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젠바이오 매출 124억 중 유전자 진단은 13억… 몸통은 의약품 도매
10월 8일 엔젠바이오(354200) 주가는 전날보다 16.48% 오른 820원에 거래됐습니다. 거래량은 152만3,299주였습니다.
엔젠바이오는 2015년 KT와 젠큐릭스가 함께 돈을 대 세운 유전자 진단 회사입니다. 그런데 올해 2분기 이 회사가 올린 매출 124억5207만원 가운데 유전자 진단에서 나온 돈은 13억5144만원입니다.
지금의 엔젠바이오는 유전자 진단 회사의 이름을 달고, 의약품 도매로 몸집을 채우는 회사입니다. 이름값을 하는 기술은 해외에서 자라고 있고, 매출의 몸통은 수도권 병원과 약국에 약을 대는 일에서 나옵니다.
투자 참고용,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8일
병원 검사실에 들어가는 것은 시약 한 통이 아니라 한 벌입니다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은 암 조직이나 혈액에서 뽑은 유전자를 기계로 한꺼번에 읽어, 어디가 바뀌었는지 찾아내는 검사입니다. 엔젠바이오는 이 검사에 넣는 시약 묶음(패널)과, 기계가 쏟아낸 결과를 해석해 주는 소프트웨어를 함께 만듭니다.
유전성 유방암·난소암을 보는 BRCAaccuTest, 혈액암을 보는 HEMEaccuTest, 고형암을 보는 ONCOaccuPanel이 시약이고, 분석 소프트웨어 이름은 NGAS입니다.
이 물건들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는 가천대 길병원에서 잘 보입니다. 2026년 2월 2일 길병원은 대용량 NGS 분석장비 '넥스트식디엑스', DNA와 RNA 변이를 한 번에 읽는 암 진단 시약 '온코아큐패널 콤보', 분석 소프트웨어 'NGAS 2.0'을 들이는 장기계약을 맺었습니다.
길병원은 원래 엔젠바이오의 암 진단 패널을 쓰던 병원입니다. 시약을 사던 손님이 장비와 소프트웨어까지 한 벌로 들인 것입니다.
이 한 벌이 이 회사 장사의 핵심입니다.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들인 병원은 그 뒤 검사할 때마다 쓰는 시약과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같은 공급사에서 계속 삽니다. 장비 한 대를 팔면 시약 주문이 뒤따라오는 장사입니다.
병원과 함께 제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엔젠바이오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과 급성골수성백혈병 재발을 감시하는 MRDaccuPanel AML FLT3를 공동개발했고, 2025년 3월 수출용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습니다. 치료가 끝난 환자의 혈액에 암세포가 다시 늘어나는지 보는 패널입니다.
회사와 업계 자료는 국내에서 진단 패널과 해석 소프트웨어를 함께 갖춘 곳이 엔젠바이오뿐이라고 반복해 말합니다. 보건복지부가 인증한 소비자 직접 의뢰(DTC) 유전자검사기관 6곳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같은 명단의 마크로젠은 시퀀싱 서비스와 일루미나 장비 국내 유통이, 테라젠바이오는 NGS 데이터 분석 서비스가 중심입니다. 시약을 직접 만들어 소프트웨어와 묶어 파는 곳은 이 명단에서 엔젠바이오가 유일한 모양새입니다.
그 한 벌은 국내보다 바다 건너에서 더 빨리 팔립니다
올해 2분기 NGS 정밀진단 매출 13억5144만원은 1년 전보다 80.7% 늘었습니다. 국내 매출이 77.2%, 해외 매출이 102.1% 늘었고, 혈액암 진단 패널의 해외 매출은 114% 늘었습니다.
팔리는 곳도 바뀌었습니다. 동남아와 유럽이 주력이던 판매처가 서남아와 중동으로 넓어지면서, 새로 연 시장의 매출 비중이 2025년 2분기 6.1%에서 2026년 2분기 34.6%가 됐습니다. 진단 매출 세 장 중 한 장이 1년 전엔 없던 시장에서 나옵니다.
해외 병원 문은 일찍부터 두드렸습니다. 2021년 베트남 호치민의 1,000병상 넘는 종합병원 Binh Dan 병원에 유방암·전립선암·고형암 진단 시약과 시스템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말레이시아 선웨이 메디컬 센터에는 혈액암 진단 패널 'HEMEaccuPanel DNA·RNA'가 들어갔습니다. 한국 기업이 현지에 NGS 정밀진단 제품을 공급한 첫 사례였습니다.
2026년 8월 11일에는 유방암·난소암 진단 패널 'BRCAaccuPanel'이 유럽연합의 체외진단 의료기기 규정인 CE-IVDR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런 인증을 통과한 공급사가 많지 않아, 한번 자리 잡은 병원이 다른 업체로 바꾸기 쉽지 않다는 말이 업계에서 반복해서 나옵니다.
최대출 대표는 일찍이 이 시장을 두고 “대한민국의 넥스트 코로나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정밀진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단 사업 하나만 떼어 보면, 그 말을 향해 걸어가는 숫자가 맞습니다.
그 13억원은 회사 매출의 열 장 중 한 장입니다
2분기 연결 매출 124억5207만원에서 진단 매출 13억5144만원을 빼면 약 111억원이 남습니다. 그 대부분이 의약품 도매유통업체 엔젠파마의 매출입니다. 진단은 전체의 11% 남짓입니다.
엔젠파마는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과 대형 문전약국에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대는 도매상입니다. 회사가 밝힌 평균 연매출은 약 400억원입니다. 엔젠바이오가 2025년 11월 자회사로 편입했고, 2026년 3월 31일 흡수합병을 마쳤습니다.
이미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여서, 합병 비율은 1대0이었고 새 주식도 현금도 오가지 않았습니다. 합병과 함께 엔젠바이오는 스스로를 '종합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으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엔젠바이오 매출이 갑자기 커진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2025년 연결 매출은 212억3951만원으로 2024년 56억원에서 크게 뛰었습니다. 회사는 진단 패널·소프트웨어 판매 호조와 엔젠파마 실적의 연결 반영을 함께 이유로 들었습니다.
숫자를 돈의 크기로 다시 보면 그림이 선명해집니다. 진단 매출이 80.7% 늘었다는 것은 1년 전 같은 분기보다 6억원 남짓 더 팔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연매출 400억원짜리 도매상이 한 분기에 보태는 금액과는 단위가 다릅니다.
이 회사의 급소는 여기입니다. 진단 사업이 아무리 빨리 자라도 회사 전체 매출표에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매출 숫자가 커질수록 회사 이름과 실제 장사 사이의 거리는 오히려 벌어집니다.
간판을 함께 세운 두 주주는 이미 자리를 떴습니다
엔젠바이오는 KT 바이오인포매틱스 사업부를 이끌던 최대출 대표가 유전체 데이터로 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보고 출발한 회사입니다. 2015년 10월 KT가 49.8%, 젠큐릭스가 50.2%를 출자한 합작법인으로 세워졌습니다.
최대출 대표는 2016년 8월 대표이사가 돼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습니다. 2020년 12월 코스닥에 공모가 1만4,000원으로 상장했고, 주관사는 삼성증권이었습니다.
회사를 세운 두 축은 차례로 빠져나갔습니다. 공동창업 주주 젠큐릭스가 보유 주식 일부를 팔았고, 2025년 6월 2일에는 KT가 지분 전량을 에스에이치헬스케어투자1호조합에 넘겼습니다.
당시 최대주주였던 '주식회사 케이티 외 1인'의 지분은 149만주, 7.52%였습니다. 새 최대주주가 된 조합의 지분은 120만주, 6.05%입니다. 설립 주주와 무관한 투자조합이 6%대 지분으로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
그래서 'KT가 만든 바이오 회사'라는 기억은 이제 절반만 맞습니다. 창업자 출신 대표는 남았고, 창업 주주는 떠났습니다.
미국 AI 자회사는 넘기고, 연구 인력은 62명에서 6명이 됐습니다
엔젠바이오도 판을 키우려 한 적이 있습니다. 2023년 7월 미국에 단백질체(프로테오믹스) 기술 자회사 엔젠바이오AI를 세워 AI 정밀의료로 나아가려 했습니다. 이 자회사 대표였던 크리스 반스가 인터뷰에서 내건 목표는 “나스닥 상장·500억 매출”이었습니다.
투자비용이 예상을 넘으면서 계획이 바뀌었습니다. 2025년 5월 엔젠바이오는 이 자회사를 미국 야트리바이오에 넘기는 자산양수도 계약을 추진했습니다.
최대출 대표는 그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AI 기반 정밀진단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더 효율적인 사업 운영 체계를 구축하려는 결정”이라고 했고, “비용 효율화를 도모해서 올해 흑자전환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습니다.
그해 영업손실은 83억원이었습니다. 2024년 126억원보다 줄었지만, 흑자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사람도 줄었습니다. 연구개발 인력은 2022년 말 62명에서 2026년 1분기 6명이 됐습니다. 2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574% 늘었다는 소식이 나온 바로 그해입니다.
6명이 지키는 연구실과, 해외 매출이 두 배로 뛴 진단 패널이 지금 같은 회사 안에 있습니다. 엔젠바이오의 기술은 새로 만드는 단계보다 이미 만들어 둔 제품을 파는 단계에 와 있다고 봐야 합니다.
엔젠바이오 유상증자, 224억원을 바랐고 77억원이 들어왔습니다
몸집을 바꾸는 동안 돈은 모자랐습니다. 2025년 말 부채비율은 220%였습니다. 2026년 4월 27일 엔젠바이오는 보통주 715만주를 기존 주주에게 파는 224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173억원은 운영자금, 51억원은 빚 갚는 데 쓸 계획이었습니다.
6월에는 주식 3주를 1주로 합치는 무상감자를 했습니다. 주주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고 주식 수만 줄여, 장부에 쌓인 손실을 털어내는 절차입니다. 감자로 멈췄던 주식 거래는 7월 13일 다시 풀렸습니다.
그 사이 주가가 내려가면서 새 주식의 예정 발행가도 3,135원에서 1,074원으로 떨어졌습니다. 9월 7일 회사는 모집 금액을 224억원에서 77억원으로 65.7% 줄였습니다. 계획한 돈의 3분의 1 남짓입니다.
77억원짜리 새 주식이 상장된 뒤에도 시가총액은 200억원을 밑돌았습니다. 이 상태가 25거래일 넘게 이어지자, 9월 말 한국거래소는 엔젠바이오를 관리종목 지정우려 종목으로 안내했습니다. 30거래일째가 되는 날은 10월 1일로 예상됐습니다.
연매출 400억원 도매상을 품은 회사의 시장 가치가 200억원에 못 미친다는 것은, 시장이 이 회사의 매출을 어떻게 셈하고 있는지 보여 줍니다. 약을 대는 매출은 크지만 남는 것이 얇고, 남는 것이 두꺼울 진단 매출은 아직 작습니다.
엔젠바이오 전망을 가를 숫자는 124억원이 아니라 13억원입니다
앞으로 이 회사를 읽을 때 볼 숫자는 연결 매출 총액이 아닙니다. 분기마다 회사가 따로 밝히는 NGS 정밀진단 매출이 13억원대에서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서남아·중동 같은 새 시장 비중이 34.6%에서 더 커지는지가 진짜 성적표입니다.
CE-IVDR 인증을 받은 BRCAaccuPanel이 유럽 병원 주문으로 이어지는지, 길병원처럼 장비부터 들이는 한 벌 계약이 다른 병원에서도 나오는지가 그 숫자를 움직일 재료입니다.
회사 바깥 조건은 시가총액입니다. 관리종목 지정우려 안내는 시가총액 200억원 기준에 묶여 있고, 77억원 증자 대금이 운영과 빚 상환에 어떻게 쓰였는지는 이후 분기 보고서에 드러납니다.
KT 사업부에서 출발한 회사가 지금 가장 많이 파는 물건은 남이 만든 약입니다. 직접 만든 시약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를 거쳐 중동에서 새 손님을 찾고 있습니다. 엔젠바이오라는 이름이 무엇을 뜻하게 될지는, 이 두 줄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 길어지느냐로 정해집니다.
출처
- 이데일리, 엔젠바이오 2분기 매출 124억…전년 대비 574%↑ (2026-08-14)
- 한국경제, 엔젠바이오 가천대 길병원에 NGS 정밀진단 플랫폼 구축 (2026-02-02)
- 이데일리, 급성골수성 백혈병 정밀진단 NGS 패널 수출용의료기기 허가 (2025-03-31)
- 한국경제, 베트남 대형병원 Binh Dan과 정밀진단 사업 수주 (2021-01-29)
- 이데일리, 말레이 대형 의료기관에 NGS 정밀진단 제품 수출 개시 (2024)
- 전자신문, 유방암·난소암 진단패널 CE-IVDR 품질 인증 획득 (2026-08-11)
- 이데일리, 최대출 대표 인터뷰
- 이데일리, 자회사 엔젠파마 흡수합병…종합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 도약 (2025-11)
- 네이트뉴스, 엔젠파마 흡수합병 종료보고 (2026-03-31)
- 네이트뉴스, 지난해 매출액 212억3951만9701원 (2026-02-27)
- 위키백과, 엔젠바이오
- 이데일리, KT 지분 에스에이치헬스케어투자1호조합에 양도…최대주주 변경 (2025-06-02)
- 이데일리, 크리스 반스 엔젠바이오AI 대표 인터뷰
- 이데일리, 최대출 대표 "엔젠바이오AI 매각, 올해 흑전 목표" (2025-05)
- 한국금융신문, 대규모 유증에 무상감자까지…벼랑 끝 전술 (2026-06-22)
- 디지털투데이, 224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 결정 (2026-04-27)
- 톱스타뉴스, 감자에 따른 매매거래정지 해제 (2026-07-13)
- 메디코파마, 224억 유증 77억으로 축소 (2026-09-08)
- SBS Biz, 77억 수혈했는데…시총 미달로 관리종목 우려 (2026-09)
- 네이버 증권, 엔젠바이오 시세 (2026-10-08)
이 글은 2026년 10월 8일을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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