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현, 매출 절반이 현대차 엔진 밸브 모터… 가동률 38%에 로봇 관절로 건너간다
삼현, 매출 절반이 현대차 엔진 밸브 모터… 가동률 38%에 로봇 관절로 건너간다
2019년 여름 현대차가 세계 최초라며 내놓은 엔진 기술이 있다. CVVD, 달리는 상황에 맞춰 흡기 밸브가 열려 있는 시간을 늘였다 줄였다 하는 기술이다. 그 덕에 엔진 힘은 4% 넘게 세지고 연비는 5% 넘게 좋아지고 배출가스는 12% 넘게 줄었다. 처음 실린 차는 그해 하반기 나온 쏘나타 터보였다.
밸브가 열려 있는 시간을 실제로 바꾸는 것은 엔진 옆에 붙은 작은 모터 뭉치다. 전기 신호를 받아 정해진 만큼 정확히 돌고 멈추는 장치, 업계 말로 액추에이터다. 이 CVVD 전용 액추에이터를 2019년부터 양산해 온 곳이 경남 창원의 삼현(437730)이다. 2024년 삼현 매출 1,004억원 가운데 48%가 이 부품에서 나왔다.
요즘 삼현은 휴머노이드 관절 회사로 불린다. 장부를 펴면 이 회사는 여전히 현대차 엔진의 밸브를 움직이는 모터 회사다. 그 엔진 물량이 줄어드는 속도보다 빨리 로봇 관절을 팔아야 하는 경주를 하고 있고, 경주 비용은 무이자로 빌린 돈에 적혀 있다. 10월 8일 삼현이 그 빚의 5분의 1을 미리 되산 것도 이 경주 안에서 둔 한 수다.
서른 살 창업자가 창원에 차린 모터·제어기 회사
1958년생 황성호는 태양기계공업에서 3년을 일하고 1988년 9월, 서른 살에 창원에서 삼현을 세웠다. 처음부터 차에 들어가는 모터와 그 모터를 부리는 제어기를 만들었다. 2004년에는 BLDC 모터와 제어기를 개발했다. 닳는 솔이 없어 오래 가고 원하는 각도만큼 정밀하게 돌릴 수 있는 모터다.
2014년 큰 자리가 열렸다. 클러치 두 개를 번갈아 물려 기어를 바꾸는 변속기 DCT에 들어가는 모터를 국내에서 처음 양산했다. 2019년에는 CVVD 액추에이터 양산을 시작했고, 기어 레버 대신 전기 신호로 변속하는 SBW 액추에이터와 노면에 따라 단단함이 바뀌는 MR 댐퍼도 국산화했다. 매출은 2020년 486억원, 2021년 590억원, 2022년 686억원을 거쳐 2024년 1,004억원이 됐다. 그해 3월 코스닥에 올랐다.
삼현이 30년 넘게 해 온 일은 한 가지로 줄일 수 있다. 신호를 받으면 정해진 만큼 정확히 움직이는 장치다. 차 안에는 그런 장치가 필요한 자리가 많고, 삼현이 차례로 차지한 자리가 변속기와 엔진 밸브였다.
엔진 밸브 하나가 매출 절반이 됐다
CVVD가 실린 엔진은 스마트스트림 G1.6 T-GDi, 현대차그룹의 1.6리터 가솔린 터보다. 쏘나타 터보로 시작해 투싼 하이브리드, 싼타페 하이브리드 같은 차로 퍼졌다. 이 엔진이 많이 만들어질수록 삼현의 액추에이터도 많이 팔린다. 2024년 매출 구성은 CVVD 48%, DCT 19%, 방산 부품 11%였다. 엔진과 변속기 두 자리만 합쳐도 3분의 2가 넘는다.
세계 최초 기술의 부품을 처음부터 맡은 회사는 그 엔진이 팔리는 만큼 물량을 받는다. 이게 삼현이 상장까지 온 힘이다. 같은 이유로 그 물량은 삼현이 정하지 못한다. 현대차가 그 엔진을 몇 대 만드느냐가 정한다. 삼현의 주요 고객은 현대차그룹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 398억원 가운데 A사에 판 것이 179억원, B사에 판 것이 126억원이었다. 두 곳이 매출의 77%다.
이런 구조의 부품사는 값을 정하는 회사가 아니다. 고객의 생산 계획표를 받아 적는 회사다. 계획표가 두꺼울 때는 공장이 꽉 차고 이익이 따라오지만, 얇아지면 손쓸 데가 없다. 삼현의 급소는 기술이 아니라 이 의존이다.
고객 둘이 줄이자 가동률이 38%로 내려갔다
계획표는 2025년부터 얇아졌다. 그해 매출은 950억원으로 5.4% 줄었고 영업이익은 8억원으로 85.4% 쪼그라들었다. 회사는 연구개발비와 새로 뽑은 인력의 인건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순이익은 97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는데, 영업 바깥에서 들어온 돈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자체가 꺾였다. 연결 매출 398억원은 한 해 전보다 22.3% 적고, 영업손실이 79억원 났다. A사향 매출이 23.6%, B사향이 20.1% 줄었다. 주요 고객사의 물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 그대로 찍혔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모빌리티 부문의 설비 가동률은 2024년 65.5%, 2025년 53.2%, 올해 상반기 38.5%로 내려갔다. 만들 수 있는 양의 60% 넘게 놀리고 있는 공장이다.
같은 기간 연구개발비는 84억원으로 25.5% 늘었다. 영업손실 79억원보다 많다. 줄어드는 엔진 모터 매출로 다음 사업의 연구비를 대는 장부가 이 숫자 하나에 다 들어 있다. 창원 2·3공장의 감가상각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비용에 잡힌다. 물량이 빠진 공장의 고정비와 새 사업의 연구비가 한꺼번에 장부를 누르고 있다.
모터·감속기·제어기를 한 덩어리로, 차에서 로봇으로
삼현은 원래 모터, 감속기, 제어기를 따로따로 납품했다. 모터는 힘을 내고, 감속기는 속도를 줄여 그 힘을 키우고, 제어기는 얼마나 움직일지 정한다. 이 셋을 하나로 묶은 것을 회사는 3-in-1이라 부른다. 고객 입장에서는 부품 셋을 맞춰 끼울 필요 없이 꽂으면 움직이는 덩어리 하나를 받는다.
이 덩어리를 차 밖으로 들고 나가기 위해 회사를 둘 샀다. 2024년 8월 로봇 관절을 직접 부리는 아래쪽 제어 기술을 가진 EV솔루션을, 2025년 5월 로봇이 주변을 알아보고 길을 정하는 위쪽 제어를 하는 케이스랩 지분 61.6%를 사들였다. 케이스랩은 자율주행 지게차와 무거운 짐을 나르는 이송 로봇을 만든다. 삼현은 여기에 더해 20~40피트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1톤 넘는 자율이동로봇을 만들고 있고, 70톤급까지 키울 계획이다.
가장 큰 기대는 사람 모양 로봇이다. 삼현은 지난해 말부터 북미 특수목적용 휴머노이드의 어깨와 허리처럼 무게를 많이 받는 관절에 들어갈 액추에이터 양산에 도전해 왔다. 올해 6월에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기업에서 3-in-1을 바탕으로 한 관절용 액추에이터 시제품을 수주했고, 9월에는 북미 휴머노이드 기업으로부터 로봇용 액추에이터를 수주해 12월부터 창원 2공장에서 양산한다고 밝혔다. 금액과 수량은 공개하지 않았다. 전차, 호위함, 미사일, 레이더를 돌리고 겨누는 구동 장치를 만드는 방산 쪽도 같은 기술의 다른 몸이다. 엔진 밸브와 로봇 어깨는 같은 일을 하는 자리다. 신호를 받으면 정해진 만큼 정확히 움직여야 한다. 달라지는 것은 버텨야 하는 무게다.
지금 매출로 보면 그 몸들은 아직 작다. 올해 상반기 방산은 53억원(13%), 로봇·항공은 13억원(3%)이었다. 자동차가 80%를 넘는다. 삼현을 로봇 회사로 부르게 만드는 것은 장부에 찍힌 로봇 매출이 아니라 따낸 수주와 12월에 돌기 시작할 양산 라인이다.
무이자로 빌린 485억원, 그중 97억원을 미리 되샀다
그 프로젝트를 할 공장 돈은 빚으로 마련했다. 2025년 10월 삼현은 상장 후 처음으로 485억원어치 전환사채를 찍었다. 이자는 0%다. 빌려준 쪽은 이자 대신, 주가가 1주 3만2,672원을 넘으면 돈 대신 주식으로 받을 권리를 얻었다. 이 전환 가격은 발행 당시 기준 주가보다 10% 높게 잡혔다. 485억원 가운데 385억원은 로봇과 방산 시설에, 100억원은 다른 회사 지분을 사는 데 쓰기로 했다. 주식으로 바꾸는 청구는 10월 29일부터 열린다. 전부 바뀌면 새 주식 148만4천여 주, 지금 발행 주식의 4.68%가 생긴다.
9월 29일 종가는 4만8,500원이었다. 전환 가격보다 48% 높다. 빌려준 쪽에서는 돈을 돌려받는 것보다 주식으로 바꾸는 쪽이 훨씬 이득인 상태다. 10월 8일 삼현은 사채를 찍을 때 붙여 둔 되사기 권리를 꺼냈다. 485억원 가운데 97억원어치, 꼭 20%를 액면의 100.1%, 약 97억1천만원에 자기 돈으로 되샀다. 이 97억원어치가 주식으로 바뀌었다면 29만6,890주가 됐다. 그날 종가로 계산하면 약 144억원어치다. 삼현은 그만큼의 주식이 될 수 있던 종이를 액면에 0.1%만 얹어 거둬들였다.
되산 종이를 태울지 다시 팔지는 이사회가 나중에 정한다. 태우면 그만큼 새 주식은 영영 생기지 않는다. 남은 388억원어치, 약 118만7천주 몫은 그대로 10월 29일을 기다린다. 97억원은 삼현에게 무리한 돈이 아니다. 상반기 말 바로 쓸 수 있는 돈이 724억원이었고, 1년 안에 갚을 차입금은 36억원이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63.06%를 쥐고 있어 시장에 도는 주식이 적은 회사라, 전환 물량 148만주는 유통 주식의 13%에 이른다. 같은 수의 새 주식이라도 이 회사에서는 무게가 더 나간다.
엔진 밸브 모터는 운전자가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하는 부품이다. 삼현은 그 보이지 않는 부품으로 컸고, 이제 사람 모양 로봇의 어깨라는 가장 눈에 띄는 자리를 노린다. 로봇 관절이 엔진 밸브의 자리를 대신하는 날까지, 삼현의 시간은 여전히 현대차 공장의 엔진 생산 계획표가 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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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자기전환사채 만기전 취득 결정(2026.10.08), 1회차 전환사채 485억원 발행 조건(2025.10.22), 2026년 상반기 실적·고객별 매출·가동률·전환 물량(2026.09.29), 2025년 실적(2026.02.25), 2024년 제품별 매출과 케이스랩 인수(2025.05.18), EV솔루션·케이스랩 인수와 3-in-1(2025.10.09), 고하중 자율이동로봇·휴머노이드 관절 프로젝트·공장 감가상각(2025.12.11), 휴머노이드 관절 액추에이터 시제품 수주(2026.06.15), 북미 휴머노이드 기업 액추에이터 수주·12월 양산(2026.09.21), 연혁·2020~2023년 실적·방산 구동 시스템(2024.03), DCT 모터 국내 최초 양산과 상장 개요(2024.03.05), 황성호 대표 이력(2025.03.28), 현대차 CVVD 세계 최초 개발(2019.07.03), CVVD 스마트스트림 G1.6T 탑재 투싼·싼타페 하이브리드(현대자동차그룹). 공시 계기: 2026.10.08 주요사항보고서(자기전환사채만기전취득결정).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8일. 매출·이익은 회사 공시와 보도에 나온 연결 기준 수치이며, 고객별 매출과 가동률은 2026년 상반기 기준입니다. 되산 사채의 주식 환산 금액은 9월 29일 종가 4만8,500원을 넣은 필자의 계산이며 실제 가치와 다를 수 있습니다. 되산 사채의 처리 방법은 이사회 결정 전입니다. 사업 구조에 관한 필자의 해석을 포함합니다.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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