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시큐어 상한가… 통신장비 회사가 모바일 주민등록증 시스템을 만들었다
10월 6일 라온시큐어(042510)가 29.98% 올라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거래량은 574만주로 직전 20거래일 평균 약 141만주의 4배였고, 같은 날 보안주 샌즈랩도 상한가에 올랐습니다.
보안주로 묶여 불리지만, 이 회사가 실제로 파는 것은 문을 잠그는 일보다 "이 사람이 맞다"고 확인해 주는 일입니다. 스마트폰에 담는 모바일 주민등록증, 휴대폰으로 꺼내 보이는 태권도 단증, 일본 인터넷은행 앱의 지문 로그인이 이 회사 기술 위에서 돌아갑니다.
그런데 남의 신원을 증명해 주는 이 회사의 첫 이름은 라온시큐어가 아니었습니다. 처음 만든 물건도 보안 제품이 아니라 통신장비였습니다.
투자 참고용 ·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6일
남의 신원을 확인해 주는 회사, 첫 이름은 네오웨이브였습니다
1998년 4월 세워진 회사의 이름은 네오웨이브㈜였습니다. 만든 물건은 광 가입자 전송 장비 'FLC-D'였고, 사 간 곳은 한국통신과 데이콤이었습니다. 통신사 망에서 가입자 쪽으로 이어지는 광 전송 구간에 들어가는 장비입니다.
고객은 통신사 몇 곳, 물건은 망에 박히는 하드웨어. 지금의 라온시큐어와 겹치는 구석이 거의 없습니다.
2011년 3월 회사는 테라움㈜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1년 반 만에 한 번 더 바꿉니다.
이름을 바꾼 이듬해, 회사의 주인도 바뀌었습니다
2012년 9월 테라움은 라온시큐어㈜가 됐고, 다음 달인 10월 루멘소프트㈜를 흡수합병했습니다. 이 합병과 함께 회사의 업종이 통신장비에서 보안으로 통째로 바뀌었습니다.
반년 남짓 지난 2013년 5월에는 최대주주가 바뀌었습니다. '에스앤피리스트럭처링 외 4인'에서 '이순형씨 외 3인'으로 넘어갔고, 새 최대주주 쪽 지분은 39.56%, 1,203만8,386주였습니다.
이름, 사업, 지배주주가 1년이 안 되는 사이에 모두 갈렸습니다. 상장 코드 042510은 1998년부터 이어져 왔지만, 지금의 라온시큐어는 2012~2013년에 새로 태어난 회사로 읽어야 합니다. 그때 경영권을 쥔 이순형 대표는 13년이 지난 지금도 회사의 얼굴로 말합니다.
같은 2012년에 회사는 모의해킹과 보안컨설팅을 하는 자회사 라온화이트햇도 따로 세웠습니다. 이 회사가 어디로 갔는지는 뒤에서 다시 나옵니다.
그렇게 바뀐 회사가 파는 것은 '이 사람이 맞다'는 확인입니다
라온시큐어의 제품은 이름보다 하는 일로 보는 편이 빠릅니다. '터치엔 원패스'는 지문·안면·정맥 같은 생체정보로 비밀번호 없이 로그인하게 합니다. '원가드'는 임직원이 쓰는 모바일 기기를 관리하고, '터치엔 와이즈억세스'는 사내 계정과 권한을 한곳에서 관리합니다.
가장 눈에 보이는 물건은 '옴니원'입니다. 종이나 플라스틱 신분증을 스마트폰 안의 블록체인 인증서로 바꾸는 플랫폼으로, 공공기관과 금융사에 들어갑니다.
2024년 7월 3일 라온시큐어는 한국조폐공사가 발주한 '모바일 신분증 구축 및 확대 용역'을 따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ID 플랫폼 '옴니원 엔터프라이즈'를 공급해 행정안전부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 시스템 구축에 참여하는 일이었고, 발급 목표 시점은 2024년 12월 말이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만 17세 이상 전 국민이 대상입니다. 민원 창구에서 지갑 대신 휴대폰을 내미는 장면 뒤에 이 회사의 발급 시스템이 서 있는 셈이 아니라, 실제로 그 시스템을 만든 회사가 이 회사입니다.
2026년 5월 14일에는 국기원에 '옴니원 디지털 ID' 공급을 마쳤습니다. 태권도 품·단증 13종과 세계태권도연수원 자격증 14종, 모두 27종이 스마트폰 앱으로 들어갔습니다. 앱에서 QR코드를 띄워 온라인과 오프라인 어디서든 보여 주는 방식입니다.
이정아 대표는 이 사업을 두고 "이번 사업은 Web3 기반 디지털 인증 서비스의 활용 범위를 확장한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주민등록증에서 태권도 단증까지, 증명서라면 무엇이든 같은 틀에 담을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계약입니다.
바깥으로도 나갔습니다. 회사는 인도네시아와 코스타리카에서 디지털ID 실증·구축 사업을 수행했고, 이를 2024년 실적 성장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습니다.
한국에서 다듬은 확인 기술을 일본에서는 매달 받습니다
생체인증 터치엔 원패스는 일본에서 구독형으로 팝니다. 한 번 납품하고 끝나는 계약이 아니라, 쓰는 동안 계속 요금이 들어오는 장사입니다.
숫자가 이 사업의 성격을 보여 줍니다. 2020년 7월 일본에 출시한 뒤 월간 활성 이용자, 즉 한 달에 한 번 이상 실제로 쓴 사람이 500만명이 되기까지 4년이 걸렸습니다. 그다음 500만명은 2년이 채 안 걸렸고, 2026년 3월 1000만명을 넘었습니다.
처음 길을 뚫는 데 4년, 그 길로 사람이 몰리는 데 2년. 구독 사업에서 이 차이는 곧 매출 곡선의 기울기입니다. 고객 한 곳을 새로 들이는 비용은 앞에서 다 치렀고, 뒤에 붙는 이용자는 같은 시스템 위에 얹히기 때문입니다.
대표 고객은 일본 최대 인터넷은행인 스미신SBI네트은행입니다. 라온시큐어는 2025년 이 은행과 자회사 네오뱅크테크놀로지스에 35억원 규모의 생체인증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은행 앱을 열고 손가락이나 얼굴로 바로 들어가는 그 단계가 이 회사 몫입니다.
이순형 대표는 "터치엔 원패스의 MAU 1000만 명 돌파로 일본 현지 시장에 맞춘 서비스 및 기술 전략이 대규모 실사용 환경에서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금융권이 한번 깔고 나면 잘 바꾸지 않는 자리입니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옴니원 CX'가 길을 넓히고 있습니다. 2026년 5월 기준 이 통합 디지털 인증 플랫폼은 케이뱅크·BC카드·KB저축은행 등으로 퍼졌고, 공공 마이데이터 통합인증 시장에서는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신원 확인은 한번 들어가면 쉽게 빠지지 않는 기술입니다. 로그인, 본인 확인, 전자서명이 한 줄로 엮여 있어서 인증 업체 하나를 바꾸려면 연동된 체계 전체를 다시 짜야 합니다. 라온시큐어가 시장의 절반을 먼저 잡은 일이 숫자 이상으로 무거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회사는 생태계도 직접 꾸렸습니다. 라온시큐어가 이끄는 DID얼라이언스에는 금융결제원, 신한은행, LG CNS, 삼성SDS를 포함해 78개 회원사가 참여합니다. 생체인증에서는 FIDO 얼라이언스 표준 인증을 세계 최초로 받았고 국내 구축 사례가 가장 많다고 내세웁니다.
경쟁은 연합 단위로 벌어집니다. 아이콘루프의 '마이아이디얼라이언스', 코인플러그의 '마이키핀얼라이언스', SKT가 주도하는 '이니셜 DID연합'이 있고, 솔루션만 놓고 보면 드림시큐리티의 '매직DID'도 있습니다. 누가 더 많은 기관을 자기 연합 안에 들이느냐가 이 시장의 승부처입니다.
라온시큐어 매출의 16.91%는 11년 따로 살던 해커 회사에서 나옵니다
2012년 전환 때 따로 세운 라온화이트햇은 기업 시스템을 일부러 공격해 빈틈을 찾아 주는 모의해킹 회사였습니다. 2023년에야 라온시큐어와 합병했습니다.
그 조직이 지금 매출의 한 축입니다. 2026년 6월 기준 매출 구성은 모바일보안 등이 42.14%, 디지털인증·옴니원NFT 등이 23.14%, 통신사·금융사 제휴 인증서비스가 17.82%, 취약점분석·보안컨설팅이 16.91%입니다.
막는 쪽과 뚫어 보는 쪽을 한 회사가 같이 합니다. 인증 시스템을 깔아 주는 고객에게 그 시스템을 공격해 보는 일까지 팔 수 있는 구성입니다.
제품별로 들여다보면 디지털인증 서비스 매출의 98.97%, 통신사·금융사 제휴 서비스의 89.16%가 국내에서 나옵니다. 일본의 1000만명과 해외 디지털ID 사업이 있어도, 적어도 이 두 갈래는 거의 국내 장사입니다.
실적의 방향은 2024년에 한 번 꺾였습니다. 그해 연결 매출은 624억9,200만원으로 전년보다 20% 늘었고, 영업이익 19억6,700만원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회사는 블록체인 디지털ID 서비스와 보안컨설팅의 성장, 인도네시아·코스타리카 디지털ID 사업, 일본 구독형 생체인증 확대를 배경으로 들었습니다.
회사가 꼽은 네 가지가 모두 2012년 이후에 생긴 것입니다. 루멘소프트 합병으로 들어온 보안 사업, 같은 해 세운 라온화이트햇, 그 위에 쌓은 옴니원과 터치엔 원패스. 네오웨이브 시절의 흔적은 매출 표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통신망의 끝, 가입자 집 앞까지 신호를 보내던 회사가 이제 그 망 끝에 선 사람이 누구인지를 증명합니다. 남의 신원을 확인해 주는 회사의 가장 긴 증명서는 자기 이력서입니다.
출처
- 한겨레, ‘AI 해킹 사태’ 보안주 폭등…라온시큐어·샌즈랩 30% 상한가 (2026-10-06)
- 네이버 증권 일별 거래량
- 전자신문, <코스닥을 향해 뛴다>네오웨이브 (2000-12-04)
- 위키백과, 라온시큐어
- 이데일리, 라온시큐어, 이순형씨 외 3인으로 최대주주 변경 (2013-05-15)
- 라온시큐어 공식 연혁
- GTT코리아, 라온시큐어 한국조폐공사 '모바일 신분증 구축 및 확대 용역' 수주 (2024-07-03)
- 아시아경제, 라온시큐어 국기원에 '옴니원 디지털 ID' 공급 (2026-05-14)
- ZDNet Korea, 라온시큐어 생체인증 '터치엔 원패스' 일본서 1000만 명 쓴다 (2026-04-06)
- 머니투데이(더벨), 라온시큐어 옴니원 CX로 통합인증 시장 공략 (2026-05-26)
- 디센터, DID 연합체 춘추전국시대 2년
- 와이즈리포트, 라온시큐어 기업개요
- 라온시큐어 공식 보도자료, 2024년 매출 624억원·영업이익 20억원 흑자 전환 (2025-02-07)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6일. 이 글은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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