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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제약, 바이로메드 주식으로 1,103억원 벌고 3,246억원짜리 공장을 지었다

서학개미기자 0 10 0

이연제약, 바이로메드 주식으로 1,103억원 벌고 3,246억원짜리 공장을 지었다

이연제약 커버 — 주식으로 번 돈, 공장이 되다

병원에서 CT를 찍기 전에 팔 정맥으로 들어가는 투명한 주사약이 있다. 혈관과 장기를 사진 위에 또렷하게 떠오르게 하는 조영제다. 국내 병원에서 오래 쓰여 온 조영제 가운데 '옵티레이'가 있고, 이 약을 2000년부터 미국 타이코에서 들여와 파는 회사가 이연제약(102460)이다. 2016년 건강보험 청구액만 295억원으로, 국내 조영제 가운데 두 번째였다.

이연제약은 조영제와 항생제 원료로 70년을 산 회사다. 그런데 이 회사가 한 번에 번 가장 큰돈은 약에서 나오지 않았다. 2018년 7월 이연제약은 바이오벤처 바이로메드 주식 56만여 주를 한꺼번에 팔아 1,103억원을 받았다. 그 주식을 사는 데 든 돈은 91억원이었다. 같은 무렵 충북 충주에서 공장을 올리기 시작했고, 2024년까지 이 공장에 3,246억원이 들어갔다. 한 해 매출의 2배가 넘는 돈이다.

이연제약은 약을 팔아 번 돈으로 공장을 지은 회사가 아니다. 남의 신약에 걸어 번 돈을 밑천 삼아 제 몸보다 큰 공장을 지은 회사다. 주식은 약이 나오기 전에 돈을 줬지만, 공장은 그 안에서 약이 실제로 만들어져야 돈을 준다. 지금 이연제약의 장부는 그 둘 사이의 시차를 빚으로 메우고 있고, 10월 8일 100억원어치 전환사채를 새로 찍기로 한 것도 그 시차 안의 일이다.

서울대 약대 교수의 원료 연구소에서 출발했다

이연제약의 뿌리는 1955년 서울대 약대 교수였던 김경호 박사가 의약품 원료를 국산화하겠다며 연 이연합성연구소다. 195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체 원료의약품을 생산했다. 1976년 장인 정석환 전 대표가 인수해 둔 회사에 사위 유성락이 들어왔고, 1981년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지금은 아들 유용환 대표가 회사를 이끈다.

원료를 직접 만드는 회사라는 정체성은 오래 갔다. 1999년에는 MRSA 같은 내성균 치료에 쓰는 항생제 원료 아르베카신을 합성해 일본에 수출했다. 소염효소제 원료 스트렙토키나제를 비롯해 40여 개 원료의약품을 국산화했다. 이듬해 옵티레이를 들여오면서 병원 영상의학과라는 단단한 판로가 붙었다. 직접 만든 원료와 들여온 조영제, 두 다리로 선 회사였다.

두 다리는 튼튼했지만 걸음은 느렸다. 매출은 2010년 1,208억원, 2014년 1,121억원, 2018년 1,230억원으로 10년 가까이 1,200억원 언저리를 맴돌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70억원에서 25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이 정체를 깨는 큰돈은 약이 아니라 주식에서 왔다.

91억원어치 바이로메드 주식이 1,103억원이 됐다

이연제약 — 약보다 먼저 돈이 된 주식 도판

2004년 이연제약은 바이오벤처 바이로메드(지금의 헬릭스미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치료하는 유전자치료제 VM202를 함께 개발하는 계약이었다. 이연제약은 그 약의 국내 독점 생산·판매권과 전 세계 원료 독점 생산권을 받았다.

2007년 7월부터는 바이로메드 주식을 사 모았다. 처음 산 것이 4만6천 주, 7억5천만원어치였고 보유 주식은 60만 주를 넘었다. 그사이 바이로메드 주가가 치솟아, 2018년 3월 말 이연제약이 들고 있던 56만여 주의 평가액은 1,262억원이 됐다. 그 주식의 취득원가는 91억원이었다.

이연제약은 그해 1분기에 4만6천 주를 106억원에 팔았고, 7월 5일 남은 56만여 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로 한꺼번에 넘겨 1,103억원을 받았다. 바이로메드 지분은 0%가 됐다. 그 무렵 두 회사는 특허를 두고 소송을 벌이던 사이였다. 회사가 내놓은 매각 이유는 충주공장 건설이 본격화하는 때라 오래 들고 있던 투자 주식을 현금으로 바꿔 투자에 나서기 좋다는 것이었다.

원료를 만들어 팔던 회사가 바이오에서 처음 거둔 큰 수확은 약을 만들어서가 아니라 약 만드는 회사의 주식을 들고 있어서 왔다. 그리고 이연제약은 그 돈을 다시 '만드는 쪽'에 걸었다.

매출 2년치보다 큰 공장, 충주

이연제약 — 공장 값은 주식 판 돈보다 컸다 도판

충주 대소원면에 부지 7만6천㎡, 연면적 4만9천㎡ 규모로 두 공장이 한 울타리 안에 섰다. 하나는 플라스미드 DNA와 바이러스 벡터 같은 유전자치료제 원료를 만드는 바이오공장, 다른 하나는 케미칼의약품과 천연물의약품을 만드는 케미칼공장이다. 2021년 10월 준공했다. 플라스미드 DNA는 몸속에 넣을 유전자를 실어 나르는 고리 모양 DNA로, VM202도 이 DNA를 원료로 쓰는 약이다.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한 공장에서 만들 수 있게 짰다.

공장 값은 계획보다 커졌다. 2021년 5월 이연제약은 케미칼공장 투자액을 1,600억원에서 2,1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당시 자기자본의 95.6%였다. 바이오공장까지 합쳐 2024년 장부에 건물과 기계로 옮겨 적은 금액이 3,246억원이다. 바이로메드 주식으로 번 1,103억원은 그 3분의 1에 그친다. 나머지는 회사가 쌓아 둔 현금과 빚이 채웠다. 2021년 667억원이던 현금은 2025년 67억원으로 줄었고, 2021년 7월에는 공장 투자에 쓸 700억원어치 전환사채를 찍었다.

공장은 손님을 맞을 자격을 하나씩 갖췄다. 2023년 8월 국내 의약품 제조 기준(KGMP) 인증을, 2024년 11월 바이오의약품 전문수탁 GMP 인증을 받았다. 2025년 3월에는 국내 바이오의약품 개발사에 여러 종류의 플라스미드 DNA를 장기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고객 이름과 금액은 비밀유지 조항으로 밝히지 않았다. 남의 약을 대신 만들어 주는 위탁생산은 고객의 약이 임상을 넘고 허가를 받아야 물량이 커지는 장사다.

공장이 장부에 올라오자 적자가 났다

이연제약 — 공장은 비용부터 셈한다 도판

공장은 짓는 동안에는 손익계산서에 잡히지 않는다. '건설 중인 자산'으로 재무상태표에 머문다. 2024년 이연제약이 3,246억원을 건물과 기계로 옮겨 적은 순간부터, 그 값을 해마다 나눠 비용으로 떨어내는 감가상각이 시작됐다. 2024년 47억원이던 감가상각비가 2025년 299억원이 됐다. 기계에서 225억원, 건물에서 41억원이 나왔다.

2025년 매출은 1,459억원으로 1.6% 줄었는데 매출원가는 755억원에서 1,077억원으로 300억원 넘게 불었다. 2024년 7,926만원 흑자였던 영업손익이 303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순손실은 298억원이었다.

원래 하던 장사는 오히려 나아지는 중이다. 케미칼 부문 영업이익은 2023년 46억원, 2024년 56억원, 2025년 83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264억원에 27억원을 남겼다. 케미칼이 83억원을 남긴 해에 회사 전체는 303억원 적자였고, 그 사이에 1년 새 250억원 넘게 불어난 감가상각비가 있다. 이연제약을 누르는 것은 약이 아니라 공장의 크기다. 올해도 1분기 67억원, 2분기 70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상각비를 빼기 전 이익은 흑자를 지키지만, 올해 1분기 영업으로 들어온 현금은 24억원 마이너스였다.

공장 값을 빚으로, 그 빚을 다시 빚으로

이연제약 — 빚으로 메우는 기다림 도판

2021년에 찍은 700억원 전환사채는 정해진 값에 주식으로 바꿀 권리가 붙은 빚이다. 주가가 그 값을 넘으면 투자자는 주식으로 바꾸고, 못 넘으면 돈을 돌려 달라고 한다. 전환가는 1만9천원대였고 주가는 거기에 못 미쳤다. 2024년 10월 이연제약은 850억원어치 새 전환사채를 찍어, 그중 735억원으로 옛 사채를 돌려 달라는 청구에 응했다. 나머지 115억원은 충주공장에 바이러스를 운반체로 쓰는 AAV 유전자치료제 대량생산 설비를 들이고 운영하는 데 배정했다.

새 사채는 이자 0%에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연 5%를 쳐 주는 조건이었고, 전환가는 1만3,950원이었다. 주가가 더 내리자 전환가는 정해 둔 하한인 1만1,858원까지 내려왔다. 9월 초 주가는 9,900원으로 그보다도 낮다. 9월 28일에는 투자자가 1억원어치를 돌려 달라고 청구해, 회사가 1억1,044만원에 되사 소각하기로 했다. 850억원 가운데 849억원이 남아 있다.

돌려줄 돈은 넉넉하지 않다. 현금은 올해 3월 말 43억원이었다. 6월 말 기준으로 곧 현금이 될 자산이 411억원인데, 1년 안에 나갈 차입금과 미지급금이 1,421억원이다. 부채비율은 2020년 38.0%에서 2025년 111.3%가 됐다.

10월 8일 이연제약은 100억원어치 5회차 전환사채를 찍기로 했다. 이자 0%,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연 3%, 전환가 1만170원, 만기 2031년 10월 28일이다. 돈은 전부 운영자금으로 쓴다. 모두 주식으로 바뀌면 98만3,284주, 지금 발행 주식의 5.09%가 새로 생긴다. 이미 남아 있는 전환사채 960억원과 합치면 1,060억원이고, 전부 주식이 되면 923만여 주로 지금 발행 주식의 49.68%에 이른다.

공장 지을 돈을 2021년 사채로, 그 사채 갚을 돈을 2024년 사채로, 매일 돌아가는 살림을 2026년 사채로 댔다. 이번 100억원은 공장을 넓히는 돈이 아니다. 공장이 돈을 벌기 시작할 때까지 버티는 돈이다.

두 번째 표도 남의 신약에 걸었다

이연제약이 충주공장에 기대는 다음 약도 남의 손에서 나온다. 엘리시젠(옛 뉴라클제네틱스)과 함께 개발하는 습성 노인성 황반변성 유전자치료제 NG101이다. 이연제약은 2018년 10월 이 회사에 100억원을 넣었고, NG101의 전 세계 독점 생산을 맡았다. 지금 쓰는 황반변성 치료는 1년에 평균 9.8번 눈에 주사를 놓는다. NG101 임상 1/2a상 저용량군은 이 약을 한 번 맞은 뒤 52주 동안 평균 주사 횟수가 1.1회였다.

판은 2004년과 같다. 남의 신약에 일찍 돈을 넣고, 그 약을 만들 권리를 받는다. 처음 판에서는 주식이 먼저 돈을 줬다. 이번 판에서는 공장이 돈을 받아 내야 한다. 이연제약이 바이오에서 거둔 성적표는 아직 투자자로서의 것뿐이고, 제조사로서의 성적표는 이제 막 첫 장을 넘겼다.

바이로메드 주식은 약이 시장에 나오기 전에 1,103억원을 돌려줬다. 공장은 그렇게 해 주지 않는다. 충주공장은 비용은 벌써 셈하기 시작했고, 돈은 그 안에서 남의 약이 만들어져 팔릴 때부터 셈한다. 그날이 올 때까지 충주의 상각비를 메우는 것은 CT 촬영실의 조영제와 70년 된 원료다.

함께 읽기: 티엠씨는 대한전선이 99억원에 들어와 460억원에 나간 배 전선 회사다 [기업해부사전 29화]

자료: 5회차 전환사채 발행 조건(2026.10.08), 3회차 전환사채 1억원 조기 취득(2026.09.28), 3회차 전환가 조정·6월 말 유동성·2회차 700억원(2026.09.08), 창업·경영권 승계·2010~2018년 실적·뉴라클제네틱스 투자(2019.10.10), 1955년 창립·1958년 원료의약품·옵티레이 도입·충주공장 준공(2022.02.21), 아르베카신 수출·충주공장 규모와 설비(2021.01.18), 2016년 조영제 청구액(2017.03.17), 바이로메드 주식 취득 시기·원가·평가액(2018.06.26), 바이로메드 주식 1,103억원 매각(2018.07.05), 매각 이유(2018.07.05), VM202 국내 생산·판매권과 원료 생산권(2018.07.06), 케미칼공장 투자액 2,100억원 확대(2021.05.14), 충주공장 3,246억원·현금·부채비율(2026.03.16), 플라스미드 DNA 장기 공급 계약(2025.03.04), 2025년 실적(2026.02.10), 2025년 감가상각비·매출원가(2026.04.21), 케미칼 부문 이익·2026년 1분기·NG101·충주공장 인증(2026.05.27), 2026년 1분기 현금·영업현금흐름(2026.05.28), 2026년 2분기 실적, 3회차 전환사채 조건과 2회차 조기상환(2024.10.16), 3회차 전환사채 자금 용도(2024.10.15). 공시 계기: 2026.10.08 주요사항보고서(전환사채권발행결정).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8일. 매출·이익은 회사 공시와 보도에 나온 수치이며, 케미칼 부문 이익은 회사가 밝힌 부문 기준입니다. 현금과 유동성 수치는 각 문장에 적은 시점 기준입니다. 전환 주식 수와 비율은 공시 기준이며 전환가 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업 구조에 관한 필자의 해석을 포함합니다.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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