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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피(HP) 잉크·토너, 집에서 쓰는 프린터 본체보다 9배가 넘게 팔렸다

서학개미 0 5 0
프린터 옆에 잉크 카트리지가 높이 쌓인 모습과 함께

프린터를 사러 간 사람은 대개 본체 가격표만 봅니다. 기계값이 왜 이렇게 싼지는 잘 묻지 않습니다. 에이치피(HP Inc., HPQ)의 2025 회계연도 장부가 그 질문에 답합니다. 집에서 쓰는 소비자용 프린터 본체로 올린 매출은 12억 달러였습니다. 같은 해 잉크·토너 같은 소모품 매출은 109억 달러였습니다. 소모품이 소비자용 본체보다 9배가 넘게 팔렸습니다.

HP는 노트북 회사로 더 유명하고, 실제로 매출의 70%가 PC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장사 방식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곳은 프린터 뒤에 붙은 잉크입니다. HP는 기계를 한 번 팔고 끝내지 않습니다. 기계가 집과 사무실에 놓여 있는 동안 몇 년이고 돈이 돌게 만듭니다. 이 구조를 어떻게 짰고, 어떻게 지켜 왔고, 지금 어디로 넓히고 있는지가 HP를 읽는 열쇠입니다.

투자 참고용 글입니다. 작성 기준일은 2026년 10월 8일이며, 앤트가드 시그널 가격(2026년 10월 7일 미국 종가 기준)과 유의사항은 글 맨 아래에 있습니다.

HP 매출 구조: PC 사업부가 약 70%, 프린팅 사업부가 약 30%이고 프린팅 안에서 잉크·토너 소모품이 3분의 2를 차지하는 모습

이 회사, 뭐 하는 회사인가

지금의 HP는 2015년 11월에 생겼습니다. 옛 휴렛팩커드가 서버·네트워크·서비스 같은 기업용 사업을 떼어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로 분리했습니다. 남은 PC와 프린터 사업이 이름을 HP Inc.로 바꿔 지금의 회사가 됐습니다. 티커 HPQ는 분리 전 휴렛팩커드 시절부터 쓰던 것을 그대로 물려받았습니다. 그래서 주식 창에서 HPQ를 치면 옛 이름의 흔적과 지금의 회사가 함께 나옵니다.

사업부는 둘입니다. 노트북·데스크톱·워크스테이션을 파는 퍼스널시스템즈, 그리고 잉크젯·레이저 프린터와 소모품을 파는 프린팅입니다. 2025 회계연도 전체 매출 553억 달러 가운데 퍼스널시스템즈가 385억 달러로 약 70%, 프린팅이 167억 달러로 약 30%였습니다. 숫자만 보면 PC 회사입니다. 그런데 매출이 해마다 다시 들어오는 구조는 프린팅 쪽에 더 단단하게 박혀 있습니다.

물건은 두 길로 나갑니다. 전자제품 매장과 유통업체를 거쳐 개인에게 팔리고, 기업에는 직접 영업으로 들어갑니다. 이름이 공개된 큰 단일 고객은 따로 없습니다. 수많은 가정과 회사가 조금씩 사 가는 구조라서, 고객 한 곳이 빠진다고 흔들리는 회사가 아닙니다. 최근 HP가 앞세우는 새 성장축은 생성형 AI 작업을 인터넷 서버가 아니라 기기 안에서 바로 처리하는 AI PC입니다.

소비자용 프린터 본체 매출 12억 달러와 잉크·토너 소모품 매출 109억 달러를 나란히 비교한 막대

HP 프린터는 왜 싸고, 잉크는 왜 많이 팔리나

HP 프린팅 사업부의 2025 회계연도 매출 167억 달러를 쪼개 보면 이 회사의 속이 보입니다. 잉크·토너 소모품이 109억 달러로 3분의 2를 차지합니다. 회사와 사무실에 들어가는 상업용 프린터가 46억 달러였습니다. 집에서 쓰는 소비자용 프린터는 12억 달러에 그쳤습니다. 기계보다 기계 안에 넣는 물건이 훨씬 많이 팔립니다.

이익은 더 한쪽으로 쏠립니다. 애널리스트들은 HP 소비자용 프린팅 이익의 최대 70%가 잉크 판매에서 나온다고 추정합니다. 잉크 자체 마진은 20~3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본체는 원가에 가깝게 팔고, 그 뒤 몇 년 동안 잉크로 돈을 돌려받습니다. 면도기는 싸게 주고 면도날로 버는 장사와 같은 구조입니다.

이렇게 보면 프린터 한 대는 상품이라기보다 통로입니다. 한 번 팔린 프린터는 잉크가 떨어질 때마다 손님을 다시 HP로 데려옵니다. 그래서 HP에게 중요한 것은 올해 몇 대를 팔았느냐보다 지금 몇 대가 집과 사무실에서 돌고 있느냐입니다. 소모품 109억 달러는 그동안 깔아 둔 프린터들이 해마다 내는 통행료에 가깝습니다. 이 회사의 급소이자 힘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비정품 카트리지를 끼운 프린터 화면에 오류 메시지가 뜨고,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이어진 소송 흐름이 표시된 모습

남의 잉크를 막는 HP 소프트웨어, 10년째 법정에 서다

통로가 돈이 되려면 손님이 다른 길로 새지 않아야 합니다. 시중에는 HP 프린터에 맞춰 더 싸게 만든 비정품 카트리지가 많습니다. HP는 Dynamic Security라는 펌웨어로 이 길을 막아 왔습니다. 펌웨어는 기계 안에 심어 둔 기본 프로그램입니다. 비정품 카트리지를 끼우면 프린터가 '카트리지가 손상됐거나 없다'는 오류 메시지를 띄우고 인쇄를 멈춥니다.

이 방식은 2016년부터 미국에서 여러 차례 집단소송을 불렀습니다. 2018년에는 150만 달러에 합의했습니다. 2024년에도 또 한 번 합의가 나왔는데, 내용이 눈여겨볼 만합니다. HP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돈도 내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특정 프린터 모델 사용자가 해당 펌웨어 업데이트를 거부할 수 있게 하기로 했습니다.

2025년 10월 2일에는 일리노이 연방지방법원이 또 다른 소비자 집단소송을 기각했습니다. 원고들은 비정품 잉크 차단이 시장 독점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원고가 소장을 고쳐 다시 낼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10년 가까운 싸움에서 HP가 내준 것은 업데이트를 거부할 선택권 정도였고, 소모품으로 돈을 거두는 뼈대는 그대로 남았습니다.

HP가 이렇게까지 버티는 이유는 앞 절의 숫자가 설명합니다. 소비자용 프린팅 이익의 최대 70%가 잉크에 걸려 있다면, 비정품 카트리지는 단순한 경쟁 제품이 아니라 이익의 심장을 겨누는 상대입니다. 프린터 회사가 소프트웨어로 소모품 시장을 지키는 이야기는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값싼 프린터를 산 사람 대부분은 그 뒤에 이런 다툼이 깔려 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매달 집으로 잉크를 받아 쓰는 HP 인스턴트 잉크 구독 가입자 1000만 명을 나타낸 장면

HP 인스턴트 잉크, 잉크를 매달 받아 쓰는 1000만 명

HP가 소송으로만 소모품 시장을 지킨 것은 아닙니다. HP 인스턴트 잉크라는 월 구독형 잉크 서비스를 키웠습니다. 매달 정해진 돈을 내고 HP 잉크를 받아 쓰는 방식입니다. 가입자는 10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잉크를 사러 매장에 가는 일이 매달 빠져나가는 요금으로 바뀐 것입니다.

구독은 싸움의 판을 바꿉니다. 카트리지를 하나씩 사는 손님은 그때마다 정품과 비정품 사이에서 고릅니다. 구독한 손님은 이미 HP를 골랐고, 다음 달에도 HP 잉크를 받습니다. 펌웨어로 막는 방식이 법정에서 계속 시비에 걸렸다면, 구독은 손님이 스스로 문을 닫고 들어오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HP의 소모품 장사는 막는 쪽에서 묶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 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회사는 구독 매출만 따로 떼어 공개하지 않습니다. 프린터 하드웨어, 일반 소모품 매출과 합쳐서 발표합니다. 그래도 1000만 명이라는 숫자 하나만으로 방향은 분명합니다. 한 번 산 프린터에서 해마다 돈이 다시 들어오는 구조를, HP는 이제 계약서로 굳히고 있습니다.

HP 매출 70%는 PC, 그중 기업용이 두 배 넘게 크다

PC 쪽으로 넘어가면 손님이 달라집니다. 2025 회계연도 퍼스널시스템즈 매출 385억 달러 가운데 기업용 PC가 274억 달러, 소비자용 PC가 111억 달러였습니다. 기업용이 소비자용보다 두 배 넘게 큽니다. HP 노트북을 가장 많이 사는 손님은 집이 아니라 회사입니다.

세계 시장에서 HP는 2위입니다. IDC 집계로 2026년 2분기 출하량 점유율은 레노버가 24.4%로 1위, HP가 19.1%로 2위였습니다. 델이 13.6%로 3위, 애플이 9.9%로 4위였습니다. HP와 3위 델의 차이가 5%포인트를 넘습니다. 회사 사무실에 깔리는 노트북 시장에서 HP는 늘 첫 손에 꼽히는 이름입니다.

HP가 이 시장에서 내세우는 무기가 AI PC입니다. 생성형 AI 작업을 인터넷 너머 서버로 보내지 않고 기기 안에서 바로 처리하는 PC입니다. 회사 업무용 노트북은 몇 년마다 한꺼번에 바뀌는 물건이고, 그 교체 주기에 새 이유를 붙이는 것이 AI PC의 역할입니다. 기업용 매출이 두 배 넘게 큰 HP에게 AI PC는 가장 큰 손님에게 내미는 새 상품입니다.

메모리값이 두 배 된 해, HP가 고른 대응

2026년 PC 업계 전체가 같은 벽을 만났습니다. D램 같은 메모리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HP는 2026 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PC 부품원가 가운데 메모리·스토리지 비중이 바로 전 분기 15~18%에서 35%로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메모리 원가는 한 분기 만에 약 100% 올랐습니다. 노트북 한 대를 만드는 돈의 3분의 1 이상이 메모리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충격은 업계 공통이었습니다. IDC 집계로 2026년 2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전년보다 4.9% 줄었습니다. 상위 업체 가운데 출하량이 늘어난 곳은 신제품 '맥북 네오'를 낸 애플(10.1% 증가) 하나뿐이었습니다. HP는 물량을 지키려 값을 버티기보다 '목표가격 조정'으로 대응했습니다. 원가가 오른 제품부터 골라 값을 올리는 방식입니다.

HP는 이 충격이 오기 전부터 몸을 줄이고 있었습니다. 2025년 11월 25일, 2028 회계연도까지 전체 인력의 약 10%인 4000~6000명을 줄이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구조조정 비용으로 약 6.5억 달러를 쓰고, 해마다 10억 달러를 아끼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 번 드는 비용 6.5억 달러보다 1년에 아끼는 10억 달러가 더 큽니다. 회사는 이 계획을 AI 전환과 함께 내세웠습니다.

지휘자도 바뀌었습니다. 7년 동안 회사를 이끈 엔리케 로레스(Enrique Lores) CEO가 2026년 2월 3일 물러나 페이팔(PayPal) CEO로 옮겼습니다. 이사회 멤버였던 브루스 브루사드(Bruce Broussard)가 임시 CEO를 맡았습니다. 회계 문제나 경영권 다툼이 아니라 다른 회사의 CEO 제안을 받아들인 이직이었습니다.

HP는 한 번 팔고 끝나지 않는 장사를 한다

2015년 HP는 서버와 서비스를 HPE로 떠나보내고 PC와 프린터를 남겼습니다. 겉으로는 화려한 쪽을 내주고 평범한 쪽을 가진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남긴 쪽에서 HP는 기계 한 대가 몇 년 동안 돈을 불러오는 구조를 다듬었습니다. 프린터는 통로가 됐고, 잉크는 통행료가 됐고, 1000만 명의 구독은 그 통행료를 매달 빠져나가는 요금으로 바꿨습니다.

이제 같은 질문이 PC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회사들이 사 가는 274억 달러어치 노트북에 AI라는 새 교체 이유를 붙이고, 메모리값이 두 배 된 해에도 물량보다 가격을 고르는 회사가 됐습니다. HP가 파는 것은 처음부터 기계가 아니었습니다. 기계가 꺼지지 않고 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출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자공시 HP FY2025 연간보고서(10-K), HP Inc. 2025 회계연도 실적 발표(2025-11-25), The Register(2025-03-19), JDJournal(2025-10-02), HP Inc. 투자자 자료(2025-11-25), InfotechLead·IDC 집계(2026-07-08), Tom's Hardware(2026-02-24), ChannelDive(2026-05-01), Computerworld(2025-11-25), HP Inc. 투자자 공지(2026-02-03)

HP 앤트가드 시그널 — 진입·손절·목표가

HP · 앤트가드 시그널
기준가 32.24달러 (2026년 10월 7일 미국 종가)
진입 32.53달러 (기준가 대비 +0.90%)
손절 29.58달러 (기준가 대비 -8.25%)
목표1 34.10달러 (기준가 대비 +5.77%)
목표2 35.67달러 (기준가 대비 +10.64%)
퍼센트는 기준가 대비입니다. 네 값 모두 앤트가드 금융공학 모델이 산출했습니다.

진입 기준폭손익비
손절까지 위험-2.95달러 (-9.07%)—
목표1까지 보상+1.57달러 (+4.83%)0.53 대 1
목표2까지 보상+3.14달러 (+9.65%)1.06 대 1

신호 산출 기준일은 2026년 10월 7일 미국 종가입니다.

언제는 모델이, 왜는 리서치가.
네 값은 금융공학 모델이 계산하고, 공시·실적·테마·수급은 우리가 확인합니다.
앤트가드 시그널.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으며,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손익은 전적으로 독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이 종목 위험 등급: 보통 (2026년 10월 8일 확인). 미국 상장사에는 한국의 관리종목·투자경고 지정 제도가 없어 SEC 공시로 확인했으며, 최근 1년 8-K에서 회계 재작성(4.02)·감사인 교체(4.01) 항목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본문 수치는 각 출처가 명시한 날짜를 따르며 이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괄호의 원화는 읽기 편하시라고 붙인 어림값이며 환율에 따라 달라집니다. 투자 전 SEC 전자공시에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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