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마케팅은 클럭 광고를 만들고 제품도 기획했다
에코마케팅은 클럭 광고를 만들고 제품도 기획했다
작은 USB 충전식 마사지기 클럭은 광고로 먼저 이름이 알려진 물건이다. 그 광고를 만든 쪽과 그 물건을 기획해 판 쪽이 한 집안이다. 온라인 광고대행사 에코마케팅(230360)이다.
광고회사가 물건까지 만들었다는 이야기로 끝나면 흔한 사업 확장담이다. 이 회사의 장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한다. 매출은 레깅스 브랜드 안다르가 채웠고, 이익은 남의 물건을 광고해 주는 본업이 벌었다.
에코마케팅이 20년 넘게 쌓은 것은 물건을 만드는 솜씨가 아니라 사람을 결제 버튼까지 데려가는 솜씨다. 클럭과 안다르는 그 솜씨를 자기 돈으로 증명해 보인 무대였다. 2026년 9월 23일 이사회가 결정한 회사분할은 그 무대와 본업을 서로 다른 회사로 떼어 놓는다.
클럭은 광고회사가 자기 돈을 건 시험이었다
에코마케팅은 2003년 온라인 광고대행사로 출발했다. 검색광고와 배너, SNS로 남의 상품을 알리고, 광고를 본 사람 가운데 누가 실제로 사는지를 데이터로 쫓는 일이 본업이었다.
광고대행사의 돈은 광고주에게서 나온다. 물건이 덜 팔려도 남은 재고는 광고주 창고에 쌓인다. 2017년 8월 전자상거래 회사 데일리앤코(옛 유리카코스메틱)를 인수하면서 이 계산이 바뀌었다. 광고를 보고 들어온 사람이 결제하는 쇼핑몰과 그 쇼핑몰에 올릴 물건까지 집안 일이 됐다.
클럭은 그렇게 나온 자체 브랜드다. 에코마케팅은 이 작은 마사지기의 제품 기획과 홍보, 판매를 직접 맡았다. 매트리스 몽제도 같은 길로 나왔다. 이미 이름난 브랜드를 사 와 간판만 붙인 것이 아니라 집안에서 키운 이름들이다.
자기 물건을 팔면 광고 수수료가 아니라 물건값 전체가 매출로 잡힌다. 안 팔린 물건의 손실도 자기 몫이 된다. 광고를 잘 만든다는 실력이 처음으로 남의 장부가 아니라 제 장부 위에서 채점을 받기 시작했다.
안다르에서는 광고와 함께 판매점을 바꿨다
시험의 판을 키운 것이 안다르다. 2015년 요가복으로 출발한 이 브랜드를 에코마케팅이 2021년 인수했다.
인수 뒤 안다르가 크게 바꾼 것은 광고 문구보다 판매점이었다. 여러 군소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정리하고, 본사가 운영하는 공식 온라인스토어와 주요 백화점·프리미엄아웃렛 매장으로 판매를 모았다. 어디서 사든 본사가 정한 같은 가격이 붙게 했다.
광고회사다운 선택이다. 판매처가 흩어지고 값이 제각각이면 광고비가 어느 가게의 매출을 만들었는지 흐려진다. 판매점을 줄이고 값을 하나로 묶으면 광고를 본 사람과 결제한 사람 사이의 선이 선명해진다. 광고를 잘 만드는 회사는 그 선이 보여야 다음 광고에 돈을 더 걸지 말지 정할 수 있다.
옷의 범위도 넓혔다. 요가복에서 러닝웨어와 골프웨어, 출근길에 입는 비즈니스 애슬레저, 언더웨어로 번졌다. 운동할 때만 입는 옷에서 매일 입는 옷으로 손님을 만나는 횟수를 늘린 것이다.
숫자가 따라왔다. 안다르의 2025년 매출은 2,987억원, 영업이익은 285억원이다. 그 전해인 2024년 에코마케팅 연결 매출 3,572억원 가운데 86%가 안다르와 자체 브랜드를 묶은 커머스에서 나왔고, 광고대행은 14%였다. 밖에서 보면 이 회사는 광고 간판을 단 옷가게였다.
매출은 레깅스가 채웠고, 이익은 광고가 냈다
간판의 무게와 이익의 무게는 거꾸로 서 있다. 2025년 2분기 광고대행 부문은 매출 172억원에 영업이익 96억원을 냈다. 같은 분기 안다르는 매출 891억원에 영업이익 133억원이었다. 매출은 안다르가 5배 넘게 큰데, 영업이익 차이는 1.4배가 안 된다.
3분기에도 모양이 같았다. 광고대행은 매출 167억원으로 영업이익 90억원을 남겼다. 100원을 벌면 54원이 이익으로 남는 장사다.
차이는 무엇을 떠안느냐에서 나온다. 광고대행은 재고도 매장도 없다. 파는 것은 광고를 설계하고 돌리는 사람들의 시간과 데이터다. 레깅스는 원단을 사고 옷을 만들고 백화점 자리를 빌리고, 계절이 지나면 안 팔린 옷을 떠안는다. 같은 매출 100원이 들어와도 손에 남는 돈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회사의 심장은 안다르가 아니라 광고 본업이다. 안다르는 회사를 크게 보이게 했고, 광고는 회사를 돈 벌게 했다.
베인캐피탈이 산 뒤, 광고와 레깅스는 형제가 된다
이 두 얼굴을 한꺼번에 산 것이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다. 2026년 1월 2일 베인캐피탈은 최대주주 김철웅 대표의 지분 43.6%를 주당 1만6000원에 사고, 나머지 주식도 같은 값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직전 종가 1만700원보다 49.5% 높은 값이었다.
공개매수는 세 차례 이어졌고, 끝까지 남은 주식은 주식교환으로 거둬들이는 절차를 밟았다. 코스닥 거래는 6월 11일 멈췄다.
7월에는 안다르 차례였다. 에코마케팅은 55.9%를 갖고 있던 안다르의 나머지 지분 44.1%를 주당 43,134원, 모두 981억원에 현금으로 사들이기로 했다. 안다르를 통째로 갖는 거래다. 같은 때 베인캐피탈이 인수를 위해 세운 회사를 에코마케팅이 흡수하는 절차에도 들어갔다. 그 회사가 빌린 인수 대출 4,250억원이 에코마케팅 쪽으로 옮겨 오는 구조다.
두 달 뒤 나온 것이 이번 회사분할이다. 안다르와 싱가포르 법인 등 자회사 지분을 가진 부문을 떼어 안다르홀딩스(가칭)를 세우고, 광고대행은 에코마케팅에 남긴다. 분할기일은 11월 1일이다. 새 회사는 그 뒤 안다르에 흡수 합병되고 안다르가 존속하는 계획이다.
주주가 새 회사 주식을 나눠 받는 인적분할이다. 에코마케팅 주식 1주가 광고 쪽 0.36주와 안다르 쪽 0.64주로 갈린다. 계획대로 합병까지 끝나면 안다르는 에코마케팅의 자회사가 아니라 같은 주인 아래 나란히 선 회사가 된다.
한 회사 안에서 이익률이 전혀 다른 두 장사가 한 숫자로 섞여 있었다. 떼어 놓으면 각자 자기 숫자로 선다. 광고는 광고대로, 레깅스는 레깅스대로 값을 매길 수 있는 모양이다.
안다르는 광고회사 품에서 컸다. 합병이 끝나면 그 품을 나와 옷 회사의 장부 하나로 평가받는다. 에코마케팅에는 2003년에 시작한 장사가 남는다. 이 집안에서 가장 돈이 잘 벌리던 장사다.
서비스 회사가 물건 만드는 쪽으로 건너간 다른 사례: 코웨이는 왜 침대를 빌려주다가, 침대 만드는 회사까지 샀을까
자료: 에코마케팅 클럭 발표(2018.10.02), 회사 브랜드 사업 소개(2023.02.06), 2025년 사업보고서, 데일리인베스트(2025.09.15), 매거진한경(2025.11.17), 아시아경제(2026.01.02), 뉴스핌(2026.03.03), 데이터투자(2026.06.08), 이투데이(2026.07.21), 회사분할 공시 전문(2026.09.23).
작성 기준일 2026년 9월 24일. 분할·합병은 이사회 결의 단계의 계획이며 일정과 조건은 바뀔 수 있습니다.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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