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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전자, 27억원에 되산 사채로 658억원을 치렀다… 콘덴서 회사가 AI 장비사를 산 돈

서학개미기자 0 4 0

성호전자, 27억원에 되산 사채로 658억원을 치렀다… 콘덴서 회사가 AI 장비사를 산 돈

성호전자 커버 — 성호전자, 주가로 치른 인수 대금

브라운관 TV 안에는 전기가 출렁일 때 잠깐 받아 두었다가 고르게 내보내는 부품이 들어 있었다. 필름 콘덴서다. 성호전자(043260)는 1973년 진영전자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뒤 50년 넘게 이 부품과 가전용 전원장치를 만들어 왔다. 2000년 매출이 110억원이었고, 지난해 매출은 2,349억원, 영업이익은 84억원이었다.

지난해 12월 이 회사가 2,800억원짜리 회사를 사겠다고 나섰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광통신 부품을 조립하는 장비를 만들고, 매출의 90% 이상을 엔비디아 자회사에 파는 에이디에스테크(ADS테크)다. 12월 5일 2,970원이던 성호전자 주가는 석 달 뒤 5만9,600원까지 올랐다.

이 인수에서 가장 큰 일을 한 화폐는 콘덴서로 번 돈이 아니다. 성호전자 자신의 주가다. 1년 전 되사서 금고에 넣어 둔 사채 27억원어치가 올해 4월 658억원으로 쳐져 인수 대금 자리에 들어갔다. 주가를 화폐로 쓴 회사는 주가가 내려갈 때 그 화폐가 줄어드는 것도 함께 겪는다. 10월 6일 성호전자는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결정 보고서의 첨부 서류를 고쳐 다시 냈다. 이 회사의 사채 공시는 올해 내내 이어지고 있다.

직원 1,300명을 110명으로 줄인 콘덴서 공장

성호전자 — 콘덴서와 전원장치가 본업 도판

성호전자는 1980~1990년대 브라운관 TV와 조명에 들어가는 필름 콘덴서로 이름을 알렸다. 2001년 코스닥 상장을 앞둔 무렵 이 회사는 28년 동안 필름 콘덴서만 만들었고,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 같은 가전 회사에 부품을 대며 매출의 60%를 수출했다. 콘덴서 필름을 감는 권취기, 글자를 찍는 마킹기 같은 제조 장비를 직접 만들어 자동화율을 90% 넘게 끌어올렸고, 그 과정에서 직원은 1,300명에서 110명이 됐다. 중국 주해에는 합작 공장을 세웠다. 2000년 매출 110억원에 순이익 13억원. 작지만 남기는 부품 회사였다.

그 뒤 무게는 전원장치로 옮겨 갔다. 벽에서 들어온 전기를 기기가 쓰는 전압으로 바꾸는 장치다. 2024년 매출은 전원장치 54%, 콘덴서 15%, 콘덴서용 증착필름 3%, 부동산 분양 수익 22%, 기타 6%로 짜였다. 콘덴서는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인버터에 단독으로 들어갔고 플레이스테이션5에도 실렸다. 공장은 중국 위해·주해와 베트남 하노이에 있다.

지난해 성호전자는 2,349억원어치를 팔아 84억원을 남겼다. 100원어치를 팔면 3.6원이 남는다. 2019년에는 영업이익이 1억원, 2020년에는 30억원 영업손실이었다. 이 본업으로는 2,800억원을 모을 수 없다. 지난해 영업이익을 한 푼도 쓰지 않고 33년을 모아야 닿는 돈이다.

엔비디아에 장비를 대는 회사를 2,800억원에 샀다

성호전자 — 빛의 길을 맞추는 장비 도판

에이디에스테크는 2000년에 세워졌다. 데이터센터의 서버들은 빛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데, 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꾸고 다시 전기로 되돌리는 부품이 광 트랜시버다. 그 안의 칩과 렌즈와 광섬유가 나노미터 단위로 맞아야 빛이 새지 않는다. 에이디에스테크는 이 셋을 맞추는 정렬 장비를 만든다. 지난해 매출의 90% 이상이 엔비디아(NVIDIA, NVDA)의 네트워크 자회사 멜라녹스에서 나왔다.

숫자는 한 해 만에 달라졌다. 2023년 매출 95억원에 영업이익 1억원이 안 되던 회사가 2024년에 매출 635억원, 영업이익 250억원대를 냈다. 2025년에는 9월까지 매출 456억원, 영업이익 209억원이었다. 이 회사가 9개월 동안 번 영업이익이 성호전자가 지난해 1년 동안 번 84억원의 두 배를 넘는다. 이익으로 보면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산 거래다.

성호전자는 지분 87.5%를 2,800억원에 샀다. 인수용 특수목적회사 어매이징홀딩스를 세우고 그 위에 돈을 쌓았다. 산업은행이 주선한 인수금융이 약 1,500억원이다. 판 사람들은 판 값의 일부를 다시 넣었다. 상환전환우선주 300억원과 연 15% 수익을 보장받는 투자금 340억원, 모두 640억원이다. 성호전자가 직접 낸 700억원도 회사 금고에서 나오지 않았다. 1월 7일 새로 찍은 전환사채 500억원과 신주인수권부사채 300억원에서 나왔다. 두 사채 모두 주당 2,895원에 주식으로 바뀔 수 있고, 다 바뀌면 2,763만 주가 새로 생긴다. 당시 주식 수의 39%다.

성호전자가 내놓은 것은 콘덴서로 번 현금이 아니라 앞으로 생길 주식이었다. 그리고 이 거래에서 가장 값이 많이 나간 종이는 1월에 찍은 사채가 아니었다.

1년 전 되산 사채 27억원어치가 658억원이 됐다

성호전자 — 되산 사채가 인수 대금이 됐다 도판

2024년 10월 2일 성호전자는 110억원어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냈다. 이자는 0%였다. 사채를 가진 사람은 성호전자 새 주식을 주당 1,659원에 살 권리를 함께 받았다. 다 쓰면 663만500주가 생긴다. 발행 한 달 전 주가는 1,538원이었다. 주가가 1,659원 아래에 있으면 이 권리는 쓸 데가 없다.

조건에는 회사가 이 사채를 전부 되살 수 있는 권리가 붙어 있었다. 1년 뒤인 2025년 10월 2일, 성호전자는 그 권리를 써서 110억원어치를 모두 되샀다. 신주인수권은 그날부터 2026년 9월 2일까지 쓸 수 있었다. 회사가 자기 주식을 1,659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1년 가까이 쥐고 있게 된 것이다. 두 달 뒤 에이디에스테크 인수가 나왔고 주가는 스무 배가 됐다.

올해 4월 15일 성호전자는 어매이징홀딩스 종류주식 32만 주를 657억9,589만원에 사들여 이 특수목적회사를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수호에쿠이티, 제니스글로벌파트너스, 성일글로벌이 가진 주식이었다. 대금은 현금으로 나가지 않았다. 성호전자는 금고에 있던 그 사채 가운데 권면 26억5,584만원어치를 이들에게 넘기고 값을 맞바꿨다. 되사는 데 들인 돈은 27억원 남짓이었다. 주식을 5만원 가까이 하는 시장에서 1,659원에 받을 권리라서 658억원이 됐다.

같은 종이는 다음 거래에도 나왔다. 6월 에이디에스테크는 반도체 칩을 집어 검사 장비에 넣고 양품과 불량품을 가르는 핸들러 회사 인티맥스의 지분 87.77%를 595억원에 사기로 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000660), 마이크론(Micron, MU)이 쓰는 장비다. 성호전자는 1차 대금을 마련하려고 같은 사채 권면 약 10억5,000만원어치를 약 279억원에 팔았다. 7월 10일에는 권면 4억4,382만원어치를 브이디에스에 50억원에 넘겼다. 6월에는 주당 1,150원에 주식으로 바뀌는 17회차 전환사채 50억원어치를 원금과 이자 52억원에 되샀다. 주가 4만5,550원을 기준으로 하면 그 안에 든 값이 2,000억원 가까이 됐다.

지난해 성호전자의 순이익은 948억원이었다. 영업이익 84억원의 열 배가 넘는다. 회사는 연결 범위 확대와 함께 파생상품평가이익 같은 일회성 영업외수익을 이유로 들었다.

658억원은 어디서 왔나. 이 종이를 받은 사람이 권리를 쓰면 성호전자는 시장에서 수만 원 하는 주식을 1,659원에 새로 찍어 준다. 그 대가로 성호전자는 어매이징홀딩스 주식을 받았고, 권리가 쓰여 새 주식이 늘어나는 만큼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엷어진다. 성호전자는 콘덴서와 전원장치를 1년 팔아 남긴 84억원의 8배 가까운 값을, 1년 전 되사 둔 종이 몇 장으로 치렀다. 이 회사의 인수 자금줄은 공장이 아니라 주가였다.

주가가 화폐면 주가가 빠질 때 지갑도 준다

성호전자 — 주가가 내려도 빚은 남는다 도판

화폐의 값은 3월에 꼭대기를 찍었다. 5만9,600원이던 주가는 6월 한 달에만 54.51% 빠져 6월 26일 2만6,250원이 됐고, 9월 1일에는 1만6,980원이었다. 인티맥스 1차 대금을 마련할 때 성호전자 사채는 주당 4만4,000원대로 계산됐다. 2차 대금 316억원도 같은 사채를 팔아 마련할 계획이었는데, 7월 초 주가는 이미 3만원 아래였다. 한 달이 안 돼 같은 종이의 값이 30% 넘게 줄었다.

빚은 주가와 함께 줄지 않는다. 올해 1분기 말 성호전자의 1년 안에 갚을 차입금은 2,621억원, 현금은 1,020억원이었다. 8월 31일에는 기존 빚을 갚겠다며 전환사채 130억원을 또 냈다. 이번 전환가는 1만7,192원이다. 신한투자증권이 30억원, 두성테크가 100억원을 샀고, 최대주주 서룡전자와 박성재 대표가 그중 52억원어치를 되살 권리를 가졌다.

지배주주의 지갑도 같은 주가에 묶여 있다. 서룡전자는 창업주 박현남 회장의 장남 박성재 대표가 2017년 11월에 세워 지분 100%를 가진 회사이고, 성호전자의 최대주주다. 지난해 말 자본 2,264억원 가운데 2,232억원이 성호전자 지분의 평가액이었다. 1년 안에 만기가 오는 유동부채 597억원에 유동자산은 228억원. 서룡전자는 성호전자 주식을 맡기고 최대 3,000억원을 빌리는 약정을 맺었고, 가진 성호전자 주식의 99% 넘게 담보로 잡혀 있었다. 이 회사는 4월 핀테크 회사 핑거(163730)를 사는 데 유상증자와 전환사채로 685억원을 넣었고, 성호전자도 핑거 신주인수권부사채 200억원을 샀다. 7월 서룡전자는 담보대출 가운데 1,350억원을 다섯 번에 걸쳐 먼저 갚았다. 남은 대출은 1,650억원이다.

9월 2일, 2024년 신주인수권부사채의 권리 행사 기간이 끝나는 날 성호전자는 남은 권면 34억8,000만원어치를 소각했다. 권리를 다 쓰면 210만1,467주가 생기고 전날 종가로 357억원어치였다. 회사는 앞으로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물량을 줄여 주주가치를 높이려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4월에 658억원으로 쳐진 종이의 마지막 몫은 인수 대금이 되지 않고 사라졌다.

콘덴서는 담아 둔 만큼만 내보낸다

성호전자는 3월 주주총회에서 사채를 찍을 수 있는 한도를 2조원까지 늘렸다. 박성재 대표는 4월에 1년 사이 인수 7건을 마쳤다고 말했고, 5년 뒤 매출 4조원에 영업이익 1조원을 내는 회사를 목표로 내걸었다. 그 무렵 시가총액은 3조7,000억원대였다. 10월 6일의 신주인수권부사채 정정 공시는 그 목표로 가는 길이 여전히 사채 위에 놓여 있다는 기록이다.

이 회사를 이렇게 읽어야 한다. 성호전자의 급소는 에이디에스테크의 기술이 아니라 인수 대금의 화폐다. 장비 주문은 멜라녹스가 정하고, 사채의 값은 주가가 정한다. 1년 동안 주가는 성호전자에게 인수 대금을 대 줬고, 지금은 같은 주가가 빚을 갚을 돈을 얼마나 모을 수 있는지와 담보의 부담을 가른다.

콘덴서는 전기가 남을 때 받아 두었다가 모자랄 때 내보낸다. 담아 둔 것보다 많이 내보낼 수는 없다. 성호전자는 주가가 넘칠 때 그 값을 1,659원짜리 권리에 담아 두었다가 인수 대금으로 내보냈다. 50년 동안 남의 기계에서 전기의 출렁임을 다듬는 부품을 판 회사가, 이제 자기 장부의 출렁임을 다듬어야 한다.

함께 읽기: 핑거, 은행 앱을 짓던 회사가 브레이크 파이프 공장을 산다

자료: 코스닥을 향해 뛴다 — 성호전자(2001.07), 성호전자 승계와 서룡전자, 2024년 사업 구성과 PS5(2024.09.09), 한화솔루션 인버터용 콘덴서와 2023년 실적, 2025년 실적(2026.02.26), 14회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2024.09), 에이디에스테크 인수와 18·19회 사채(2025.12.09), 에이디에스테크 사업과 실적, 에이디에스테크 인수 구조(2026.03), 매도자 재투자 구조(2025.12.22), 27억이 658억으로(2026.04.17), 어매이징홀딩스 주식 양수 결정(2026.04.15), 17회 전환사채와 인티맥스(2026.06.12), 인티맥스 인수(2026.06.12), 인티맥스 대금과 주가(2026.07.02), 14회 사채 재매각(2026.07.10), 주가 하락과 자금 조달(2026.07.01), 1분기 차입금과 현금(2026.08.04), 전환사채 130억원 발행 결정(2026.08.31), 14회 사채 소각과 서룡전자 대출 상환(2026.09.01), 서룡전자 재무와 핑거 인수(2026.04.23), 박성재 대표 인터뷰(2026.04.16), 사채 발행 한도 확대. 공시 계기: 2026.10.06 [첨부정정] 주요사항보고서(신주인수권부사채권발행결정).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6일. 수치는 공시 요약과 보도에 나온 값입니다. 14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 행사가는 보도에 따라 1,659원과 1,696원으로 엇갈리며 본문은 발행 당시 보도와 소각 공시 보도의 1,659원을 따랐습니다. 에이디에스테크 2024년 영업이익은 252억원·255억원으로 보도돼 250억원대로 적었습니다. 33년·8배는 본문 수치로 한 필자의 계산입니다. 사업과 자금 구조에 관한 필자의 해석을 포함합니다.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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