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아 이익 4분의 3은 도메인이 아닌 인터넷 교차로에서 나온다
웹사이트를 하나 열려면 주소부터 산다. 한국에서 그 주소를 가장 많이 파는 창구가 가비아(079940)다. 1998년 김홍국 대표가 세운 이 회사가 관리하는 도메인은 85만 개가 넘는다. 사람들이 가비아를 기억하는 자리도 대개 결제창에 찍힌 「.com」 한 줄이다.
그런데 2026년 1분기 가비아 그룹이 낸 영업이익 107억 원 가운데 80억 원은 도메인 창구에서 나오지 않았다. 자회사 케이아이엔엑스(093320·KINX)가 벌었다. 서로 다른 통신망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교차로를 운영하는 회사다. 가비아는 주소를 파는 회사로 알려졌지만, 돈은 그 주소로 가는 길들이 만나는 자리에서 번다.
9월 23일 가비아가 낸 공시 한 건도 같은 곳을 가리킨다. 맥쿼리자산운용 쪽이 창업자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되려던 계약이 해제됐다. 주당 4만8,000원에 나머지 주식을 사들이려던 공개매수에 최소 물량의 22%만 들어왔다. 그 인수 계획의 중심에도 도메인이 아니라 교차로가 있었다.
도메인 창구는 이익의 작은 몫이다
가비아 본체가 하는 일은 넓다. 도메인 등록과 웹호스팅, 기업용 그룹웨어 하이웍스, 자체 클라우드 g클라우드까지 인터넷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처음 찾는 서비스가 여기 모여 있다. 하이웍스를 쓰는 고객만 10만 곳 안팎이다.
2026년 1분기 본체만 떼어 보면 매출 280억 원에 영업이익 17억 원이다. 자회사를 합친 연결 실적은 매출 850억 원, 영업이익 107억 원이다. 매출은 3배, 이익은 6배 넘게 불어난다. 본체가 100원어치를 팔아 6원을 남길 때, 그룹 전체는 12원 남짓을 남긴다.
그 차이를 대부분 KINX가 만든다. 같은 분기 KINX는 매출 298억 원에 영업이익 80억 원을 냈다. 매출의 26.9%가 이익으로 남았다. 매출은 가비아 본체보다 조금 많을 뿐인데 이익은 4배를 넘는다. 이 그룹의 심장은 도메인 결제창이 아니라 자회사의 장비실에서 뛴다.
KINX는 통신 대기업의 교차로를 피하려고 생겼다
KT 인터넷을 쓰는 사람이 LG유플러스망에 붙은 웹사이트를 열면, 데이터는 두 회사의 망이 만나는 어딘가를 지나야 한다. 그 만나는 자리가 인터넷 교차로(IX)다. 교차로가 없으면 옆 동네로 가는 데이터도 멀리 돌아간다. 한국 인터넷 초창기에는 국내끼리 오가는 트래픽이 해외 교차로를 거쳐 돌아오기도 했다.
국내 교차로가 생긴 뒤에도 문제는 남았다. 교차로를 쥔 곳이 통신 대기업이었고, 작은 인터넷서비스 사업자들에게는 그 이용료가 무거웠다. 1999년 이들 가운데 16곳이 모여 어느 통신사에도 속하지 않는 교차로를 따로 차렸다. 2000년 6월 법인이 된 KINX다. 이름 가운데 N이 중립(Neutral)이다.
중립은 구호가 아니라 장사 방식이다. KINX에 들어온 사업자는 누구와 연결할지, 트래픽을 어느 길로 보낼지 스스로 정한다. 교차로 주인이 통신 서비스를 함께 팔지 않으니, 손님이 된 통신사와 콘텐츠 회사는 경쟁자의 설비에 트래픽을 맡기지 않아도 된다. 2011년 상장 무렵 KINX를 거쳐 가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약 280만 명, 연동 시장 점유율은 17% 정도였다. 맞수는 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였다.
작은 사업자들이 비용을 줄이려고 만든 공동 설비가 오히려 대기업과 같은 시장에서 겨루는 회사가 됐다. 교차로는 한번 자리를 잡으면 쉽게 옮기지 않는다. 연결된 망이 많을수록 새로 들어오는 사업자도 그곳을 고른다.
2007년 도메인 회사가 교차로를 샀다
가비아가 KINX의 최대주주가 된 것은 2007년 7월이다. 지분 72.66%를 확보했다. 그해 KINX의 예상 매출은 90억 원, 순이익은 20억 원이었다. 당시 가비아가 관리하던 도메인은 34만 개 정도였다. 2005년 도메인 업계 처음으로 코스닥에 오른 회사가, KT와 데이콤 말고는 국내에 하나뿐이던 상업 교차로를 손에 넣었다.
넉 달 뒤 가비아는 KINX 지분 20%를 국민연금펀드·한화BNR펀드·LG대중소기업협력펀드에 팔아 33억5,000만 원을 받았다. 지분은 52.66%로 내려갔지만 경영권은 그대로였다. 김홍국 대표는 이 매각을 「킹스 상장의 사전포석」이라고 했다. 말대로 KINX는 2011년 공모가 8,000원에 코스닥에 올랐다.
이 선택이 지금의 그룹 모양을 정했다. 통신망이 모이는 곳 옆에는 서버를 둘 자리가 필요하고, 서버가 모이면 클라우드 회사들과의 연결이 필요해진다. KINX는 도곡·가산·분당·상암에 데이터센터 4곳을 두고, 아마존웹서비스·마이크로소프트 애저·구글 클라우드·네이버 클라우드 등과 고객을 잇는 연결 상품을 판다. 교차로가 서버의 집이 되고, 그 집이 다시 클라우드 사이의 환승역이 됐다.
가비아 아래에는 보안 장비 회사 엑스게이트,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를 기업에 공급하는 에스피소프트도 상장사로 있다. 도메인 등록 업체 후이즈도 계열이다. 가비아까지 상장사만 넷인 그룹이지만, 이익을 받치는 기둥은 KINX 하나다.
맥쿼리가 사려던 것은 교차로가 붙은 그룹이었다
2026년 2월 25일 가비아는 맥쿼리자산운용의 아시아·태평양 인프라 펀드와 데이터센터 합작 계약을 맺었다. 4~6년 동안 약 6,000억 원을 함께 들여 누적 100메가와트가 넘는 대형 데이터센터를 짓는 계획이다. 첫 사업은 경기 안산의 40메가와트 센터다. 땅을 사고 인허가를 받고 돈을 끌어오는 일은 맥쿼리 펀드가, 설계와 네트워크 구축, 운영은 가비아와 KINX가 맡는다. KINX의 교차로는 국내외 클라우드를 잇는 연결 거점이 된다.
역할표에 이 거래의 성격이 드러난다. 건물과 돈은 인프라 투자자가 대고, 망을 잇고 센터를 돌리는 기술은 가비아 쪽에서 나온다. 데이터센터는 전기와 땅만으로 손님을 받지 못한다. 통신망과 클라우드가 그 건물에 붙어야 하고, 그 연결이 KINX가 2000년부터 해 온 일이다.
7월에 맥쿼리 쪽은 한 걸음 더 나갔다. 투자 목적 회사 디씨케이인베스트먼트가 김홍국 대표 등 최대주주 측 지분 24.4%를 주당 4만8,000원, 약 1,570억 원에 사기로 했다. 같은 값으로 나머지 주식에 공개매수를 걸어 가비아를 완전자회사로 만든 뒤 상장을 폐지하는 계획이었다. 자회사가 아니라 모회사를 사는 길을 골랐다. KINX만 사면 교차로 하나가 오지만, 가비아를 사면 교차로와 그 위의 클라우드·보안·소프트웨어 회사가 한꺼번에 딸려 온다.
7월 20일부터 9월 17일까지 이어진 공개매수에 들어온 주식은 72만1,413주였다. 최소 매수 수량 326만7,629주의 22%다. 조건을 채우지 못한 맥쿼리 쪽은 응모 주식을 한 주도 사지 않았고, 창업자 지분 매매 계약도 선행조건 미충족으로 해제됐다. 9월 23일 공시는 그 결과를 적은 서류다.
주소 창구와 교차로는 값을 매기는 방식이 다르다
공개매수는 사려는 쪽이 값을 부르고, 주주가 그 값에 주식을 내놓을지로 답하는 거래다. 이번에는 필요한 물량의 5분의 1 정도만 나왔다. 4만8,000원은 가비아 주주 대다수가 주식을 넘길 값이 아니었다. 공시가 남긴 확정된 사실은 여기까지다.
그 값을 어떤 회사에 붙인 값으로 보느냐가 가비아를 읽는 갈림길이다. 도메인과 호스팅을 파는 회사로 보면 본체의 분기 영업이익 17억 원이 기준이 된다. 통신망과 클라우드가 만나는 교차로의 주인으로 보면, 그룹 이익의 4분의 3을 내는 KINX와 이제 막 첫 삽을 뜨는 대형 데이터센터가 기준이 된다. 같은 회사를 두고 두 개의 계산서가 따로 나온다.
가비아의 이름은 앞으로도 도메인 결제창에 찍힌다. 사람들은 그 창에서 주소를 사고, 가비아는 그 주소로 오가는 데이터의 길목에서 돈을 번다. 1999년 작은 인터넷 사업자 16곳이 대기업 교차로를 피해 낸 샛길은, 이제 6,000억 원짜리 데이터센터 계획이 올라서는 길목이 됐다. 가비아에서 주소는 입구이고, 값은 길에 붙는다.
이름과 이익이 서로 다른 곳에 있는 모회사 이야기는 오리온홀딩스는 과자를 한 봉지도 팔지 않습니다에서 이어서 읽을 수 있다.
자료: 가비아 2026년 9월 23일 공시(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 해제), 2026년 9월 공개매수 결과 보도, 2026년 1분기 실적 보도, 2026년 3월 데이터센터 합작 보도, 2007년·2011년 KINX 관련 보도, 가비아·KINX 회사 소개. 수치는 표시한 시점 기준이다. 사업 구조에 관한 판단은 확인한 사실을 연결한 해석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는다.
가비아, 079940, 케이아이엔엑스, KINX, 093320, 인터넷교차로, IX, 데이터센터, 맥쿼리, 공개매수, 회사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