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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텐츠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무산된 빗썸 창업주 쪽 340억원이 뿌리

서학개미기자 0 6 0
드라마 제작사 빅텐츠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로 거래정지된 10월 8일을 다룬 표지

빅텐츠(210120)는 10월 8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사유 발생으로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됐습니다. 이날 거래량은 255만6,963주로 직전 20거래일 평균의 16배였고, 장 마감 뒤 시간외 기준(오후 7시 조회) 주가는 1,552원, 등락률은 -14.06%였습니다.

이 회사는 2004년 '발리에서 생긴 일'을 만든 제작사입니다. 그런데 2026년 1분기 이 회사가 드라마를 만들어 번 돈은 0원입니다.

간판은 20년째 드라마 제작사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실제로 움직인 것은 드라마가 아니라 회사의 주인과 돈을 끌어오는 계획이었습니다.

투자 참고용 정리입니다.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8일.

10월 8일 거래소는 무엇을 공시했나요?

같은 날 거래소 공시가 세 건 나왔습니다. 매매거래정지, 실질심사 관련 안내, 그리고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입니다. 회사는 같은 날 전환사채 발행 결정 정정 공시를 두 건 냈습니다.

불성실공시 사유는 공시변경 3건입니다. 유상증자 납입기일 변경 1건, 전환사채 납입기일 변경 2건입니다. 거래소는 9월 11일 지정을 예고하면서 최종 결정 시한을 10월 12일로 통지했습니다.

세 건 모두 뿌리가 같습니다. 올해 1월에 발표한 자금 조달 계획입니다. 그 이야기로 가려면 먼저 이 회사가 어떤 회사였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은 음악감독이 차린 회사에서 나왔습니다

조윤정 전 대표는 1980년대부터 라디오와 TV 드라마의 음악감독이었습니다. 2003년 '음악백과'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세웠습니다. 이름부터 음악 회사였습니다.

첫 드라마가 '발리에서 생긴 일'입니다. 최고 시청률 40.4%, 백상예술대상 TV부문 4관왕이었습니다. 이어 '쩐의 전쟁'(2007), '대물'(2010)이 각각 30% 안팎을 찍었고 '기황후'도 이 회사 작품입니다.

회사 이름은 '이김프로덕션'을 거쳐 2016년 '빅토리콘텐츠'가 됐습니다. 증시에서 쓰는 약칭이 빅텐츠입니다.

방송사와 OTT가 이 회사를 찾은 이유는 판권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작가를 섭외하고 배우를 캐스팅해 드라마를 만든 뒤 지상파, 종편, 글로벌 OTT에 공급합니다. 조인성, 소지섭, 이민호를 신인 시절 발굴한 캐스팅 이력이 있고, '태왕사신기'의 윤상호 감독과도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무기는 계약 방식이었습니다. 국내 방영권을 회사가 쥐고, 해외 방영권만 넘깁니다. OTT에 통째로 납품하는 것보다 남는 몫이 큽니다.

'완벽한 가족'이 그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가 제작비와 일정 마진을 보전해 주고 오리지널 시리즈로 편성했습니다. 국내 방영권은 회사에 남았습니다.

공모자금 100억원을 건 '완벽한 가족'은 3.1%에서 끝났습니다

이 회사는 한때 빚에 눌렸습니다. 사드 사태로 중국 시장이 막히고 2017~2018년엔 드라마를 1편만 만들었습니다. 부채비율은 2021년 792%까지 올랐습니다.

2022년 F&F가 인수하면서 부채비율이 107%로 내려왔습니다. 2023년 8월 17일 코스닥 이전상장을 했고, 공모금 108억원 가운데 100억원을 '완벽한 가족' 한 편에 넣었습니다.

조윤정 당시 대표는 상장을 앞두고 “우수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단기적 수익 추구가 아닌 질 좋은 국산 콘텐츠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총제작비 140억원 이상이 든 그 드라마는 2024년 9월 19일 KBS2에서 최종회 시청률 3.1%로 끝났습니다. 그 3.1%가 자체 최고 기록이었습니다. 이 회사의 운명은 여기서 갈렸다고 저는 봅니다. 두 달 뒤부터 주인이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 뒤로 주인이 바뀔 때마다 이름도 바뀌었습니다

2024년 11월 5일 최대주주가 F&F에서 디비투자조합으로 바뀌었습니다. 나노캠텍이 지분 99.99%를 가진 조합으로, 150억원을 들여 지분 15.9%를 확보했습니다. 사흘 뒤 조윤정 대표가 물러나고 오희갑 대표가 선임됐습니다.

12월 20일 임시주주총회는 사명을 '캔버스엔'으로 변경했습니다. 명목은 사업 다각화와 기업 이미지 쇄신이었습니다.

2026년 9월, 사명은 다시 '빅토리콘텐츠'로 돌아왔습니다. 1년 9개월 사이 이름이 한 바퀴 돈 것입니다. 빅텐츠 사명변경을 검색하면 나오는 두 이름은 사업이 아니라 회사를 쥔 손이 바뀐 기록으로 읽어야 합니다.

빗썸 창업주 쪽 340억원은 어떻게 무산됐나요?

2026년 1월 22일 회사는 디에스체인을 새 최대주주로 맞는 계획을 공시했습니다. 빗썸 창업주로 알려진 김대식 씨가 실소유한 회사입니다. 유상증자 140억원(발행가 1,311원)과 전환사채 200억원, 합쳐 340억원이었습니다.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회사가 갚아야 할 빚입니다. 금리는 7%에 3개월 복리였고, 3년 만기 때 원금의 142.576%를 지급하는 조건이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파이낸셜투데이에 “유증 납입대금은 초기투자비용일 뿐, 사실상 대부분의 이익을 착취하는 것은 CB를 통한 금리수익이다. 회사의 자산가치가 급격히 훼손되거나 금리비용에 의해 재정이 파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돈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2월 27일 유상증자 대상자가 '에스지미래비전2호 외 1인'으로 바뀌었고, 3월 디에스체인 측 납입이 이뤄지지 않아 최대주주 변경은 무산됐습니다. 최대주주는 원정인프라홀딩스 등으로 다시 바뀌었습니다.

8월 12일과 19일, 회사는 그 유상증자와 6·8회차 전환사채의 납입기일을 각각 6개월 이상 미루는 공시를 냈습니다. 이 세 번의 변경이 10월 8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 이 회사의 매출은 얼마이고 어디서 나오나요?

2026년 1분기 매출은 5억3,400만원입니다. 판권 사용료가 4억6,900만원(87.83%), 건물 임대수입이 6,500만원(12.17%)입니다. 드라마 제작 매출은 0원입니다.

판권을 사 간 곳은 이에스엔티브이 1억9,200만원(35.96%), 수미디어 1억7,700만원(33.15%), 에이알케이미디어 5,300만원(9.92%)입니다. 세 곳이 매출의 79%를 냈습니다.

2025년 상반기도 같았습니다. 매출 8억6,100만원 중 사용료 58.19%, 상품매출 29.15%, 임대 12.43%, OST 음반 0.23%였고 제작 매출은 없었습니다.

드라마를 만들지 않는 동안에도 판권은 돈을 벌었습니다

이 회사가 국내 방영권을 놓지 않던 방식은 지금도 작동합니다. 새 드라마가 없는 분기에도 지난 작품들이 매출의 9할 가까이를 채웁니다. 회사가 남긴 것 중 가장 단단한 것은 결국 작품입니다.

10월 7일 회사는 상법 제10조에 따른 경영지배인으로 김영대 엣지월드 대표이사를 선임했습니다. 임기는 새 임원을 뽑을 때까지입니다.

음악감독이 차린 회사의 가장 확실한 자산은 20년 전 발리에서 찍은 드라마이고, 가장 불확실한 것은 그 판권을 가진 회사를 누가 이끄느냐입니다.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8일.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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