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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광주 선착공 약속, 전력·용수는 건너뛰어도 군공항 이전은 못 건너뛴다

서학개미기자 0 7 0
최태원 회장이 10월 9일 전력·용수가 늦어도 먼저 공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0월 9일 광주 군공항 부지에서 전력·용수가 늦어도 공사를 먼저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쪽 의지는 분명해졌지만, 그 땅을 비워 줄 군공항 이전비 8조6천억원의 재원 구조는 반도체 산단 전환으로 오히려 흔들리고 있다. SK하이닉스의 2030년 첫 양산 일정은 기업의 달력과 부지의 달력을 나눠 봐야 읽힌다.

뉴스 핵심

  • 최태원 회장은 전력·용수가 늦어도 선착공하고, 필요하면 용인과 광주를 병행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 광주 군공항 부지는 국유지·평탄화 덕분에 반도체 국가산단 후보지로 뽑혔다.
  • 반도체 산단 전환으로 종전부지 가치가 낮아져 군공항 이전 재원이 흔들리고, 정부는 국비 보완형을 검토 중이다.

최태원은 왜 '전력·용수보다 공사가 먼저'라고 했나

답은 우려의 내용에 있다. 시장 일부에서는 SK가 용인 클러스터를 다 지은 뒤에야 광주에 손을 댈 것이라고 봤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광주 사업이 길게 밀릴 수 있다는 의심이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0월 9일 오후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SK하이닉스 경영진과 광주 서구 군공항 부지를 걸었다. 팹이 들어설 자리는 군공항 안 탄약고가 옮겨 갈 예정인 땅이다.

그는 "용수와 전력이 늦는다고 하더라도 타이밍을 빨리 맞출 수만 있으면 먼저 공사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기반시설을 기다리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순서 문제에도 답했다. 최 회장은 용인 완공 시점을 12년 앞당겼지만 그것도 부족하다며, 필요하면 용인과 광주를 병행해 짓겠다고 했다. 광주 팹 규모는 용인의 3분의 2 정도로 잡고 있다.

"땅이 더 있고 수요가 더 있다면 이쪽이 더 커질 것도 충분히 예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태원 회장은 10월 9일 전력·용수가 늦어도 타이밍만 맞으면 먼저 공사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10월 9일 전력·용수가 늦어도 타이밍만 맞으면 먼저 공사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군공항 부지가 반도체 땅으로 뽑힌 이유는 국유지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7월 29일 산업입지정책심의회를 거쳐 군공항 일대 약 250만평을 호남권 반도체 국가산단 후보지로 정했다.

선택의 핵심 근거는 두 가지였다. 국유지라 토지보상이 필요 없고, 활주로 덕분에 이미 평탄화가 돼 있어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력망이나 용수 사정이 가장 좋아서 고른 땅이 아니다. 보상 협상과 땅 고르기라는 두 단계를 건너뛸 수 있는 땅이었다. 최 회장이 이날 전력·용수부터 점검한 것도 이 순서와 맞물린다.

속도를 사려고 고른 땅인데, 그 속도에는 조건이 붙는다. 군공항이 실제로 비켜 줘야 한다.

반도체 산단 지정으로 광주 종전부지 가치는 기존 추정의 1/3~1/2 수준으로 낮아졌다
반도체 산단 지정으로 광주 종전부지 가치는 기존 추정의 1/3~1/2 수준으로 낮아졌다

군공항 이전 비용 8조6천억원은 누가 대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쓰겠다는 800조원은 기업 돈이다. 그 땅을 비우는 비용은 별개 계산서다. 신공항 건설과 종전부지 개발을 합친 광주 군공항 이전사업은 8조6천억원 규모이고, 손실은 최소 5조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한국의 군공항 이전은 기부대양여 방식을 쓴다. 지자체가 새 공항을 먼저 지어 국방부에 기부하고, 대가로 옛 공항 땅을 넘겨받는다.

쉽게 말해 헌 집을 팔아 새 집 공사비를 대는 구조다. 광주는 무안에 새 공항을 짓고, 비워진 옛 부지를 상업·주거용으로 개발해 번 돈으로 이전비를 메울 계획이었다.

그 헌 집이 지금 반도체 산단으로 지정된 바로 그 땅이다.

일정은 2027년 부지 조성 착수, 2028년 팹 건설, 2030년 첫 양산으로 잡혀 있다
일정은 2027년 부지 조성 착수, 2028년 팹 건설, 2030년 첫 양산으로 잡혀 있다

반도체 산단이 되자 종전부지 값이 1/3~1/2로 낮아졌다

상업지로 비싸게 팔 땅이 기업에 내줄 산업단지로 묶이면서 부지 가치가 기존 추정의 1/3~1/2 수준으로 낮아졌다. 7월 말 재원구조를 전면 재검토한다는 소식이 나온 배경이다.

구멍은 구체적인 사업에서도 드러났다. 무안군 등 이전지역 지원사업에 쓰려던 재원 가운데 기부-양여 차액으로 대려던 6,400억원의 조달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이전 재원을 국비 보완형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헌 집 판 돈이 모자라면 나라 곳간에서 채우겠다는 방향이다.

800조원 투자 발표가 커질수록 그 땅을 비워 줄 돈은 줄어든 셈이다. 그 차액을 누가 메울지가 이 사업의 진짜 쟁점이다.

국비 보완형이 법 개정과 예산으로 확정됐는지는 7월 이후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 볼 곳은 정기국회 예산안과 이른바 '선 양여' 법 개정 논의다.

대구 K-2는 같은 방식으로 왜 20년을 못 옮겼나

대구 K-2 군공항 이전도 기부대양여에 기댔다. 공군이 요구한 신공항은 기존 210만평의 2.3배인 500만평 이상이고 비용은 20조원을 넘는다. 옛 땅을 팔아서는 그 돈이 나오지 않았다.

2025년 9월 대구시와 여당 지도부, 전문가들은 기부대양여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이전 논의는 20년 넘게 제자리다.

대구시가 토지보상과 실시설계 착수를 위해 요청한 공공자금관리기금 2,795억원도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광주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공군 1전투비행단 임시배치 예산 6,694억원이 이미 반영됐고, 대구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나왔다.

정부가 광주에는 돈을 먼저 대고 있다. 반도체가 걸린 땅이라 대구와 다른 대접을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구조 자체는 같아서, 국비가 끊기면 대구의 길을 밟는다.

SK하이닉스 2030년 양산표, 기업 달력과 부지 달력은 따로 간다

정부와 전남광주시의 일정은 2027년 부지 조성 착수, 2028년 팹 건설, 2030년 첫 양산이다.

최 회장의 발언으로 풀린 것은 기업 쪽 질문이다. SK가 광주를 뒤로 미룰 것이냐는 물음에는 총수가 직접 아니라고 답했다.

남은 질문은 땅 쪽에 있다. 선착공은 전력·용수를 건너뛸 수는 있어도 군공항 이전을 건너뛸 수는 없다.

전남광주시는 기업 일정에 맞춰 부지·전력·용수를 확보하겠다고 했다. 그 약속이 지켜지는지는 국비 보완형 재원이 실제 예산에 잡히는지로 먼저 드러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광주 일정은 이제 반도체 경기보다 나라 예산서에 더 많이 달려 있다. 총수가 기다리지 않겠다고 한 것은 전력과 용수였지, 군공항이 아니었다.

서학개미 기자 · 글로벌 시장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 투자 유의사항

이 글은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반도체 클러스터 일정은 군공항 이전 재원·예산·법 개정에 따라 늦어질 수 있으며, 투자 판단과 그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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