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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했다'를 우리말로 바꾸면 무엇이 달라지나

동학개미기자 0 15 0
'픽했다' '겟했다' '스틸했다'는 영어 동사에 우리말 '했다'를 붙인 말이다

'픽했다' '겟했다' '스틸했다'는 영어 동사에 우리말 '했다'를 붙인 말로, 방송 자막을 타고 일상으로 번지고 있다. 국립국어원 2025년 언어 의식 조사에서 57.3%가 외국어를 섞어 쓰는 사람이 많다고 답했다. 다수는 무덤덤하지만 열에 둘은 이를 과시로 읽는다.

뉴스 핵심

  • '픽했다'류 표현은 영어 동사에 '했다'를 붙인 조립식 말이라 빠르게 늘어난다.
  • 2025년 조사에서 57.3%가 외국어 혼용이 많다고 느꼈고, 19.8%는 과시로 받아들였다.
  • 대부분의 혼용 표현은 '고른' '구한' 같은 쉬운 우리말로 바꿔도 뜻이 더 또렷해진다.

'픽했다'는 영어일까 우리말일까

둘 다다. 영어 pick이라는 알맹이에 우리말 '했다'라는 손잡이를 달았다. 손잡이가 우리말이라 입에 쉽게 붙는다.

'겟했다'는 get, '스틸했다'는 steal에서 왔다. 틀은 똑같다. 영어 단어 하나만 갈아 끼우면 새 말이 계속 찍혀 나온다.

'리스트업'처럼 아예 영어 통째인 말도 자막에 함께 오른다. 조립식 말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른 이유가 여기 있다.

영어 pick이라는 알맹이에 우리말 '했다'라는 손잡이를 달았다
영어 pick이라는 알맹이에 우리말 '했다'라는 손잡이를 달았다

방송 자막은 왜 이런 말의 공장이 됐나

자막은 화면 위에 크게, 반복해서 뜬다. 한 번 뜬 표현은 시청자의 눈에 인쇄된다.

'킹받아' 같은 유행어도 같은 길을 탔다. 방송 자막과 젊은 세대의 대화 양쪽에서 자주 보인다.

자막이 재미를 더하는 장치인 건 맞다. 문제는 재미가 쌓이는 동안 뜻을 못 따라가는 사람이 조용히 빠져나간다는 데 있다.

2025년 국립국어원 조사에서 외국어를 섞어 쓰는 사람이 많다는 응답 57.3%
2025년 국립국어원 조사에서 외국어를 섞어 쓰는 사람이 많다는 응답 57.3%

국민 57.3%는 이미 알아챘다

국립국어원 2025년 언어 의식 조사에서 '외국어를 섞어 쓰는 사람이 많다'고 답한 비율은 57.3%였다.

'신조어나 유행어를 많이 쓴다'는 응답은 61.6%로 더 높았다. 외국어 혼용과 유행어는 한 몸처럼 움직인다.

절반 넘는 사람이 눈치챈 현상이다. 더는 일부 세대만의 말버릇으로 넘길 수 없다.

'픽한 메뉴'는 '고른 메뉴', '겟한 아이템'은 '구한 물건'으로 바꿀 수 있다
'픽한 메뉴'는 '고른 메뉴', '겟한 아이템'은 '구한 물건'으로 바꿀 수 있다

무덤덤 39.5%, 과시로 보는 19.8%는 무엇을 말하나

외국어를 많이 쓰는 사람을 두고 '별 느낌이 없다'는 답이 39.5%로 가장 많았다.

그런데 '잘난 척하는 느낌이 든다'는 답도 19.8%였다. 대략 다섯 명 중 한 명꼴이다.

말하는 사람은 친근함을 노렸는데 듣는 사람 일부는 거리감을 받는다. 같은 말이 상대에 따라 정반대 신호가 된다.

'고른 메뉴'로 바꾸면 무엇이 달라지나

뜻이 또렷해진다. '픽한 메뉴'는 '고른 메뉴'나 '선택한 메뉴'면 충분하다.

'겟한 아이템'은 '구한 물건'이 되고, '스틸한 장면'은 '시선을 사로잡은 장면'으로 풀 수 있다.

바꿔 놓고 보면 글자 수 차이도 크지 않다. 영어가 꼭 필요해서 들어간 자리가 생각보다 적다.

정확한 전달이 강점이라면 누가 지키나

국민은 국어의 가장 큰 특징으로 '뜻을 정확하게 표현한다'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는 "단어의 핵심 의미를 외국어로 바꾸는 순간 소통은 어긋나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불필요한 영어 사용은 새로움을 앞세운 과시로 비칠 뿐"이라고도 했다.

우리가 보는 핵심은 이렇다. 혼종어의 비용은 말하는 쪽이 아니라 못 알아듣는 쪽이 낸다.

화면 앞 누군가에게 자막 한 줄이 벽이 된다면, 그 벽을 허무는 일은 자막을 쓰는 쪽에서 시작하는 게 맞다.

동학개미 기자 · 생활 밀착형 시장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 투자 유의사항

이 글은 방송언어와 언어 습관을 다룬 생활 해설로, 특정 기업·종목·미디어 관련 투자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설문 수치는 조사 시점 기준이며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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