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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종목 왜?

HLB바이오스텝, 동물실험 회사가 건설면허를 땄다

서학개미기자 0 5 0
HLB바이오스텝이 설계·시공하는 동물실험실 내부와 비임상시험 장면을 함께 보여 주는 커버

9월 28일 HLB바이오스텝(278650)이 상한가(+30.00%)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거래량은 15만4,895주였습니다. 이 회사 이름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설명은 '비임상시험수탁기관(CRO)'입니다. 신약 후보 물질을 사람에게 쓰기 전에 동물로 효과와 독성을 확인해 주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 매출의 절반 넘게는 동물에게서 나오지 않습니다. 그 동물이 들어갈 방을 설계하고, 짓고, 관리하는 일에서 나옵니다.

HLB바이오스텝은 시험을 대신 해 주는 회사라기보다 시험이 벌어질 공간과 절차를 한 묶음으로 파는 회사입니다. 그래서 동물실험을 줄이겠다는 소식을 이 회사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고 불렀습니다.

투자 참고용, 작성 기준일 2026년 9월 28일

HLB바이오스텝 매출 절반은 실험실을 짓는 데서 나옵니다

2024년 기준 HLB바이오스텝 매출의 51.15%는 동물실험실을 설계·시공·유지관리하는 '바이오인프라' 사업에서 나왔습니다. 회사 이름표에 붙은 비임상CRO, 곧 동물로 약을 시험해 주는 일은 28.24%입니다.

시험 쪽을 들여다보면 쓰는 동물부터 다릅니다. 비글, 미니피그, 염소처럼 몸집이 큰 중대동물로 약이 듣는지, 몸에 해는 없는지를 봅니다. 제약·바이오 회사가 직접 하기 번거로운 이 과정을 돈을 받고 대신 해 주는 것이 CRO의 일입니다.

동물실험실은 보통 건물이 아닙니다. 동물이 지낼 사육실과 케이지가 있어야 하고, 시험 중 처치를 할 수술실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방을 제약사 대신 설계해 주고 지어 주고, 다 지은 뒤에도 돌아가도록 관리해 주는 일이 매출의 가장 큰 덩어리입니다.

이 회사를 '동물실험 회사'로만 부르면 절반을 놓칩니다. 회사 전체로 보면 시험보다 공사가 더 많은 매출을 벌어 옵니다. 이 비중을 알고 나면 뒤에 나오는 선택들이 하나로 이어집니다.

2024년 HLB바이오스텝 매출 비중: 바이오인프라(동물실험실 설계·시공·유지관리) 51.15%, 비임상CRO(비글·미니피그·염소 유효성·독성 평가) 28.24%를 비교한 도판

제약사가 사는 건 시험 한 건이 아니라 허가 서류 한 묶음입니다

신약 허가를 받으려면 동물시험 결과를 서류로 냅니다. 백성진 대표는 그 서류의 속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허가 자료를 낼때 약효 관련 항목은 하나 뿐인 반면 독성시험은 15가지나 된다".

약이 듣는다는 걸 보여 주는 칸은 하나인데, 안전하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 칸은 열다섯입니다. 신약 개발사에게 더 골치 아픈 쪽은 효능이 아니라 독성입니다. 열다섯 가지를 여러 곳에 나눠 맡기면 서류도, 일정도 그만큼 흩어집니다.

HLB바이오스텝은 2024년 5월 이 빈칸을 메웠습니다. GLP 독성시험 전문기업 크로엔을 인수해 HLB바이오코드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GLP는 허가 당국에 낼 수 있는 기준을 지켜 시험을 운영한다는 표시입니다. 이제 효능평가는 본사가, 독성시험은 자회사가 맡아 한 곳에서 끝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실험실을 짓는 사업이 붙습니다. 실험실을 이 회사에 맡긴 고객이라면, 그 실험실에서 돌아갈 시험까지 같은 회사에 맡기기 쉬워집니다. 공사로 들어간 문이 시험 계약으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이 회사의 두 사업은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손님을 넘겨주는 관계로 봐야 합니다.

시험할 수 있는 동물의 폭도 넓혔습니다. 2024년 9월 인천 송도 사옥 안에 사육실·케이지·수술실을 갖춘 영장류 사육시설을 완공해 사이노몰거스원숭이 24마리를 키울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에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필리핀원숭이 사육 허가도 받았습니다.

비글과 미니피그에 원숭이까지 들이면, 고객이 다른 CRO를 찾아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줄어듭니다. 한 곳에 몰아주는 쪽이 편하도록 판을 짜는 것, 이 회사가 시험 사업에서 노리는 자리는 거기입니다.

효능평가(HLB바이오스텝)에서 독성시험 15가지(자회사 HLB바이오코드), 실험실 설계·시공(바이오인프라)까지 한 회사 안에서 이어지는 흐름을 보여 주는 도판

이 묶음을 짠 건 HLB였고, 시작은 창업주의 매각이었습니다

지금의 HLB바이오스텝은 '노터스'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습니다. 2012년 설립돼 2019년 11월 27일 코스닥에 상장한 국내 최대 비임상CRO였습니다.

2021년 12월 27일 에이치엘비가 재무적 투자자와 함께 962억원에 노터스 지분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2022년 3월 30일 최대주주가 에이치엘비로 바뀌었습니다.

이 거래의 계산서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왔습니다. 매각한 창업주 측은 받은 대금 가운데 420억원을 에이치엘비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다시 넣었습니다. BW는 채권이면서, 나중에 정해진 값으로 에이치엘비 새 주식을 받을 권리가 붙어 있습니다. 회사를 판 돈으로 산 쪽 회사의 성장에 다시 올라탄 겁니다.

남아 있던 소액주주에게 돌아온 몫은 달랐습니다. 같은 거래에서 시가총액의 약 63%에 이르는 지분 희석을 떠안았습니다. 새 주식이 대거 생기면 기존 주주 한 주가 가진 회사 몫은 그만큼 얇아집니다.

창업주 김도형 전 대표는 지분 일부를 넘긴 뒤에도 2대주주로 남았습니다. 2022년 10월 회사를 떠나면서 그는 적자를 내던 펫사업 자회사 '온힐'을 자신이 되사 갔습니다. 회사를 큰돈 받고 넘긴 사람이, 남은 사업 가운데 손실 나는 조각만 골라 들고 나간 모양새입니다.

두 달 뒤인 2022년 12월, 그는 에이치엘비 주가가 오르던 때 보유주식 1.70%, 72억5000만원어치를 추가로 팔았습니다.

회사 쪽에서 온힐 정리는 짐을 내려놓는 일이었습니다. 문정환 당시 대표는 2023년 4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매년 수십억원씩 적자를 내던 펫 B2C 사업 정리로 수익성은 확실히 개선될 것". 사명은 그보다 앞선 2023년 3월 에이치엘비바이오스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다음 퍼즐이 앞에서 본 2024년 5월 크로엔 인수입니다. 효능과 독성을 한데 묶는 지금의 구조는 HLB 체제에서 짜였습니다. 2024년 11월에는 진양곤 HLB 회장이 이 회사 주식을 직접 사들이며 "책임경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와 기업가치 개선"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노터스 설립(2012)부터 코스닥 상장(2019), 에이치엘비 962억원 인수 계약(2021), 온힐 재매입(2022), 사명 변경(2023), 크로엔 인수(2024), 대표 교체(2025)까지 HLB바이오스텝 연혁을 정리한 타임라인 도판

2025년, 새 대표는 건설면허를 받아 왔습니다

2025년 3월 26일 대표이사가 문정환에서 백성진으로 바뀌었습니다. 한 달 뒤 회사는 동물실험 회사로서는 낯선 서류를 손에 쥐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종합건설면허입니다.

면허가 여는 문은 동물실험실보다 넓습니다. 동물을 쓰지 않는 대체실험실은 물론, 의약품을 허가 기준에 맞춰 만드는 GMP 생산시설, 연구센터, 임상시험 병원까지 직접 지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목록을 신약이 걸어가는 순서대로 놓아 보면 뜻이 분명해집니다. 동물로 시험하는 방, 약을 만드는 공장, 사람에게 약을 써 보는 병원. 신약 하나가 허가까지 거쳐 가는 건물을 이 회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지을 수 있게 된 겁니다. 매출 51.15%를 차지하던 공사 사업이 실험실 밖으로 걸어 나간 순간입니다.

자기 시설 투자에서는 한 번 발을 뺐습니다. 2023년 8월 발표한 신규시설투자를 2026년 4월 30일 철회했고, 한국거래소는 5월 28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습니다. 6월 23일 감경사유가 인정돼 최종 미지정으로 끝났습니다. 남의 시설을 짓는 일은 넓히면서, 자기 투자 계획은 2년 8개월 만에 거둬들인 셈이 됐습니다.

동물실험이 줄면, 동물 없는 시험실도 누군가 지어야 합니다

2025년 미국이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동물로 약을 시험해 주는 회사라면 긴장할 소식입니다. HLB바이오스텝은 이를 '위기가 아닌 기회'라고 규정했습니다.

같은 해 5월 백성진 대표는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동물시험이 폐지된다고 하지만 이를 대체할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폐지를 반기는 말과 대체 기술이 아직 멀었다는 말이 한 회사에서 나왔습니다.

저는 이 두 말이 부딪히지 않는다고 봅니다. 대체 기술이 걸음마인 동안에는 원숭이까지 들인 동물시험이 돈을 벌고, 그 기술이 자라면 새 시험을 담을 방을 짓고 운영하는 쪽에 서겠다는 계산입니다. 건설면허 목록에 '동물을 쓰지 않는 대체실험실'이 들어가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 방 안을 채울 기술도 끌어오고 있습니다. 2026년 9월 3일 전후로 넥셀, 세라트젠, 베이시스젠바이오와 잇달아 손잡고 오가노이드·AI 기반 비임상 평가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오가노이드는 세포를 키워 만든 작은 장기 모형입니다. 동물 대신 이 모형과 인공지능으로 약의 반응을 먼저 보겠다는 방향입니다.

눈은 바깥에도 가 있습니다. 회사는 2024년부터 미국 진출을 추진해 왔습니다. 김종호 부사장(CRO사업총괄)은 "HLB바이오스텝은 비글, 미니돼지, 염소 등 중대동물을 대상으로 한 유효성 및 독성 평가에 전문성이 있는데, 미국 내에서도 이런 부분이 갖춰지지 않은 비임상CRO 회사들이 있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생물보안법이 중국 우시앱텍을 규제 대상에 올리면서 그 빈자리를 한국 비임상CRO가 메울 수 있다는 기대도 붙었습니다. 그 자리를 노리는 건 한국만이 아닙니다. 인도 업체들이 한국보다 낮은 가격을 내세우며 같은 고객을 겨누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혼자가 아닙니다. 2019년 기준 약 4200억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비임상CRO 시장에서 켐온, 바이오톡스텍, KIT, LSK글로벌파마서비스, 안전성평가연구소가 함께 경쟁합니다. 시험 가격으로만 싸우면 인도와 국내 경쟁사 사이에 끼입니다. 실험실을 지어 주는 사업은 그 싸움에서 비켜 설 수 있는 이 회사만의 다른 문입니다.

HLB바이오스텝의 확장 방향: 중대동물·영장류 시험, 종합건설면허로 짓는 대체실험실·GMP 생산시설·임상시험 병원, 넥셀·세라트젠·베이시스젠바이오와의 오가노이드·AI 평가 협력을 한 장에 정리한 도판

동물실험이 사라지는 날을 기회라고 부르는 동물실험 회사. 이 말이 모순으로 들리지 않는 건, 지금 이 회사가 가장 많이 파는 것이 동물이 아니라 그 동물이 머물던 방이기 때문입니다. 방 안의 주인이 원숭이에서 세포 모형으로 바뀌어도, 방을 짓는 사람은 그대로 남을 수 있습니다.

작성 기준일: 2026년 9월 28일.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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