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경제분석 > 오늘 이 종목 왜?
오늘 이 종목 왜?

핑거, 인수당한 회사가 인수한 그룹 주식을 샀다

서학개미기자 0 8 0
은행 스마트폰 앱 화면 뒤로 전자부품 그룹의 지배구조가 겹쳐 보이는 핑거 표지

9월 28일 핑거(163730) 주가가 11.23% 오른 14,070원에 거래됐고, 거래량은 19만8879주였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은행 앱을 열어 본 사람이라면 이 회사가 만든 화면을 이미 만져 봤을 가능성이 큽니다. 국민·신한·농협·하나·우리, 5대 은행의 스마트뱅킹 플랫폼을 핑거가 구축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핑거를 움직이는 것은 은행이 아닙니다. 올해 4월부터 이 회사의 주인은 50년 동안 전자부품을 만들어 온 그룹입니다. 은행이 쉽게 떠나지 못하는 회사가, 현금을 쌓아 둔 채 다른 그룹의 금고가 됐습니다. 핑거를 이해하려면 이 두 얼굴을 함께 봐야 합니다.

투자 참고용 정보입니다. 작성 기준일 2026년 9월 28일.

은행 앱의 뒷면에는 핑거가 있습니다

핑거는 2000년 12월 세워진 국내 1세대 핀테크 회사입니다. 은행·카드사·보험사·증권사가 고객에게 내놓는 인터넷·모바일 뱅킹 시스템을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는 상품·서비스 화면까지 공급합니다.

이 회사의 이름이 업계에 박힌 해는 2009년입니다. 국내 처음으로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를 개발해 기업은행에 공급했습니다. 아이폰이 막 들어오던 무렵입니다. 이후 5대 은행의 스마트뱅킹 플랫폼을 차례로 구축했습니다.

손에 쥔 도구도 있습니다. 흩어진 금융·기업 정보를 긁어 모으는 스크래핑 솔루션 'BIG(Business Information Grabber)', 모바일 앱을 짜는 개발 플랫폼 'Orchestra'가 자체 기술입니다. 은행 앱 속에서 계좌 정보를 끌어오고 화면을 조립하는 일을 이 도구들이 합니다.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도 분명합니다. 2020년 9월 기준 매출을 나눠 보면 플랫폼이 86.9%, 수수료가 3.6%, 솔루션이 2.7%였습니다. 은행에 플랫폼을 만들어 주고 돌리는 일이 이 회사 매출의 거의 전부였습니다.

이 시장에서 핑거와 나란히 불리는 이름은 웹케시·쿠콘입니다. 2024년 뱅크웨어글로벌이 코스닥 상장 심사를 받을 때 핑거·웹케시·쿠콘·브리지텍·케이씨에스 5개사가 비교기업으로 지정됐습니다. 웹케시와는 LG CNS까지 셋이 컨소시엄을 꾸려 AI 뱅킹 구축에 함께 나서기도 합니다. 경쟁자이면서 한 팀으로 일하는 좁은 시장입니다.

고객이 보는 은행 앱 화면과 그 뒤에서 핑거가 구축·유지하는 뱅킹 플랫폼, 신한은행 전담반 계약 규모를 한 장면으로 보여 주는 도판

한번 깔린 뱅킹 플랫폼은 해마다 다시 계약됩니다

은행 앱은 한번 만들고 끝나는 물건이 아닙니다. 금리가 바뀌면 상품 화면이 바뀌고, 규제가 바뀌면 인증 절차가 바뀝니다. 그 수정을 매일 해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핑거의 가장 큰 돈줄은 그 자리에서 나옵니다. 올해 2월 6일 핑거는 신한은행과 O2O 플랫폼 전담반 계약을 맺었습니다. 금액은 87억7301만6673원, 기간은 2026년 1월 14일부터 2027년 2월 28일까지입니다. 이 한 건이 직전 매출액의 12.25%입니다.

이런 계약이 처음이 아닙니다. 은행을 상대로 한 플랫폼 유지보수 계약이 60억~122억원 규모로 해마다 반복 체결돼 왔습니다. 은행 입장에서 업체를 갈아타려면 이미 깔린 플랫폼 전체를 다시 지어야 합니다. 그 부담이 핑거의 해자입니다.

저는 핑거의 본업을 이렇게 봅니다. 크게 벌지는 못해도 쉽게 끊기지 않는 돈입니다. 은행이 앱을 닫지 않는 한 전담반은 계속 필요합니다. 이 안정이 이후 이야기의 밑바닥에 깔려 있습니다.

그 안정된 돈으로 핑거는 은행 밖을 두드렸습니다

2021년 1월 코스닥에 상장한 뒤 핑거는 신사업을 잇달아 벌였습니다. 자산관리 서비스 어카운즈, 메타버스 독도버스, IPNFT가 그 목록입니다. 안인주 대표는 2023년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존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데이터의 내재화된 금융 기술 및 경험을 기반으로 '핑거2.0'의 B2C 서비스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은행 뒤에 숨어 있던 회사가 직접 소비자 앞에 서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가장 요란했던 것은 독도버스입니다. 2021~2022년 농협은행과 함께 '국내 최초 금융 메타버스'로 홍보했고, 8·15 광복절에 맞춰 NFT까지 발행했습니다. 지금 독도버스 사이트에 올라온 가장 최근 소식은 2024년 3월자입니다.

오래 살아남은 쪽은 기업용 소프트웨어입니다. 2024년 2월 14일 핑거는 중소기업용 클라우드 ERP '파로스(Pharos)'를 정식 출시했습니다. ERP는 회사의 회계·인사·재고 같은 살림을 한 시스템에 모아 처리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파로스가 쓰이는 장면은 구체적입니다. 중소기업이 LG유플러스의 U+비즈마켓에서 파로스를 깔면 재무·회계·인사·세금신고를 한 화면에서 처리합니다. NICE와 제휴해 거래처 신용등급도 무료로 조회합니다. 입점 당시 1년 무료 행사도 붙였습니다.

올해 8월 14일에는 '파로스 MCP'를 공개했습니다. AI 에이전트가 파로스에 쌓인 회계 전표·재무제표·거래처 데이터를 직접 조회하게 하는 연결 통로입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의 'KICPA Excel Addin'과 연동돼, 회계사가 엑셀 화면에서 고객사 전표를 바로 불러와 가공합니다.

9월 28일에는 광주대 회계세무통합비즈니스센터와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파로스 교육용 계정을 무상으로 주고 학생 실습용 온라인 환경을 지원합니다. 지난달 경희대 AI교육지원센터·세종사이버대, 이달 서울과학기술대에 이은 협약입니다. 안인주 대표는 "파로스 ERP 기반 대학 협력을 전국으로 넓혀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회계를 배우는 학생이 처음 손에 익히는 ERP는 나중에 직장에서 고르는 ERP가 되기 쉽습니다. 은행에서 배운 전략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저는 봅니다. 한번 들어가면 바꾸기 어려운 자리를 먼저 차지하는 전략입니다.

그런데 올해 4월, 회사의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2026년 4월 22일, 핑거의 최대주주가 바뀌었습니다. 창업 이후 최대주주였던 박민수 부회장(지분 19.90%) 자리에 서룡전자가 21.71%로 올라섰습니다. 방법은 서룡전자를 상대로 한 300억원 제3자배정 유상증자였습니다. 새 주식을 찍어 서룡전자에만 판 것입니다.

서룡전자는 성호전자그룹 계열사입니다. 성호전자는 50년 동안 전자부품을 만들어 온 제조사입니다. 은행 앱을 만드는 회사와는 업종도, 고객도, 일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그룹이 핑거에 넣은 돈은 유상증자만이 아닙니다. 전환사채(CB) 500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BW) 300억원을 더해 모두 110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CB와 BW는 지금은 핑거가 갚아야 할 빚입니다. 대신 나중에 정해진 값으로 핑거 주식으로 바꾸거나 새 주식을 살 권리가 붙어 있습니다.

이 인수는 성호전자그룹의 긴 목록 가운데 한 줄입니다. 박성재 대표 취임 뒤 그룹은 2024년 6월부터 광통신 회사 ADS테크, 핑거, 반도체 검사장비 회사 인티맥스 등 13건, 6853억9800만원 규모의 투자·인수를 이어 왔습니다. 전자부품 제조사가 M&A 그룹으로 몸을 바꾼 것입니다. 서룡전자는 내년 지주사 전환과 M&A 전략본부 신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성호전자그룹에서 서룡전자를 거쳐 핑거로 이어지는 지분 구조와, 유상증자 300억원·CB 500억원·BW 300억원을 합친 1100억원 투입을 정리한 도판

새 주인에게 핑거는 사업보다 금고였습니다

핀테크 회사를 인수한 그룹이라면 은행 플랫폼 사업을 키우는 그림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인수 뒤 벌어진 일은 방향이 반대였습니다.

핑거는 자체 보유 현금으로 최대주주 계열사 성호전자 주식 19만1000주를 세 차례에 걸쳐 장내에서 샀습니다. 금액은 약 49억8898만원입니다. 인수당한 회사가 인수한 그룹의 주식을 사들인 것입니다.

보통 돈은 위에서 아래로 흐릅니다. 모회사가 자회사에 자금을 대고, 자회사는 그 돈으로 사업을 합니다. 핑거에서는 아래가 위를 받치고 있습니다. 누가 누구를 떠받치는 구조인지가 이 50억원에서 드러납니다.

핑거는 인수 이후 현금성자산을 1400억원 넘게 들고 있고, 그룹의 추가 M&A 재원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은행 전담반 계약으로 매출의 12.25%를 한 건에 버는 회사가 쥔 현금이 그 열 배가 넘습니다. 제 판단은 이렇습니다. 지금 핑거의 가치를 정하는 것은 은행 앱이 아니라 이 금고를 누가 어디에 쓰느냐입니다.

9월 4일자 분석 기사는 핑거를 두고 금융IT·핀테크 회사에서 성호전자그룹의 인수합병과 포트폴리오 확대를 수행하는 계열사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짚었습니다. 저도 같은 결론입니다. 이 회사의 무게중심은 이미 은행 밖으로 옮겨 갔습니다.

그 금고의 값은 기존 주주 지분으로 치릅니다

유상증자로 핑거의 발행주식은 940만주에서 1201만주로 늘었습니다. 새 주식이 생긴 만큼 원래 주주의 몫은 21.7% 줄었습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CB와 BW가 모두 주식으로 바뀌면 발행주식은 최대 1841만주가 됩니다. 증자 전보다 95.7% 늘어난 숫자입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주주의 지분은 약 48.9% 낮아질 수 있습니다. 증자 전에 1%를 들고 있던 주주의 몫이 절반 가까이로 줄어드는 계산입니다.

핑거 발행주식이 유상증자로 940만주에서 1201만주로, CB·BW 전환 시 최대 1841만주로 늘어나고 기존 지분이 약 48.9% 희석되는 과정을 막대로 비교한 도판

소액주주 플랫폼 헤이홀더의 허권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규모 지분 희석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회사나 이사회는 그만큼의 희석을 감수할 만한 자금조달의 필요성과 경제적 타당성을 시장과 주주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1100억원은 핑거로 들어왔고, 그중 일부는 다시 성호전자 주식이 되어 그룹 쪽으로 흘러갔습니다. 그 돈을 들여온 대가는 앞으로 전환될 주식의 형태로 기존 주주가 나눠 집니다.

은행이 떠나지 못하는 회사라서 금고가 될 수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보면 두 이야기는 따로 있지 않습니다. 핑거가 그룹의 금고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은행이 쉽게 떠나지 못하는 회사였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다시 맺는 전담반 계약, 한번 깔면 뜯어내기 어려운 뱅킹 플랫폼이 이 회사의 현금 흐름을 받쳐 왔습니다.

2009년 핑거는 은행 앱의 뒷면을 만들었습니다. 2026년의 핑거는 한 전자부품 그룹의 뒷면이 됐습니다. 5대 은행 앱을 여는 사람은 오늘도 핑거가 만든 화면을 누르지만, 그 화면이 벌어 준 돈이 어디로 가는지는 이제 은행이 아니라 서룡전자가 정합니다.

작성 기준일 2026년 9월 28일.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핑거 #163730 #핑거뭐하는회사 #핑거주가 #핑거사업 #핑거매출 #핑거전망 #파로스ERP #ERP #스마트뱅킹 #핀테크 #서룡전자 #성호전자 #성호전자그룹 #전환사채 #신한은행 #지분희석

, , , , , , , ,

0 Comments
‘이슈종목’ 글은 텔레그램 앤트가드 시그널 에서도 바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텔레그램에서 보기
속보 채널 @seohakant · 자동매매 문의 @seohaktant_bot

공지사항


광고제휴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