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처리를 받았는데 회사에 또 물을 수 있는 이유
산재보험은 치료비와 소득 손실의 일부를 채우지만 간병비·위자료·본인이 낸 치료비까지 다 채우지는 않는다. 그래서 1억6000만원 넘는 산재보험금을 받은 철근공도 회사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내 약 3004만원을 더 인정받았다. 다만 법원은 본인 주의 의무를 따져 회사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뉴스 핵심
- 산재보험은 요양·휴업·장해급여로 정해진 손해만 메운다. 본인 부담 치료비, 간병비, 위자료는 회사에 민사로 따로 청구할 수 있다.
- 법원은 하도급업체도 직접 설치하지 않은 시설의 안전을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보고, 근로자 과실을 반영해 회사 책임을 60%로 정했다.
- 같은 손해를 두 번 받을 수는 없다. A씨는 장해급여와 겹치는 일실수입을 청구하지 않았다.
산재보험 1억6000만원, 그 돈은 무엇을 사 준 것인가
2022년 5월, 한 시설공사 현장의 2층 옥상. 철근공 A씨가 바닥면을 건너던 순간 고정되지 않은 상판이 뒤집혔다. A씨는 건물과 비계 사이 틈으로 떨어졌다.
척추와 쇄골, 무릎, 발목이 한꺼번에 다쳤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고 돈이 나왔다. 요양급여 약 4000만원, 휴업급여 약 4800만원, 장해급여 약 7700만원이다.
합치면 1억6000만원이 넘는다. 이름을 보면 성격이 보인다. 요양급여는 병원비, 휴업급여는 일을 못 한 기간의 소득, 장해급여는 남은 장애에 대한 보상이다.
비유하자면 산재보험은 정해진 칸이 있는 도시락이다. 병원비 칸, 소득 칸, 장해 칸은 채워 주지만 칸이 없는 반찬은 담지 않는다.
산재보험에 칸이 없는 손해는 무엇이었나
A씨에게는 비어 있는 칸이 넷 있었다. 산재로 처리되지 않아 직접 낸 치료비, 몸 안에 박힌 금속물을 빼내는 수술비, 입원 중 누군가 곁에서 도와야 했던 간병비, 그리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다.
그래서 A씨는 자신을 고용한 하도급업체와 현장을 관리한 업체를 상대로 따로 소송을 냈다. 보험금을 더 받으려는 게 아니라, 보험이 애초에 다루지 않는 손해를 받으러 간 것이다.
산재보험은 국가가 과실을 따지지 않고 빨리 주는 돈이다. 대신 범위가 정해져 있다. 과실을 따져 모든 손해를 묻는 일은 민사 법정의 몫으로 남는다.
하도급업체는 왜 "우리 상판이 아니다"로 빠져나가지 못했나
회사 측 방어는 두 갈래였다. 보호장구를 지급했고 안전교육도 했다는 것, 그리고 사고를 낸 상판은 다른 업체가 시공해서 자신들에게 관리 권한이 없었다는 것이다.
법원은 둘 다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도급업체라도 소속 근로자가 다치지 않게 안전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직접 설치하지 않았더라도 상판이 고정됐는지, 추락 방지망이 있는지 확인했어야 했다. 문제가 보이면 현장 관리 업체에 보강을 요구했어야 했는데, 그 요구도 없었다.
여기서 읽히는 원칙은 간단하다. 내 직원이 올라가는 바닥이면 누가 깔았든 확인은 내 일이다. 여러 업체가 섞인 공사장에서 "남의 공정"은 면책 사유가 되지 못했다.
회사 책임 60%, 나머지는 왜 A씨 몫이 됐나
법원은 A씨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추락 위험이 있는 옥상이었으니 바닥이 제대로 깔렸는지 보고, 안전대와 구명줄을 착용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 책임은 60%로 묶였다. 인정된 재산상 손해 전부를 받는 게 아니라, 그 60%만 받는다는 뜻이다. 나머지는 A씨 몫으로 남는다.
이 비율은 소송의 실질적인 저울이다.
손해 항목을 아무리 많이 인정받아도 본인 과실이 크게 잡히면 손에 쥐는 돈은 줄어든다. 현장에서 안전장비를 착용했는지가 사고 순간뿐 아니라 법정에서도 값을 매긴다.
요양급여 받았으면 간병비는 못 받나, 법원의 답은 무엇이었나
받을 수 있다는 게 법원의 답이었다. 회사는 요양급여를 이미 받았으니 간병비까지 청구할 수 없다고 맞섰지만, 법원은 두 돈이 같은 손해를 메운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봤다.
법원은 부상과 후유장해 정도, 입원 기간을 따져 사고 뒤 최대 8주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인정했다.
직접 쓴 치료비 약 1476만원도 재산상 손해로 들어갔다. 앞으로 받을 금속물 제거 수술비도 인정됐다. 위자료는 1500만원이 따로 붙었다.
책임 비율을 반영한 재산상 손해에 위자료를 더해, 피고 업체는 다른 책임 업체와 함께 약 3004만원과 지연손해금을 A씨에게 주라는 판결을 받았다.
같은 손해를 두 번 받을 수 없다는 선은 어디에 그어지나
민사 소송이 문을 열어 줬다고 해서 무엇이든 다시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A씨는 장해급여를 이미 받았다는 이유로 일실수입, 즉 다치지 않았다면 벌었을 수입과 퇴직금은 청구하지 않았다.
장해급여가 이미 그 칸을 채웠기 때문이다. 기준은 돈의 이름이 아니라 그 돈이 메운 손해다. 간병비는 요양급여와 다른 손해라 인정됐고, 일실수입은 장해급여와 겹치니 빠졌다.
결국 소송의 기술은 칸을 정확히 나누는 일이다.
공사장 사고에서 3004만원이 말해 주는 것
1억6000만원에 비하면 3004만원은 작아 보인다. 하지만 이 돈은 보험이 원래 주지 않는 칸에서 나왔다. 산재 처리를 받는 순간 회사에 대한 청구권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증거다.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는 "산재보험으로 보상을 받았다고 해서 회사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누가 작업을 지시했고 누가 현장을 관리했는지에 따라 책임을 질 업체가 달라진다. 여러 업체가 한 현장에 얽혀 있을수록, 다친 사람이 챙겨 둘 것은 그 구조에 대한 기록이다. 산재보험금은 정산의 끝이 아니라 첫 영수증이다.
동학개미 기자 · 생활 밀착형 시장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이 글은 한 건의 판결 사례를 설명한 것으로 법률 자문이나 소송 권유가 아닙니다. 책임 비율과 인정 손해는 사고 경위·보호장구 착용 여부·현장 업체 구조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실제 청구 여부와 그 판단과 책임은 독자에게 있으며 변호사 상담을 거치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