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A반도체, 적자 공장 설비를 두 배로 늘린다
9월 29일 SFA반도체(036540)는 장 마감 뒤 시간외 기준(20시 20분 조회) 10,730원, 등락률 +1.51%을 기록했습니다. 서버와 PC에 들어가는 D램은 회로를 만든 뒤에도 조립과 검사를 거쳐야 합니다. SFA반도체는 그 마지막 공정을 맡습니다.
이 회사의 승부처는 고객이 맡길 일을 한 공장에서 얼마나 끝내 줄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2025년 순손실 225억원을 낸 필리핀 법인에 이듬해 대여를 늘린 결정도, 그 공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부터 봐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맡긴 칩은 필리핀에서 어디까지 완성될까
필리핀 클락의 생산법인 SSP에는 서버·PC용 D램의 조립, 파이널 테스트, 모듈 조립을 한 번에 처리하는 라인이 있습니다. 국내 공장에서 옮겨 온 DDR5 테스트 설비 120대도 이곳에서 가동 중입니다.
공정 이름을 물건으로 바꾸면 이해가 쉽습니다. 웨이퍼를 잘라 얻은 칩을 패키지에 넣고, 완성된 칩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사합니다. 이어 모듈로 조립하는 일까지 맡습니다. 고객은 이 여러 단계를 묶어서 주문할 수 있습니다.
SFA반도체는 이렇게 다른 반도체 제조사의 조립과 검사를 맡아 매출을 올리는 OSAT 기업입니다. 칩과 기판을 연결할 돌기 형태의 접합부를 만드는 범핑도 합니다. 본사는 충남 천안에 있습니다.
삼성전자·Micron·IDT가 고객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의 패키징·테스트를 수주하며, 매출 대부분은 메모리 후공정에서 나옵니다. 회사 이름보다 고객의 반도체 이름이 앞에 나오는 사업입니다.
그 일괄 공정이 고객의 HBM 전환과 만났습니다
고객 쪽에서는 공장에 맡기는 일의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삼성전자 등 메모리 제조사가 HBM 생산을 위해 기존 온양·천안 패키징 라인을 재배치하면서, 범용 D램인 DDR5의 후공정을 외부로 돌릴 필요가 생겼습니다.
그 물량을 받으려면 검사장비뿐 아니라 조립부터 모듈 완성까지 이어지는 체제가 필요합니다. SSP에는 검증된 일괄 공정과 이미 가동하는 테스트 설비 120대가 함께 있었습니다. 새 업체로 일을 옮기는 것보다 고객의 전환 부담이 작아지는 지점입니다.
여기서 SFA반도체가 파는 것은 검사 한 번의 서비스보다 넓습니다. 고객이 HBM에 생산라인을 재배치하는 동안에도 DDR5의 조립과 검사를 이어 갈 생산능력입니다. 고객 공장의 선택이 필리핀 공장의 일감과 연결됩니다.
받을 일이 늘자, 적자 공장에 돈을 더 넣었습니다
그 일을 맡는 SSP의 2025년 매출은 2,238억원, 순손실은 225억원이었습니다. SFA반도체가 추가로 자금을 대기로 한 곳은 이미 이익을 넉넉히 내는 해외 공장이 아니었습니다.
2026년 9월 8일 SFA반도체는 SSP에 7,500만달러, 약 1,006억 9,500만원을 대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결정액만 자기자본의 21.3%입니다. 용도는 필리핀 법인의 시설투자와 운영자금입니다.
조건은 연 4.6%, 만기 3년입니다. 앞서 5월 집행분을 포함하면 2026년 대여 규모는 1,301억 5,500만원에 이릅니다. 빌려주는 쪽에서는 자금을 먼저 내놓고, 공장은 설비를 늘리면서 가동에 필요한 돈도 마련합니다.
확대 계획은 구체적입니다. 2026년 9월 21일 제시된 DDR5 테스트 증설 일정은 1단계가 2026년 11월 1일, 2단계가 2027년 2분기 가동입니다. 매출액으로 환산한 생산능력을 2026년 4분기 월 100억원 규모에서 2027년 2분기 말 월 200억원 규모로 늘리는 계획입니다.
이 결정의 무게는 적자와 증설이 함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고객 물량을 받아 낼 자리는 먼저 만들어야 하고, 그 비용은 SFA반도체가 부담합니다. 공장을 더 크게 만드는 일과 그 공장에서 이익을 남기는 일 사이의 거리를 회사가 자기 자금으로 건너고 있습니다.
돈을 대는 쪽이 되기 전, 회사를 살린 주인이 있었습니다
SFA반도체 자신도 자금난에서 빠져나온 역사가 있습니다. 1998년 6월 에스티에스(STS)로 출발해 2000년 에스티에스반도체통신으로 이름을 바꿨고, 2002년 11월 보광그룹에 편입됐습니다.
2015년 6월에는 보광그룹발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과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는 워크아웃에 들어갔습니다. 같은 해 SFA에 인수됐고, 그해 9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습니다. 워크아웃 개시부터 종료까지 3개월이었습니다.
당시 부채비율은 629%에서 183%로 내려갔고, 유동비율은 29%에서 127%로 높아졌습니다. 자기자본에 비해 빚이 얼마나 많은지, 당장 갚을 빚에 대응할 자산이 얼마나 있는지, 두 지표가 함께 달라졌습니다.
2016년 3월 30일에는 사명을 SFA반도체로 바꿨습니다. 당시 김영민 대표는 “SFA에 인수된 이후 안정된 재무구조를 갖추면서 조기 경영 정상화를 이뤘다. 경영 효율화와 원가절감을 추진하고 시스템반도체와 범핑 사업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의 사명에는 그때 새로 들어온 주인이 남아 있습니다. 자금난을 벗어난 회사가 2026년에는 해외 생산법인의 확장 비용을 대는 자리에 섰습니다. 필리핀 투자에는 생산기술뿐 아니라, 공장을 뒷받침할 자금의 문제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메모리 공장을 키우는 동안, 수장도 바뀌었습니다
2025년 12월 29일에는 모회사 에스에프에이와 SFA반도체가 같은 날 대표이사를 교체했습니다. 모회사는 김상경 전무를, SFA반도체는 강문수를 새 대표로 선임했습니다.
강문수 대표는 인텔에서 14년간 수석엔지니어로 일했습니다. 2019년 삼성전자로 옮겨 파운드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과 코퍼레이트플래닝실 담당임원을 지냈습니다. 2025년 말 삼성전자를 떠난 뒤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산학교수로 있다가 SFA반도체를 맡았습니다.
메모리 후공정 비중이 큰 회사에 다른 회사의 반도체 생산을 맡는 파운드리 사업 경험을 가진 수장이 온 것입니다. 필리핀에서는 DDR5 처리량을 늘리고, 경영진에는 시스템반도체 제조 현장을 거친 인물이 들어왔습니다.
모회사도 2026년 2월 12일 성장 방향을 드러냈습니다. 김상경 대표는 “강력하게 준비된 AI 로보틱스, 반도체, HBM 등 성장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우상향 성장을 추진”한다고 말했습니다.
SFA반도체를 이해하는 출발점은 여전히 필리핀에 놓인 DDR5 검사장비 120대입니다. 고객이 HBM으로 공장을 바꿀 때도 서버와 PC에 들어갈 D램은 완성돼야 합니다. 고객이 다음 반도체로 이동할수록, 누군가는 계속 만들어야 할 반도체의 뒷공정을 더 맡아야 합니다.
출처: SFA반도체 기업개요 · 리드경제, 필리핀 공장과 DDR5 후공정(2026.2.27) · 리드경제, SSP 투자·증설(2026.9.21) · 딜사이트, 필리핀 법인 금전대여(2026.9.8)
전자신문, 사명 변경과 경영 정상화(2016.3.30) · 전자신문, 대표이사 교체(2025.12.29) · ZDNet Korea, 모회사 성장 사업(2026.2.12) · SFA반도체 연혁 · 대량보유 보고서(2026.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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