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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종목 왜?

HLB바이오스텝 매출 1위 사업은 시험이 아닌 '동물실험실 공사'

서학개미기자 0 16 0
HLB바이오스텝 표지: 신약 후보물질을 동물 단계에서 검증하는 실험실과, 그 실험실을 직접 짓는 공사 현장이 한 화면에 겹친 모습

HLB바이오스텝(278650)이 10월 7일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거래량은 680만4,662주로, 직전 20거래일 평균 37만5,824주의 18배가 넘었습니다.

약국 선반의 약은 모두 사람에게 쓰이기 전에 동물을 먼저 거쳤습니다. 이 회사는 그 단계를 제약사 대신 맡아 주는 곳입니다. 직접 약을 만들지 않고, 남이 만든 약이 듣는지와 해롭지 않은지를 먼저 확인해 줍니다.

그런데 장부를 펴 보면 이 회사의 얼굴은 하나 더 있습니다. 실험을 해 주는 회사이면서, 실험이 벌어지는 방을 지어 주는 회사입니다. 그리고 매출은 두 번째 얼굴에서 더 많이 나왔습니다.

투자 참고용 글입니다.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7일.

사람에게 쓰기 전, 신약 후보는 이 회사 실험실을 먼저 지납니다

HLB바이오스텝의 본업은 비임상 시험수탁(CRO)입니다. 제약사가 개발 중인 물질을 받아 동물과 세포에 써 보고, 결과를 보고서로 돌려줍니다.

일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그 약이 정말 듣는지 보는 유효성(효능) 평가, 다른 하나는 몸에 해가 없는지 보는 GLP 독성시험입니다. GLP는 규제기관에 제출해도 되는 품질로 시험했다는 인증입니다.

출발은 효능 쪽이었습니다. 2012년 정인성·김도형 두 사람이 '한국동물의과학연구소'로 세웠고, 설립 당시 국내 최초의 유효성 평가 전문기관이었습니다. 지금도 효능평가(약리시험) 분야 국내 점유율 1위로 업계에서 꼽힙니다.

손님은 사업보고서에 '제약사 및 학교 연구기관 등'으로 적혀 있습니다. 회사는 개별 고객사 이름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공개된 손님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같은 그룹입니다. 2021년 12월 HLB그룹이 최대주주가 된 뒤, 당시 문정환 대표는 "해외에 거점을 둔 HLB그룹 내 신약개발법인들의 비임상시험을 HLB바이오스텝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약을 만드는 형제 회사들이 반복해서 일감을 주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HLB바이오스텝 매출은 실험보다 실험실에서 더 나왔습니다

2023년 사업보고서의 매출 비중을 보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비임상CRO 사업부가 37.94%입니다. 그 안에서 유효성 평가가 37.31%, 안전성(독성) 시험이 0.63%입니다.

가장 큰 덩어리는 따로 있었습니다. 동물실험실을 설계하고 짓고 유지관리하는 바이오인프라 사업부가 41.03%입니다. 나머지 21.03%는 반려동물 쪽 펫메디컬 사업부였습니다.

2023년 사업보고서 기준 HLB바이오스텝 매출 비중 카드: 바이오인프라(실험실 설계·시공·유지관리) 41.03%, 비임상CRO 37.94%(유효성 37.31%, 안전성 0.63%), 펫메디컬 21.03%

실험실 공사의 발주처는 '국가기관, 바이오회사, 연구기관 등'입니다. 동물실험을 오래 해 본 회사가 남의 동물실험실까지 짓는 것입니다. 실험을 해 본 사람이 방 구조를 가장 잘 압니다. 이 회사가 가진 지식이 시험 보고서 한 장으로만 팔리지 않고, 건물로도 팔린다고 저는 봅니다.

숫자 하나가 더 눈에 걸립니다. 독성시험 0.63%입니다. 신약이 사람에게 가려면 효능만큼 독성 자료가 필요한데, 이 회사는 그쪽이 사실상 비어 있었습니다. 원재료는 대부분 국내에서 조달한다고 사업보고서는 적고 있습니다.

매출의 21%를 차지하던 반려동물 사업은 창업자에게 돌아갔습니다

회사 이름은 두 번 바뀌었습니다. 2016년 한국동물의과학연구소에서 '노터스'가 됐고, 2019년 코스닥에 상장했습니다. 2021년 12월 HLB그룹이 들어왔고, 2023년 3월 'HLB바이오스텝'으로 다시 이름을 바꿨습니다. 공동창업자들은 경영에서 물러났습니다.

같은 해 회사는 반려동물용품 B2C 사업(온힐 등)을 팔았습니다. 창업 때부터 있던 사업이고, 펫메디컬 부문 기준 매출의 21.03%였습니다.

산 사람은 공동창업자 김도형 전 대표였습니다. 회사를 함께 세운 사람이 회사가 떼어낸 사업을 다시 가져간 것입니다.

문정환 당시 대표는 매출이 준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온힐 매각으로 당장은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면서도 자회사 브이에스팜을 통한 동물의약품 유통사업은 지속할 것이며, 매년 수십억원씩 적자를 내던 펫 B2C 사업 정리로 수익성은 확실히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려동물 사료와 용품은 시험 보고서·실험실과 손님이 전혀 다릅니다. 그 사업을 떼어내자 회사에 남은 것은 실험을 해 주는 일과 실험실을 지어 주는 일, 그리고 동물의약품 유통이었습니다. 이름에서 '노터스'가 빠지던 해에 회사의 정체도 함께 좁혀졌습니다.

비어 있던 독성시험은 경쟁사 자회사를 사서 채웠습니다

0.63%의 빈자리를 메운 방식은 직접 키우기가 아니었습니다. 2024년 4월 26일, 회사는 GLP 독성시험 전문기업 '크로엔'의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46.38%)가 됐습니다. 총 50억원 규모였고, 납입일은 5월 9일이었습니다.

크로엔은 서울대에서 나온 회사이고, 원래 경쟁사인 강스템바이오텍의 자회사였습니다. 강스템바이오텍이 들고 있던 53만2,654주를 29억원에 넘겨받은 것이 이 거래의 몸통입니다. 지금 이름은 HLB바이오코드입니다.

크로엔은 식약처·환경부 소관 20개 시험항목에서 GLP 인증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 거래로 손님은 약이 듣는지와 해로운지를 한 회사에 한꺼번에 맡길 수 있게 됐습니다. 남의 회사에서 키운 인증을 사 와서, 효능만 하던 회사가 신약 비임상의 앞뒤를 다 쥐게 됐습니다.

다섯 달 뒤 다음 칸이 채워졌습니다. 2024년 9월, 인천 송도 사옥 안에 사이노몰거스 원숭이(게잡이원숭이) 24마리를 키울 수 있는 영장류 사육시설이 완공됐습니다.

인천 송도 사옥 영장류 사육시설 장면: 사이노몰거스 원숭이 24마리 규모의 사육실과 개별 케이지, 수술실, 상주 수의사를 보여 주는 HLB바이오스텝 영장류 시험 현장 일러스트

사육실, 개별 케이지, 수술실까지 갖췄고 수의사 등 영장류 전문 인력이 상주합니다. 약이 몸 안에서 어떻게 퍼지고 빠지는지 보는 약물동태(PK) 평가 체계도 붙였습니다.

신약 후보는 쥐 다음에 원숭이를 거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단계를 바깥에 나누지 않고 한 곳에서 끝낼 수 있는 국내 기관은 많지 않고, HLB바이오스텝은 그 소수 중 하나가 됐습니다. 2026년 7월 28일에는 영장류 연구자원 전문기업 에코엔테크와 영장류 비임상시험 협력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원숭이를 들여오는 길까지 챙기려는 움직임입니다.

FDA가 동물실험을 줄이겠다고 하자, 이 회사는 건설면허를 땄습니다

2025년 3월 대표가 문정환에서 백성진으로 바뀌었습니다. 문 전 대표는 HLB그룹 기획·인사부문 부회장으로 옮겼습니다.

한 달 뒤 업의 바닥을 흔드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2025년 4월 미국 FDA가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동물로 약을 시험해 주고 돈을 버는 회사에게는 가장 나쁜 뉴스로 들립니다.

회사의 반응은 반대였습니다. 관계자는 "그 동안 비임상CRO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저가 수주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었다. 이번 동물실험 폐지 움직임은 우리에겐 위기가 아닌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말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2025년 4월 24일 종합건설면허를 땄습니다. 기존 실내건축 면허로는 GMP 생산시설, 연구센터, 임상시험 병원급 건물을 지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직접 시공할 수 있습니다.

목표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대형 건축은 종합건설면허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정부가 하는 대형 건축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이번 면허를 취득했다." 첫 일감은 한국환경공단의 동물대체시험 기반 실험실 구축 컨설팅이었습니다. 동물을 덜 쓰는 시험을 위한 방을, 동물실험 회사가 설계하게 된 것입니다.

HLB바이오스텝이 걸어온 길 카드: 2012년 한국동물의과학연구소 창업, 2016년 노터스, 2021년 HLB그룹 편입, 2023년 사명 변경과 펫사업 매각, 2024년 크로엔 인수와 영장류 시설, 2025년 FDA 동물실험 축소 발표 뒤 종합건설면허 취득

앞에서 본 41.03%가 여기서 다시 살아납니다. 시험 단가는 업체끼리 깎아 먹는 시장이었고, 그 시험마저 동물에서 다른 방식으로 옮겨 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어떤 방식이든 시험은 어딘가의 방에서 합니다. 이 회사는 원래 매출의 가장 큰 몫을 그 방을 짓는 데서 벌던 회사였습니다.

본업을 내려놓겠다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백성진 대표는 같은 해 5월 "우리는 이미 잘하고 있는 비임상 CRO사업을 강화해 올해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목표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시험은 시험대로 키우고, 실험실 공사는 더 큰 건물로 넓히겠다는 두 갈래입니다.

원숭이 24마리를 들인 이듬해, 회사가 손에 넣은 것은 건설면허였습니다

HLB바이오스텝을 '신약 회사 HLB의 바이오 계열사'로만 기억하면 이 회사의 지난 몇 년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창업 때 있던 반려동물 사업을 창업자에게 돌려보냈고, 경쟁사가 키운 독성시험 회사를 사 왔고, 원숭이 사육실을 지었습니다.

이 선택들은 한 줄로 이어집니다. 남의 약을 먼저 맞아 보는 일, 그리고 그 일이 벌어지는 공간을 쥐는 일입니다. 동물실험이 줄어든다는 소식에 이 회사가 기회라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처음부터 시험보다 시험실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리던 회사였기 때문입니다.

쥐에서 원숭이로, 실내 인테리어에서 병원급 건물로. 이 회사가 넓혀 온 것은 실험의 종류가 아니라 실험이 들어갈 방의 크기입니다.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7일.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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