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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법인세 37%, 호황을 고정수입으로 믿는 위험

양반개미기자 0 10 0
반도체 호황은 법인세 수입에 힘을 보탤 수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세금이 더 걷혀도 나라 살림이 그만큼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내년 국세에서 법인세 비중이 37.1%에 이를 전망은, 기업 실적의 굴곡을 정부 재정도 더 크게 타게 된다는 경고로 읽힌다.

핵심 수치 · 기준일과 출처
항목기준일출처
법인세 수입 결산59조2000억원2017년매일경제
국세수입 중 법인세 비중22.3%2017년매일경제
총국세수입 전년 대비 감소율13.1%2023년매일경제
전체 조세수입 중 한국 법인세 비중14.4%2023년매일경제
전체 조세수입 중 OECD 평균 법인세 비중11.9%2023년매일경제

뉴스 핵심

  • 법인세 비중은 전체 기업이 내는 법인세의 몫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납부 비중을 뜻하지 않는다.
  • 증감률 절댓값은 세금이 늘어난 속도가 아니라 늘고 줄어든 폭을 보여 준다.
  • 국세수입 기준 비율과 전체 조세수입 기준 국제 비교는 분모가 달라 직접 연결하면 안 된다.

법인세 37.1%,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몫일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세의 37.1%를 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비율은 전체 국세수입에서 모든 기업이 내는 법인세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몫이다. 반도체 기업의 영향력이 크다는 설명과 특정 기업의 납부 비중은 구분해야 한다.

숫자를 가계부에 옮겨 보면 이해가 쉽다. 집에 들어오는 돈이 늘었는데, 그중 실적에 따라 달라지는 성과급의 몫이 커진 상황을 떠올리면 된다. 통장 잔액은 반갑지만 다음에도 같은 돈이 들어올지는 별개의 질문이다.

법인세의 국세 비중은 2017년 22.3%였다. 앞으로 37.1%에 이른다는 전망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변화는 세금의 액수뿐 아니라 수입의 성격이다. 나라 살림에서 기업의 실적을 따라 움직이는 부분이 더 커지는 셈이다.

내년 국세수입에서 모든 기업이 내는 법인세의 비중은 37.1%로 전망된다.
내년 국세수입에서 모든 기업이 내는 법인세의 비중은 37.1%로 전망된다.

법인세는 왜 나라 살림보다 크게 흔들릴까

법인세는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함께 좋아지면 세금도 힘을 받고, 업황이 나빠지면 같은 방향으로 압력을 받는다. 소수 기업에 대한 의존이 높을수록 이런 움직임을 다른 곳에서 상쇄하기 어렵다.

최근 10년간 법인세수의 연평균 증감률 절댓값은 19.7%, 총국세수입은 9.1%였다. 여기서 절댓값은 증가와 감소의 방향을 지우고 움직인 폭을 본다는 말이다. 법인세가 매년 그만큼 늘었다는 성장률로 읽으면 뜻이 달라진다.

얼마나 많이 걷히느냐와 얼마나 믿고 계획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호황기에 커진 법인세가 국세에서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한다면, 다음 실적 변화가 재정에 전달되는 통로도 넓어진다고 볼 수 있다. 세수가 늘어난다는 좋은 소식 안에 변동성이라는 숙제가 함께 들어 있는 이유다.

최근 10년간 법인세수의 연평균 증감률 절댓값은 19.7%였다.
최근 10년간 법인세수의 연평균 증감률 절댓값은 19.7%였다.

2023년에는 법인세의 굴곡이 국세로 번졌다

이 걱정은 호황에 괜히 찬물을 끼얹는 가정만은 아니다. 반도체 업황이 악화했던 2020년과 2023년, 2024년에는 법인세수가 전년보다 22~23%가량 줄었다. 잘 걷힐 때의 탄력만큼 줄어들 때의 폭도 컸다.

특히 2023년에는 법인세 변동의 영향으로 총국세수입도 전년 대비 13.1% 감소했다. 기업의 실적 변화가 기업 안에서 끝나지 않고 정부가 쓸 수 있는 돈의 규모까지 움직인 사례다.

그렇다고 국세 감소 전부를 반도체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이 사례가 보여 주는 것은 더 좁고 분명하다. 법인세 수입이 흔들릴 때 다른 세금이 그 빈자리를 반드시 채워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재정을 볼 때는 호황의 정점만으로 수입 능력을 판단하기 어렵다. 잘될 때 얼마가 들어오는지와 함께, 실적이 꺾였을 때 세입이 얼마나 버텼는지를 봐야 나라 살림의 체력이 드러난다.

2017년 법인세 결산액은 59조2000억원이다.
2017년 법인세 결산액은 59조2000억원이다.

216조7000억원, 결산과 전망은 무게가 다르다

매일경제가 제시한 내년 예산상 법인세 수입은 216조7000억원으로, 2017년 결산액 59조2000억원의 3.7배에 이르는 전망이다. 비교하는 양쪽 가운데 과거 수치는 결산이고 미래 수치는 예상이라는 차이를 남겨 둬야 한다.

이미 통장에 찍힌 성과급과 앞으로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성과급을 같은 돈처럼 취급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전망은 지출을 계획하는 출발점이지만, 그 자체로 현금이 확보됐다는 증거는 아니다.

올해 법인세 전망은 101조3000억원이며, 이달 말 세수 재추계에서 30조~50조원대 초과세수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역시 확정 수입과 구별할 전망이다. 추가로 얼마가 들어올지뿐 아니라 늘어난 수입이 얼마나 이어질지가 중요하다.

편집부가 경계하는 것은 세수 증가 자체가 아니다. 좋은 실적이 만든 재정 여력을 매년 반복될 수입으로 간주하는 선택이다. 호황을 오래갈 것으로 잡을수록 실제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을 때 조정해야 할 계획도 커질 수 있다.

세수 재추계에서 법인세 전망의 조정 내용과 기업 실적 가정을 확인해야 한다.
세수 재추계에서 법인세 전망의 조정 내용과 기업 실적 가정을 확인해야 한다.

한국 법인세 14.4%, 비교할 때 분모부터 보자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의 법인세 의존은 높은 편이다. 2023년 전체 조세수입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 14.4%, OECD 평균 11.9%였다. 같은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한국이 기업 소득에 더 기대고 있었다.

이 비율을 내년 37.1%와 바로 이어 붙여 급등했다고 계산하면 안 된다. 앞의 국제 비교는 전체 조세수입, 뒤의 전망은 국세수입을 분모로 쓴다. 비율은 같은 백분율 표시라도 무엇을 전체로 놓았는지에 따라 다른 질문에 답한다.

부가가치세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세원의 과세 기반을 넓히자는 논의는 이 의존을 줄이려는 방향이다. 특정 산업이 주춤하더라도 다른 수입원이 나라 살림을 받쳐 줄 수 있도록 수입의 구성을 바꾸자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과세 기반 확대라는 방향만으로 누구의 부담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결정되지 않는다. 안정적인 세입이라는 목표와 개인이 실제로 부담할 세금 사이에는 구체적인 제도 설계가 남아 있다.

반도체 주식이 없어도 재정의 선택은 내 돈에 닿는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은 주주에게만 관계된 성적표가 아니다. 법인세를 거쳐 정부의 재정 여력을 바꾸고, 그 여력을 어떻게 쓰거나 다른 세원으로 보완할지라는 선택으로 이어진다. 반도체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도 이 경로 바깥에 있지는 않다.

세입이 기대보다 줄어들면 지출 계획을 얼마나 유지할지, 부족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른 세원의 기반을 넓히는 선택을 한다면 개인에게 닿는 부담도 그 설계에 달린다. 지금의 전망만으로 증세나 특정 지출 축소를 확정할 수는 없다.

우리의 판단은 호황으로 생긴 여유를 인정하되, 그 여유의 지속성까지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세금이 더 들어왔다는 사실과 앞으로도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 가계부에서 조심할 간격을 나라 살림에서도 살펴야 한다.

반도체가 잘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 성과가 개인의 생활까지 안정시키려면, 정부는 좋은 실적을 기다리는 데서 더 나아가 실적이 달라져도 버틸 수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호황의 크기보다 호황 뒤에 남는 재정의 체력이 내 돈에 더 오래 영향을 준다.

양반개미 기자 · 정책·위험 분석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 투자 유의사항

이 글은 반도체 실적과 세수 구조를 설명하는 글이며 특정 종목의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법인세 전망은 기업 실적과 실제 세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세수 증가가 주가 상승이나 개인의 세 부담 감소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독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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