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 최대 고객은 이제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비중은 17%
한미반도체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개 SK하이닉스 HBM 공장에 들어가는 장비가 먼저 떠오릅니다. 10월 6일 한미반도체(042700)는 장중 276,000원, 전날보다 1.47% 높은 값에 거래됐고 거래량은 26만 주를 넘었습니다. 같은 날 이 회사는 삼성전기에 244억 8,000만원어치 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공시했습니다.
삼성 이름이 붙은 큰 주문은 이 회사에 오래 없던 일입니다. 그런데 손님 명단에서 더 크게 바뀐 쪽은 따로 있습니다. 2023년 고객 매출의 95%를 차지하던 SK하이닉스는 2025년 17%로 내려왔고, 그 자리는 마이크론이 채웠습니다.
한미반도체의 손님 명단은 10여 년 사이 몇 번이고 뒤집혔습니다. 그동안 바뀌지 않은 것은 손님이 아니라 기계였습니다.
투자 참고용 정보입니다.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6일.
삼성전기가 사 간 것은 HBM 본더가 아니라 칩을 자르는 기계입니다
이번 계약 품목은 이 회사의 간판 TC본더가 아닙니다. 삼성전기가 주문한 장비는 MSVP, 마이크로 쏘&비전 플레이스먼트입니다. 이름이 두 덩어리인 것은 기계 두 대를 한 줄로 이어 붙였기 때문입니다.
앞쪽의 마이크로 쏘가 완성된 반도체 패키지를 정밀하게 잘라 냅니다. 잘린 조각은 세척과 건조를 거쳐 뒤쪽 비전 플레이스먼트로 넘어갑니다. 거기서 비전 검사로 하나씩 살핀 뒤 골라서 쌓습니다.
이 장비는 D램과 낸드플래시, HBM은 물론 시스템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 유리기판 생산 공정에도 들어가는 후공정 필수 장비입니다. 메모리 회사가 아니어도 사 갈 이유가 있는 기계입니다.
뒤쪽 절반은 오래된 물건입니다. 한미반도체는 1998년 비전 플레이스먼트 1세대를 내놨습니다. 앞쪽 절반은 사정이 달랐습니다. 칼날 역할을 하는 쏘 장비는 일본 디스코에서 공급받아 왔고, 2021년에야 자체 브랜드 '마이크로 쏘'로 국산화했습니다. 국내 최초였습니다.
삼성전기가 이번에 산 기계는 반쪽을 남의 손에 기대던 장비가 5년 만에 온전히 한미반도체 것이 된 물건입니다. 회사는 삼성전기 생산 일정에 맞춰 납기와 설치·셋업 품질을 최우선으로 관리하고, 전담 AS 직원과 차량을 따로 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기계를 만든 손은 성수동 금형 공장에서 왔습니다
창업자 곽노권은 1938년생입니다.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를 나와 1967년 모토로라코리아에 들어가 14년을 일했습니다. 1980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차린 회사의 이름은 '한미금형'이었습니다. 출발은 반도체 장비가 아니라 금형이었습니다.
회사는 그해 12월 경기 부천으로, 1986년 8월 인천 서구 가좌동으로 옮겼습니다. 가좌동은 지금도 본사입니다. 1996년 ㈜한미, 2002년 한미반도체로 이름을 바꾸면서 금형 회사는 반도체 후공정 장비 회사가 됐습니다. 2005년 코스피에 상장했습니다.
아들 곽동신은 1998년 입사했습니다. 비전 플레이스먼트 1세대가 나온 바로 그해입니다. 기획실장·이사·상무를 거쳐 아버지와 각자대표를 지냈고, 2010년 단독대표, 2014년 대표이사 부회장이 됐습니다. 곽노권 회장은 2023년 12월 4일 85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회사가 삼성 자회사를 법정에 세웠고, 거래는 줄었습니다
한미반도체는 10여 년 전 삼성전자의 장비 자회사 세크론(지금의 세메스)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내 이겼습니다. 그 뒤로 삼성그룹과의 거래는 크게 줄었습니다.
세메스는 지금 HBM용 TC본더 시장 2위입니다. 2025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로 따진 점유율이 13.1%입니다. 1위는 71.2%의 한미반도체입니다. 법정에서 맞섰던 두 회사가 같은 장비 시장의 1·2위에 나란히 있습니다.
관계가 풀리는 움직임은 2025년부터 보였습니다. 그해 10월 반도체대전에서 곽동신 회장은 송재혁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을 만났습니다. 삼성전자에 TC본더를 공급할 가능성을 묻자 곽 회장은 “고객사가 원하면 진행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아직 차세대 HBM용 TC본더를 평가하는 단계입니다.
삼성그룹의 큰 주문은 TC본더가 아니라, 1998년부터 다듬어 온 기계로 왔습니다. 곽 회장의 말은 짧았습니다. “삼성그룹 환영합니다.”
삼성과 멀어진 사이 회사를 키운 건 D램을 쌓는 기계였습니다
HBM은 D램 여러 장을 위로 쌓아 만든 메모리입니다. 칩을 한 장 올릴 때마다 열과 압력을 가해 정확한 자리에 붙여 고정해야 합니다. 이 일을 하는 장비가 TC본더, 열압착 본더입니다.
HBM을 쌓는 방식은 크게 둘입니다. 비전도성 필름(NCF) 방식과 매스 리플로-몰디드 언더필(MR-MUF) 방식입니다. 한미반도체는 두 방식 모두의 TC본더 원천기술을 가진 유일한 업체로 꼽히고, HBM 장비 특허를 150건 갖고 있습니다.
이 기계를 가장 많이 사 간 곳이 SK하이닉스였습니다. 2023년 한미반도체 고객 매출의 95%가 SK하이닉스에서 나왔습니다. 2025년 봄까지도 SK하이닉스가 쓰는 TC본더의 90% 이상이 한미반도체 제품이었습니다.
한미반도체 매출은 거의 기계 값입니다. 2025년 사업보고서에서 반도체 제조용 장비가 84.62%, Conversion Kit 등 부품이 15.38%입니다.
그런데 그 95%가 2년 만에 17%가 됐습니다
SK하이닉스 협력사라는 이름표는 2023년까지의 이야기입니다. 고객별 매출 비중은 2~3년 사이 이렇게 움직였습니다.
| 연도 | SK하이닉스 | 마이크론 |
|---|---|---|
| 2023년 | 95% | — |
| 2024년 | 16% | 16% |
| 2025년 | 17% | 48% |
| 2026년(예상) | 18% | 63% |
CLSA 분석은 마이크론 비중이 올해 63%까지 오를 것으로 봅니다. 2025년 기준으로 이 회사의 가장 큰 손님은 이미 마이크론입니다.
곽 회장도 2026년 2월 같은 방향을 말했습니다. “(마이크론도) 잘 될 것 같다. 현재 장비 오더(주문)가 많이 오고 있다.”
SK하이닉스와의 거래가 끊긴 것은 아닙니다. 2026년 6월 8일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와 442억원 규모의 HBM4용 'TC본더 4.5 그리핀' 공급계약을 맺었습니다. SK하이닉스 청주공장 HBM 라인에 HBM4 양산용으로 들어가는 물량입니다. 비중이 줄어든 만큼 다른 손님의 몫이 커졌습니다.
SK하이닉스와 틀어진 일은 한 달 만에 봉합됐습니다
2025년 4월, 한미반도체와 특허로 다투던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의 TC본더 물량 일부를 따냈습니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 생산라인에 상주하던 유지보수(CS) 인력을 빼냈습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결별설'까지 돌았습니다.
양산 라인에 들어간 장비는 수율과 공정을 검증하는 데 오래 걸려서 중간에 공급사를 바꾸기 어렵습니다. HBM 생산 차질 우려가 나왔고, 두 회사 경영진이 협상해 5월 16일 장비 거래 계약을 다시 맺었습니다. 5월 26일 CS 인력 수십 명이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최대 고객의 공장에서 사람을 빼는 수를 둘 수 있는 장비 회사는 흔치 않습니다. 그 공장 TC본더의 90% 이상이 자기 기계일 때나 가능한 수입니다.
그렇다고 자리를 혼자 지킨 것은 아닙니다. 한화세미텍은 지금도 SK하이닉스에 TC본더를 공급하고, 두 회사는 법정에서 맞붙어 있습니다. 2024년 12월 한미반도체가 특허권 침해금지 소송을 냈고, 한화세미텍은 2025년 5월 특허무효 심판, 7월 플럭스 도포·평탄화 기술 특허 소송으로 맞섰습니다.
2025년 10월 28일에는 한화세미텍이 추가 특허침해 소송을 냈습니다. 서로 자기가 HBM TC본더 원조라고 주장합니다. 한화세미텍 쪽은 “이번 소송은 반도체 장비의 핵심 기술 보호와 기술 탈취 및 도용 등 불법 행위에 대한 강력한 대응 차원으로 진행한 소송”이라고 했습니다.
한화세미텍의 점유율은 3.2%, 5위입니다. 두 회사는 법정에서는 서로를 기술 도용자로 몰면서, 영업 현장에서는 같은 고객에게 같은 종류의 장비를 나란히 냅니다.
다음 손님을 찾아 미국 산호세로 갑니다
2026년 7월 15일 곽 회장은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한미USA' 법인을 연내 세우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은 AI 반도체 수요가 만들어지는 진원지이자 새로운 고객이 계속 탄생하는 시장이다. 한미USA를 통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장비를 적기에 공급하고, 현지 밀착형 기술 지원을 제공하겠다.”
같은 자리에서 곽 회장은 “2027년부터 한미반도체 장비의 쇼티지가 본격화되면 필요한 만큼 공급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손님보다 기계가 모자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공장을 늘립니다. 1,000억원을 들인 하이브리드 본더 전용 7공장은 2025년 8월 착공해 2027년 상반기 완공이 목표입니다. 5,000평이 넘는 8공장 매입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HBM5급 적층을 겨냥한 하이브리드 본더와 차세대 와이드 TC본더를 2026년에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혀 왔습니다.
이 투자를 결정하는 사람이 곽 회장입니다. 한미반도체 최대주주는 곽 회장 일가로, 일가 전체 지분이 55.8%입니다. 곽 회장은 2026년 9월 사재 80억원으로 주식을 더 사 본인 지분율을 33.59%로 올렸습니다.
삼성그룹과는 법정에서 멀어졌고, SK하이닉스와는 95%까지 붙었다가 한 달간 등을 졌고, 마이크론은 2년 만에 절반을 넘겼습니다. 그 사이 이 회사가 한 일은 일본에서 사 오던 칼날까지 직접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1980년 성수동 금형 공장이 46년 동안 지어 온 것은 붙잡아 둔 손님이 아니라, 어느 손님이 문을 두드려도 내밀 수 있는 기계였습니다.
출처
- 단일판매ㆍ공급계약체결(자율공시), 2026-10-06
- 더팩트, 한미반도체, 삼성과 약 245억 규모 거래…곽동신 회장 "환영한다", 2026-10-06
- 조선일보, 한미반도체, 삼성전기서 245억 장비 수주...“삼성그룹 환영”, 2026-10-06
- 블로터, 'SK하이닉스 독점' 끝난 한미반도체, 실적 성장 여지 더 커진 이유는, 2026-09-14
- 아시아경제, "한미반도체, 올해 TC본더 세계시장 점유율 71%", 2025-12-22
- 한미반도체 2025년 사업보고서
- 파이낸셜뉴스,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와 '결별' 검토 하나, 2025-04-25
- 뉴시스, SK하이닉스-한미반도체 갈등 일단락…향후 방향은?, 2025-05-26
- 디지털타임스, 한화세미텍-한미반도체, 'TC본더 핵심기술' 놓고 법적 공방, 2025-10-28
- ZDNet Korea, 반격 나선 한화세미텍, 한미반도체에 HBM용 TC본더 특허침해 소송, 2025-10-28
- 뉴스핌,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 "마이크론 잘 될 것…장비 주문 많아", 2026-02-11
- 네이트뉴스, 한미반도체, SK하이닉스와 TC본더 442억원 공급 계약, 2026-06-08
- 다음뉴스, 한미반도체 회장 "HBM장비 생산 더 속도낼것…올해 美법인 설립", 2026-07-15
- 전자신문, 한미반도체, 하이브리드 본더 공장 8월 착공…내년 가동 목표, 2025-06-20
- 헤럴드경제, 곽동신, 사재 털어 한미반도체 주식 80억 매입완료…지분율 33.59%로 확대, 2026-09
- 한국경제, 반도체 장비 불모지 개척…곽노권 한미반도체 회장 별세, 2023-12-04
- 위키백과, 한미반도체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6일.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한미반도체, 한미반도체 주가, 한미반도체 사업, 한미반도체 뭐하는 회사, 한미반도체 실적, 042700, 한미반도체 042700, 오늘 이 종목 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