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안 "모든 호황기 뒤엔 반드시 조정기"… AI 버블 꺼지면 급매 펀드 지분을 산다
세계 최대 세컨더리 운용사 아디안의 슈미츠 총괄사장은 일부 AI 기업이 지나친 부채로 증설하고 있어 닷컴버블 때 같은 줄도산이 올 수 있다고 봤다. 닷컴 때도 광케이블이라는 기술은 살아남았고 빚으로 망을 지은 회사가 무너졌다. 그리고 그런 조정기에 급매로 나온 펀드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 아디안의 본업이다.
뉴스 핵심
- 닷컴 때 광케이블 기술은 살아남았고 빚으로 망을 지은 글로벌크로싱은 부채 124억달러로 파산했다.
- 아디안은 AI 병목을 에너지로 보고 데이터센터·발전설비에 투자해 왔다.
- 세컨더리 운용사인 아디안은 조정기에 급매로 나온 펀드 지분을 사는 구조라 경고 자체가 자사 성장 시나리오와 겹친다.
아디안 슈미츠는 AI 버블을 어떻게 봤나
슈미츠 총괄사장의 말은 AI 비관론이 아니다. 그는 AI가 전기와 인터넷 발명에 버금가게 산업 전체를 바꿀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같은 인터뷰에서 "모든 호황기 뒤엔 반드시 조정기가 온다"고 못박았다. 일부 AI 기업이 과도하게 증설하고 지나친 부채를 끌어다 쓴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기술의 미래와 회사의 생존을 따로 떼어 본 것이다. 이 글은 그 분리가 왜 맞는지, 그리고 누가 그 말을 했는지를 차례로 따라간다.
닷컴버블 광케이블은 무엇을 남기고 누구를 죽였나
슈미츠가 말한 2000~2001년 줄도산의 한복판에는 광케이블이 있었다. 1996~2001년 미국 통신사들은 인터넷 트래픽이 폭증한다는 전망을 믿고 5000억달러 이상의 채권을 찍어 망을 깔았다.
그 전망의 근거는 '트래픽이 100일마다 2배'라는 통계였다. 실제 증가율은 연 100% 수준이었다.
글로벌크로싱은 해저 광케이블에 75억달러 이상을 넣었다. 수요가 따라오지 않자 런던과 뉴욕을 잇는 회선 임차비가 1년 만에 3만달러에서 5000달러로 떨어졌고, 회사는 2002년 1월 28일 부채 124억달러를 안고 파산했다.
장비를 대던 코닝의 주가는 2000년 113달러에서 2002년 1달러가 됐다.
그런데 바다 밑 케이블은 그대로 남았다. 그 망이 이후 초고속 인터넷 요금을 끌어내렸다. 기술은 옳았고, 빚으로 그 기술을 지은 회사가 죽었다.
오늘의 AI 투자는 닷컴 지도 어디에 겹치나
이 비교는 이미 시장에 나와 있다. 아마존·MS·구글·메타가 당시 통신사 자리에, 엔비디아가 시스코·루슨트 같은 통신장비사 자리에, 반도체와 전력설비가 광케이블 자리에 선다는 구도다.
이 지도로 보면 위험은 기술의 성패보다 대차대조표에 있다. 수요 전망이 한 번 빗나갈 때 빚이 많은 쪽부터 버티지 못한다는 것이 닷컴의 교훈이다.
슈미츠가 반도체에 신중하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반도체가 대규모 설비투자와 폭발적 성장 뒤에 반드시 다운사이클을 겪어 왔다고 짚었다.
아디안이 전력·데이터센터에 4조4000억원을 건 이유
슈미츠는 공급 부족에 따른 병목이 반도체보다 에너지에서 훨씬 심각하다고 봤다. AI 시대 투자 성패가 에너지에 달렸다는 것이다.
말만 한 게 아니다. 아디안은 2023년 북유럽 데이터센터 기업 베른을 인수한 뒤 4조4000억원을 들여 아이슬란드에 데이터센터를 지었다.
아일랜드 발전회사 에너지아를 사들여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대고, 11기가와트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도 확보했다. 뉴욕시 여름철 피크 전력을 감당할 수준이라고 슈미츠는 설명했다.
닷컴 지도에 대면 아디안은 광케이블 쪽, 곧 거품이 꺼져도 남는 인프라에 서 있다.
거품이 꺼지면 왜 아디안이 돈을 버나
아디안은 운용자산 2000억달러(약 272조원)의 세계 최대 세컨더리 운용사다. 연기금이 가진 사모펀드 지분을 만기 전에 사서 되팔아 수익을 낸다.
세컨더리는 누군가 급하게 현금이 필요할 때 커진다. 팔려는 쪽이 할인을 감수하고, 살 자본을 쥔 쪽이 그 할인을 가져간다.
시장은 이미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1210억달러가 거래됐고 연간 약 2500억달러가 전망된다. 슈미츠는 올해 거래액이 처음 30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봤다. 사모펀드 매물이 소화되지 않아 수요가 급증했다는 설명도 붙였다.
그러니 이 인터뷰는 거품이 꺼질 때 가장 잘 버는 회사의 대표가 거품이 꺼진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경고가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AI 펀드 지분이 급매로 쏟아지는 날, 가장 먼저 장바구니를 드는 곳이 어디일지는 분명해 보인다.
한국 연기금 13조5000억원은 어디로 흐르나
아디안은 국내 대형 연기금과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 60여 곳에서 100억달러(약 13조5000억원)를 약정받아 운용한다.
지금까지는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프리미어파트너스 같은 국내 PEF를 거쳐 간접 투자했다. 앞으로는 직접 투자도 하겠다고 했다.
그가 꼽은 국내 투자처는 AI가 아니라 첨단 정밀 제조, 헬스케어, 식품 밸류체인의 중소·중견기업이다.
이 자금의 뿌리는 연금과 보험료다. 어느 기관이 얼마를 맡겼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아디안이 조정기의 승자가 되면 그 수익 일부는 한국 가입자 쪽으로도 돌아오는 구조다.
아디안은 원래 보험사 안에서 태어났다
아디안은 1996년 AXA 보험그룹 안의 사모투자 조직으로 출발했다. 2013년 9월 30일 직원들이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분사했다.
AXA는 분사 뒤에도 지분 23%를 남겼고, 향후 5년간 48억유로를 아디안 펀드에 넣기로 했다.
보험사의 돈은 서두르지 않는다. 그 체질이 아디안을 남의 급매를 기다리는 회사로 만들었다.
닷컴이 남긴 답은 빚을 진 쪽이 아니라 기다릴 수 있는 쪽이 인프라를 가져갔다는 것이다. 슈미츠의 경고는 그 답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한 말이다.
서학개미 기자 · 글로벌 시장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이 글은 특정 AI 종목이나 펀드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버블 조정의 시점과 폭은 누구도 확정할 수 없고 과거 닷컴 전례가 그대로 반복된다는 보장도 없으니, 투자 판단과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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