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엔피 상장폐지 우려, 회로기판 회사의 최대 지분은 시트 회사가 쥐었다
에이엔피(015260)는 10월 2일 202원에 거래되며 16.53% 내렸습니다. 거래량은 68만9467주였습니다.
기아 K8이나 K5, 쏘렌토에 앉아 본 사람이라면 이 회사가 꿰맨 시트 커버를 만졌을 수 있습니다. 충북 청주 공장에서 나오는 물건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 매출의 79.09%는 시트가 아니라 자동차 회로기판에서 나옵니다.
에이엔피는 회로기판 공장 위에 한 집안의 시트 사업이 올라앉은 상장사입니다. 그 모양은 2022년 한 해에 만들어졌고, 지금 이 회사 지분 55.09%가 그해의 이름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투자 참고용 기사입니다.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2일.
에이엔피 상장폐지 우려 예고, 기준을 채운 날은 0일이었습니다
10월 1일 나온 투자유의안내에서 눈에 박히는 숫자는 둘입니다. 시가총액 기준을 채운 날 0일, 그리고 46일입니다. 기준에 못 미친 상태가 46일에 닿으면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됩니다.
기준선은 시가총액 300억원입니다. 30일 동안 이 선을 넘지 못해 8월 10일 관리종목이 됐습니다. 4일 뒤인 8월 14일에는 주가 미달 사유가 하나 더 붙었습니다. 30거래일 동안 종가가 1,000원을 밑돈 경우입니다.
관리종목 지정에서 상장폐지 우려 예고까지 두 달이 채 안 걸렸습니다. 그사이 기준을 넘긴 날은 하루도 없었습니다.
거래소가 재는 것은 시장이 매긴 값입니다. 그 값 아래에서 이 회사가 무엇을 만들어 누구에게 파는지를 보면, 숫자는 훨씬 단단합니다.
에이엔피 매출의 79%는 차 안의 회로기판에서 나옵니다
회로기판은 반도체와 부품을 올려 놓고 전기로 서로 잇는 판입니다. 에이엔피의 기판은 자동차 전장부품, 정보통신 장비, 네트워크 기기에 들어갑니다.
2026년 6월 기준 제품별로 나눠 보면 인쇄회로기판이 79.09%입니다. 시트 커버 같은 자동차구성품이 15.44%, 전문생산방식이 3.66%, 기타가 1.81%입니다.
기판도 종류에 따라 팔리는 곳이 갈립니다. 여러 겹을 쌓은 다층 기판은 42.85%가 수출이고 57.15%가 국내입니다. 한두 겹짜리 양·단면 기판은 82.41%가 국내에서 팔리고 수출은 17.59%입니다.
사 가는 곳은 좁습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케피코 두 회사가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오래 이어진 거래이고, 이 두 회사의 차량 부품 계획이 곧 이 공장의 일감입니다.
자동차용 기판 시장의 윗자리는 유니마이크론, 메이코전자, TTM테크놀로지, 삼성전기 같은 큰 회사들 몫입니다. 국내 중견인 심텍과 코리아서킷도 반도체 기판 수익이 나빠지자 자동차 쪽으로 넘어오고 있습니다. 에이엔피는 이들보다 작은, 범용 전장 기판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매출 15%짜리 시트 커버는 청주에서 숙련공이 곡선을 꿰맵니다
회로기판이 이 회사의 몸통이라면 시트 커버는 얼굴입니다. 천연가죽과 인조가죽, 천 원단을 잘라 꿰매 완성차 시트의 겉면을 만듭니다. 충북 청주지점에서 기아 K8·K5·쏘렌토 등에 들어가는 제품을 생산합니다.
청주 공장은 2층짜리입니다. 1층에서는 원단을 재단하고 자재를 쌓아 두고 완제품을 내보냅니다. 2층에는 12개 공정라인과 퀼팅 전용 라인 4개가 돌아갑니다.
하루에 봉제 시트 커버 560개, 퀼팅 커버 60개가 나옵니다. 퀼팅은 원단에 바느질 무늬를 넣어 도톰하게 누빈 것으로, 손이 많이 가서 생산량이 열 배 가까이 적습니다.
2013년 원단과 부자재를 자동으로 꺼내 주는 선반을 들였지만, 퀼팅의 곡선 무늬 같은 정밀한 작업은 지금도 숙련 근로자가 손으로 합니다. 최재균 청주지점 공장장은 “기술 개발과 평준화 과정을 반복하면서도 우위를 지켜왔다”고 말했습니다.
그 우위에는 증명서가 붙어 있습니다. 청주지점은 2014년 현대·기아차가 2·3차 협력사에 매기는 품질인증(SQ)에서 S등급을 받았습니다. 2022년까지 8년 동안 시트 커버 업계에서 S등급을 지킨 곳은 여기 하나였습니다.
이 등급이 높을수록 새 차종 일감에 이름을 올릴 기회가 커집니다. 완성차 회사가 등급 낮은 업체로 쉽게 갈아타지 못하는 이유이고, 시트 커버가 매출 비중보다 무겁게 다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 시트 사업은 최대주주의 회사에서 사 왔습니다
이 청주 공장은 원래 에이엔피 것이 아니었습니다. 2022년 7월 8일 에이엔피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와이에스피의 자동차 시트사업부를 130억원에 사들이기로 가결했습니다.
사 온 사업부의 전년도 매출은 788억1900만원, 영업이익은 61억3500만원이었습니다. 한 해 영업이익의 두 배 남짓을 주고 들여온 사업입니다.
당시 에이엔피는 6년째 적자를 내고 있었습니다. 적자 회로기판 회사가 이익을 내던 시트 사업을 산 거래입니다.
판 쪽 와이에스피는 그 두 달여 전 에이엔피의 최대주주가 된 회사였습니다. 지분 100%는 전학수 대표가 갖고 있습니다. 전학수 대표는 2019년부터 에이엔피 대표이사였습니다. 사고판 양쪽 끝에 같은 사람이 서 있었던 거래입니다.
와이에스피는 창업주의 아들이 28살에 세운 회사입니다
에이엔피의 시작은 1981년 설립된 우진전자입니다. 창업자는 전운관 대표이고, 1988년 상장했습니다. 2006년 큐엔텍코리아로 이름을 바꾸며 회로기판 제조 특허를 얻었고, 2009년 1월 지금의 에이엔피가 됐습니다.
아들 전학수 대표는 20살부터 아버지 밑에서 경영을 배웠습니다. 28살이던 2008년 포장재와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와이에스피를 따로 세웠습니다.
와이에스피의 매출은 2009년 50억원에서 2021년 820억원이 됐습니다. 13년 만에 15배입니다. 이듬해 에이엔피가 사 온 시트사업부의 2021년 매출이 788억1900만원이었습니다. 두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와이에스피가 무엇으로 컸는지 짐작이 갑니다.
2022년 4~5월, 에이엔피의 최대주주가 전운관 대표 외 3인에서 와이에스피 외 3인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버지 개인이 앉아 있던 최대주주 자리에 아들이 키운 법인이 올라선 2세 승계였습니다.
같은 해, 이 회로기판 회사는 드라마 제작사도 세웠습니다
최대주주가 바뀌던 그 무렵인 2022년 4월 25일, 에이엔피는 자본금 80억원짜리 자회사 스튜디오2046을 세웠습니다. 드라마·영화·게임·음악을 만드는 콘텐츠 회사입니다.
경영진도 그쪽 사람들로 꾸렸습니다. 음악은 윤상준 대표가, 드라마·영화는 이도형 전 팬텀엔터테인먼트 회장이 맡았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초록뱀미디어 등 역량있는 제작사들과 협업해 단기간에 콘텐츠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습니다.
80억원은 석 달 뒤 시트사업부에 치른 130억원의 60%가 넘는 돈입니다. 자동차 회로기판과 시트를 만드는 회사가 승계 첫해에 쓴 돈의 상당 부분이 촬영장 쪽으로 갔습니다.
그래서 주주명부에는 2022년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2026년 3월 기준 에이엔피 최대주주 쪽 지분은 모두 55.09%입니다. 용산이 34.62%, 와이에스피가 12.12%, 전운관 대표가 5.61%, 전학수 대표가 2.25%, 스튜디오2046이 0.49%입니다.
가장 큰 몫을 쥔 용산은 현대·기아차에 시트와 내장 부품을 납품하는 별도 계열사입니다. 최대 지분이 회로기판 회사가 아니라 시트 회사 손에 있습니다.
나머지 이름 가운데 와이에스피, 전학수 대표, 스튜디오2046 셋은 2022년 승계 때 한꺼번에 등장했습니다. 그해 에이엔피가 세운 자회사가 모회사 주식 0.49%를 들고 있는 것까지 그대로입니다.
이 회사를 회로기판 회사로만 부르면 절반만 맞습니다. 돈은 회로기판이 79.09%를 벌어 오지만, 지분의 3분의 1 넘게는 시트를 만드는 계열사에 있습니다. 에이엔피는 한 집안의 자동차 부품 사업이 증시와 닿아 있는 자리로 봐야 합니다.
에이엔피 전망이 걸린 곳은 올해 2월 꺼낸 고사양 기판입니다
2026년 2월 13일, 에이엔피는 1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새 주식을 사는 쪽에 전운관·전학수 두 사람이 들어갔고, 돈은 고사양 회로기판 생산 설비에 씁니다.
엿새 뒤인 2월 19일에는 방향을 밝혔습니다. 범용 기판에서 고사양·고부가 기판 중심으로 옮기고, 자동차 기판 기술로 로봇 액추에이터용 기판 시장에 들어간다는 내용입니다. 액추에이터는 로봇 관절을 실제로 움직이는 구동 장치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수익성 중심의 사업 체질로 전환하기 위해 고사양·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설비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대모비스·현대케피코에 기대던 범용 기판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입니다.
거래소가 들여다보는 선은 시가총액 300억원과 종가 1,000원입니다. 회사가 올해 내놓은 답은 10억원짜리 설비 투자와 로봇 관절용 기판입니다.
2022년 이 집안은 이익 나는 시트 사업을 상장사 안으로 들여와 회사의 모양을 바꿨습니다. 올해 2월 설비 자금을 넣은 것도 같은 두 사람이었습니다. 46일이라는 시계 앞에서 이 회사를 다시 고쳐 쓸 수 있는 손도, 지분 55.09%에 적힌 그 이름들입니다.
출처
- 에이엔피 투자유의안내(시가총액요건 미달로 인한 상장폐지 우려 예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6-10-01
- 에이엔피 투자유의안내 공시 요약, 2026-10-01
- 에이엔피, 관리종목 지정사유에 주가 미달 추가, 탑스타뉴스, 2026-08-14
- 에이엔피 기업개요(매출구성), 와이즈리포트, 2026-06-30
- [기업탐방] 시트 커버 업계 유일 SQ인증 S등급…'퀼팅 공법으로 경쟁사 차별화' 에이엔피 청주지점, 이투데이, 2022-11-17
- 에이엔피, 와이에스피 자동차 시트사업 인수 승인, 이투데이, 2022-07-08
- [지배구조]에이엔피, 2세 승계 완료… 6년 적자 끊을까, 아시아경제, 2022-05-03
- 에이엔피, 최대주주 와이에스피로 변경…2세 경영 시동, 머니투데이, 2022-05-03
- 에이엔피, 스튜디오2046 설립…'콘텐츠 전문기업으로 도약', 이투데이, 2022-04-25
- 에이엔피 상호 변경, 이투데이, 2009-01
- 에이엔피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정, 네이트뉴스, 2026-02-13
- 에이엔피, PCB 사업 고부가 구조 전환 본격화, 아시아경제, 2026-02-19
- 5년째 적자 터널 에이엔피, 재무 상태 계속 악화, IB토마토, 2021-08-26
이 기사는 2026년 10월 2일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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