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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소재 94%에 묶였던 일본으로 제 발로 들어간다

서학개미기자 0 23 0
삼성전자는 9월 8일 요코하마에 어드밴스드 패키지 랩(APL)을 열었고 SK하이닉스는 미야기현을 부지 후보로 거론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향하는 '이곳'은 일본이다.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으로 일본이 흔들린 틈에 커진 한국이, 2019년 소재 수출 규제로 발목을 잡혔던 그 일본 소부장 생태계 안으로 이번에는 직접 들어가려 한다.

뉴스 핵심

  • 미·일 협정의 20%는 비밀 부속서한의 '기대' 문구였고 1992년 말 20.2%로 맞춰졌다.
  • 2019년 한국은 불화폴리이미드 94%, 포토레지스트 92%를 일본에 기댔다.
  • 삼성은 요코하마 연구소, SK하이닉스는 미야기현 생산 거점 후보로 일본 소부장 생태계 안에 들어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시에 눈독 들인 곳은 어디인가

답은 일본이다. 삼성전자는 9월 8일 요코하마에 '어드밴스드 패키지 랩(APL)'을 열었다. 실제 공장처럼 장비를 돌리는 클린룸을 갖췄고, 개소식에는 도쿄일렉트론·이비덴 등 일본 소부장 업체 15곳이 왔다.

SK하이닉스는 한 걸음 더 나가 공장을 본다. 부지 후보로 미야기현이 거론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전력과 용수가 풍부한 곳이라면 어디든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역할이 갈린다. 삼성은 연구소로 소재를 먼저 들여다보고, SK는 생산 거점을 찾는다. 같은 나라를 두고 다른 문을 두드리는 모양새다.

삼성은 요코하마 APL에서 클린룸 장비를 돌리며 소재를 먼저 본다. 개소식에 일본 소부장 업체 15곳이 왔다
삼성은 요코하마 APL에서 클린룸 장비를 돌리며 소재를 먼저 본다. 개소식에 일본 소부장 업체 15곳이 왔다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의 20%는 어디에 적혀 있었나

1980년대 일본은 NEC·도시바·후지쓰·히타치를 앞세워 세계 반도체 시장의 80%를 쥐었다. 1986년엔 NEC가 텍사스인스트루먼트를 꺾고 1위에 올랐다.

그해 9월 2일 맺은 미·일 반도체 협정이 흐름을 꺾었다. 흔히 '미국이 일본 시장 20%를 강제했다'고 기억하지만, 그 숫자는 협정 본문에 없다.

20%는 비밀 부속서한에 있었다. 일본 정부는 외국계 반도체 판매가 5년 안에 일본 시장의 20% 남짓으로 늘어난다는 미국 업계의 '기대'를 인정한다고만 적었다.

모호하게 적힌 숫자는 결국 현실이 됐다. 외국 업체 점유율은 1992년 말 20.2%에 닿았다. 강제 조항이 아니라 압박으로 맞춘 목표였다.

1986년 미·일 협정 뒤 한국 D램 점유율은 약 5%에서 40%로 올라 1998년 일본을 추월했다
1986년 미·일 협정 뒤 한국 D램 점유율은 약 5%에서 40%로 올라 1998년 일본을 추월했다

일본이 흔들린 틈에 한국은 얼마나 컸나

협정은 일본 업체가 제3국에 싸게 파는 것도 감시했다. 가격 하한이 생긴 셈이다. 1988년 GATT 패널은 이 감시가 GATT 11조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한국 업체는 반덤핑 조치 대상이 아니었다. 일본이 가격을 못 내리는 동안 삼성전자·현대반도체는 가격과 생산능력으로 빈자리를 파고들었다.

1992년 삼성전자가 D램 세계 1위에 올랐다. 한국 D램 점유율은 약 5%에서 40%로 올라 1998년 일본을 추월했고, 일본은 1987년 75%에서 2001년 20%로 내려왔다.

한국 반도체의 출발점에는 남의 협정이 만든 틈이 있었다.

20%는 협정 본문에 없고 비밀 부속서한에 있었다
20%는 협정 본문에 없고 비밀 부속서한에 있었다

2019년 소재 94%에 묶였던 경험이 무엇을 바꿨나

일본은 메모리 경쟁에서 밀렸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도시바·히타치 양산 라인에서 수율을 익힌 신에츠화학·도쿄일렉트론·디스코가 소재와 장비를 쥐었다. 디스코는 웨이퍼 절단에서 세계 80%를 차지한다.

그 힘이 한국을 겨눈 게 2019년 7월이다. 일본은 소재 3종의 대한국 수출관리를 조였다.

당시 한국은 불화폴리이미드 94%, 포토레지스트 92%, 불화수소 44%를 일본에서 들여왔다. 세계 1위 메모리 회사들이 소재 몇 가지에 목이 잡혀 있었다.

분쟁은 2023년 3월 23일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로 되돌리며 끝났다. 공급망 밖에 서 있으면 언제든 잠길 수 있다는 교훈이 남았다.

SK하이닉스의 미야기현 팹 투자 공식 발표 여부와 규모가 확인 지점이다
SK하이닉스의 미야기현 팹 투자 공식 발표 여부와 규모가 확인 지점이다

요코하마와 미야기현을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

요코하마는 핵심 소부장 회사 본사가 몰린 도쿄 수도권과 1시간 이내 거리다. 일본 소재를 현지에서 평가하면 최대 2개월 걸리던 승인·수입 절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미야기현은 일본 정부가 반도체 재건 3대 축으로 키우는 도호쿠의 중심이다. 도쿄일렉트론의 식각 장비 자회사가 있고, 세계 2위 웨이퍼 업체 섬코가 가깝다.

전력과 물도 있다. 도호쿠는 남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곳이고, 오나가와 원전 2호기가 6월 상업 운전을 재개했다. 기타카미강 등 큰 강이 모여 유량이 풍부하다.

돈도 붙는다. 삼성은 5년간 400억엔을 투자하고 경제산업성 225억엔 보조가 거론된다. 공식 발표로 확정된 금액은 아니다.

한국은 일본의 약점에서 커서 강점 안으로 들어간다

세 장면을 이어 보면 방향이 보인다. 1986년 한국은 일본의 약점을 파고들어 컸다. 2019년에는 일본의 강점에 발목이 잡혔다. 2026년에는 그 강점의 한복판에 연구소와 공장을 짓는다.

중국 변수도 여기에 걸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기술 경쟁력을 갖춘 일본 소부장 기업을 인수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 사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공급망 안쪽에 먼저 자리를 잡으려는 계산으로 볼 수 있다.

두 회사 주주에게 걸린 것은 소재 조달이 빨라지고 보조금이 붙는 만큼 원가가 가벼워지느냐다. SK 부지는 아직 후보이고 삼성 보조금도 확정 전이라, 계약과 금액이 공식화되는 순간이 첫 확인 지점이다.

우리는 이번 일본행을 제휴가 아니라 보험으로 본다. 7년 전 잠길 뻔한 문 안쪽에 방을 얻는 것이다.

서학개미 기자 · 글로벌 시장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 투자 유의사항

이 글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일본 진출 배경을 설명하는 것으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부지·보조금·투자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실제 원가 효과가 달라질 수 있고, 한일 관계 변화가 공급망 판단을 바꿀 수 있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독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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