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테라시스 쿨페이즈, 미국엔 주력 리프테라 대신 이 기계를 들고 갔다
아스테라시스(450950)는 9월 30일 장중 6,060원, 전날보다 8.21% 높은 값에 거래됐습니다. 거래량은 22만8,770주로 직전 20거래일 평균 2만1,005주의 10배를 넘었습니다.
피부과에서 '슈링크'라는 이름은 들어 본 분이 많을 겁니다. 초음파를 피부 속 한 점에 모아 열을 내는 리프팅 기계입니다. 아스테라시스는 같은 계열의 기계 '리프테라'를 만들어 62개국에 파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를 차고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으로 보면 잘못 읽습니다. 아스테라시스는 실험실 기계를 팔던 코스닥 상장사 대한과학의 한 부서였습니다. 그 회사를 15년 동안 이끈 창업자의 아들이 부서를 떼어 나와 대표가 된 회사입니다. 한 집안의 상장사가 사업부 단위로 둘로 갈라진 사례이고, 이 회사의 지금 모습도 거기서부터 읽어야 풀립니다.
투자 참고용 정보입니다. 작성 기준일 2026년 9월 30일.
시작은 실험실 기계를 팔던 아버지의 회사였습니다
대한과학은 서정구 씨가 1980년에 세운 회사입니다. 실험기기를 만들고 유통하며, 2011년 10월 코스닥에 상장했습니다.
아들 서은택 대표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삼성전자, 2000년부터 2001년까지 엔시스텍에서 일했습니다. 2001년 9월 대한과학 대표이사가 됐고, 2016년 12월까지 그 자리를 지켰습니다.
갈라지는 시점은 2015년 7월입니다. 대한과학의 의료기기 사업부가 '대한바이오메디컬'이라는 이름으로 분사했고, 서 대표가 이 회사 대표를 맡았습니다. 2015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1년 반 가까이 그는 상장한 본가와 갓 떨어져 나온 사업부 양쪽의 대표였습니다.
2018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세우면서 사명을 아스테라시스로 바꿨습니다. 같은 해 대한과학에서는 여동생 서현정 씨가 아버지와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실험기기는 아버지와 딸이, 미용의료기기는 아들이 맡았습니다. 대한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검색하면 아스테라시스가 나오지 않고, 아스테라시스를 검색하면 대한과학이 나오지 않습니다. 두 회사는 같은 뿌리에서 나왔습니다.
그렇게 떼어 낸 부서가 만드는 것은 얼굴 속을 데우는 기계입니다
주력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초음파를 한 점에 모으는 HIFU(고강도집속초음파) 기계, 다른 하나는 고주파(RF)로 피부를 데우는 기계입니다. 둘 다 피부를 째지 않고 안쪽에 열을 전달합니다.
리프테라는 HIFU 기계입니다. 카트리지를 끼워 줄 모양으로 쏘는 방식과, 펜처럼 쥐는 어플리케이터로 쏘는 방식을 한 기계에서 모두 씁니다. 회사가 내세우는 차별점이 이 두 방식의 겸용입니다.
아스테라시스 쿨페이즈는 고주파 기계입니다. 열을 내는 쪽과 피부가 닿는 면을 기계가 직접 식히는 냉각 기술(DCC)을 붙였고, 회사는 이 방식을 세계 최초라고 소개합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아스테라시스 쿨소닉은 값을 올린 프리미엄 HIFU 기계입니다.
돈의 흐름으로 보면 카트리지가 중요합니다. 카트리지는 기계와 따로 팔리는 소모품이고, 2025년 상반기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소모품 매출 확대가 거듭 성장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기계를 한 번 팔고 끝나는 장사가 아니라, 병원에 깔린 기계 수만큼 뒤따라 팔 물건이 생기는 장사입니다.
그리고 그 기계의 매출 10원 중 7원은 해외에서 들어옵니다
2024년 3분기까지 누적 수출액은 13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2.5%였습니다. 대리점망은 남미, 아시아, 러시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의 62개국에 걸쳐 있습니다.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에서 특히 잘 팔리고, 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 매출도 늘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 5일 제61회 무역의 날에는 리프테라 수출 실적으로 '10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습니다.
흥미로운 건 대표가 3년 전에 한 말입니다. 2021년 4월 학술심포지엄에서 서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올해는 수출 성장세와 더불어 국내 시장에서도 리프테라가 대중적으로 자리잡는 원년이 될 것이다." 그로부터 3년 뒤에도 매출의 72.5%는 수출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안방보다 바깥에서 먼저 자리를 잡았습니다.
안방에는 열 배 큰 1위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바깥에서 먼저 큰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숫자가 국내 시장에 있습니다. 국내 HIFU 시장은 슈링크와 볼뉴머를 만드는 클래시스가 55%를 쥐고 있습니다. 클래시스의 글로벌 누적 판매는 1만8,000대입니다.
같은 집계에서 리프테라 관련 매출은 2024년 103억5,400만원으로, 아스테라시스 전체 매출의 35.9%입니다. 클래시스의 의료기기 매출은 1,109억8,873만원입니다. 수출의 탑을 받은 주력 제품이 1위 회사 매출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칩니다. 포텐자·리니어지를 만드는 제이시스메디칼 매출도 920억200만원입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성적표는 국내 순위표가 아니라 수출 지도로 읽어야 합니다. 국내에서 1위가 절반 넘게 쥔 시장에 뒤늦게 선 회사가 남미와 아시아의 대리점 62곳으로 매출 대부분을 채웠습니다. IPO 때 내건 '글로벌 혁신 미용의료기기 리딩 기업'이라는 말도 이 숫자 옆에 놓고 읽어야 제 크기가 보입니다.
아스테라시스 실적을 바꾼 것은 비싼 새 기계와 카트리지였습니다
상장은 2025년 1월입니다. 이인호 부사장은 IPO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장의 니즈에 맞춘 특허기술이 적용된 신제품의 출시가 최근 가파른 글로벌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 대표는 1월 24일 상장 기념식에서 "미용 기술을 혁신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상장 뒤 숫자가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2025년 상반기 매출은 17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 늘었고, 영업이익은 44억원으로 198% 늘었습니다. 3분기에는 매출 88억원, 영업이익 23억원으로 역대 3분기 가운데 가장 많이 벌었습니다.
최근 3개 사업연도로 넓혀 보면 매출은 175억원, 288억원, 379억원입니다. 영업이익은 16억원, 67억원, 104억원으로 늘었고, 매출 100원당 남긴 영업이익은 8.89원에서 27.39원이 됐습니다. 매출보다 이익이 훨씬 빨리 늘었습니다.
이익이 매출보다 빨리 는 까닭은 무엇이 팔렸는지에 있습니다. 실적 발표마다 이유로 꼽힌 것이 값비싼 쿨소닉의 비중 증가와 카트리지 매출입니다. 서 대표는 3분기 실적을 두고 "쿨소닉이 국내 프리미엄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으며 3분기에도 견조한 성장을 이어 갔다"고 말했습니다. 2021년에 국내에서 기대했던 자리를 4년 뒤 비싼 새 기계가 채우기 시작한 겁니다.
다음 무대로 고른 곳은 1위도 쉽게 못 넘은 미국입니다
서 대표는 2025년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하반기에는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해 글로벌 확장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2025년 10월 아스테라시스 쿨페이즈가 미국 FDA 승인을 받았고, 11월 5일에는 미국 특허 등록을 마쳤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미국에 들고 가는 기계가 주력 리프테라가 아니라 고주파 기계 쿨페이즈라는 점입니다. 국내에서 1위와 정면으로 붙는 HIFU 대신, 직접 냉각 기술이라는 자기 특허를 앞세운 기계로 새 시장 문을 두드렸습니다. 남미에서 대리점망으로 자리를 잡은 회사가 이번에는 규제 승인과 특허를 먼저 쥐고 들어가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분사를 이끈 대표와 특별관계자는 지분 46.12%를 쥐고 있습니다
회사의 주인 구도는 분사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습니다. 2026년 3월 30일 기준 최대주주 서은택 대표와 특별관계자(이인호·김종석·안종구)의 보유 지분은 46.12%입니다. IPO 때 회사의 성장을 설명한 이인호 부사장도 이 특별관계자 명단에 들어 있습니다.
이 주식의 상당 부분은 DB증권, 한국증권금융, NH투자증권 등 증권사에 담보로 잡혀 있습니다. 주식을 맡기고 돈을 빌렸다는 뜻입니다. 2026년 4월 2일 공시는 이 대출의 만기를 늘리고 이자율을 조정한 내용이었고, 판 주식은 없어 보유 비율도 그대로였습니다.
담보로 맡긴 주식은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빌려준 쪽이 추가 담보를 요구하거나 처분할 수 있는 주식입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지배력은 사업 실적만이 아니라 주식 시세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2015년 대한과학에서 떨어져 나온 것은 의료기기 사업부 하나였습니다. 10년 뒤 그 부서는 62개국에 기계와 카트리지를 보내는 상장사가 됐고, 부서를 들고 나온 대표는 이제 그 회사의 주식을 맡겨 증권사에서 돈을 빌립니다. 아버지 회사의 한 칸이었던 곳이, 지금은 그것만으로 담보가 될 만큼의 값을 가진 회사가 됐습니다.
출처
- 한국경제, 아스테라시스 '리프테라 흥행'으로 1000만불 수출의 탑 (2024-12-05)
- 하이트뉴스, 미용의료기기 매출 견인 'HIFU·RF'... '클래시스' 제일 (2025-01-01)
- 팜뉴스, 아스테라시스 '글로벌 혁신 미용의료기기 리딩 기업' IPO (2025-01-10)
- 팜뉴스, 아스테라시스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 달성 (2025-08-13)
- 이투데이, 아스테라시스 미용 의료기기 미국 시장 진출 준비 (2025-10)
- 라포르시안, 아스테라시스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익 23억 (2025-11-14)
- 비즈니스포스트, [Who Is?] 서은택 아스테라시스 대표이사
- 디지털투데이, 아스테라시스 최대주주 서은택 주식담보 만기연장 공시 (2026-04-02)
- 위키백과, 아스테라시스
- 위키백과, 대한과학
- 네이버 증권, 아스테라시스 시세 (2026-09-30)
작성 기준일: 2026년 9월 30일.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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