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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종목 왜?

HLB제약은 왜 신약 대신 알약 공장에 550억원을 걸었나

서학개미기자 0 6 0
HLB제약 향남 GMP공장 증축 투자 550억원과 주인이 두 번 바뀐 제약사의 이력을 다룬 기사 표지

10월 2일 HLB제약(047920)은 전 거래일보다 8.61% 내린 1만190원에 거래됐고, 거래량은 77만주를 넘었습니다.

HLB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개 그룹의 간암·담관암 신약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하루 전인 10월 1일, 이 회사 이사회가 큰돈을 쓰기로 한 곳은 경기 화성 향남읍의 알약 공장이었습니다. 550억원, 지난해 말 자기자본의 43.95%입니다.

이 회사를 이해하는 열쇠는 이름이 아니라 공장입니다. HLB제약은 1년 사이 이름이 두 번 바뀌고 주인이 두 번 바뀐 회사입니다. 그 사이 끝까지 남은 것은 약을 찍는 기계였고, 이번 투자는 그 기계에 회사 몸집의 절반 가까이를 다시 거는 결정입니다.

투자 참고용 ·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2일

향남 빈터 7,000평에 자기자본의 44%를 붓습니다

이번 신규시설투자의 기간은 10월 1일부터 2028년 1월 31일까지입니다. 돈은 신공장 건물을 올리고, 기계·유틸리티 공사를 하고, 생산설비를 사서 설치하는 데 들어갑니다. 부가가치세를 뺀 금액입니다.

회사가 밝힌 목적은 셋입니다. 생산능력 확대, 노후 생산설비 개선, 안정적인 생산 기반 확보입니다. 처방약을 만들 수 있도록 제조·품질 기준을 갖춘 향남 GMP공장을 고치고 새로 짓는 공사입니다.

향남 공장 부지는 약 1만 평입니다. 그중 7,000평이 비어 있었고, 신공장은 그 빈터에 올라갑니다. 지금 이 회사의 주력인 남양주 공장은 1년에 2억3,000만 정을 만듭니다.

박재형 대표는 8월 이렇게 말했습니다. “향남공장을 'HLB그룹의 생산 캠퍼스'로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현재 남양주 공장은 연 2억3,000만정 규모입니다. 향남으로 이전하면 연 7억정 수준으로 3배 정도 케파가 늘어납니다.”

1년에 2억3,000만 알을 찍던 회사가 7억 알을 찍을 수 있는 회사가 됩니다. 늘어나는 4억7,000만 알을 채울 주문이 이 회사의 다음 숙제입니다. 건물과 기계는 돌지 않아도 비용이 나가기 때문입니다.

남양주 공장 연 2억3000만정과 향남 신공장 완공 뒤 연 7억정 생산능력을 비교하고 향남 부지 1만평 중 유휴부지 7000평에 증축하는 계획을 보여 주는 도판

이 공장의 첫 주인은 HLB가 아니었습니다

회사의 출발은 1998년 세워진 벤처기업 ㈜씨트리입니다. 씨트리는 바이엘코리아 남양주 공장을 인수하면서 약을 직접 만드는 회사가 됐습니다. 지금 연 2억3,000만 정을 찍는 그 남양주 공장입니다.

2019년 11월 주인이 바뀝니다. 메디포럼이 기존 주식을 사들이고 새 주식도 받는 방식으로 씨트리 경영권을 가져갔고, 2020년 2월 사명은 '메디포럼제약'이 됐습니다.

당시 메디포럼에는 돈이 몰려 있었습니다. 치매치료제 PM102의 임상 성과와 상장 가능성을 보고 들어온 투자자들에게서 475억원을 모았습니다. 보통주로 138억원, 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조건을 단 빚인 전환사채로 337억원입니다.

일은 신약이 아닌 곳에서 꼬였습니다. 메디포럼이 함께 인수한 아이월드제약이 대규모 적자를 냈고, 메디포럼은 메디포럼제약의 경영권을 잃고 회사를 파는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그 매물을 받은 곳이 HLB생명과학입니다. 2020년 9월 140억원 규모의 신주를 받아 지분 17.19%로 최대주주에 올랐고, 10월 사명이 'HLB제약'으로 바뀌었습니다. 2020년 한 해에만 간판을 두 번 갈아 단 셈입니다.

그러니까 HLB제약은 HLB가 세운 회사가 아닙니다. 치매 신약 기대로 돈을 모았던 주인이 다른 인수에서 넘어지면서 시장에 나온 회사입니다. 간판은 씨트리, 메디포럼제약, HLB제약으로 세 번 달라졌지만 남양주의 옛 바이엘 공장은 그대로였습니다.

1998년 씨트리 설립과 바이엘코리아 남양주 공장 인수, 2020년 2월 메디포럼제약, 2020년 10월 HLB제약으로 이어진 사명과 최대주주 변천 연표

새 주인 밑에서 남의 약 대신 자기 약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HLB 품에 들어온 해의 2020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매출은 두 갈래였습니다. 다른 제약사 약을 대신 팔아 주는 판매대행(CSO)이 74.5%, 다른 제약사 약을 대신 만들어 주는 위탁생산(CMO)이 25.5%였습니다.

그 뒤 회사는 자기 이름의 약을 자기 공장에서 찍는 쪽으로 무게를 옮겼습니다. 자체 생산 비중은 2022년 21%에서 2024년 52%로 2년 만에 두 배 넘게 뛰었습니다.

돈으로 보면 이 변화가 가장 큽니다. 100원어치를 팔 때 원가로 나가던 돈이 40원대에서 30원대 중반으로 줄었습니다. 남이 만든 약을 받아 팔면 만든 쪽 몫이 빠지고, 직접 찍으면 그 몫이 공장에 남습니다. 그 사이 HLB제약 매출은 1,000억원대에서 2,000억원대로 올라섰습니다.

약을 맡기는 쪽이 보는 숫자도 있습니다. 회사는 지금까지 진행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 15건을 모두 통과했습니다. 복제약이 원래 약과 같은 양으로 몸에 흡수되는지 사람에게 먹여 확인하는 시험입니다. 이걸 넘어야 복제약을 팔 수 있습니다.

창고도 바꿨습니다. 3~4개월분이던 안전재고를 8개월분 이상으로 늘렸고, 품절은 월 1건 수준까지 줄었습니다. 약국과 병원에 약이 끊기면 거래처가 떠납니다. 위탁생산을 맡기는 제약사에게 이 두 숫자는 '여기 맡기면 약이 마르지 않는다'는 보증서입니다.

HLB제약 자체 생산 비중이 2022년 21%에서 2024년 52%로 늘고 매출원가율이 40%대에서 30%대 중반으로 내려간 변화를 보여 주는 도판

공장 앞뒤로 유통과 자체 브랜드까지 붙였습니다

2023년 4월에는 관절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콴첼을 내놨습니다. 그중 '콴첼 뮤코다당단백 콘드로이친+'는 누적 판매 40만 개를 넘겼습니다. 처방전 없이 소비자가 직접 고르는 상품에 회사 이름을 건 첫 브랜드입니다.

2025년 4월 24일에는 의약품 유통회사 신화어드밴스를 100% 자회사로 들였습니다. 최근 3년 동안 해마다 500억~700억원대 매출을 낸 회사입니다.

거래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HLB생명과학이 들고 있던 신화어드밴스 지분 전량을 HLB제약에 넘기고, HLB제약은 190억원 규모 신주를 HLB생명과학에 발행했습니다. 현금 대신 새 주식이 오간 그룹 안 거래입니다.

이로써 약을 만드는 공장과 그 약을 실어 내보내는 유통이 한 회사 안에 들어왔습니다. 제네릭을 만드는 중견 제약사는 많지만, 제조부터 유통까지 직접 쥔 곳은 드뭅니다. 향남 신공장이 늘릴 4억7,000만 알이 나갈 길을 먼저 깔아 둔 구도입니다.

HLB제약 유상증자에서 대주주는 배정 물량의 절반만 샀습니다

올해 9월 HLB제약은 유상증자를 했습니다. 처음 목표는 1,200억원이었습니다. 그룹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FDA 허가가 불확실해지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조달 목표는 609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최종 조달액은 608억717만원, 발행가는 5,650원이었습니다. 기존 주주 청약률은 91.46%였습니다.

눈에 걸리는 것은 맨 앞줄의 주주들입니다. 최대주주 HLB생명과학, 진양곤 의장, 박재형 대표가 모두 자기에게 배정된 물량의 절반만 청약했습니다.

그 결과가 9월 28일 대량보유 보고에 찍혔습니다. HLB생명과학이 가진 주식은 8,331,408주 그대로인데, 전체 주식이 늘면서 지분율은 24.31%에서 18.97%로 내려갔습니다.

회사 살림은 이미 조이고 있었습니다. 3월에는 임원 퇴직금 기준을 2~3개월분에서 1개월분으로 줄였습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만 3개월분을 유지했습니다.

이 회사의 이야기는 두 줄로 갈라져 흐릅니다. 한 줄은 그룹 신약의 허가 소식에 따라 출렁이는 주가입니다. 증자 규모를 절반으로 꺾은 것도 이 줄이었습니다. 다른 한 줄은 2년 만에 자체 생산을 두 배로 늘린 공장입니다. 10월 1일 이사회가 돈을 건 쪽은 두 번째 줄이었습니다.

향남이 '생산 캠퍼스'가 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28개월입니다

HLB제약 전망을 가늠할 기준은 공시에 이미 적혀 있습니다. 투자 기한은 2028년 1월 31일이고, 목표 생산능력은 연 7억 정입니다. 회사는 투자 금액과 기간이 공사 진행 경과, 설비투자 계획,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나올 공시 가운데 이 회사를 가장 많이 설명해 줄 것은 신약 소식이 아니라 이 투자의 금액·기간이 바뀌는지 여부입니다. 550억원이 그대로 가면 2028년 초 이 회사는 지금보다 세 배 많은 알약을 찍을 수 있는 공장을 갖게 됩니다.

HLB라는 이름은 2020년 10월에 붙었습니다. 남양주의 바이엘 공장은 그보다 훨씬 먼저 있었습니다. 향남 빈터에 올라갈 7,000평짜리 건물은, 이 회사에서 무엇이 먼저였는지를 콘크리트로 다시 적는 일입니다.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2일.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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