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제약, 팔 허가는 먼저 받고 증명할 계획서는 돌려받았다
삼성제약(001360)이 진행성핵상마비(PSP) 치료제 GV1001의 국내 3상 계획을 식약처 보완 요구 뒤 자진 취하했다. 이 3상은 1월 20일 신청한 조건부 허가의 뒤를 받치는 시험이라 단순한 서류 교체로 보기 어렵다. 2상의 사전 1차 평가변수는 위약 대비 유의하지 않았고, 같은 물질은 2020년 3상 기한을 못 지켜 허가가 취소된 적이 있다.
뉴스 핵심
- 취하된 3상은 1월 20일 신청한 PSP 조건부 허가를 뒤에서 받치는 시험이다.
- 2a상 24주 1차 평가변수는 위약 대비 유의하지 않았고, 72주 유의성은 해외 시험 위약군 3건과의 비교에서 나왔다.
- 같은 물질의 췌장암 조건부 허가는 3상 기한을 넘겨 2020년 8월 취소됐다.
삼성제약이 거둬들인 3상은 왜 보통 3상과 다른가
이번에 취하된 3상은 약을 팔기 위한 첫 관문이 아니다. 이미 신청해 둔 허가를 뒤에서 받치는 기둥이다.
삼성제약은 1월 20일 GV1001을 PSP 치료제로 조건부 허가 신청했고 심사가 진행 중이다. 조건부 허가는 2상 결과로 먼저 시판을 열어 주고, 3상은 허가 뒤에 마치라는 조건으로 돌리는 제도다.
그 조건에 해당하는 3상 계획이 9월 23일 식약처 검토 중 자료 보완 요구를 받았다. 회사는 요구를 모아 반영해 다시 내는 편이 낫다고 보고 자진 취하를 공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임상 디자인을 한층 강화해 제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외상값을 먼저 받고 물건은 나중에 보내는 거래에서, 물건을 보낼 계획서가 반송된 장면이다.
2상에서 '48% 지연'이라던 숫자는 무엇이었나
조건부 허가의 출발점인 국내 2a상은 78명을 등록해 70명을 분석했다. 미리 정한 1차 평가변수는 24주 동안 PSP 평가척도(PSPRS)가 얼마나 나빠졌는가였다.
결과는 위약과 통계적으로 갈리지 않았다. 0.56mg군은 p=0.4254, 1.12mg군은 p=0.3184였다.
회사는 같은 결과를 '질병 진행 48% 지연'으로 알렸다. 투여군은 2.14점, 위약군은 4.10점 나빠졌다는 비교다.
숫자 차이는 있었지만 우연일 가능성을 걸러내지 못했다. 헤드라인의 48%와 시험 설계가 요구한 기준은 다른 이야기다.
72주 결과의 유의성은 누구와 비교해서 나왔나
유의성은 72주 연장 구간에서 나왔다. 0.56mg군은 PSPRS가 3.31점 나빠졌고, 비교 대상은 10.66점 나빠졌다. p값은 0.0001 미만이었다.
그 비교 대상은 이 시험의 위약군이 아니다. 해외 PSP 임상 3건의 위약군을 가져와 환자 특성을 맞춰 보정(MAIC)한 외부 대조군이다.
같은 반 학생끼리 치른 시험에서는 차이가 안 났고, 다른 학교 기출 성적표와 견줬을 때 차이가 난 셈이다.
외부 대조군은 희귀질환에서 흔히 쓰는 보조 근거지만, 3상은 그 빈틈을 메우라고 요구받는 자리다. 식약처가 설계를 문제 삼은 자리가 바로 여기라는 판단이 자연스럽다. 식약처가 무엇을 보완하라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같은 물질이 2020년 조건부 허가를 잃은 경로
GV1001이 조건부 허가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라는 이름으로 이미 한 번 받았다.
당시 3상 성적서 제출 기한은 2020년 3월 12일이었다. 기한을 넘겼고, 허가는 2020년 8월 취소됐다.
삼성제약은 환자 모집 지연을 이유로 들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희귀질환은 환자가 적어 모집이 더딘데, PSP도 그 조건을 그대로 안고 있다.
그래서 이번 취하는 날짜 몇 주의 문제가 아니다. 3상 출발이 늦을수록 조건부 허가의 시계가 먼저 돌 수 있다는 것이 이 물질의 이력이 알려 주는 것이다.
115억 원과 2085억 원, 돈은 누구에게 먼저 갔나
이 약을 만든 곳은 젬백스앤카엘이다. 삼성제약은 2025년 12월 5일 기술이전 계약으로 한국·일본·인도·인도네시아의 PSP 권리를 샀다.
선급금은 115억 원이고, 허가가 나야 받는 마일스톤이 최대 2085억 원이다. 여기에 매출 로열티가 붙는다.
계약 시점이 눈에 띈다. 젬백스가 추진하던 2500억 원 유상증자가 알츠하이머 글로벌 2상 실패 직후 철회된 뒤였다.
두 회사는 서로 지분을 쥐고 있다. 젬백스가 삼성제약 지분 10.46%를, 삼성제약이 젬백스 지분 5.53%를 가졌다. 업계에서 내부 자금 순환이라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구조로 보면 젬백스는 허가 전에 현금을 받았고, 허가가 늦어지거나 무산되는 위험은 삼성제약 쪽에 남았다.
삼성제약 주주가 재신청에서 볼 것은 무엇인가
회사는 빠른 시일 내 재신청하겠다고 했지만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취하가 조건부 허가 심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재신청 계획서가 나오면 대조군을 어떻게 짰는지가 먼저다. 같은 시험 안 위약군과 정면 비교하는 설계라면 2상의 빈틈을 정면으로 메우겠다는 뜻이 된다.
두 번째는 3상 완료 기한이다. 조건부 허가가 나면 성적서 제출 기한이 붙고, 리아백스는 그 기한에서 멈췄다.
이번 공시의 무게는 '취하'라는 낱말이 아니라 순서에 있다. 2상으로 먼저 팔고 3상으로 증명하는 약에서, 증명할 계획이 먼저 되돌아왔다.
동학개미 기자 · 생활 밀착형 시장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 투자 유의사항이 글은 삼성제약·젬백스 투자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임상 재신청 일정과 조건부 허가 심사 결과는 규제 당국 판단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고, 바이오 종목은 한 번의 공시로 주가가 급변할 수 있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독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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