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코디 구본호, 자본금 1,000만원 법인이 세메스 협력사 주인에 나섰다
더코디(224060)는 10월 7일 한때 12.75% 내린 3,490원에 거래됐고, 거래량은 42만여 주였습니다.
이 회사 이름을 처음 듣는 분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삼성 반도체 공장의 장비를 만드는 세메스 라인에는 이 회사가 만든 세정장비가 들어갑니다. 웨이퍼를 씻고 말리는 기계입니다.
장비는 27년째 같은 일을 하는데, 그 위의 주인 자리는 쉬지 않고 바뀌었습니다. 지난 6년 동안 시장이 이 회사에서 사고판 것은 장비가 아니라 최대주주 자리였습니다.
투자 참고용 기사입니다.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7일.
웨이퍼를 씻고, 감광액을 바르고, 칩을 붙이는 기계
반도체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회로를 겹겹이 새겨 만듭니다. 한 층을 깎아 낼 때마다 표면에 찌꺼기가 남고, 그대로 다음 층을 올리면 불량이 납니다.
더코디가 만드는 세정장비가 그 자리에 들어갑니다. 웨이퍼를 식각하고, 세척하고, 헹구고, 말리는 네 단계를 한 기계가 맡습니다.
두 번째 제품은 도포·현상장비입니다. 회로 모양을 빛으로 찍는 노광 공정 앞뒤에서 웨이퍼에 감광액을 고르게 바르고, 빛 받은 부분을 녹여 내고, 열로 굳힙니다. 사진 인화에서 인화지를 바르고 현상하는 일을 웨이퍼 위에서 하는 기계입니다.
세 번째는 접착장비입니다. 다 만든 칩 조각(다이)을 리드프레임이라는 금속 틀에 붙이는 다이 본딩 장비입니다.
이 장비들은 세메스와 삼성디스플레이로 갑니다. 세메스는 삼성전자 계열 장비회사이고, 더코디는 2015년부터 이곳에 세정장비와 도포·현상장비를 공급해 왔습니다. 완성품 장비회사의 공급망 안에서 기계를 만들어 넘기는 협력사 자리입니다.
올해 4월에는 다른 얼굴도 알려졌습니다. 전기차가 충전기 전기를 배터리에 맞게 바꾸는 온보드차저(OBC)에 들어가는 전력변환부품입니다. CLLC 트랜스포머, PFC 인덕터, CM 필터를 GM·스텔란티스·혼다에 넣고, 태양광 인버터 부품은 한화큐셀에 공급하며 미주로 직접 수출합니다.
반도체 공장 장비에서 미국 완성차 부품까지, 손에 잡히는 물건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를 다룬 기사를 검색해 보면 장비 이야기는 드뭅니다.
장비회사가 신약을 하겠다며 이름을 바꿨습니다
출발은 1999년 오에프티라는 이름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회사였습니다. 2013년 회사는 이름을 코디엠으로 바꾸고 방향을 틀었습니다.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웰마커바이오를 세웠습니다. 바깥의 신약 연구를 모아 키우는 오픈이노베이션 신약 플랫폼 사업이었습니다. 장비를 팔아 번 돈이 바이오 회사 지분으로 흘러갔습니다.
결과는 숫자로 남았습니다. 투자한 에이치엔티는 상장폐지됐습니다. 페프로민바이오에 넣은 106억원은 평가액이 10분의 1로 줄었습니다. 지이티플러스에도 120억원이 들어갔습니다.
2022년 10월 11일 회사는 코디엠을 버리고 더코디라는 지금 이름으로 변경상장했습니다. 그해 12월에는 다른 회사 주식을 넘기기로 했다는 공시를 거짓으로 냈다가 철회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예고를 받았습니다.
장비는 그대로였는데 이름은 두 번 바뀌었습니다. 이름보다 더 자주 바뀐 것이 있었습니다.
2020년 이후 최대주주는 2년 동안 네 번 바뀌었습니다
2020년 코디엠바이오컨소시엄은 담보로 잡힌 주식이 반대매매로 팔려 나가면서 최대주주 자리를 잃었습니다. 그 뒤 2년 사이 최대주주가 네 번 바뀌었습니다.
2023년 7월에는 이석산업개발이 30억원어치 새 주식을 제3자배정으로 받아 지분을 13.15%에서 25.51%로 늘리며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 30억원으로 장비회사 하나의 맨 윗자리가 정해졌습니다.
회사에 돈이 들어오는 길은 주로 전환사채(CB)였습니다. CB는 정해진 가격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붙은 빚입니다. 바꾸기 전까지는 회사가 갚아야 할 돈이고, 바꾸는 순간 누군가의 지분이 됩니다.
2024년 11월 더코디는 만기 전에 사들여 갖고 있던 자기 CB 30억원어치를 다시 팔았습니다. 사 간 사람 가운데에는 전 대표의 대출 상대와 임원이 있었습니다.
매도 공시의 '관계' 칸은 비어 있었습니다. 같은 시점 분기보고서는 그 사람들을 '기타특수관계자'로 적어 두었습니다. 한 회사가 같은 사람들을 두 서류에 다르게 적은 것입니다.
회사는 공시의 선정경위란에 매수자를 “투자자의 의향 및 납입능력, 시기 등을 고려하여 선정”했다고 썼습니다. 한국거래소 공시 담당자는 “규정에 (관계란을) 어떻게 해라 이렇게까지는 나와 있지 않다”, “회사가 작성해 온 것을 그대로 처리한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그 직전인 2024년 11월 13일 이런 구조를 두고 “만기 전 취득한 전환사채를 최대주주에게 재매각한 후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법 등을 통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더코디의 거래가 그 문장이 그린 모양과 겹칩니다.
주인 자리가 흔들리는 동안 대표는 횡령 공시로 떠났습니다
2025년 3월 말 황정훈 대표가 물러났습니다. 4월 4일 회사는 공시에서 “당사의 전 대표이사는 대표이사로 재직 당시 상여금 명목으로 이사회 결의 등 없이 자금을 임의대로 인출한 바”가 있다며 이를 횡령으로 적었습니다.
황 전 대표는 이사회가 승인한 보수규정에 따른 정당한 상여였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는 “지난 7년간 회사에 몸 담으며 회사에 헌신했고, 단순 몇억을 횡령한 대표이사로 낙인찍힌 것에 대해 억울하다”고 말했습니다.
회사와 7년을 함께한 대표가 떠나는 방식이 이랬습니다. 주인이 자주 바뀌는 회사에서는 경영진도 오래 머물기 어렵습니다.
2026년 들어 새 주인이 두 번 나타났습니다
올해 3월 17일 지엔티파마가 70억원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지분 28.58%를 갖는 최대주주가 되겠다고 공시했습니다. 대표는 곽병주입니다.
지엔티파마의 2024년 말 현금은 2억1,300만원이었고, 신용등급은 CCC+였습니다. 2025년 3월 나스닥에 가겠다고 했던 회사입니다. 70억원을 넣겠다던 이 회사는 공시 15일 만에 납입을 철회했습니다.
그리고 9월 16일, 범LG가의 구본호 회장이 등장했습니다. 그의 개인회사 판토스코퍼레이션이 70억원 유상증자와 30억원 CB로 지분 약 30.07%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르겠다는 공시였습니다.
판토스코퍼레이션은 2026년 7월에 세워졌습니다. 공시 시점에 설립 두 달째였고, 자본금은 1,000만원이었습니다. 등록 주소는 구 회장의 서울 용산구 자택입니다. 매출 250억원대 장비회사의 주인이 되겠다고 나선 법인의 자본금이 1,000만원이었습니다.
새 주인이 오면 CB로 큰돈도 함께 들어올 계획이었습니다. 10·11회차 CB는 모두 330억원 규모였습니다. 300억원은 골드마크조합과 호라이즌조합이, 30억원은 판토스코퍼레이션이 사기로 했습니다.
납입일은 10월 6일이었습니다. 그날 돈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장 마감 뒤 공시에서 “전환사채 발행 대상자인 판토스코퍼레이션과 골드마크조합, 호라이즌조합의 계약 불이행에 따른 납입금 미납으로 전환사채 발행 결정을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330억원이 급했던 이유는 곳간에 있습니다
최근 세 해 더코디의 매출은 202억원, 271억원, 253억원이었습니다. 장비와 부품은 꾸준히 팔렸습니다. 영업이익은 -104억원, 2억원, -8억원으로 겨우 본전 언저리를 오갔습니다.
순손실은 137억원, 78억원, 157억원이었습니다. 장사에서 잃은 것보다 훨씬 큰 돈이 장사 밖에서 빠져나갔습니다. 바이오 투자 평가액이 쪼그라든 시기와 겹칩니다.
빚은 불어났습니다. 자본 대비 부채를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209%에서 261%, 다시 573%로 올랐습니다. 당장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으로 1년 안에 갚을 빚을 얼마나 막을 수 있는지 보여 주는 당좌비율은 90%에서 26%로 내려앉았습니다.
작은 돈도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10억원짜리 유상증자는 납입이 여덟 번 미뤄졌습니다. 8월 31일에는 시가총액 200억원 미달이 이어져 관리종목 지정 우려 안내를 받았습니다.
이 회사에서 최대주주 자리가 싸게 거래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회사 몸값이 작으니 수십억원이면 맨 윗자리에 앉을 수 있습니다. 회사는 돈이 급하니 새 주인이 가져올 CB를 받아들입니다. 그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주인 자리만 다시 시장에 나옵니다.
더코디의 다음 공시에서 볼 것은 70억원 납입일입니다
철회된 것은 330억원 CB입니다. 판토스코퍼레이션이 지분 30.07%를 갖게 해 줄 70억원 유상증자는 별도의 결정이고, 10월 6일 그 유상증자결정은 정정 공시가 나왔습니다. 이 돈이 실제로 납입되는지가 구본호 회장이 이 회사의 주인이 되는지를 정합니다.
두 번째로 볼 숫자는 시가총액 200억원입니다. 이 선 아래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 관리종목 문턱에 닿습니다.
그 사이에도 세메스 라인에서는 더코디의 세정기가 웨이퍼를 씻고, 미국 전기차에는 이 회사 트랜스포머가 실립니다. 27년 동안 이 회사를 버티게 한 것은 맨 윗자리에 앉았던 누구도 아니고, 주인이 바뀌어도 꺼지지 않은 그 기계들이었습니다.
출처
- 기타주요경영사항(제10회차, 제11회차 전환사채권 발행 결정 철회), 2026-10-06
- [기재정정] 주요사항보고서(유상증자결정), 2026-10-06
- 조선비즈, 2026-10-07
- 서울경제TV, 2026-09-16
- 딜사이트, 2026-09
- 녹색경제신문, 2026-03 · 2026-03-20 · 2026-04
- 핀포인트뉴스, 2026-04-27
- 파이낸셜투데이, 2025-04-07
- 뉴스웨이브, 2024-04
- 뉴스토마토, 2023
- IB토마토, 2026
- 이데일리, 2022-12-27
- KRX KIND 변경상장 공시
- 더코디 기업정보 · 관리종목 지정 우려 안내, 2026-08-31
- 위키백과 더코디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7일.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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