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이 반도체장비 한 해 매출보다 큰 SK하이닉스 계약 두 건… 따낸 곳은 자회사
디아이(003160)는 10월 1일 9.26% 오른 4만100원에 거래됐습니다. 거래량은 207만여 주였습니다.
주식 창에서 디아이는 「반도체와반도체장비」 업종으로 나옵니다. 실제로 2024년 매출의 80.4%, 1,720억1백만원이 반도체장비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이 회사가 받은 반도체 장비 계약 가운데 가장 큰 두 건은 본사 몫이 아닙니다. 2007년 오너 일가가 자본금 1억원으로 세웠고, 2012년 디아이가 액면가의 139배를 주고 사들인 자회사 디지털프론티어가 따냈습니다.
투자 참고용 ·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1일
디아이가 만드는 것은 칩을 출하 전에 일부러 지치게 하는 장비입니다
서버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 칩은 공장에서 나오자마자 팔리지 않습니다. 출하 전에 오랜 시간 전압과 열을 받으며 버텨야 합니다. 여기서 못 버틴 칩은 걸러집니다. 업계는 이 과정을 번인(burn-in)이라고 부릅니다.
디아이는 이 일을 하는 번인테스터를 만듭니다. 칩이 아직 둥근 웨이퍼 위에 붙어 있을 때 하나씩 찔러 보며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웨이퍼 테스터도 만듭니다.
일은 두 회사가 나눠 맡습니다. 본사 디아이는 칩을 포장한 뒤 단계, 곧 패키징 단계의 검사장비를 만듭니다. 자회사 디지털프론티어는 DRAM·NAND 웨이퍼 테스터를 만듭니다. 사 가는 곳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메모리 회사로 좁혀집니다.
이 장비는 고객 공장 한가운데 놓입니다. 다른 회사 장비로 바꾸려면 고객이 자기 패키징·테스트 라인의 배치와 공정 조건에 맞춰 처음부터 다시 검증해야 합니다. 그래서 한번 자리를 잡은 공급사는 잘 밀려나지 않습니다. 디아이를 읽는 첫 번째 열쇠가 여기 있습니다.
디지털프론티어는 그 자리를 한 계단씩 올라왔습니다. 권태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동사는 낸드 웨이퍼 테스터 국산화를 시작으로 DDR4, DDR5, HBM3·3E를 거쳐 HBM4까지 검사장비 적용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왔다”고 썼습니다. 2024년에는 DDR5용 웨이퍼 테스터 DF-5200 양산장비 납품을 시작했습니다.
올해 가장 큰 계약 두 건은 본사가 아니라 자회사가 따냈습니다
2026년 1월 디지털프론티어는 SK하이닉스와 HBM4용 웨이퍼 번인테스터 998억원 공급계약을 맺었습니다. 3월 30일에는 같은 품목으로 962억5천만원을 더 받았습니다. 계약기간은 3월 27일부터 8월 31일까지였습니다.
두 건을 더하면 1,960억5천만원입니다. 3월 계약 한 건만으로 최근 매출액의 45.0%에 이릅니다. 2024년 한 해 반도체장비 매출 1,720억원보다 SK하이닉스 한 곳과 맺은 두 계약이 더 큽니다.
이 장비가 들어가는 곳은 SK하이닉스 청주 P&T3입니다. 패키징과 테스트를 맡는 시설로, 최근 2개 층을 증축했습니다. HBM은 메모리를 높이 쌓아 올려 만들기 때문에 시험하는 동안 열이 많이 납니다. 디지털프론티어 장비는 이 열을 물로 식히는 수냉식 설계로 다스리며 긴 번인 시험을 버팁니다.
본사도 삼성전자에 팔았습니다. 3월에는 DDR5용 차세대 번인테스터와 낸드용 고속 번인테스터 96억원, 6월에는 삼성전자 국내 법인에 패키지 검사장비 725억원, 중국 소주 법인에 210억원어치를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1월부터 6월까지 다섯 건을 합치면 약 2,990억원입니다.
금액만 보면 본사와 자회사가 나눠 가진 것 같지만 무게는 한쪽으로 기웁니다. 디아이 관계자의 말이 그대로 답입니다. “특히 HBM4 장비는 단가부터 다르기 때문에 규모와 수익성 모두 디지털프론티어가 견인하고 있다.”
그러니 지금 디아이의 실적을 움직이는 것은 SK하이닉스 한 회사의 HBM 설비 계획입니다.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계약을 한 고객에게서 받는다는 것은 그 고객이 공장을 늘릴 때 같이 커지고, 멈출 때 같이 멈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자회사는 2007년 오너 일가가 1억원으로 세운 회사였습니다
디지털프론티어는 디아이가 처음부터 만든 회사가 아닙니다. 2007년 1월 오너 일가가 출자해 자본금 1억원으로 세웠습니다. 출발은 디아이 바깥, 가족의 회사였습니다.
5년 뒤인 2012년 3~5월, 디아이가 이 회사 지분 73%를 사들였습니다. 값은 주당 6만9500원, 액면가의 139배였습니다. 디아이가 쓴 돈은 모두 101억원입니다.
그때 지분을 판 쪽에 오너 일가 3명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지분 66%를 넘기고 92억원을 현금으로 받았습니다. 지금 디아이가 가진 디지털프론티어 지분은 65.18%이고, 나머지 34.82%는 임직원이 갖고 있습니다.
결과만 나란히 놓아 봅니다. 가족이 1억원으로 세운 회사의 지분이 92억원에 상장사로 넘어갔고, 그 상장사는 14년 뒤 이 자회사 덕분에 HBM 장비회사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디아이를 지금의 디아이로 만든 결정적인 한 수는 연구소가 아니라 2012년의 이 거래였다고 저는 봅니다.
디아이 매출의 8.2%는 반도체가 아니라 수입 오디오에서 나옵니다
본사 쪽 이야기는 훨씬 오래됐습니다. 디아이는 사업보고서상 1961년 동일교역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습니다. 이름 그대로 무역회사였습니다. 1996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전후해 사명을 디아이로 바꿨습니다. 무역업 이미지를 벗고 반도체 장비 공급사로 서겠다는 전환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역회사의 장사는 지금도 장부에 남아 있습니다. 2024년 디아이 매출 가운데 음향·영상기기, 곧 오디오 수입판매가 8.2%, 175억8천3백만원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테스터를 파는 회사가 매출의 열두 분의 일가량을 해외 오디오를 들여와 팔아 법니다.
이 8.2%를 곁가지 사업으로만 보면 이 회사의 나이를 놓칩니다. 저는 이것을 반세기 넘은 무역회사의 지문으로 읽습니다. 사명은 바뀌었어도 물건을 들여와 파는 일은 회사 안에서 끊긴 적이 없습니다.
나머지 갈래도 반도체와 결이 다릅니다. 2차전지 검사장비가 7.0%(149억4천3백만원), 전자파를 막는 차폐소재 같은 전자부품이 6.3%(133억7천9백만원), 정수장 설비를 만드는 환경 사업이 3.3%(70억8천3백만원)입니다.
환경 사업은 자회사 디아이엔바이로가 맡습니다. 대표 제품은 하이드로 유공블럭입니다. 정수장에서 물을 걸러 내는 여과지 바닥에 까는 구멍 뚫린 블록인데, 물과 공기를 고르게 나눠 보내고 쌓인 찌꺼기를 거꾸로 씻어 내는 역세척을 쉽게 해 줍니다. 낮은 압력으로 사출해 가볍게 만듭니다.
이 여러 갈래는 형제와 그 딸들이 나눠 쥐고 있습니다
창업주는 고 박기억 회장입니다. 지금은 장남 박원호 회장이 15.01%, 차남 박원덕 부회장이 14.25%를 갖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지분 차이는 0.76%p입니다. 어느 한쪽이 확실히 앞서지 않는, 형제가 나란히 선 회사입니다. 디아이는 가수 싸이의 부친 회사로 이름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3세도 이미 회사 안에 있습니다. 박원호 회장의 장녀 박재은 상무는 오디오사업부를 맡고 있습니다. 앞에서 본 무역회사의 지문, 매출 8.2%짜리 그 사업입니다. 박원덕 부회장의 딸 박재연 상무는 신사업개발을 맡고 있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디아이의 사업 목록은 회사 전략표이기 전에 가족의 역사표입니다. 무역으로 시작한 1세대의 장사, 반도체로 이름을 바꾼 2세대의 전환, 회사 밖에서 세워 안으로 들인 자회사가 한 장부에 겹쳐 있습니다.
디아이 전망은 청주 패키징 공장의 장비 주문에서 나옵니다
디지털프론티어의 고객 SK하이닉스는 청주에 패키징·테스트 시설을 늘리고 있습니다. P&T3은 2개 층 증축을 마쳤고, HBM 같은 AI 메모리 전용 첨단 패키징 공장인 P&T7에는 약 19조원이 들어갑니다. 완공되면 SK하이닉스의 P&T 시설은 모두 7개가 됩니다.
디지털프론티어는 웨이퍼 단계 메모리 테스터를 국산화한 몇 안 되는 국내 업체로 꼽힙니다. 3월에 받은 962억5천만원 계약의 납품 기간은 8월 31일로 끝났습니다. 다음 장면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새 라인에 장비를 들일 때마다 나오는 공급계약 공시에 찍힙니다.
오디오를 들여와 팔던 무역회사의 장부에서 지금 가장 큰 숫자를 적는 것은, 2007년 회사 밖에서 1억원으로 시작한 테스터 회사입니다.
출처
- 디아이 사업보고서(2024 회계연도), 한국거래소 KIND, 2025-03-13
- 디지털프론티어, SK하이닉스에 HBM4 웨이퍼 테스터 공급 계약, 디지털투데이, 202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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