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전기차가 안방을 694대 차로 지킨다
이형일 부총리가 취임 5일 만에 연 첫 경제현안간담회의 전기차 의제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 보조금 구조에서 국산차 점유율이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왔다. 거론된 국내생산세액공제는 지원 대상을 국내에서 차를 만드는 회사로 좁히는 방안이며, 같이 오른 기금형 퇴직연금은 8년 가까이 국회에서 막혀 온 오래된 숙제다.
뉴스 핵심
- 국산 전기차 국내 점유율은 2022년 75%에서 2025년 57.2%로 내려왔고, 올해 8월 국산·수입 판매 격차는 694대까지 좁혀졌다.
- 국적 무관 보조금 구조가 중국산 가격경쟁력을 받쳐 왔고, 국내생산세액공제는 혜택을 국내 생산업체로 좁히는 방안이다.
- 세액공제 아이디어는 간담회 12일 전 문진석 의원이 먼저 공개 주장한 것이다.
- 기금형 퇴직연금은 2018년 무렵 법안 제출 이후 8년 가까이 국회에서 표류해 온 의제다.
첫 간담회 의제가 왜 하필 전기차였나
국산 전기차는 2022년만 해도 국내 시장의 75%를 쥐고 있었다. 2025년에는 57.2%까지 내려왔다. 3년 사이 약 18%p가 빠져나간 것이다.
속도는 올해 더 빨라졌다. 2026년 상반기 국산 점유율은 전년 63.9%에서 57.5%로 6.4%p 떨어졌고, 같은 기간 중국산은 26.8%에서 35.0%로 8.2%p 올랐다. 국산이 잃은 자리를 중국산이 거의 그대로 가져갔다.
9월 22일 취임한 이형일 부총리가 27일 첫 경제현안간담회에 전기차를 올린 것은 이 숫자들을 보면 자연스럽다. 취임 첫 주에 고른 의제는 이 정부 경제팀이 무엇을 가장 급한 불로 보는지 알려 주는 신호다.
694대 차이, 안방 우위는 얼마나 남았나
2026년 8월 한 달 동안 국산 전기차와 수입 전기차의 국내 판매 차이는 694대였다. 주차장 몇 개 분량의 차이로 '안방 시장'이 버티고 있는 셈이다.
역설은 국산차가 덜 팔린 게 아니라는 데 있다. 1~8월 누적 국산 전기차 판매는 15만3691대로 전년보다 75.7% 늘었다. 시장이 커지는 속도를 수입차, 그중에서도 중국산이 더 빨리 따라잡았다.
중국산 판매는 2만4940대에서 6만9513대로 2.8배 불었다. 국산이 잘 달리는데도 점유율이 밀린다는 것은 문제가 수요가 아니라 경쟁 조건에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보조금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었나
경쟁 조건의 핵심은 보조금이다. 정부는 생산국을 따지지 않고 전기차 보조금을 줘 왔다. 중국에서 싸게 만든 차도 한국에서 같은 보조금을 받는다.
보조금은 국고와 지자체 예산, 곧 세금에서 나간다. 원가가 낮은 차에 같은 금액이 붙으면 가격 차이는 더 벌어진다. 한국 납세자의 돈 일부가 중국 완성차의 국내 가격경쟁력을 받쳐 주는 구조였다.
중국에 안방 35%를 내줬는데 관세는 8%라는 업계의 불만도 같은 지점을 가리킨다. 문을 지키는 장치는 얇은데 들어오는 차에 얹어 주는 돈은 똑같았다.
국내생산세액공제, 누구의 아이디어였나
간담회에서는 국산 전기차의 가격과 브랜드 경쟁력을 따졌고, 국내생산세액공제 지원 의견이 나왔다. 한 정부 관계자는 "국산 전기차에 대한 국내생산세액공제 지원 의견 등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 방안은 새 구상이 아니다. 간담회 12일 전인 9월 15일,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내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세제 혜택을 주자는 주장을 이미 공개적으로 내놨다.
순서가 중요하다. 정부가 먼저 설계한 카드가 아니라 국회에서 먼저 나온 카드를 경제팀이 받아 든 것이다. 그렇다면 입법 과정에서 여야가 부딪칠 여지는 상대적으로 작아진다.
세액공제로 바뀌면 돈은 누구에게 가나
보조금은 차를 사는 사람에게 붙고, 생산 세액공제는 차를 만드는 회사에 붙는다. 지원이 세액공제로 옮겨 가면 혜택은 국내 공장을 가진 완성차업체, 곧 현대차·기아 같은 회사로 좁혀진다.
비용은 여전히 나라 곳간이 진다. 보조금 지출 대신 세수 감소라는 형태로 바뀔 뿐이다. 달라지는 것은 그 돈이 국경을 넘느냐 아니냐다.
완성차뿐 아니라 국내 배터리·부품 협력사도 이 흐름의 하류에 있다. 전기차 폐모터에서 연간 최대 15t의 희토류를 회수하겠다는 사업처럼, 정부가 국내 공급망 전체를 챙기는 방향과도 맞물린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왜 8년째 제자리였나
같은 자리에 오른 기금형 퇴직연금은 여러 사업장의 퇴직연금을 한 기금으로 모아 전문 운용기관이 굴리는 방식이다. 지금은 회사와 근로자가 금융회사와 따로 계약하는 계약형이다.
이 제도를 들이는 법안은 2018년 무렵 정부가 국회에 냈다. 2019년 9월에는 제출 후 1년 5개월이 지나도록 논의조차 못 했고, 고용노동소위에 넘어간 뒤 1년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8년 가까이 지난 2026년 1월에도 국회에서 퇴직연금 기금화 토론회가 다시 열렸다. 이번 간담회는 새 개혁안을 낸 자리가 아니라 오래 서랍에 있던 법안을 다시 꺼낸 자리다.
두 의제가 같은 테이블에 오른 의미
경제현안간담회는 부처 이견이 첨예하고 파급력이 큰 사안을 장관들과 청와대가 소규모로 모여 조율하겠다며 만든 협의체다. 이날도 기후에너지환경부·고용노동부·기획예산처 장관, 산업통상부 차관, 금융위원장, 청와대 경제성장수석이 앉았다.
전기차는 보조금과 세제, 산업과 환경이 엉켜 있다. 퇴직연금은 노동과 금융이 엉켜 있다. 두 의제 모두 한 부처가 혼자 풀 수 없어 오래 멈춰 있던 문제다.
그래서 이 첫 간담회는 '무엇을 하겠다'보다 '어디서 막혔는지 알고 있다'는 신호로 읽는 게 맞다. 전기차 세액공제는 국회에서 이미 나온 카드라 속도가 날 수 있고, 퇴직연금은 8년의 표류 이력이 말해 주듯 협의체 하나로 풀릴 만큼 가볍지 않다. 같은 테이블에 올랐어도 두 의제가 도착할 시점은 다를 것이다.
시황개미 기자 · 글로벌 통합 시황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 투자 유의사항이 글은 정책 논의 흐름을 설명한 것으로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국내생산세액공제와 기금형 퇴직연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입법 과정에서 내용이 바뀌거나 무산될 수 있어 완성차·부품사 실적 기대가 빗나갈 수 있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독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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