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바이오홀딩스 주가, 회사가 주주 주식을 다 사줘야 할 판이었다
아리바이오홀딩스(290690) 주가는 9월 30일 전날보다 19.16% 내린 3,165원에 거래됐습니다. 거래량은 178만1,015주입니다. 전날 저녁 이 회사는 비상장 신약개발사 아리바이오와 맺은 흡수합병 계약을 해제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이름에 바이오가 두 번 들어가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이 법인이 제 이름으로 직접 벌어들이는 돈은 지금도 충남 공주 공장에서 만든 LED조명과 아파트 전기공사에서 나옵니다. 아리바이오홀딩스라는 이름은 합병이 끝나면 비로소 몸에 맞을 옷이었습니다. 합병이 사라졌고, 옷은 그대로 입고 있습니다.
투자 참고용 정리입니다. 작성 기준일 2026년 9월 30일.
아리바이오홀딩스가 직접 버는 돈은 아파트 천장에서 나옵니다
이 회사의 출발은 1996년입니다. 김복덕 전 대표가 ‘중앙전기공업’이라는 이름으로 창업했고, 이후 소룩스로 이름을 바꿔 LED조명 전문기업으로 키웠습니다. 본사는 충남 공주 정안농공단지에 있습니다. 2020년 11월 6일 코스닥에 상장했습니다.
만드는 물건은 세 갈래입니다. 집과 사무실 천장에 붙는 실내등, 도로와 터널, 원자력발전소를 밝히는 실외등, 그리고 특수등입니다. 파는 곳은 대형 건설사와 공공기관입니다. 현대건설·대우건설 같은 건설사, 한국도로공사·한국수력원자력 같은 공공기관이 이 회사의 터널등과 원자력등을 받아 갑니다.
요즘 이 회사가 따내는 일은 등 하나를 파는 계약이 아닙니다. 올해 1월 29일 창원 지역주택조합 450세대 단지의 전기·조명 공사를 약 125억원에 수주했습니다. 6월 8일에는 부산 괴정동, 아산 온양, 전주 기린동의 공동주택·주상복합 전기공사 3건을 총 396억원 규모로 잇달아 따냈습니다.
올해 알려진 두 번의 수주만 더해도 521억원입니다. 아파트 한 단지의 거실등과 복도등, 지하주차장 불빛, 그 뒤에 깔리는 전선과 통신·소방 설비까지 한 회사가 묶어서 가져가는 방식입니다.
건설사가 이 회사를 부르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조명 설계에서 시공, 전기설비·통신·소방 인프라까지 한 번에 맡길 수 있고, 공공조달로 관급 공사를 해 온 실적도 있습니다. 단지 조명은 전기공사 전체와 함께 발주되는 경우가 많아서, 품목마다 업체를 바꾸는 것보다 한 시공사에 통으로 맡기는 편이 발주처에 편합니다.
사업은 건설사 상대 B2B, 공공조달 B2G, 에너지 절감 사업인 ESCO, 해외사업, 그리고 새로 발을 들인 소비자 판매로 나뉩니다. LED조명은 경쟁이 치열하고 이미 다 자란 산업입니다. 이 회사는 그 안에서 공공기관 납품 실적을 쥔 중소 B2B 업체로 자리를 지켜 왔습니다.
그 조명회사를 신약회사 대표가 샀습니다
2025년 5월 15일, 비상장 신약개발사 아리바이오의 정재준 대표가 김복덕 전 대표로부터 소룩스 주식 100만주(12.11%)를 장외에서 사들였습니다. 이후 유상증자로 지분을 25.69%까지 늘렸고,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가 됐습니다.
회사를 세우고 상장까지 시킨 창업자가 지분을 넘긴 상대가 지금 이 회사의 대표입니다. 공모주 청약도, 스팩 합병도 아니었습니다. 개인이 상장된 조명회사를 사고, 그 위에 자기 비상장 신약회사를 얹으려 한 길입니다. 이 회사를 이해하는 출발점은 여기입니다.
정재준 대표는 영국에서 지내다 한국으로 들어온 사람입니다. 2021년 인터뷰에서 그는 “영국 생활을 접고 한국에 와서 한 번 꽃을 피워보지 않겠느냐, 했는데 제가 용기를 갖고 한국에 들어오게 됐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누군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임상개발을 통해서 성공하는 걸 보여준다면 국내에 있는 기업이라든지 여러 젊은이들한테 도전의식을 한번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려 한 약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R1001입니다.
조명회사의 서류가 먼저 바뀌었습니다. 정관 사업목적에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업’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올해 여름, 회사는 소룩스라는 이름을 내리고 아리바이오홀딩스로 새 출발했습니다. 회사가 밝힌 이유는 기업 이미지 제고와 사업 다각화입니다.
같은 해 5월에는 CHA그룹 계열 백신기업 차백신연구소를 인수했습니다. 차백신연구소는 5월 29일 아리바이오랩으로 이름을 바꿔 변경상장했습니다. 지주 역할의 아리바이오홀딩스, 치료제의 아리바이오, 백신의 아리바이오랩. 세 회사가 한 이름을 나눠 쓰는 그룹 모양이 이렇게 갖춰졌습니다.
그룹을 넓히는 동안 조명회사의 돈줄은 자주 멈췄습니다
바이오 계열사를 차례로 들이던 시기, 정작 조명회사 쪽 자금 조달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소룩스가 2025년 발행하기로 한 6차 전환사채는 납입일이 열한 번이나 미뤄졌습니다. 전환사채는 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조건을 붙인 빚입니다. 사겠다는 쪽이 돈을 넣기로 한 날이 열한 번 밀렸으니, 회사가 받기로 한 돈이 그만큼 늦게 들어오거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한국거래소는 2025년 12월 17일 소룩스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예고했습니다. 사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유형자산을 사겠다고 공시했다가 철회한 것, 5차 전환사채 납입기일을 6개월 넘게 바꾼 것입니다. 이 일로 거래소는 공시위반 제재금 1,600만원을 매겼습니다.
이 대목이 중요한 이유는 간판과 금고가 다른 쪽을 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름과 정관은 신약과 백신으로 옮겨 가는데, 실제로 돈을 모으고 갚는 일은 여전히 조명·전기공사 법인이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아리바이오홀딩스 합병은 조명회사를 아리바이오로 바꾸는 절차였습니다
합병 계획이 처음 나온 것은 2024년 8월입니다. 구조는 단순했습니다. 상장사 소룩스가 살아남고 비상장사 아리바이오가 소룩스 안으로 들어가 사라지는 흡수합병이었습니다. 합병이 끝나면 아리바이오의 신약 사업이 통째로 상장사 안에 들어오고, 존속회사 이름도 아리바이오로 바꿀 계획이었습니다.
아리바이오 입장에서 이 합병은 코스닥으로 가는 통로였습니다. 직접 상장 심사를 받는 대신 이미 상장된 회사와 한 몸이 되는 길입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주가는 오래전부터 조명 사업이 아니라 아리바이오의 신약 소식에 맞춰 움직였습니다.
통로는 쉽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합병을 하려면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내고 통과해야 하는데, 1년 동안 정정 요구가 8번 나왔습니다. 2025년 11월, 한 금감원 관계자는 다시 낸 서류를 두고 “별다른 내용이 추가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서류는 계속 돌아왔고 합병은 2년 넘게 제자리였습니다.
계약 한 건이 두 회사의 무게를 뒤집었습니다
2026년 5월 14일, 아리바이오는 중국 푸싱제약에 AR1001의 판권을 넘기는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습니다. 한국·중동·중남미를 뺀 전 세계 판권이고, 총액은 47억달러, 우리 돈 7조원 규모입니다.
계약금만 6,000만달러, 약 900억원입니다. 3상 핵심 결과가 발표되면 8,000만달러가 더 들어오고, 이후 단계별 성과금과 최대 20%의 판매 로열티가 붙습니다.
여기서 숫자 하나가 판을 뒤집습니다. 계약금 900억원은 소룩스의 전년도 자본총계 909억원과 거의 같습니다. 합병에서 흡수하는 쪽은 소룩스였는데, 흡수될 쪽이 계약 한 건으로 받는 선금이 흡수하는 회사의 순자산 전체만 한 크기가 됐습니다.
저는 이 계약이 합병의 셈법을 근본에서 바꿨다고 봅니다. 2024년에 세운 합병 조건은 아리바이오가 아직 판권 계약도, 3상 종료도 없던 시절의 값이었습니다. 계약 소식에 아리바이오홀딩스 주가는 한때 7,000원을 넘었습니다. 정작 합병 서류 속 저울은 2년 전 무게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매수청구가 1만719원이 합병을 멈춰 세웠습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회사에 “내 주식을 정해진 값에 사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주식매수청구권입니다. 이번 합병에서 그 값은 1주에 1만719원이었습니다.
9월 29일 합병 해제가 결정되기 직전 아리바이오홀딩스 주가는 4,000원 선이었습니다. 시장에서 4,000원에 팔 주식을 회사에 1만719원에 넘길 수 있다면 많은 주주가 그쪽을 고릅니다. 합병을 밀어붙이면 회사가 주주들의 주식을 대거 사 줘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 부담이 해제의 직접적인 배경입니다.
두 회사는 9월 29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흡수합병계약 해제를 결정했습니다. 2027년 1월 6일로 잡혀 있던 임시주주총회와 합병 후속 일정도 모두 취소됐습니다. 아리바이오는 AR1001 글로벌 임상 3상 종료와 국내외 판권 계약으로 2년 전과 사업·재무 환경이 달라졌으니 두 회사가 각자 기업가치를 키우겠다는 입장입니다.
아리바이오홀딩스와 아리바이오, 아리바이오랩은 서로 다른 회사입니다
이름이 비슷해서 가장 많이 헷갈리는 대목입니다. 세 회사는 각각 별도 법인입니다. 상장사는 아리바이오홀딩스와 아리바이오랩 둘이고, AR1001을 가진 아리바이오는 비상장사입니다.
아리바이오홀딩스가 쥔 아리바이오 지분은 14.70%입니다. 아리바이오는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자체 개발한 먹는 치매 신약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마친 회사입니다. 그 성과의 몫이 아리바이오홀딩스에 닿는 길은 이 14.70%의 지분입니다.
아리바이오랩은 CHA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백신회사입니다. 자체 면역증강 기술 Lipo-pam을 바탕으로 대상포진 백신 등을 개발합니다. 9월 17일 아리바이오와 아리바이오홀딩스가 180억원을 유상증자로 넣었습니다. 아리바이오가 150억원을 내 지분 15.9%로 최대주주가 됐고, 아리바이오홀딩스는 30억원을 내 14.1%로 2대주주가 됐습니다.
그림으로 그리면 이렇습니다. 조명·전기공사로 매출을 내는 아리바이오홀딩스가 신약회사 지분 14.70%와 백신회사 지분 14.1%를 들고 있습니다. 백신회사의 최대주주 자리는 비상장 신약회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리바이오홀딩스 전망은 10월 1일 발표에서 다시 그려집니다
합병이라는 다리가 치워지자 세 회사는 각자의 길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리바이오는 직상장을 포함한 새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합병 통로 대신 스스로 상장 심사를 받는 길입니다.
세 회사는 10월 1일 비전선포식을 열어 중장기 성장 로드맵을 공개합니다. 아리바이오홀딩스가 지주사로서 지분을 어떻게 쓸지, 조명·전기공사 사업을 어디에 둘지가 그 자리에서 나올 이야기입니다.
그 사이에도 공주의 공장은 돌아갑니다. 창원과 부산, 아산, 전주의 아파트 단지에 들어갈 조명과 전선은 이미 계약이 끝난 일입니다.
2년 전 합병 계획서에서 살아남기로 적혀 있던 회사는 소룩스였습니다. 계획은 사라졌는데 그 한 줄은 맞았습니다. 조명회사는 살아남았고, 바뀐 것은 간판뿐입니다.
출처
- 기타주요경영사항(회사합병 결정 철회), DART, 2026-09-29
- 철회신고서, DART, 2026-09-29
- 아리바이오, 옛 소룩스와 2년 끈 합병 무산, 이데일리, 2026-09-29
- 아리바이오홀딩스, 흡수합병 철회, 한국경제, 2026-09-30
-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의 소룩스 지분 확보 경위, 히트뉴스
- 소룩스, 아리바이오홀딩스로 새 출발, 아시아경제, 2026-07-01
- 차백신연구소, 아리바이오랩으로 변경상장, 파이낸셜뉴스
- 아리바이오, 아리바이오랩 최대주주로, 아시아경제, 2026-09-17
- 아리바이오, 7조 LO로 판도 역전, 블로터
- 소룩스·아리바이오 합병, 1년간 정정 요구 8번, 2025-11-03
- 소룩스 6차 CB 납부일 열한 번째 연기, 2026-01-02
- 소룩스 불성실공시법인지정예고, KIND, 2025-12-17
- 소룩스, 창원 지역주택조합 전기·조명 공사 125억원, 뉴스핌, 2026-01-29
- 소룩스, 공동주택·주상복합 전기공사 잇단 수주, 아시아경제, 2026-06-08
-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 인터뷰, 머니투데이, 2021-05-11
- 아리바이오 3사 비전선포식 예고, 머니투데이, 2026-08-25
- 소룩스, 위키백과
작성 기준일 2026년 9월 30일.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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