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W, 차 시트 찍찍이 만들던 회사 밑에 국내 절반 몫 불산 공장… CU 그룹이 직접 쥔다
KNW, 차 시트 찍찍이 만들던 회사 밑에 국내 절반 몫 불산 공장… CU 그룹이 직접 쥔다
자동차 시트 커버를 벗겨 보면 안쪽에 까슬까슬한 띠가 붙어 있다. 커버를 쿠션에 눌러 고정하는 찍찍이다. 경기도 파주의 KNW(케이엔더블유·105330)는 이런 시트·도어용 찍찍이와 내장재, 자동차에 붙이는 테이프를 만들어 온 회사다. 그 회사의 자회사가 지난 9월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한국이 1년에 쓰는 무수불산의 절반을 만들 수 있는 공장을 다 지었다.
10월 7일 KNW의 최대주주가 바뀌는 계약이 맺어졌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그룹의 지주회사 BGF가 계열사 BGF에코머티리얼즈로부터 KNW 주식 911만3,891주(56.89%)를 817억5,160만원에 넘겨받는다. 대금은 10월 12일 치른다. 주인이 그룹 밖으로 나가는 거래가 아니다. 그룹 안에서 KNW를 쥔 손이 플라스틱 회사에서 지주사로 한 칸 올라간다.
KNW를 필름과 찍찍이 회사로 읽으면 이 거래가 보이지 않는다. 이 회사는 지금 반도체 가스를 만들어 파는 회사에서, 그 가스의 원료를 남에게 파는 회사로 건너가는 중이다. 원료 공장에 들어간 돈은 KNW 한 해 매출의 두 배에 가깝다. 플라스틱 계열사의 손자회사로 두기에는 판이 너무 커졌고, 그래서 지주사가 직접 쥔다.
테이프와 찍찍이 회사가 2021년 불소가스 공장을 샀다
KNW의 출발은 1999년 자동차용 부자재 테이프다. 2001년 케이엠더블유라는 법인이 됐고 2008년 지금 이름으로 바꿨으며 2009년 코스닥에 올랐다. 자동차 내장재와 찍찍이(Hook&Loop),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과 점착 필름이 주력이었다.
2020년 11월 이사회가 큰 결정을 내렸다. 울산 온산에 있는 솔베이코리아의 특수가스 공장을 사기로 했다. 그 공장의 내력은 KNW보다 길다. 1988년 대한정밀화학으로 시작해 탄산바륨을 만들던 자리를 2006년 화학회사 솔베이(Solvay)가 통째로 사들였고, 2007년부터 불소가스(F2)와 육불화황(SF6)을 만들었다. 둘 다 반도체 회로를 깎고(식각) 장비 안을 닦는(세정) 데 쓰는 가스다. 2021년 3월 5일 KNW 자회사가 이 공장 지분 100%를 가져왔고, 이름을 플루오린코리아로 바꿨다.
한 해 만에 회사의 얼굴이 바뀌었다. 2021년 KNW 매출 718억원 가운데 66.2%가 반도체 소재, 곧 이 가스였다. 자동차 부품은 25.4%, 전자부품은 8.4%로 밀려났다. 같은 해 광학필름 코팅 라인은 생산능력의 4.9%만 돌았다. 원래 하던 일 한쪽이 거의 멈춰 있던 회사가 남의 공장을 사서 가스 회사가 됐다.
가스 회사의 급소는 사 오는 원료였다
불소가스를 만들려면 무수불산이 있어야 한다. 물기를 뺀 불화수소로, 불소 화합물을 만드는 기초 원료다. KNW 사업보고서의 반도체 부문 원재료 목록 맨 앞이 이 무수불산(AHF)이다. 2021년 회사가 산 무수불산 값은 1kg에 2,374원으로, 한 해 전 1,467원에서 62% 올랐다. 원료값이 뛴 만큼 가스값을 바로 올려 받지 못하면 그 차이는 고스란히 가스 회사 몫의 이익에서 빠진다.
원료값만이 아니었다. 반도체 쪽 수요가 꺾이자 가스 공장이 함께 멈칫했다.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불소가스 라인 가동률은 90%에서 53.1%로, 육불화황 라인은 89.4%에서 53.6%로 내려갔다. KNW 연결 실적이 그 흐름을 그대로 따라갔다. 2022년 매출 996억원에 영업이익 153억원을 냈던 회사가 2023년 매출 954억원에 영업이익 52억원, 2024년 785억원에 영업손실 24억원, 2025년 811억원에 영업손실 약 30억원이 됐다. 올해 상반기 반도체 소재 부문은 매출 약 230억원에 영업손실 약 35억원이었다.
가스 회사의 장부는 양쪽에서 눌린다. 위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물량을 정하고, 아래에서는 수입 원료값이 마진을 정한다. KNW가 직접 움직일 수 있는 쪽은 아래였다.
편의점 그룹이 1,135억원을 내고 들어왔다
KNW를 산 것은 편의점 그룹이었다. BGF그룹은 앞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 회사 코프라를 약 2,500억원에 사서 BGF에코머티리얼즈로 바꿔 소재 사업의 발판으로 삼았다. 홍석조 회장의 차남 홍정혁 대표가 이끌던 그 회사가 2023년 5월 25일 KNW 인수 계약을 맺었다.
돈은 두 갈래로 들어갔다. 오원석 대표 등 특수관계인 4명의 주식 518만9,245주를 약 635억원에 샀고, KNW가 새로 찍은 주식 392만4,646주를 500억원에 받았다. 합쳐서 911만3,891주, 지분 56.7%에 1,135억원이었고 8월 25일 거래가 끝났다. 1,135억원 중 500억원은 옛 주주가 아니라 KNW 금고로 들어갔다. 같은 해 5월 가스 자회사도 165억원 유상증자로 돈을 받았다.
새 주인은 들어온 지 1년이 안 돼 원료 쪽으로 손을 뻗었다. 가스 회사의 약한 고리가 원료라는 것은 앞의 장부가 이미 보여 주고 있었고, 그 고리를 사 오는 대신 직접 만드는 쪽을 골랐다.
가스 1,291톤 라인 밑에 원료 5만톤 공장이 섰다
2024년 6월 13일 BGF에코머티리얼즈와 계열사들은 온산의 가스 자회사 부지에 무수불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약 1,500억원이 드는 공사였다. 8월 20일 울산시와 투자 협약을 맺었고, 12월 17일 플루오린코리아는 이름을 BGF에코스페셜티로 바꿨다. 공장은 2026년 9월 말 공사를 마치고 시운전에 들어갔다. 1년에 약 5만톤, 국내 사용량의 절반을 만들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다.
이 원료는 지금까지 거의 다 바다를 건너왔다. 국내 무수불산은 특정 한 나라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97%에 이른다. 정부는 무수불산을 경제안보 품목으로 관리하고, 2030년까지 해외 의존도를 절반 아래로 낮추는 목표를 세워 두었다. 반도체 식각과 세정뿐 아니라 이차전지와 냉매에도 쓰이는 원료다.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이 공장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드러난다. 2021년 KNW의 특수가스 생산능력은 1년에 1,291톤이었다. 원료와 가스는 다른 물건이지만, 1,291톤짜리 가스 라인이 5만톤의 원료를 혼자 먹어 치울 수는 없다. 회사도 첫 물량을 국내에 공급하겠다고 했고, 같은 규모의 공장을 하나 더 지을지 검토하고 있다. 이 공장의 손님은 대부분 KNW 바깥, 지금 수입 무수불산을 쓰는 국내 회사들이다.
여기가 KNW의 정체가 바뀌는 지점이다. 이 회사는 원료를 사 와서 가스를 만들던 회사였다. 이제는 그 원료를 직접 만들고, 남는 대부분을 남에게 판다. 공장에 들어간 1,500억원은 KNW 2025년 매출 811억원의 1.8배다. 찍찍이와 필름 매출로는 감당할 수 없는 크기의 판이 KNW 이름 아래 깔렸다.
같은 주식이 1,135억원에 들어와 817억원에 지주사로 간다
10월 7일 계약의 대상은 3년 전 BGF에코머티리얼즈가 사들인 바로 그 911만3,891주다. 주당 값은 계약일 코스닥 종가인 8,970원이다. 2023년에는 옛 주주 몫을 주당 약 1만2,237원, 새로 찍은 주식을 주당 약 1만2,740원에 샀다. 같은 주식 묶음에 3년 전 1,135억원이 들어갔고, 이번에는 약 318억원 적은 817억원에 넘어간다. 돈은 그룹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지주사 주머니에서 계열사 주머니로 옮겨 갈 뿐이다. 그래도 3년 전 경영권을 사며 치른 값과 지금 코스닥 종가 사이에 그만큼의 거리가 있다는 기록은 남는다.
거래가 끝나면 사다리가 한 칸 줄어든다. 지금은 BGF 아래 BGF에코머티리얼즈, 그 아래 KNW, 그 아래 BGF에코스페셜티의 4단계다. 앞으로는 BGF가 KNW를 바로 쥐고, 공장을 가진 BGF에코스페셜티는 증손회사에서 손자회사가 된다. 그룹은 유통(BGF리테일), 플라스틱 소재(BGF에코머티리얼즈), 반도체 소재(KNW) 세 축으로 정리된다. BGF는 반도체 소재 사업에 대한 투자 여력을 키우고 결정을 빠르게 하려는 개편이라고 밝혔다.
KNW를 내놓는 BGF에코머티리얼즈는 받은 돈으로 본업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경쟁력을 키우고, 변동금리 차입금을 먼저 갚고, 공개매수를 포함한 주주가치 방안을 검토한다. 다음 달에는 자기주식 84만2,699주(약 1.3%)를 소각한다. 플라스틱 회사는 플라스틱으로 돌아가고, 무수불산이라는 큰 판은 지주사가 직접 들고 간다.
이 판이 무거운 이유는 공장이 먼저 서고 손님은 아직 이름이 없다는 데 있다. 수입 원료를 쓰던 국내 회사들이 새 공장의 물량으로 얼마나 빨리 옮겨 오느냐가 1,500억원의 값을 정한다. 상반기 35억원의 영업손실은 원료 공장이 아직 매출을 내기 전의 숫자다.
시트 커버 안쪽 찍찍이는 소비자가 한 번도 보지 못하는 부품이다. 무수불산도 마찬가지로 반도체 공장 밖에서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 KNW의 다음 성적표는 찍찍이를 사는 자동차 회사도, CU 계산대 앞의 손님도 아닌, 수입 원료를 바꿀지 고민하는 국내 화학·반도체 회사들이 매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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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2026.10.07), BGF의 KNW 지분 직접 인수와 반도체 소재 부문 실적(2026.10.07), 지배구조 개편과 무수불산 공장(2026.10.07), BGF에코머티리얼즈 매각대금 활용과 자사주 소각(2026.10.07), 무수불산 공장 완공과 수입 의존도(2026.09), 무수불산 공장 1,500억원 투자 결정(2024.06.13), 추가 증설 검토와 사명 변경 계획(2024.06.13), 울산시 투자 협약(2024.08), BGF에코스페셜티 연혁, KNW 2021년 사업보고서(사업부문·원재료 가격·가동률), KNW 연혁과 2021년 실적(2023.02), BGF에코머티리얼즈의 KNW 인수 구조(2023.05.26), 2023년 실적·가스 가동률·자회사 유상증자(2024.02), 2024년 실적(2025.02.11), 2022~2025년 연결 실적, 홍정혁 사장과 BGF 소재 사업 확장. 공시 계기: 2026.10.07 최대주주변경을수반하는주식양수도계약체결.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8일. 매출·이익은 회사 공시와 보도에 나온 연결 기준 수치입니다. 무수불산 공장의 생산능력과 국내 사용량 비중은 회사 발표 기준이며, 2021년 원재료 가격과 가동률은 그해 사업보고서 기준입니다. 주식 양수도 대금은 10월 12일 지급 예정이며 계약 조건은 바뀔 수 있습니다. 사업 구조에 관한 필자의 해석을 포함합니다.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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