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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 은행 앱을 짓던 회사가 브레이크 파이프 공장을 산다

서학개미기자 0 3 0

핑거, 은행 앱을 짓던 회사가 브레이크 파이프 공장을 산다

핑거(163730): 은행 앱 구축 회사가 로봇 기술과 배관 생산 현장을 함께 확보하려는 사업 전환 커버 — 핑거 은행 앱에서 파이프 공장으로

은행 앱을 열어 잔액을 보고 이체 버튼을 누르는 동안, 그 화면의 뼈대를 누가 지었는지 떠올리는 사람은 드물다. 신한은행 SOL과 하나은행 하나원큐 같은 앱에 플랫폼을 대 온 회사가 핑거(163730)다. 2010년 국내 첫 스마트폰 뱅킹을 지은 곳도 이 회사다.

자동차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브레이크액이 손가락보다 가는 금속관을 타고 바퀴까지 간다. 냉장고 뒤편에서 냉매가 도는 길도 그런 관이다. 이 관을 40년 넘게 국내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 온 회사가 세아FSI다.

두 회사를 한 지붕 아래 묶는 거래의 종결 예정일은 2026년 10월 30일이다. 핑거가 세아FSI와 홍콩 계열사 S&G홀딩스를 1,550억원에 사기로 했다. 이 거래의 급소는 공장의 쓰임이다. 핑거는 배관을 생산하는 현장에 인수한 로봇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은행 앱을 지어 주던 회사가 이제는 로봇 기술을 검증할 생산 현장까지 확보하려 한다.

9월 23일 핑거 이사회는 150억원어치 전환사채를 찍기로 했다. 이 돈은 핑거 금고에 머물지 않고, 인수를 맡은 특수목적회사 에프지투자2호의 주식을 사는 데 전부 들어간다.

은행 창구를 대신 지어 주던 25년

핑거는 2000년 12월에 세워졌다. 회사 이름은 Financial Manager에서 따왔다. 스마트폰이 막 들어온 2010년 국내 첫 스마트폰 뱅킹을 지었고, 그 뒤 신한·우리·국민·농협·하나 같은 은행과 2금융권의 비대면 창구를 지어 왔다. 2021년 코스닥에 올랐다.

돈 버는 방식은 단순하다. 금융사가 앱을 새로 만들거나 뜯어고칠 때 발주를 내면 핑거가 짓고, 다 지은 뒤에는 유지·보수를 맡는다. 2026년 1분기 매출의 68%가 이 플랫폼 부문에서 나왔다. 해외송금 앱과 마이데이터 앱 「모니」로 수수료를 받는 쪽을 넓혀 봤지만, 몸통은 여전히 남의 앱을 짓는 일이다.

이 사업의 약점은 이익이 얇다는 데 있다. 발주가 들어와야 매출이 생기고, 일이 늘면 사람도 그만큼 더 든다. 2025년 핑거는 매출 916억원을 올리고 영업이익 15억원을 남겼다. 1,000원어치 일을 해서 16원을 남긴 해다. 2026년 1분기에는 매출 205억원에 영업손실 3억원이었다. 은행 앱은 날마다 수백만 명이 여는 물건이지만, 그 창구의 주인은 은행이다. 지어 준 회사에 돌아오는 몫은 공사비다.

새 주인이 온 지 5개월, 로봇 회사와 파이프 공장

핑거(163730): 은행 앱 구축 회사가 로봇 기술과 배관 생산 현장을 함께 확보하려는 사업 전환 — 새 주인 다섯 달 도판

2026년 4월 핑거의 주인이 바뀌었다. 성호전자 창업자 집안의 박성재 사장이 지분을 100% 가진 서룡전자가 핑거 신주 300억원어치를 주당 1만1498원에 받고, 전환사채 385억원어치를 인수하기로 했다. 성호전자의 신주인수권부사채 200억원, 문페이코리아의 전환사채 110억원, 판토스홀딩스의 신주인수권부사채 100억원까지 합치면 1,100억원가량이다. 최대주주는 서룡전자로 바뀌었다.

그때 내건 계획은 금융 쪽이었다. 180개국에서 가상자산 결제망을 굴리는 문페이의 스테이블코인을 핑거의 클라우드 ERP에 붙여, 기업끼리 무역 대금을 주고받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8월에 방향이 꺾였다. 핑거는 2022년 세워진 미켈로로보틱스의 구주 50만 주를 160억원에 샀다. 로봇 팔이 도장, 샌딩, 폴리싱, 디버링처럼 물건 표면을 다듬는 일을 스스로 경로를 짜서 해내게 만드는 회사다. 박장준 대표를 비롯한 핵심 인력 3명은 20억원씩 모두 60억원을 핑거 신주에 다시 넣고 3년 동안 팔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9월 22일, 세아FSI와 S&G홀딩스 인수 결정이 나왔다. 은행 앱 회사가 5개월 사이에 로봇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하고 제조 현장 확보에 나섰다. 두 거래를 함께 봐야 이 선택이 이해된다. 기술을 사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기술이 실제 생산에 쓸 만한지 검증할 장소까지 사업 안으로 들이려 한다.

세아FSI는 브레이크액과 냉매가 지나는 길을 만든다

핑거(163730): 은행 앱 구축 회사가 로봇 기술과 배관 생산 현장을 함께 확보하려는 사업 전환 — 브레이크액과 냉매가 지나는 길 도판

세아FSI는 1979년에 출발한 금속 배관 회사다. 지름이 작은 강관, 업계에서 소구경 강관이라 부르는 관이 주력이다. 자동차 브레이크 유압 배관과 냉장고 같은 가전의 냉각 배관에서 40여 년 동안 국내 점유율 1위를 지켰고, 2025년 국내 자동차용 소구경강관 시장점유율은 59%였다.

관을 사 가는 이름을 보면 이 회사의 자리가 보인다. 현대차(005380)·기아(000270), 테슬라, BYD가 브레이크와 전기차 냉각에 쓰고,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다이킨이 가전 냉각에 쓴다. 6개국 24곳에서 만든다. 브레이크 배관은 새는 순간 사고가 되는 부품이다. 핑거가 시험하려는 기술은 전시장의 시연에서 끝날 수 없다. 고객에게 납품할 부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품질을 지켜야 한다.

원래는 세아그룹 회사였다. 2021년 사모펀드 어펄마캐피탈이 세아그룹의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는 자리에서 세아FSI와 S&G홀딩스, 세아에삽을 묶어 샀고, 이번에는 세아FSI와 S&G홀딩스 지분을 핑거 측에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 지금의 세아FSI 법인은 2024년 11월 물적분할로 새로 세워졌다.

핑거가 사려는 현장에는 이미 고객과 매출이 있다. 세아FSI의 2025년 매출은 취득 공시를 인용한 수치로 3,624억원, 순이익은 149억원이다. 철강관을 만드는 S&G홀딩스는 같은 해 매출 1,239억원에 순이익 55억원을 기록했다. 아무것도 없는 실험실에 생산라인을 새로 놓는 거래가 아니다. 주문받고 납품하는 사업에 로봇 실증이라는 역할을 추가하는 거래다.

1,550억원 가운데 핑거가 내는 돈은 429억원

핑거(163730): 은행 앱 구축 회사가 로봇 기술과 배관 생산 현장을 함께 확보하려는 사업 전환 — 1,550억원은 어디서 오나 도판

인수는 핑거가 직접 하지 않는다. 종속회사 에프지투자2호가 세아FSI를 1,278억원에, S&G홀딩스를 272억원에 산다. 에프지투자2호의 지갑은 세 갈래로 채운다. 핑거가 보통주로 429억원, 재무적 투자자가 상환과 보통주 전환 조건이 붙은 우선주로 약 200억원을 넣고, 인수금융 약 930억원은 사들일 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조달할 계획이다.

핑거 몫 429억원 가운데 150억원이 이번 전환사채에서 나온다. 표면이자와 만기이자는 모두 0%이고, 만기는 2029년 10월 1일이다. 2027년 10월부터 주당 1만1904원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고, 모두 바꾸면 126만80주, 지금 주식 수의 8.98%가 새로 생긴다. 증권사에 맡긴 펀드 14곳과 오렌지이앤씨(30억원), 개인 두 명이 사 간다.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바뀌기 전까지 빚이다. 인수금융 계획액 약 930억원은 거래대금 1,550억원의 약 60%에 해당한다. 핑거가 출자하는 몫의 일부도 전환사채로 마련한다. 이 거래의 부담은 인수 법인의 차입과 핑거의 자금 조달에 함께 걸려 있다. 그래서 공장의 기존 영업은 부수적인 사업으로 밀어둘 수 없다. 로봇 기술의 가능성을 사는 거래지만, 돈을 벌어 본 생산 현장을 사는 거래이기도 하다.

앱을 짓던 회사가 공장을 교실로 쓴다

핑거(163730): 은행 앱 구축 회사가 로봇 기술과 배관 생산 현장을 함께 확보하려는 사업 전환 — 공장을 로봇의 교실로 도판

핑거가 밝힌 계획은 이렇다. 미켈로로보틱스의 기술을 세아FSI의 실제 공정에 넣고, 거기서 나오는 공정 데이터로 로봇 AI를 학습시키고, 그렇게 쌓은 실증 사례를 들고 피지컬 AI 사업을 팔겠다는 것이다. 자동차·조선·방산 공장으로 넓히겠다는 말도 붙였다.

이 선택에서 중요한 자산은 공정 데이터다. 로봇이 물건 표면을 다듬는 동작을 보여 주는 것과 고객이 주문한 부품을 계속 만들어 내는 것은 서로 다른 시험이다. 핑거는 기술을 보유한 미켈로로보틱스와 그 기술을 적용할 생산 현장을 함께 묶으려 한다. 성공한다면 다음 고객에게 내밀 상품에는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실제 생산에서 검증한 사례가 붙는다.

그 교실에는 이미 납품할 제품이 있다. 세아FSI는 자동차와 가전 고객에게 배관을 공급한다. 실증을 위해 기존 생산의 품질과 납기를 희생한다면 공장을 함께 사들이는 선택의 장점도 사라진다. 이 사업의 어려운 시험은 로봇 한 대의 동작이 아니다. 기존 고객의 주문을 수행하면서 자동화 기술의 실적을 쌓는 일이다.

핑거가 25년 동안 한 일은 은행이라는 남의 집에 창구를 지어 주는 것이었다. 앱이 아무리 많이 열려도 그 창구는 은행 것이었다. 이번에는 자기 쪽이 보유할 생산 현장에 기술을 적용하려 한다.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는 회사에서 소프트웨어가 일하는 장소까지 운영하는 회사로 역할이 넓어진다.

은행 앱에서는 고객의 이체가 끝나면 화면을 닫을 수 있었다. 공장을 로봇의 교실로 삼으려는 핑거에게는, 수업이 끝나기 전에도 출하해야 할 브레이크 관이 있다.

자료: 제9회 전환사채 발행 결정(2026.09.23 이사회), 핑거 최근 공시 목록, 사업 구성·2025년 실적·2026년 1분기 실적, 설립·2010년 첫 스마트뱅킹·상장 전 매출 구성, SOL·하나원큐 플랫폼, 사명의 뜻, 서룡전자 인수 구조(2026.04.23), 최대주주 변경(2026.04.22), 문페이 참여와 스테이블코인 결제 계획, 미켈로로보틱스 인수(2026.08.07), 세아FSI·S&G홀딩스 취득 결정과 실적(2026.09.22), 인수 자금 구조·시장 점유율, 세아FSI 연혁·고객, 배관 40여 년 1위·어펄마 인수 이력, 어펄마 매각 구조. 공시 계기: 주요사항보고서(전환사채권발행결정).

작성 기준일 2026년 9월 29일. 사업 구조에 관한 필자의 해석을 포함합니다. 세아FSI·S&G홀딩스 취득은 2026년 10월 30일 예정으로 거래가 끝나기 전입니다. 인수 자금 구성과 피지컬 AI 실증은 회사가 밝힌 계획 기준이며, 전환사채 조건은 2026년 9월 23일 이사회 결의 기준입니다. 조달 계획의 약 200억원·약 930억원은 근사치이며 출자액 429억원과의 합계를 거래대금의 정확한 분해로 제시하지 않습니다. 인수금융을 세아FSI의 직접 채무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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