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구독서비스는 냉장고에 최대 6년 무상 A/S까지 묶어 판다
2026년 10월 7일 LG전자(066570)는 8.17% 하락한 213,500원을 기록했습니다. 냉장고와 세탁기는 집에 들여놓으면 판매가 끝난 물건처럼 보입니다. LG전자 구독서비스는 그 뒤의 관리와 최대 6년 무상 A/S까지 계약에 묶습니다.
이 회사의 변화는 새 물건을 더 만드는 데서만 찾으면 놓칩니다. 제 눈에는 제품을 넘긴 뒤 고객과 어떤 관계를 남기는지가 핵심입니다. 가전에서는 서비스가, TV에서는 광고가, 자동차에서는 부품의 책임이 뒤따릅니다.
LG전자 구독은 가전을 들인 다음을 팝니다
10월 7일 발표한 2026년 3분기 연결 잠정실적은 매출 23조8270억원, 영업이익 7818억원입니다. 생활가전의 매출 성장에는 프리미엄 제품과 대중적인 가격대 제품을 함께 파는 전략, 구독·온라인·기업 거래 확대가 기여했습니다.
냉장고를 얼마에 파느냐와 냉장고를 쓰는 동안 무엇을 제공하느냐는 서로 다른 장사입니다. LG전자 구독은 구독 기간에 최대 6년 무상 A/S를 묶습니다. 고객은 가전 한 대와 함께 고장 뒤의 대응도 계약으로 받습니다.
2026년 상반기 가전구독 매출은 1조146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 늘었습니다. 상반기 매출은 2023년 4349억원, 2024년 7738억원, 2025년 1조598억원을 거쳐 커졌습니다.
2026년 1월 30일에는 가전구독의 연간 매출 2조원 돌파와 말레이시아·태국 등 해외 매출의 전년 대비 40% 이상 성장을 알렸습니다. 가전을 쓰는 기간을 서비스 계약으로 연결하는 방식이 해외로도 넓어진 것입니다.
생활가전 자체의 규모도 큽니다. 2026년 1분기 HS사업본부 매출은 6조9431억원, 2분기는 7조757억원이며 2분기 영업이익은 6859억원입니다. 구독은 이 가전 사업 위에 고객을 만나는 시간을 늘리는 선택입니다.
가전을 계속 관리하고, TV에서는 계속 광고를 받습니다
TV에서는 제품을 판 뒤 이어지는 거래의 상대가 더 많아집니다. 화면을 보는 시청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콘텐츠를 공급하는 회사, 광고를 내는 회사, TV를 만드는 다른 제조사까지 LG전자 사업 안으로 들어옵니다.
LG전자의 스마트TV 운영체제 webOS를 선택한 TV 브랜드는 2024년 3월 400개를 넘었습니다. 2021년에는 약 20개였습니다. LG 상표가 붙지 않은 TV에도 LG의 플랫폼이 들어가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다른 TV 제조사가 사는 것은 화면 메뉴만이 아닙니다. 2024년 3월 29일 LG전자 관계자는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사업자나 케이블방송, IPTV에서 요구하는 각종 인증절차를 우리가 대신 진행한 뒤 파트너사에게 '턴키' 방식으로 공급”한다고 설명했습니다.
TV 제조사는 콘텐츠를 연결하는 인증 작업까지 묶어서 받습니다. 자체 운영체제로 바꾸려면 그 일을 다시 떠안아야 합니다. LG가 제공하는 편의가 커질수록 고객이 갈아탈 때 해야 할 일도 많아집니다.
그 플랫폼의 핵심 수익원은 FAST, 광고를 보며 무료로 콘텐츠를 시청하는 스트리밍 사업입니다. TV 한 대를 팔고 끝내는 대신 시청이 이어지는 화면에서 광고 매출을 얻습니다.
당시 조주완 CEO는 “올해 웹OS 플랫폼 매출은 무난히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2024년에 제시한 목표입니다. LG전자는 같은 발표에서 2027년까지 webOS 사업에 1조원 이상 투자할 계획도 내놨습니다.
가전구독은 제품을 쓰는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webOS는 그 사람이 보는 화면을 광고 사업으로 연결합니다. 두 사업에서 제가 주목하는 것은 판매 대수가 아니라 판매 뒤에도 남는 접점입니다.
고객의 제품 안으로 들어가면 책임도 남습니다
자동차에서는 LG 제품을 쓰는 사람이 LG 상표를 보지 않아도 됩니다. 완성차 업체가 차량용 전자장비와 부품을 사서 자기 차에 넣습니다. 2025년 11월 10일 조주완 CEO는 고객의 범위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 판매의 약 55%를 차지하는 상위 10대 OEM 중 8곳이 LG의 차량용 부품과 솔루션을 채택하고 있다.” 여기서 고객은 운전자보다 먼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차량 설계 단계에 부품과 솔루션이 들어가면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동차 업체와 오래 연결되는 힘입니다. 그 연결은 문제가 생겼을 때의 비용에서도 드러났습니다.
2022년 7월 26일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GM 볼트EV 리콜 비용 1조4000억원을 각각 7000억원씩 부담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배터리 셀을 만드는 회사가 아닌 LG전자에도 7000억원의 몫이 돌아왔습니다.
LG전자가 맡았던 것은 배터리 셀을 묶는 모듈 제조였습니다. 모듈 제조 책임 때문에 비용 분담에 포함됐습니다. 해당 사업은 2020년 10월 이미 LG에너지솔루션으로 넘어간 뒤였습니다. 사업을 넘긴 뒤에도 과거에 만든 부품의 책임은 남았습니다.
기업 고객의 제품 안으로 깊이 들어가는 사업은 공급 관계도, 책임 관계도 길어집니다. webOS의 인증 대행이 고객에게 남기는 편의와 전장 부품이 공급자에게 남기는 책임은 그 연결의 서로 다른 면입니다.
휴대폰을 접은 자리에 자동차 사업이 커졌습니다
이 관계를 넓히는 동안 LG전자는 소비자에게 가장 가까웠던 사업 하나를 닫았습니다. 2021년 4월 5일 이사회는 23분기 연속 적자를 낸 휴대폰 사업을 그해 7월 31일 종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람은 다른 사업으로 이동했습니다. 2021년 7월 15일 전환배치된 인력은 3300명입니다. 2700명은 LG전자 안의 생활가전·CTO·전장 등으로, 600명은 LG에너지솔루션·LG유플러스 등 계열사로 옮겼습니다.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으로 이동한 인원은 50명이었습니다.
LG전자는 앞서 2020년 12월 23일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Magna International)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습니다. 전기차를 움직이는 동력계 부품 사업입니다. 지분은 LG전자 51%, 마그나 49%이며 마그나의 인수금액은 5016억원이었습니다.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2021년 7월 1일 출범했습니다. 휴대폰 사업을 닫던 달에 자동차 부품 합작법인이 문을 열었습니다. 사업 철수와 새 공급망 진입이 같은 회사 안에서 진행됐습니다.
2013년 출범한 전장사업본부는 적자를 이어가다가 2022년 영업이익 1696억원을 냈습니다. 2025년에는 매출 11조1400억원, 영업이익 5590억원으로 각각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2026년 1분기 전장 매출은 3조644억원, 영업이익은 2116억원으로 분기 최대였습니다. 휴대폰 인력 재배치와 흑자 전환의 시간 순서는 이어지지만, 이익을 인력 이동 하나의 성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오래 적자를 견딘 사업이 실제 납품과 이익으로 자란 경로가 중요합니다.
2025년 11월 27일 신임 CEO로 내정된 류재철은 생활가전 사업을 맡아온 인물입니다. 2026년 1월 1일 취임했습니다. 회사는 가전의 기반을 유지하면서 고객의 자동차와 TV 플랫폼 안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제 고객의 서버가 내는 열까지 맡습니다
집 안의 냉난방에서 산업 현장의 냉각으로 가면 고객이 해결하려는 문제가 바뀝니다.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서버가 내는 열을 처리해야 합니다. LG전자가 공급하는 칠러는 이 현장에 쓰이는 냉각장비입니다.
2026년 10월 5일 LG전자는 북미 인프라 기업 에어 컨트롤 콘셉트(Air Control Concepts·AIR)와 5GW 규모 AI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공급 대상에는 칠러가 포함됩니다.
2026년 상반기 AI 데이터센터 냉각 수주액은 6000억원을 넘었습니다. 회사가 목표로 삼은 칠러 매출 1조원 달성 시점은 2027년 말에서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수주는 공급할 일의 규모이고, 매출 목표는 그 일을 판매 실적으로 쌓으려는 일정입니다.
공조 시장 전체에는 강한 기존 업체들이 있습니다. 2025년 7월의 글로벌 냉난방공조 경쟁 구도에서는 다이킨(Daikin)·캐리어(Carrier)·보쉬(Bosch)가 주도하고, LG와 삼성의 점유율은 아직 작았습니다. 북미 데이터센터 계약은 이 큰 시장 안에서 LG가 확보한 구체적인 공급 자리입니다.
기업 고객의 현장에 들어가는 길은 냉각장비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2019년 12월 16일 공개한 클로이 셰프봇은 CJ푸드빌 빕스 등촌점에서 국수를 조리해 고객에게 제공했습니다.
2020년 11월 경기 광주 곤지암리조트에는 선반형 서브봇 3대와 홈로봇 2대가 배치됐습니다. 로비 안내, 레스토랑 서빙과 퇴식, 객실 룸서비스 배송, 체크아웃 지원을 맡았습니다. 식당과 호텔은 가정과 다른 일을 제품에 요구합니다.
10월 7일 실적 발표에 담긴 투자도 그 현장을 향했습니다. LG전자는 AI 데이터센터 냉각 수요에 맞춰 국내외 생산 거점을 고도화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경남 창원에서는 로봇의 움직임을 만드는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양산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LG전자의 다음 제품을 가전 매장의 진열대에서만 찾지 않겠습니다. TV 제조사가 맡기는 인증, 자동차 업체가 맡기는 부품, 데이터센터 운영자가 맡기는 열처럼 고객이 자기 사업을 굴리기 위해 넘기는 일이 이 회사의 제품 범위를 바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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