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플러스, 딸기는 직접 기르고 딸기 온실은 호주에 판다
그린플러스, 딸기는 직접 기르고 딸기 온실은 호주에 판다
그린플러스의 업다운 재배 시설에서는 딸기가 땅 대신 높은 재배 틀에서 자란다. 허공에 길게 걸린 재배 틀 위에 포기가 줄지어 앉아 있고, 그 틀이 필요할 때 오르내린다. 그린플러스(186230)는 이 높이를 바꾸는 업다운 재배 장치로 2018년 일본 특허를 받았다. 그리고 자회사 그린케이팜에서 딸기를 직접 길러 판다.
2024년 이 회사는 같은 장치를 넣은 딸기 온실을 바다 건너에 팔았다. 호주 퀸즐랜드주 투움바의 딸기 농장 퓨어그린팜과 9월에 5ha, 12월에 10ha 계약을 맺었다. 합치면 15ha, 5,800만 달러어치다. 업다운 재배 장치와 양액을 다시 쓰는 설비, 자동 수확 카트까지 온실 안에 들어간다.
그린플러스는 한국에서는 딸기를 기르고, 호주에서는 남이 딸기를 기를 집을 짓는다. 이 회사를 읽는 열쇠는 딸기보다 계약 상대에 있다. 직접 재배하면 작물을 팔고, 남의 온실을 지으면 시설을 판다. 같은 기술을 써도 받아야 할 돈과 감당할 위험은 달라진다.
2026년 9월 22일 그린플러스는 제4회 전환사채 10억원어치를 채권자의 조기상환 청구에 따라 취득하고 소각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이 회사를 다시 꺼낸 계기다. 채권 너머의 사업에는 알루미늄 공장과 딸기 하우스와 장어 수조가 이어져 있다.
온실의 뼈대도 자기 공장에서 뽑는다
그린플러스의 연혁에는 온실 납품과 금속 가공이 나란히 쌓여 있다. 1996년 그린정밀로 시작해 1997년 그린하우징이라는 이름으로 법인을 세웠고, 이듬해 구미원예공사에 첫 온실을 납품했다. 1999년에는 온실용 알루미늄 바를 등록했고, 2000년 일본 다이센과 연간 알루미늄 공급 계약을 맺었다. 2002년 압출 라인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알루미늄 덩어리를 원하는 단면으로 뽑아내는 공장이 회사 안에 생겼다. 지금 이름은 2005년에 얻었다.
이 공장이 온실 회사의 체질을 정했다. 온실에는 알루미늄 골조 부재와 창틀이 들어간다. 설계도에 맞는 부재를 남에게 주문하지 않고 자기 라인에서 뽑으니, 설계와 자재 제작과 시공이 한 회사 안에 들어온다. 온실 한 동을 팔면 공사 값과 자재 값이 같은 통장으로 들어온다.
알루미늄은 온실 밖으로도 팔린다. 건축용과 산업용 알루미늄 제품도 만들고, 올해는 방산 쪽 수주까지 붙었다. 그래서 그린플러스를 농업 회사라고만 부르면 절반만 맞다. 농가의 발주와 공장의 금속 수요가 함께 이 회사를 움직인다.
온실 회사가 농부가 됐다
온실을 짓는 회사가 온실 안으로 걸어 들어간 것이 이 회사의 가장 큰 선택이다. 그린케이팜은 딸기를 재배해 팔고, 방문객에게 수확 체험도 연다. 2019년 상장 때 회사는 이 농장을 새 기술과 작물 재배를 시험하는 자리로 쓴다고 밝혔다. 시설 공급자는 설비의 성능을 납품하지만, 직접 재배하는 자회사는 작물이 자라는 동안 생기는 비용까지 부담한다. 시험장도 딸기를 팔아 운영비를 감당해야 하는 농장이다.
딸기에서 멈추지도 않았다. 충남 당진의 그린피시팜은 2017년 9월 1차, 2018년 5월 2차 양식장을 열어 5,000평에 수조 224개를 갖췄다. 수조 하나에 평균 1만2,000마리, 한 해 270만 마리를 기를 수 있는 규모다. 물을 걸러 다시 쓰는 순환여과식이고, 회사는 온실 기술로 수온을 일정하게 유지한다고 설명한다. 2021년에는 도깨비장어라는 브랜드로 소비자 판매에 나섰고, 2024년 1월에는 1,653㎡ 규모 장어 가공공장을 세웠다.
딸기와 장어는 멀어 보이지만 이 회사 눈에는 같은 문제다. 온실이 파는 것은 결국 바깥 날씨와 상관없이 안쪽의 온도와 물을 맞추는 능력이고, 작물 뿌리 주변에 냉온수를 흘리는 근권부 냉난방이나 장어 수조의 수온 관리나 그 능력의 다른 얼굴이다.
딸기 재배와 장어 양식의 온도·물 관리 원리를 비교한 설명 그림입니다. 실제로 같은 시설이나 물 계통을 공유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대가는 돈의 모양이 바뀌는 것이다. 온실 시공에서는 계약한 시설을 완성해 대금을 받는 일이 중심이다. 직접 농사를 지으면 수확물을 팔아야 돈이 들어온다. 해마다 작황과 병해와 도매값을 새로 받아 들어야 하고, 가공공장을 세우면 유통과 재고까지 따라온다. 온실 회사가 농부가 되는 순간, 농부가 지던 위험이 연결 장부로 들어왔다.
호주 농장주는 온실을 사고 딸기 값은 스스로 진다
호주 계약은 그 위험을 반대편에 놓는다. 그린플러스는 2023년 호주 법인을 세웠고, 이 법인이 투움바의 퓨어그린팜과 계약했다. 2024년 9월 5ha에 1,900만 달러, 12월 10ha에 3,900만 달러다. 퓨어그린은 호주 대형 농산물 유통업체와 10년 동안 딸기를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맺어 두었다.
돈이 흐르는 길을 따라가면 역할이 갈린다. 딸기를 길러 파는 것은 퓨어그린이고, 그 딸기를 10년 동안 받아 가는 것은 유통업체다. 그린플러스가 받는 것은 온실 값이다. 한국에서 자회사가 떠안는 작황 위험은 호주 농장주에게 남고, 딸기의 판매는 농장주와 유통업체 사이의 거래가 된다. 같은 딸기 온실인데 그린플러스가 서 있는 자리가 정반대다.
그린플러스가 대신 떠안는 것은 공사의 시간이다. 회사는 자재를 배에 실을 때 첫 매출을 잡고, 현지에서 착공한 뒤에는 공정이 나아가는 만큼 매출을 더 잡는 순서로 일을 짰다. 자재를 먼저 사야 하니 돈이 먼저 나간다. 2025년 3월 150억원 규모 영구 전환사채를 찍은 이유도 스마트팜 구축용 원자재 매입 대금이었다.
온실 매출이 늘어도 농장 성적표는 따로다
2026년 상반기 실적은 시설 공급과 직접 운영을 구분해서 볼 이유를 보여 준다. 2026년 상반기 연결 매출은 696억원으로 45.1% 늘었고, 영업이익 14억원과 순이익 6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왔다. 늘어난 매출 가운데 스마트팜 시공이 약 150억원, 방산을 포함한 알루미늄이 약 50억원이다. 자회사 쪽 손실은 1년 전 약 23억원에서 약 15억원으로 줄었다. 줄었을 뿐 여전히 손실이다.
이 숫자에서 중요한 것은 매출 증가와 자회사 손실 감소가 서로 다른 움직임이라는 사실이다. 온실 주문이 늘면 설계와 자재 제작, 시공에 일감이 붙는다. 그린케이팜과 그린피시팜처럼 직접 재배·양식을 하는 사업에서는 팔 수 있는 작물을 생산하고 판매 대금을 받아야 한다. 좋은 온실을 만드는 능력과 농장을 이익 나게 운영하는 능력은 같은 성적표로 채점할 수 없다.
그래서 호주 계약의 핵심은 면적보다 그린플러스가 받기로 한 대금의 성격이다. 딸기 판매대금은 현지 농장주의 매출이고, 온실을 지은 대금은 그린플러스의 매출이다. 국내의 직접 재배와 호주의 시설 판매를 나눠 보면 이 회사가 어떤 위험을 품고 어떤 일에서 돈을 받는지가 드러난다.
같은 딸기가 열린다고 같은 사업은 아니다. 그린플러스가 호주에서 파는 것은 딸기가 자라는 기술과 공간이고, 그 안에서 수확할 딸기는 고객의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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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회사 연혁, 사업 소개, 스마트팜 기술 소개, 그린피시팜 소개, 상장 때 회사 설명(2019.07.19), 자회사 소개(2019.07.25), 도깨비장어 브랜드(2021.03.31), 장어 가공공장 준공(2024.01.31), 퓨어그린 계약과 공급 설비, 호주 10ha 수주(2024.12.13), 호주 착공 계획, 호주 매출 인식 순서(2025.04.02), 150억원 영구 전환사채(2025.03.17), 2026년 상반기 실적(2026.08.18), 제4회 전환사채 만기 전 취득 공시(2026.09.22). 공시 계기: 2026.09.22 전환사채 발행 후 만기 전 사채 취득.
작성 기준일 2026년 9월 28일. 사업 구조에 관한 필자의 해석을 포함합니다. 호주 계약 규모는 2024년 수주 당시 기준이며 현재 수주 잔고나 매출액이 아닙니다. 자회사 손실 수치는 자회사 전체 집계입니다.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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