「더마 EMS 샷」을 냈습니다. 2023년 10월에는 후속 제품이 라이브방송 80분 동안 1만 7,000대, 50억 원어치 팔렸습니다. 에이지알 디바이스는 출시 4년 만에 누적 500만 대를 넘겼습니다.
공장은 언제 생겼나
2023년 7월,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700평짜리 공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개발과 제조 인력 20여 명, 연간 생산능력 70만 대. 그 법인이 에이피알팩토리입니다.
10개월 뒤인 2024년 5월 7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에 두 번째 캠퍼스를 세웠습니다. 대지 9,073평,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2025년 연 800만 대가 목표였습니다.
700평에서 9,073평으로, 70만 대에서 800만 대로 가는 데 10개월이 걸렸습니다.
자회사가 14곳인데 왜 하필 이 한 곳인가
에이피알의 종속회사는 14곳입니다. 일본·홍콩·싱가포르·대만·상하이·미국·캐나다·말레이시아·프랑스·베트남·영국에 판매 법인이 있고, 국내에 커뮤니케이션즈와 팩토리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10곳이 2025년에 순손실을 냈습니다. 상하이 법인이 5억 원, 홍콩 법인이 2억 원 적자였습니다.
| 에이피알팩토리 | 2025년 |
|---|---|
| 매출액 | 1,187억 원 |
| 영업이익 | 139억 원 |
| 당기순이익 | 140억 원 |
| 자산총계 | 859억 원 |
| 자본총계 | 449억 원 |
문을 연 지 3년이 안 된 공장 법인이 1,187억 원을 팔았습니다. 삼키는 것은 적자 낸 열 곳이 아니라 이쪽입니다.
한 번은 상장을 접었던 회사다
2020년 12월, 이 회사는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2개월 만에 스스로 철회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지배구조 보완을 요구했고 회사가 그것을 받아들여 절차를 멈춘 것입니다.
다시 문을 두드리는 데 3년이 걸렸습니다. 2024년 2월 27일 코스닥이 아니라 코스피에 곧바로 올랐습니다. 공모가는 희망 범위 상단인 20만 원을 넘긴 25만 원이었고,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663대 1이었습니다.
상장 첫날 주가는 46만 7,500원까지 올랐다가 31만 7,500원에 마감했습니다.
2026년 상반기 매출은 1조 3,609억 원, 2분기 해외 비중은 92%입니다. 2015년에 125억 원을 팔던 회사입니다.
합병인데 왜 내 주식은 안 늘어나나
합병에서 새 주식을 찍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상대 회사 주주에게 줄 것이 있어서입니다. 그래서 주식 수가 늘고 기존 주주 지분이 묽어집니다.
그런데 에이피알팩토리 지분은 이미 에이피알이 100% 갖고 있습니다. 상대편 주주가 자기 자신입니다. 자기가 자기한테 줄 주식을 새로 찍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래서 무증자 합병입니다. 1 대 0은 가치가 0이라는 뜻이 아니라 새로 발행할 주식이 0장이라는 뜻입니다.
| 이런 공시가 뜨면 | 신주 | 내 지분율 |
|---|---|---|
| 남의 회사와 합병 | 나온다 | 줄어든다 |
| 100% 자회사 흡수 | 안 나온다 | 그대로 |
| 유상증자 | 나온다 | 줄어든다 |
| 물적분할 뒤 자회사 별도 상장 | 모회사엔 안 나온다 | 그대로지만 알맹이가 빠진다 |
맨 아랫줄이 잘되는 자회사를 다루는 흔한 방식이었습니다. 떼어내 따로 상장시키는 쪽입니다. 두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는 물적분할과 인적분할, 무엇이 다른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주식 수를 줄이는 두 가지 방법은 무엇이 다른가
이 회사는 2024년에 600억 원어치 자기 주식을 사서 2025년 1월 24일 전량 태웠습니다. 2025년에 300억 원어치를 더 사서 8월 7일 또 태웠습니다. 2년에 걸쳐 900억 원어치입니다.
소각은 주식 수를 줄입니다. 감자도 주식 수를 줄입니다. 결과가 같아 보이지만 방향이 반대입니다.
| 자사주 소각 | 감자 | |
|---|---|---|
| 없어지는 주식 | 회사가 돈 주고 사들인 것 | 주주가 갖고 있던 것 |
| 내 주식 수 | 그대로 | 줄어든다 |
| 내 지분율 | 올라간다 | 대체로 그대로 |
| 회사 돈 | 나간다 | 움직이지 않는다 |
| 주로 언제 하나 | 돈이 남을 때 | 손실을 털어야 할 때 |
공시 제목에는 둘 다 주식 수가 줄어든다고만 적힙니다. 어느 쪽인지는 안쪽을 열어야 나옵니다.
주주총회는 왜 안 여나
이날 공시는 세 건이었습니다. 회사합병결정, 주요사항보고서, 그리고 주주명부폐쇄기간 또는 기준일 설정입니다.
합병은 보통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습니다. 이번 건은 그 절차를 거치지 않습니다. 상법이 정한 소규모합병에 해당해 이사회 결의만으로 진행됩니다. 새로 발행하는 주식이 없어 기존 주주의 지분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다른 문이 하나 열려 있습니다. 9월 30일부터 10월 14일까지 주주는 합병에 반대한다는 뜻을 회사에 낼 수 있습니다. 이 기간에 발행주식의 20% 이상이 반대하면 소규모합병으로는 진행할 수 없습니다.
주주명부 기준일은 그 뜻을 낼 수 있는 주주가 누구인지 어느 날짜로 잘라서 확정하는 절차입니다. 날짜가 걸린 공시는 대체로 권리가 걸린 공시입니다.
합병계약일은 9월 16일, 합병기일은 12월 31일이고 합병등기는 2027년 1월 6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회사가 밝힌 합병 목적은 경영 효율성 증대와 사업 경쟁력 강화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 공시 항목 | 여기서 갈리는 것 |
|---|---|
| 합병신주 발행 여부 | 내 지분이 묽어지는지 |
| 상대 회사 지분율 | 100%면 무증자, 아니면 신주가 나온다 |
| 소규모합병 여부 | 주주총회를 거치는지, 반대의사 접수로 가는지 |
| 반대의사 접수기간과 요건 | 기간이 지나면 낼 수 없다. 20%가 문턱이다 |
| 승계하는 부채 | 합병하면 빚도 같이 넘어온다 |
| 합병기일 | 언제부터 한 회사의 숫자로 찍히는지 |
※ 숫자 읽는 기준 — 실적은 연결 기준 잠정치를 포함합니다. 2025년 영업이익은 출처에 따라 3,653억 원과 3,654억 원으로 갈립니다. 2026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1분기와 2분기를 더한 값이며 회사가 상반기 수치로 발표한 것은 아닙니다. 2026년 2분기 해외 매출 비중은 92%로 보도된 곳과 수출 비중을 77%로 적은 곳이 있어 기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부문별 매출과 자회사 실적은 언론 보도와 기업정보 서비스 집계 기준입니다. 창업 초기 사무실 위치, 에이피알팩토리의 부채총계·종업원 수·법인 설립일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생산거점 소재지를 평택으로 적은 매체와 포천으로 적은 매체가 있습니다.
이 글은 전자공시와 공개된 보도로 정리한 것이며 투자 참고용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합병비율·일정·반대의사 접수 절차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전자공시시스템의 주요사항보고서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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