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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왕 권혁, 15년 버틴 체납 3938억원 납부계획… 현금 내고 나머지는 해외 선박 담보

동학개미기자 0 14 0
권혁 회장 명의의 국내 재산은 한 건도 없었다

권혁 시도그룹 회장이 15년 동안 내지 않던 개인 체납액 3938억원 전액의 납부계획을 국세청에 냈다. 7월에 현금 1000억원을 먼저 냈고, 나머지는 해외 선박 5척을 담보로 잡혔다. 그를 지켜 준 것은 숨긴 돈이 아니라 선박을 조세회피처에 등록하는 해운업 관행이었고, 국세청이 그 등록국과 직접 손을 잡자 버틸 근거가 사라졌다.

뉴스 핵심

  • 현금으로 들어온 돈은 1000억원이고, 약 2938억원은 아직 선박 5척 담보로 남아 있다.
  • 개인 체납액을 채우면 관련 법인 2차 납세의무까지 사라져 장부상 7902억원이 정리된다.
  • 버티기를 끝낸 것은 라이베리아·파나마 등 편의치적국과의 정보교환·징수공조였다.

선박왕 권혁은 왜 15년 동안 세금을 안 낼 수 있었나

권 회장 이름으로 된 국내 재산은 한 건도 없다. 국세청이 판결을 받아 내도 압류할 물건이 국내에 없었다.

그의 배는 라이베리아·파나마 같은 나라에 등록돼 있었다. 해운업에서는 편의치적이라 부르는 흔한 방식이다. 선주의 국적과 상관없이 등록국의 느슨한 세금·규제를 따르게 된다.

권 회장은 홍콩을 거점으로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여럿 두고, 국내 거주자가 아닌 것처럼 신고해 왔다. 국세청은 2011년 종합소득세 등 4101억원을 부과했다. 당시 개인 기준 최대 추징금이었다.

그 뒤로 그의 입장은 한결같았다. 국내 거주자가 아니니 낼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법정에서 지더라도 손이 닿지 않는 바다 위 자산. 15년은 이 간극이 버틴 시간이다.

7월에 현금 1000억원을 먼저 납부했다
7월에 현금 1000억원을 먼저 납부했다

체납액 3938억원을 쪼개 보면 누구 돈이 어디로 가나

3938억원 가운데 실제로 국고에 들어온 돈은 7월에 낸 현금 1000억원이다. 전체의 약 25%다.

나머지 약 2938억원은 아직 돈이 아니라 담보다. 해외 선박 5척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장부는 더 크다. 권 회장 개인 체납과 관련 법인에 걸린 2차 납세의무를 합치면 7902억원이다. 개인 몫을 다 내면 법인 몫 약 3964억원도 함께 사라진다.

국고 입장에서 계산하면 이렇다. 개인이 3938억원을 채우면 장부에서 7902억원이 지워진다. 법인 몫 체납은 현금으로 걷히는 게 아니라 정리되는 것이다.

현금 1000억원 자체도 기록이다. 기존 고액체납자 현금 납부 최고치는 500억원이었고, 이번이 그 두 배다.

고액·상습체납자 명단 1위 3938억원은 2위 538억원의 약 7.3배다
고액·상습체납자 명단 1위 3938억원은 2위 538억원의 약 7.3배다

체납 명단 2위의 7.3배, 해외공조 9개월 실적의 11.6배

2025년 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 1위가 권혁(3938억원)이었다. 2위 최은태는 538억원이다. 1위가 2위의 약 7.3배다.

같은 명단에 이름이 있다고 체급이 같은 게 아니다. 사실상 한 사람만 따로 노는 표였다.

해외 징수공조 실적과 비교하면 더 선명하다. 임광현 청장 취임 뒤 약 9개월간 3개국 과세당국과 공조해 거둔 체납세금은 5건, 339억원이었다.

권 회장 한 건이 그 전체의 약 11.6배다.

국세청이 2026년 1월 고액체납 특별대응TF를 가동하고 선박 등록국과 정보교환·징수공조를 넓혔다
국세청이 2026년 1월 고액체납 특별대응TF를 가동하고 선박 등록국과 정보교환·징수공조를 넓혔다

무엇이 15년 버틴 사람을 움직였나

달라진 것은 권 회장의 마음보다 국세청의 손이다. 국세청은 2026년 1월 고액체납 특별대응TF를 띄웠다.

그리고 라이베리아·파나마 등 선박 등록과 얽힌 나라들과 정보교환과 징수 공조를 넓혔다. 그를 숨겨 준 등록국이 이제 추적의 창구가 됐다.

류충선 국제조세관리관은 “리스크가 있는 현 상황에서 사업을 영위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선박업은 배가 항구를 드나들어야 돈이 된다. 등록국이 국세청과 정보를 주고받는 상황에서 체납자 딱지를 단 선단은 영업 자체가 위험해진다. 버티는 비용이 내는 비용을 넘어선 순간으로 볼 수 있다.

류 관리관은 권 회장이 “선박 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의 장보고가 돼 경제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도 전했다. 15년간 비거주자를 주장한 사람의 말로는 낯설다. 체납왕에서 다시 선박왕으로 돌아가려는 말로 들린다.

선박 5척 담보는 실제 징수로 이어질까

해외에 있는 선박을 체납 담보로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세청은 선박 가치가 남은 체납액을 웃돈다고 보고 담보 적정성을 평가하고 있다. 절차에 문제가 없는지 감사원 적극행정 면책 사전컨설팅도 받고 있다.

선례가 없으니 받아내는 쪽도 조심스럽다. 집행 방식 하나하나가 앞으로의 기준이 된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앞으로 계획대로 납부되거나 담보물을 강제 징수하게 되면 약 8천억 원의 체납액이 소멸된다”고 말했다. 납부가 멈추면 배를 팔아서라도 걷겠다는 말이다.

관건은 시간이다. 바다 위 자산은 가격도 위치도 움직인다. 담보 평가가 끝나고 실제 현금이 들어오기 전까지 2938억원은 약속으로 남는다.

해외계좌 가진 개인에게 이 사건이 바꾸는 것

이번 일을 선박왕 한 사람의 결말로만 보면 놓치는 게 있다. 국세청은 이제 조세회피처로 불리던 나라와도 직접 정보를 주고받는다.

국세청은 체납 추적과 세무조사를 묶은 특별조사팀을 전국 지방청 비정기 조사국에 둘 계획이다. 고액 체납자의 해외 재산과 자금 유출까지 함께 본다.

해외 증권계좌로 미국 주식을 사는 개인에게 직접 걸리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도 해외에 있으면 안 보인다는 전제가 약해지고 있다는 배경으로는 충분하다.

비슷한 소식이 또 나오면 볼 곳은 두 군데다. 해마다 공개되는 국세청 고액·상습체납자 명단, 그리고 국세청이 내는 해외 징수공조 실적 발표다. 이번 건도 명단 1위와 9개월 실적 339억원을 함께 놓아야 크기가 보였다.

15년을 지켜 준 것은 바다였고, 무너뜨린 것은 그 바다의 등록부였다.

동학개미 기자 · 생활 밀착형 시장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 투자 유의사항

이 글은 국세청의 체납 징수 사례를 설명한 것으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담보 평가나 납부 일정은 바뀔 수 있고, 해외계좌·해외주식의 세금 신고 의무는 개인 상황마다 다르니 판단과 책임은 독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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