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제이전자 상한가… 매출 80%는 GE·지멘스 상표 단 초음파기기
피제이전자(006140) 주가가 2026년 10월 2일 상한가(+29.91%)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거래량은 168만6,965주로, 직전 20거래일 평균 2만4,479주의 69배였습니다.
병원 초음파실에 누워 본 사람이라면 GE나 지멘스, 삼성메디슨 로고가 찍힌 기계를 기억할 겁니다. 그 로고 어디에도 피제이전자라는 이름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 매출의 80.1%가 바로 그런 초음파 진단기기에서 나옵니다.
피제이전자는 간판을 세 번 바꾼 회사이고, 지금의 간판은 정작 자기가 만든 제품 위에 붙지 않습니다. 이 회사가 반세기 넘게 쌓아 온 것은 이름이 아니라 남의 브랜드가 쉽게 떠나지 못하는 생산 라인입니다.
투자 참고용 정보입니다.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2일.
피제이전자 매출의 80%는 남의 상표를 달고 나갑니다
피제이전자는 전자제품을 직접 설계해 파는 회사가 아닙니다. 다른 회사가 맡긴 제품을 대신 만들어 주는 생산전문회사, 업계 말로 EMS입니다. 만든 물건은 주문한 회사의 이름으로 시장에 나갑니다.
만드는 물건은 세 갈래입니다. 초음파 진단기기, 자동차 전장부품, 산업용 로봇제어기입니다. 셋이 고르게 나뉘어 있지는 않습니다.
2024년(제56기) 매출 1,693억원 가운데 의료기기가 1,356억원, 80.1%입니다. 차량 전장부품은 139억원(8.2%), 로봇제어기는 113억원(6.7%)입니다. 임가공 35억원(2.1%), 임대 35억원(2.1%), 기타 제품 14억원(0.8%)이 나머지를 채웁니다.
의료기기를 사 가는 곳은 GE, SIEMENS, 삼성메디슨, 한국지이초음파입니다. 초음파기기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름들이 한 공장의 주문 장부에 나란히 올라 있습니다. 회사는 이 가운데 누가 얼마를 사 가는지는 나눠 공시하지 않습니다.
GE와 지멘스는 10년 넘게 이 공장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주문을 받아 만드는 공장의 힘은 주문이 얼마나 오래 이어지느냐에서 나옵니다. GE와 SIEMENS는 2023년 1월 기준으로 10년 넘게 피제이전자에서 초음파 진단기기 부품과 반제품을 받아 왔습니다. 반제품은 완성 직전까지 조립을 마친 물건입니다.
의료기기에서 10년은 가벼운 숫자가 아닙니다. 의료기기는 품목 하나를 다른 공장으로 옮기면 인증과 검증을 다시 거쳐야 합니다. 공급처를 바꾸는 순간 시간과 비용이 새로 듭니다.
그래서 이 회사가 실제로 파는 것은 기계 한 대가 아니라 이미 검증을 통과한 생산 라인입니다. 그 라인을 옮기는 값이 머무는 값보다 비싸다는 것을 10년 넘는 거래가 보여 줍니다. 1,356억원 의료기기 매출의 바닥은 거기에 있습니다.
이 공장의 첫 물건은 전자제품이 아니라 실크였습니다
이름에 '전자'가 들어 있지만 출발은 전자와 거리가 멉니다. 회사는 1969년 경기 부천에서 견직물, 그러니까 실크 원단을 생산하는 풍정산업(주)으로 설립됐습니다.
1978년 한국진공산업을 흡수합병하면서 업종이 바뀝니다. 자동차 후사경, 차 뒤를 비추는 백미러를 만드는 회사가 됐습니다.
백미러는 혼자 팔리는 물건이 아닙니다. 완성차라는 남의 제품에 달려 나갑니다. 피제이전자가 남의 이름이 붙은 물건 안쪽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초음파기기보다 20년 이상 앞선 이 시점부터입니다.
백미러를 떼어 낸 자리에 EMS가 들어왔습니다
큰 전환은 1999년 10월부터 2000년 2월까지 넉 달 남짓한 사이에 몰려 있습니다. 1999년 10월 7일 상호를 풍정산업에서 (주)피이제이산업으로 바꿨습니다.
11월 1일에는 자동차 후사경 사업부문을 인적분할로 떼어 냈습니다. 사업부를 새 회사로 독립시키고, 그 회사 주식을 기존 주주들이 지분대로 나눠 갖는 방식입니다. 1978년부터 20년 넘게 해 온 일을 본체 밖으로 내보낸 결정이었습니다.
2000년 1월 31일 (주)피이제이전자를 합병했습니다. 합병 비율은 1대0으로, 합병하면서 새 주식을 한 주도 내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월 21일 지금의 이름 (주)피제이전자가 됐습니다.
백미러 대신 본체에 들어온 것이 EMS입니다. 회사는 이 사업을 두고 "1990년대 중반부터 EMS 사업의 개념을 가장 먼저 도입"했다고 적습니다. 국내에 이 업태가 낯설던 시절에 먼저 뛰어든 쪽이라는 자평입니다.
'풍정'이라는 옛 이름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2005년 충북 오창산업단지에 준공된 독일 자동차미러 업체의 공장 이름이 쉐프네커풍정이었습니다.
회사가 견줄 상대로 드는 곳도 국내 회사가 아닙니다. Solectron, Flextronics, Celestica, SCI Systems, Jabil Circuit, C-MAC Industries처럼 연매출이 수조원대인 글로벌 EMS 기업들입니다. 그러면서도 시장점유율은 제품군이 다양해 산출하기 어렵다고 밝힙니다.
백미러는 내보냈지만 자동차 고객은 남았습니다
분할 뒤에도 자동차와의 인연은 끊기지 않았습니다. 지금 피제이전자의 차량 전장부품 매출 139억원은 현대모비스, SENSIRION-AUTOMOTIVE, BORGWARNER, WOOJIN INDUSTRY, INFAC에서 나옵니다.
현대모비스와 보그워너는 완성차에 부품을 대는 회사들입니다. 피제이전자는 그 아래에서 전자 부품을 만들어 넣습니다. 이런 공급망은 한번 자리 잡으면 의료기기처럼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피제이전자 로봇 사업도 같은 결입니다. 산업용 로봇을 움직이는 두뇌 격인 로봇제어기를 만들고, 매출처는 HD현대로보틱스(옛 현대중공업)입니다. 로봇 본체에 붙는 이름은 역시 피제이전자가 아닙니다.
세 사업은 업종이 달라 보여도 한 가지 공통점으로 묶입니다. 모두 남이 완성한 제품 안쪽에 들어갑니다. 백미러 시절의 일하는 방식이 품목만 바꿔 이어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지분 70%를 쥔 최대주주가 순이익 40%를 돌려주겠다고 적었습니다
최대주주 김재석 외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70.19%입니다. 바깥 주주 몫은 30%가 채 안 됩니다. 직전 사업연도 배당성향은 4.03%였습니다. 순이익 100원 가운데 4원 남짓을 배당으로 나눈 셈입니다.
2026년 들어 움직임이 잦아졌습니다. 3월 17일 자기주식 13만5,000주, 약 9억원어치를 소각하기로 결정했고, 소각 예정일은 3월 24일이었습니다. 같은 날 정기주주총회는 제57기 재무제표를 승인하고 보통주 1주당 200원 현금배당을 의결했습니다.
6월 17일에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습니다. 2030년까지 2,600억원 투자, 2026년 하반기 자사주 200억원 매입이 들어 있습니다. 2027~2028년에는 순이익의 40% 수준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돌려주고, 배당성향은 3개년 평균 10%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회사가 밝힌 목적은 이렇습니다. "중장기 예측 가능한 주주환원, 투명한 경영체계 확립을 통해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고하고자함."
숫자의 크기를 실적 옆에 놓아 보면 무게가 보입니다. 최근 3개 사업연도 매출은 1,668억원, 1,693억원, 1,786억원이었고 순이익은 61억원, 92억원, 94억원이었습니다. 하반기 자사주 매입 200억원은 가장 최근 한 해 순이익의 두 배가 넘습니다.
피제이전자 전망은 2,600억원이 어떤 공장이 되느냐에 걸려 있습니다
공장에 돈을 넣은 기록은 이미 있습니다. 회사는 2021년 10월 15일 인천 계양구 서운동 서운일반산업단지의 145억5,000만원 규모 신규 시설투자 이행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2030년까지의 2,600억원은 그 투자의 18배 가까운 금액이고, 연매출 1,786억원보다도 큽니다. 이 회사의 돈이 고객이 떠나지 못하는 생산 라인에서 나온다면, 새 돈도 결국 라인을 늘리거나 바꾸는 데서 값을 찾아야 합니다.
확인할 일정은 공시로 정해져 있습니다. 2026년 하반기 200억원 자사주 매입이 실제로 집행되는지, 2027년과 2028년 순이익의 40%가 약속대로 주주에게 돌아가는지입니다.
남의 이름 뒤에서 반세기를 일해 온 회사가 이번에는 자기 이름으로 숫자를 적어 냈습니다. 그 숫자를 시험하는 것은 2027년과 2028년의 순이익입니다.
출처
- 피제이전자 사업보고서(제56기), 한국거래소 KIND, 2025-03-18
- 피제이전자 기업가치 제고 계획(자율공시, 정정), 한국거래소 KIND, 2026-07-13
- 獨쉐프네커풍정 공장 오창산업단지내 준공, 충청투데이, 2005-11-26
- 대당 최대 3억원… '한의원 초음파' 잭팟 맞은 국내 업체는, 팜이데일리, 2023-01-04
- 피제이전자, 9억 규모 자사주 소각 결정, 이데일리, 2026-03-17
- 피제이전자, 제57기 재무제표 승인…보통주 1주당 200원 현금배당, 네이트뉴스, 2026-03-24
- 피제이전자 일별 거래량, 네이버 증권, 2026-10-02 조회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2일.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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