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주식, FLNG 11기 중 7기를 따냈다
9월 30일 삼성중공업(010140)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59% 오른 19,830원에 거래됐고, 거래량은 198만 주를 넘었습니다. 삼성중공업이라고 하면 대개 거제 바닷가의 거대한 크레인과 유조선을 떠올립니다. 그 그림은 맞지만 절반입니다. 이 회사 안벽에서 지금 가장 비싼 물건은 배가 아니라, 바다 위에 떠서 천연가스를 뽑고 액체로 바꾸는 공장입니다.
투자 참고용 · 작성 기준일 2026년 9월 30일
삼성중공업은 한 번 회사를 무너뜨릴 뻔한 사업을 끝까지 놓지 않았고, 그 결과 그 사업의 거의 유일한 공급자가 된 회사입니다. 경쟁사들이 함정과 잠수함으로 몸집을 넓힐 때 이 회사는 방산 없이 상선과 해양플랜트 한길로 갔습니다. 오늘 계약도 그 길 위에 놓여 있습니다.
버뮤다 선주가 사 간 가스운반선 두 척, 3074억원
삼성중공업이 30일 따낸 공급계약은 버뮤다 지역 선주의 대형가스운반선(VLGC) 2척입니다. 금액은 3074억원, 한 척에 약 1537억원꼴입니다. 두 척은 2030년 2월까지 선주에게 넘어갑니다.
이 두 척으로 올해 상선 수주는 44척, 75억달러가 됐습니다. 연초에 세운 목표 57억달러의 132%입니다. 선종별로 보면 LNG운반선이 18척(LNG-FSRU 1척 포함)으로 가장 많고, 원유운반선 14척, 가스운반선 6척, 컨테이너선 4척, 에탄운반선 2척이 뒤를 잇습니다.
회사 설명은 이렇습니다. “글로벌 에너지의 시황 변화와 친환경 선박 전환 추세에 따라 고객들의 선박 건조 수요가 다양해지고 있다.” 한 해에 다섯 가지 배를 고루 따냈으니 빈말은 아닙니다.
상선은 여전히 이 회사의 몸통입니다. 매출은 조선과 해양이 8대2 수준이고, 수주잔고 355억달러 가운데 48%인 169억달러가 LNG운반선입니다. 올해 2분기에는 매출 3조2307억원, 삼성중공업 영업이익 3250억원을 냈습니다. 1년 전보다 각각 20.4%, 58.7% 늘었습니다.
상선 쪽 기술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2023년에는 자체 개발한 원격자율운항 시스템(SAS)과 스마트십 시스템(SVESSEL)을 단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이 사람 개입 없이 거제를 떠나 제주를 거쳐 대만 가오슝항까지 약 1500km를 갔습니다.
삼성중공업 뭐하는 회사냐면, 올해 가장 비싼 물건은 배가 아니었습니다
같은 수주표의 해양 칸을 보면 숫자가 달라집니다. 올해 해양 부문 수주는 FLNG 2기, 44억달러입니다. 상선 44척을 다 합친 75억달러의 60%에 가까운 돈이 단 두 기에서 나왔습니다.
FLNG는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입니다. 육지에 짓던 가스 공장을 통째로 배 모양 선체에 올려 바다 위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그 자리에서 액체로 바꿉니다. 이런 설비는 1기에 20억달러가 넘습니다. 올해 상선 한 척 평균이 1억7000만달러 남짓이니 급이 다릅니다.
6월에는 미국 루이지애나 델핀(Delfin) LNG 프로젝트의 FLNG 1기를 29억달러(약 4조3300억원)에 따냈습니다. 그 프로젝트의 첫 FLNG 건조 계약이었습니다. 오늘 가스운반선 두 척 계약의 14배가 넘는 금액이 설비 하나에 붙었습니다.
사는 쪽도 다릅니다. 가스운반선은 해운사가 삽니다. FLNG는 로열더치쉘, 이탈리아 에니(ENI),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미국 델핀처럼 가스전을 직접 개발하는 소수의 대형 에너지기업이 삽니다. 손님이 몇 안 되는 대신 한 번 거래가 조 단위입니다.
거제 안벽 한 줄에 세 나라 발주처의 공장이 나란히 섰습니다
이 사업이 어떤 모습인지는 거제조선소에 가면 보입니다. 6월 5일 캐나다 ‘시더 FLNG’가 진수되면서 거제 안벽에는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의 ‘ZLNG’, 이탈리아 에니의 ‘코랄 노르트’까지 초대형 FLNG 3기가 한 야드에서 동시에 지어지게 됐습니다. 한 조선소가 FLNG 셋을 한꺼번에 짓는 건 세계에서 처음입니다.
그중 코랄 노르트는 1월 16일 물에 띄웠습니다. 길이 432m, 폭 66m입니다. 선체를 띄운 뒤에도 안벽에 붙여 두고 설비를 더 올려, 2028년 에니에 넘기는 것이 목표입니다.
발주처들이 줄을 선 이유는 단순합니다. 20억달러가 넘는 설비를 맡기는 쪽에게 가장 무서운 건 늦게 받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어 본 곳을 고릅니다. 삼성중공업은 지금까지 발주된 신조 FLNG 11기 가운데 7기를 따냈습니다. 점유율로 약 64%입니다.
그 공장 사업이 5년 전엔 회사를 자본잠식 앞까지 끌고 갔습니다
이 회사는 처음부터 조선회사가 아니었습니다. 1974년 8월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계획에 맞춰 전략산업 진출을 목적으로 출범했습니다. 1977년 거제에 조선소를 짓던 우진조선을 인수해 삼성조선을 세우며 배를 시작했고, 1982년 삼성조선과 대성중공업 등 그룹 중공업 계열사를 합쳐 지금의 삼성중공업이 됐습니다.
위기는 지금 가장 잘나가는 쪽에서 왔습니다. 2010년대 중반 나이지리아 에지나 FPSO 같은 해양플랜트에서 설계 변경과 인도 지연이 겹쳐 조 단위 손실이 났습니다. 바다 위 설비는 한 기가 크고 복잡해서, 한 번 어긋나면 손실도 그만큼 큽니다.
2021년 봄 상황은 이랬습니다. 6년 동안 쌓인 적자가 4조3000억원이었고, 3월 말 부채비율은 262%였습니다. 회사는 5대1 무상감자를 택했습니다. 보통주·우선주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췄습니다. 주주에게 돌려주는 돈 없이 장부상 자본금을 5분의 1로 줄여, 쌓인 손실을 지운 것입니다.
돈도 주주에게서 다시 받았습니다. 2016년, 2018년, 2021년 세 차례 유상증자로 모은 돈이 3조5497억원입니다. 6년 사이 세 번 주식을 새로 찍었으니 기존 주주의 몫은 그때마다 엷어졌습니다.
남들은 해양플랜트를 떠났고, 마지막 경쟁자는 제재로 막혔습니다
그 손실을 본 조선사들은 대부분 해양플랜트에서 발을 뺐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FLNG 사업에서 철수했고, 한화오션의 FLNG 건조 경험은 1척뿐입니다. 삼성중공업은 반대로 FLNG 연구개발을 이어 갔습니다. 회사를 흔든 사업을 가장 오래 붙든 쪽이 이 회사였습니다.
해외에 남은 경쟁자는 중국 위슨(Wison) 조선소 하나였습니다. 위슨은 러시아 LNG 프로젝트를 지원한 혐의로 미국 제재 대상에 올랐습니다. 미국인, 미국 기업, 미국 금융망과의 거래가 막혔습니다. 달러로 거래하는 글로벌 LNG 기업에게 위슨은 사실상 고를 수 없는 이름이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독주는 두 가지가 겹쳐 생겼다고 봐야 합니다. 삼성중공업이 버틴 것, 그리고 경쟁자가 밖에서 막힌 것입니다. 앞의 것만 이 회사가 한 일입니다. 뒤의 것은 운이지만, 버티지 않았다면 그 운이 와도 받을 자리가 없었습니다.
같은 시기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함정·잠수함 같은 방산을 키우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에는 방산 부문이 없습니다. 국내 조선 3사 중 이 회사만 바다 위 에너지 설비에 무게를 싣고 있고, 그 선택이 이 회사를 남들과 가장 다르게 만듭니다.
최성안 부회장은 9월 14일 태국 방콕 가스텍 2026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FLNG를 비롯한 LNG(액화천연가스) 밸류체인을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더욱 확대해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
삼성중공업 전망은 ‘연 2기’라는 목표에 걸려 있습니다
회사는 목표를 숫자로 내놨습니다. “현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연 2기 정도의 FLNG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는 이미 2기를 채웠고, 해양 부문 수주는 목표 82억달러의 54%까지 왔습니다. 조선과 해양을 합친 올해 수주는 46척·기, 119억달러로 통합 목표 139억달러의 86%입니다.
연 2기라는 숫자는 욕심의 크기가 아니라 안벽의 크기입니다. 거제 안벽에 동시에 세울 수 있는 FLNG가 셋이고, 한 기가 진수부터 인도까지 2년 넘게 안벽을 차지합니다. 코랄 노르트는 2028년, 오늘 따낸 가스운반선은 2030년 2월이 인도 시한입니다. 이 회사의 다음 몇 년은 그 날짜들이 약속대로 지켜지는지로 채워집니다.
5년 전 회사를 살리려 자본금을 5분의 1로 깎게 만든 그 사업이, 지금은 설비 한 기에 오늘 계약 14배의 값을 받습니다. 삼성중공업이 지킨 건 사업 하나가 아니라, 그 사업을 다시 해 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출처
- DART 단일판매ㆍ공급계약체결 (2026-09-30)
- 디지털데일리, 삼성중공업 VLGC 2척 수주…상선 수주 목표 132% 달성 (2026-09-30)
- 서울경제, 삼성重 대형 가스운반선 2척 수주…3074억 원 규모 (2026-09-30)
- 한경비즈니스, 삼성중공업 美 델핀 프로젝트서 4.3조 FLNG 수주 (2026-06-04)
- 머니투데이, 삼성重 시더 FLNG 진수…세계 최초 FLNG 3기 동시 건조 (2026-06-05)
- 아시아경제, 삼성중공업 초대형 FLNG 코랄 노르트 진수 (2026-01-16)
- 머니투데이, 삼성중공업 가스텍 2026서 미래 에너지 전략 제시 (2026-09-14)
- 블로터, 삼성중공업 FLNG 연 2기 수주 목표 (2026-06-11)
- 데일리안, 방산 대신 FLNG 키운다…해양플랜트로 차별화 나선 삼성重 (2026-06-11)
- 핀포인트뉴스, 삼성중공업 FLNG 사업 미국發 호재·위슨 조선소 제재 (2025-01-24)
- 인베스트조선, 자본잠식 앞둔 삼성중공업 5:1 무상감자 후 1조 유상증자 (2021-05-04)
- 아주경제, 6년간 3조5497억원 삼성중공업 유상증자 (2021-05-12)
- 서울신문, 삼성중공업 자율운항 기술 실증 (2023-07-06)
- EBN, 삼성중공업 50돌 고현만 조선소가 세계 1위 되기까지 (2024-08-13)
- wisereport(에프앤가이드), 삼성중공업 기업현황
이 글은 2026년 9월 30일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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