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놈앤컴퍼니 화장품 매출 비중 29%… 항암 신약회사 정관에 '온라인광고업'
지놈앤컴퍼니(314130)는 10월 7일 장 마감 뒤 시간외 거래에서 5,350원, 전날보다 9.01% 낮은 값에 거래됐습니다. 이날 거래량은 85만 6,955주였습니다.
올리브영 매대에 놓인 화장품 '유이크'는 항암 신약을 만들겠다고 세운 회사의 제품입니다. 2024년 이 회사 컨슈머 매출 비중은 29%였습니다. 2년 전 12.4%에서 두 배 넘게 컸습니다.
지놈앤컴퍼니는 신약 하나에 모든 것을 거는 바이오기업이 아닙니다. 신약 기술을 팔고, 남의 약을 대신 만들고, 화장품을 파는 세 갈래 회사입니다. 그리고 2026년에는 그 모양을 대표이사 명단과 정관에 적어 넣었습니다.
투자 참고용,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7일
서울의대 동기 둘은 장 속 미생물로 암을 잡겠다며 회사를 차렸습니다
2015년 9월, 서울의대 동기였던 배지수와 박한수가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신약을 만들자며 회사를 세웠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장과 피부에 사는 미생물 무리를 말합니다.
처음 겨냥한 것은 면역항암제였습니다. 장 속 미생물을 약으로 써서 몸의 면역이 암을 더 잘 공격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2018년 코넥스에 상장했고, 2020년 12월 코스닥으로 옮겼습니다.
신약회사의 돈은 띄엄띄엄 들어옵니다. 후보물질을 다국적 제약사에 넘기면 계약금을 먼저 받고, 임상 단계를 넘을 때마다 마일스톤을, 약이 팔리면 로열티를 받습니다. 이 회사가 2024년 이렇게 받은 사용료수입은 71억원입니다.
단계 하나를 넘는 데 몇 년이 걸리는 일입니다. 그 사이를 무엇으로 채우느냐가 이 회사의 다음 6년을 정했다고 필자는 봅니다.
그런데 2021년, 연구실 밖으로 공장과 화장품이 함께 들어왔습니다
2021년 1월 회사는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 '유이크(UIQ)'를 내놨습니다. 같은 해 9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마이크로바이옴 위탁생산 업체 List Biological Laboratories 지분 60%를 2700만달러(약 312억원)에 사서 경영권을 가져왔습니다.
List Labs 산호세 공장은 미국 FDA의 cGMP 수준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을 만듭니다. 산소가 있어야 사는 균(호기성)과 산소가 있으면 죽는 균(혐기성)을 모두 다루고, 생산 규모는 200L입니다.
혐기성 균을 약 품질로 키우는 일은 까다롭습니다. 이런 설비를 갖춘 곳이 많지 않다는 점이 다른 개발사가 이 공장에 생산을 맡기는 이유입니다. List Labs의 연매출은 약 100억원 수준입니다.
인수 석 달 뒤인 2021년 12월, 자회사 List Bio는 3100만달러(약 369억원)를 외부에서 투자받았습니다. 인수에 쓴 돈보다 많은 돈이 자회사로 따로 들어왔습니다.
배지수 대표는 이 인수를 이렇게 돌아봤습니다. “2021년 List Labs 인수는 매우 전략적인 전환점이었다. 국내외 다수의 마이크로바이옴 개발사가 지놈앤컴퍼니의 CDMO 시스템을 활용하게 되면서 외주 생산 역량을 확보할 수 있었고, 파이프라인의 상업화 가능성을 열게 되었다”
그는 같은 자리에서 “마이크로바이옴 CDMO 사업을 통하여 외부 수익 모델을 강화하고, 자체 파이프라인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자 한다”고도 했습니다. 공장은 자기 약을 만들 곳이면서, 남의 약을 만들어 돈을 버는 곳입니다.
그 화장품이 2024년 매출의 29%까지 커졌습니다
유이크의 근거는 2018년 특허 등록한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원료 '큐티바이옴(CutiBiom)'입니다. 회사는 세포실험으로 보습과 항염, 피부장벽 단백질인 필라그린·클라우딘1에 대한 효능을 확인했다고 내세웁니다. 신약 연구실의 균 다루는 기술을 피부로 돌린 제품입니다.
숫자가 빨리 움직였습니다. 컨슈머 매출 비중은 2022년 12.4%, 2023년 15%, 2024년 29%입니다. 2025년 2분기에는 1년 전보다 45%, 상반기 누적으로는 74% 늘었습니다.
파는 곳도 넓습니다. 자사몰, 올리브영 온·오프라인 매장, 신세계면세점, 명동 대형약국에 들어가 있고, 미국·멕시코·일본·중국 등 22개국에서 팔립니다.
도쿄에서는 긴자 미쓰코시 백화점과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 매대에 올랐습니다. 서울 성수동 팝업스토어에는 7일 동안 약 6000명이 다녀갔습니다.
신약 쪽 돈은 계약 한 건이 터져야 들어옵니다. 화장품 돈은 매일 계산대를 지나갑니다. 지놈앤컴퍼니 매출에서 화장품 비중이 커졌다는 것은, 이 회사의 현금 흐름에서 '매일 들어오는 돈'의 몫이 커졌다는 말입니다.
그 사이 지놈앤컴퍼니 기술이전의 간판은 ADC로 바뀌었습니다
화장품이 크는 동안 신약 쪽 얼굴도 바뀌었습니다. 2024년 회사는 항체약물접합체(ADC) 후보물질 'GENA-111'을 스위스 디바이오팜에 586억원 규모로 넘겼습니다.
ADC는 암세포만 찾아가는 항체에 독한 약을 실어 보내는 약입니다. 장 속 미생물로 면역을 깨우던 창업 때 방식과는 결이 다릅니다. 2025년 2월에는 CNTN4 항체를 영국 엘립시스파마에 면역항암제로 넘겼습니다.
팜이데일리는 이 회사를 다룬 기사에 '체질 전환'이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2년 전까지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제 회사로 불리던 곳이 이제 ADC 회사로 불립니다. 회사 이름도, 화장품 매대의 모습도 그대로인데 신약 연구의 중심축이 옮겨 간 것입니다.
2026년 3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는 새 ADC 후보 'GENA-104ADC'·'GENA-120'과 이중항체 'GENB-120'의 연구 성과를 발표했습니다. 하나를 넘긴 뒤 다음 팔 물건을 줄 세워 둔 모습입니다.
2026년, 세 갈래가 대표이사 명단과 정관에 적혔습니다
2026년 3월 28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사는 GSK 캐나다법인과 미국 본사 부사장을 지낸 홍유석을 총괄대표로 앉혔습니다. 대표이사는 홍유석·배지수·박한수 세 명이 각자 맡는 체제가 됐습니다.
역할이 갈렸습니다. 박한수 대표는 연구개발을 총괄합니다. 공동창업자 배지수 대표는 해외사업과 국내 컨슈머사업 같은 신사업을 맡았습니다. 창업자 한 사람이 화장품과 해외 쪽으로 자리를 옮긴 것입니다.
일주일 뒤인 4월 3일, 회사는 'K웨이브글로벌밸류업제1호투자조합'을 상대로 7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목적은 화장품 사업과 유이크 해외 진출 확대입니다. 신약회사가 새로 끌어온 돈의 행선지가 화장품이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8월 21일 임시주주총회입니다. 정관 사업목적에 전자상거래, 화장품 판매, 에이전트 소프트웨어 제조 및 판매, 컴퓨터시스템 통합서비스, 온라인광고업이 들어갔습니다.
찬성률은 정관 변경 100.0%, 함께 올라온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99.9%였습니다. 코스닥 신약회사 정관에 광고업과 소프트웨어가 적히는데 반대표가 사실상 없었습니다.
필자는 이 목록을 유이크의 장부로 읽습니다. 화장품 판매, 전자상거래, 온라인광고는 브랜드를 자기 손으로 온라인에서 파는 데 드는 일들과 그대로 겹칩니다. 세 대표의 역할 분담과 70억원의 행선지까지 놓고 보면, 화장품은 더 이상 연구실 옆 부업이 아닙니다.
회사의 주인도 한 사람이 아닙니다. 5월 20일 신주 발행으로 최대주주 변경을 공시했고, 2026년 10월 현재 최대주주는 지놈앤컴퍼니 박한수 대표로 지분 10.64%입니다. 배지수 대표는 9.85%입니다. 공동창업자 누구도 회사를 혼자 쥐고 있지 않습니다.
10월 7일에 낸 공시 두 건도 이 회사의 자금 사정을 보여 줍니다. 하나는 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꿔 달라는 청구입니다. 청구된 만큼 보통주가 새로 생깁니다.
다른 하나는 전환사채 채권자가 만기 전에 돈을 돌려달라는 권리(풋옵션)를 써서, 회사가 사채 14억원어치를 사들인 것입니다.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바꾸기 전까지 빚입니다. 이 14억원은 주식이 되는 대신 현금으로 채권자에게 돌아갔습니다.
지놈앤컴퍼니 전망은 10월 두 번의 학회 무대에서 먼저 드러납니다
신약 쪽 다음 장면은 이미 날짜가 잡혀 있습니다. 10월 12일부터 15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월드 ADC 샌디에이고'에서 회사는 자체 개발 중인 신규 타깃 ADC 데이터를 발표하고 기술이전 상대를 찾습니다.
10월 22일부터 25일까지는 미국 덴버의 미국신장학회 학술대회에서 'GENC-116'의 비임상 결과를 공개합니다. GENC-116은 자체 발굴 플랫폼 '지노클'로 찾은 새 표적 NUAK1을 막는 먹는 약 형태의 저분자 후보물질입니다.
이 물질은 암과 섬유화를 함께 겨냥합니다.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에서 단독으로 효과를 확인해 국가신약개발사업(KDDF) 연구과제에 뽑혔고, 이번에는 섬유화가 주된 병의 원인인 신장질환으로 범위를 넓힙니다.
차미영 신약연구소장은 “GENC-116은 항암과 항섬유화를 아우르는 신규타깃 NUAK1 표적치료제”라며 “신장질환을 포함한 섬유화 영역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장 속 미생물로 시작해 ADC를 팔고, 이제 신장까지 가는 신약 목록은 계속 길어집니다. 그 목록이 계약서 한 장으로 바뀌기까지 걸리는 몇 년을, 이 회사는 성수동 팝업과 긴자 백화점 매대에서 버티기로 정했습니다. 정관에 적힌 '온라인광고업'은 그 결정이 남긴 서명입니다.
출처
- 팜이데일리, [지놈앤컴퍼니 대해부]①서울의대 동기,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의기투합 (2023)
- 한경, 지놈앤컴퍼니 스킨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 '유이크' 론칭 (2021-01-22)
- 바이오스펙테이터, 지놈앤컴퍼니 美마이크로바이옴 CDMO 2700만弗 인수 (2021-09-08)
- 이투데이, 지놈앤컴퍼니 美 마이크로바이옴 CDMO 회사 인수 (2021-09-08)
- 이데일리, 지놈앤컴퍼니 자회사 List Bio 약 369억원 규모 투자 유치 (2021-12)
- 팍스경제TV, 컨슈머 사업 매출 74% 성장…지놈앤컴퍼니 '유이크' 소비자 접점 확대 (2025)
- 조선비즈, 지놈앤컴퍼니 배지수 대표 인터뷰 (2025-11-06)
- 팜이데일리, '체질 전환' 지놈앤컴퍼니, 미래 성장 동력은 ADC 삼총사 (2026)
- SEN TV, 지놈앤컴퍼니 AACR 2026서 신규타깃 ADC 파이프라인 연구 성과 발표 (2026-03-18)
- 이투데이, 지놈앤컴퍼니 홍유석 총괄대표 대표이사 선임 (2026-03-28)
- FETV, 지놈앤컴퍼니 '70억 규모' 3자배정 유상증자 결정 (2026-04-03)
- judal, 지놈앤컴퍼니 주주 현황 (2026-10)
- 네이트뉴스, 지놈앤컴퍼니 임시주주총회 결과 (2026-08-21)
- 머니투데이, 지놈앤컴퍼니 '월드 ADC 샌디에이고' 참가 (2026-09-15)
- 전자신문, 지놈앤컴퍼니 美신장학회서 'GENC-116' 최신 데이터 공개 (2026-10-06)
- DART, 기타경영사항(자율공시) 전환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청구 (2026-10-07)
- DART, 전환사채 발행후 만기전 사채취득 (2026-10-07)
- 서울경제, 기업 공시 [10월 7일] (2026-10-07)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7일.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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