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미 볼펜이 매출 넷 중 셋… 회사가 222억원 건 곳은 립스틱 공장
모나미(005360) 주가는 10월 8일 6.09% 오른 1,097원에 거래됐고, 거래량은 214만주를 넘겨 직전 20거래일 평균의 8배를 웃돌았습니다.
필통을 뒤지면 아직 한 자루쯤 나오는 하얀 육각형 볼펜, 153이 이 회사 물건입니다. 1963년에 처음 나왔으니 올해로 63년째입니다.
모나미는 볼펜 회사라기보다 '153'이라는 세 자리 숫자 하나로 63년을 버틴 회사입니다. 그 이름은 지금도 통합니다. 2024년 같은 육각형에 금속을 입힌 2만원대 153은 출시 이틀 만에 품절됐습니다.
이 회사의 급소는 그 이름 바깥에 있습니다. 최근 3년 영업손실은 23억원, 38억원, 59억원으로 해마다 커졌고, 회사가 새로 큰돈을 건 곳은 153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는 립스틱 공장입니다.
투자 참고용 ·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8일
153은 버스비 15원에 '세 번째 제품'을 붙인 이름입니다
시작은 1962년 서울 국제산업박람회였습니다. 창업주 송삼석은 일본 업체 직원이 볼펜을 쓰는 모습을 보고, 볼펜을 직접 뜯어 봤습니다.
그렇게 알아낸 것이 둘입니다. 잉크를 진하게 농축하는 법과, 펜 끝에서 구르는 작은 볼을 만드는 법. 이 기술을 값싼 6각형 플라스틱 봉에 담아 1963년 5월 1일 내놓은 것이 153 볼펜입니다.
'15'는 당시 서울 시내버스 요금이자 신문 한 부 값이던 15원입니다. '3'은 이 회사의 세 번째 제품이라는 뜻이고, 성경 요한복음의 '153마리 물고기' 구절도 겹쳐 넣었습니다. 이름에 가격표가 박힌 볼펜이었습니다.
제품 이름이 회사 이름보다 더 널리 불리자 1967년 회사는 사명을 '광신화학공업사'에서 '(주)모나미'로 바꿨습니다. 회사가 제품을 따라 이름을 바꾼 겁니다. 이 회사에서 이름이 얼마나 무거운지는 여기서부터 정해졌습니다.
같은 육각형에 금속을 입히자 2만원에도 이틀 만에 동났습니다
2024년 6월 모나미는 153의 디자인은 그대로 두고 몸통을 무광 메탈로, 리필심을 금속으로 바꾼 2만원대 프리미엄 153을 내놨습니다. 300원 하던 볼펜의 60배가 넘는 값입니다.
회사도 자신이 없었습니다. 송하경 회장은 "제품 가격이 300원이었던 153 볼펜을 2만원대에 판매하는 게 상술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했다"고 말했습니다.
결과는 그 걱정과 반대였습니다. 송 회장은 "출시 이틀 만에 제품이 품절되는 걸 보며 문구류의 고급화가 가능하다는 계기가 됐다"고 했습니다.
이 품절에서 값을 받은 것은 금속이 아니라 육각형입니다. 모나미는 300원대 보급형부터 2만원대 메탈 보디까지 소재와 가격은 나눴지만, 몸통 모양은 한 번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싼 쪽을 사는 사람과 비싼 쪽을 사는 사람이 같은 모양을 집습니다.
그 모양 위에 이야기를 얹는 방식도 늘었습니다. 활명수 같은 다른 브랜드와 손잡은 한정판이 나왔고, 최근에는 '153 리스펙트 리파인 박찬호 에디션'도 나왔습니다.
서울 성수동의 모나미스토어(MONAMI FACTORY)에 가면 이 전략이 장면으로 보입니다. 손님은 '잉크 랩'에서 자기만의 잉크 색을 만들고, 레이저 각인으로 필기구에 이름을 새깁니다. '모나미 바'에서 음료를 마시며 제품을 써 보기도 합니다.
돈으로 읽으면 간단합니다. 300원짜리를 많이 팔던 회사가, 같은 물건을 '내 것'으로 바꿔 주는 과정에 값을 매기기 시작했습니다. 볼펜 한 자루의 값이 잉크와 플라스틱이 아니라 기억과 이름에서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볼펜이 이렇게 팔리는데도 회사 손실은 3년째 커졌습니다
모나미의 2025년 매출은 1,310억원입니다. 문구류가 970억8,730만원으로 약 74%, 프린터 토너·잉크 같은 컴퓨터소모품이 250억1,741만원으로 약 19%, 화장품이 들어간 기타가 89억1,962만원으로 약 7%입니다.
매출은 최근 3년 1,415억원, 1,331억원, 1,310억원으로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3억원에서 38억원, 59억원으로 불었고, 2025년 순손실은 107억원이었습니다.
2만원 153이 품절된 이듬해에도 회사 전체 숫자는 나빠졌습니다. 매출 넷 중 셋이 문구인 회사에서, 프리미엄 볼펜의 성공은 아직 회사의 체급을 바꾸는 크기가 아닙니다.
장부의 다른 쪽도 같은 방향입니다. 부채비율은 98.34%에서 113.13%, 117.76%로 올랐습니다. 3년 사이 빚이 자기 돈보다 많은 회사가 됐습니다.
회사는 몸집을 정리하는 쪽으로도 움직였습니다. 2025년 11월 11일 자회사 (주)항소와 (주)모나미이미징솔루션즈를 3자간 흡수합병했습니다.
시장도 녹록하지 않습니다. 국내 토종 문구업체 가운데서는 모닝글로리와 맞붙고, 양지사·동아연필도 같은 시장에서 경쟁합니다.
회사가 새로 222억원을 건 곳은 립스틱 공장입니다
모나미의 새 사업은 화장품입니다. 자회사 모나미코스메틱이 '모나미스타일'이라는 이름으로 경기 화성 공장에서 립스틱 같은 색조 화장품을 만듭니다. 다른 회사 브랜드를 달고 나갈 제품을 개발하거나 주문대로 생산해 납품하는 사업입니다.
모나미는 이 자회사에 222억원을 넣었습니다. 공장은 2023년부터 자동화 생산 라인을 들여 100% 국내 생산으로 바꿨고, 만들 수 있는 양을 약 4,500만개까지 늘렸습니다.
경영진은 "기존 제조업체와 협력하면서 국내 생산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했습니다. 목표 시점도 내걸었습니다. "2028년 손익분기점 달성을 목표로 한다."
회사 사업보고서에서 화장품 매출은 따로 나오지 않습니다. '기타' 89억원 안에 다른 매출과 함께 묶여 있습니다. 화장품이 아무리 잘 팔렸어도 그 숫자는 89억원을 넘지 못합니다.
이 사업을 153과 나란히 놓으면 결이 다릅니다. 남의 브랜드로 나가는 립스틱에는 육각형도, '모나미'라는 이름도 붙지 않습니다. 2만원 볼펜을 이틀 만에 팔아 치운 이름값이 들어갈 자리가 없는 사업에 회사는 가장 큰 새 돈을 걸었습니다.
본체가 손실을 내는 동안 최대주주 쪽 회사는 이익을 쌓았습니다
모나미 최대주주 송재화 사장이 지배하는 물류회사가 있습니다. 2008년 세운 티펙스입니다. 모나미는 이 회사에 연 47억원대 일감을 줍니다. 티펙스 매출의 56.5%가 모나미에서 나옵니다.
티펙스는 설립 17년 만에 이익잉여금 45억원을 쌓았습니다. 번 돈 가운데 나눠 주지 않고 회사 안에 남긴 돈입니다. 같은 시기 모나미 본체는 2025년 한 해에만 순손실 107억원을 냈습니다.
이 관계는 한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티펙스는 매출의 절반 넘게를 모나미 한 곳에 기대는 회사이고, 모나미가 이 거래를 그대로 두는 한 본체의 손실과 상관없이 티펙스의 장부는 돌아갑니다.
배당도 이어졌습니다. 모나미는 적자였던 2025년에도 주당 30원, 총 5억6,700만원을 배당했습니다. 오너 일가 지분은 28.20%입니다.
오너 개인회사가 상장사 옆에 붙어 있는 모습은 이 집안에서 처음이 아닙니다. 송하경 회장은 1986년 평사원으로 들어와 상무·전무·부사장을 거쳐 1993년 대표이사 사장, 2018년 회장이 됐습니다.
그가 사장이던 1998~1999년 외환위기 때 모나미는 신주인수권부사채 70억원을 찍었습니다. 정해진 값에 새 주식을 살 권리(워런트)가 붙은 빚입니다.
그 권리 가운데 38억원어치를 송 회장의 개인회사 오피스플러스(당시 아이포)가 떠안았습니다. 경영권을 지키려는 시도였습니다. 2002년 만기 때 주가는 1,400원대로 행사가 2,360원에 못 미쳤고, 권리는 쓸 이유가 없어 실익 없이 끝났습니다.
1999년에는 2세의 개인회사가, 2008년부터는 3세의 회사가 상장사와 거래하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목적은 달랐어도 모양은 같습니다.
시가총액 300억원 문턱 아래에서 모나미가 쥔 것
2026년 7월 1일부터 코스피 상장사의 시가총액 기준이 300억원으로 올라갔습니다. 모나미는 8월 19일부터 10월 1일까지 이 선을 밑돌았고, 10월 2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됐습니다.
10월 7일 회사는 "시총 기준 상장폐지 관련 가처분 소송 인용에 따라 상장폐지 절차가 유예됐다"고 공시했습니다. 한국거래소도 같은 날 시가총액 미달 종목의 상장폐지 절차를 잠정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모나미 전망을 가를 숫자는 이미 나와 있습니다. 해마다 커진 영업손실이 멈추는지, 화장품 자회사가 경영진이 말한 2028년에 손익분기점에 닿는지, 그리고 2만원 153 같은 이름값 사업이 매출 1,310억원 안에서 얼마나 자리를 넓히는지입니다.
1963년 이 회사는 버스비 15원을 이름에 새겨 볼펜을 팔았습니다. 61년 뒤 같은 모양은 2만원에도 이틀을 못 버텼습니다. 시가총액 300억원 문턱에 걸린 회사가 가진 가장 단단한 자산은 화성의 새 공장이 아니라 그 세 자리 숫자이고, 남은 질문은 그 숫자가 번 돈이 다시 153으로 돌아오느냐입니다.
출처
- 모나미 제58기 사업보고서 (2026-03-23)
- 모나미 기타시장안내 공시 (2026-10-07)
- 한국경제 「"모나미 맞아요?"…300원짜리 '국민 볼펜'의 파격 변신」 (2024-06-04)
- 머니투데이 「1960년대 감성살린 체험공간 '모나미스토어' 개관」 (2022-02-28)
- 「[르포] 볼펜 대신 립스틱…상폐위기 모나미의 K뷰티 승부수」 (2026-06-24)
- 아시아경제 「모나미는 100억 적자인데… 3세 가족회사엔 꼬박꼬박 챙겨준 47억 일감」 (2026-08-20)
- 뉴스스페이스 「모나미, 3년 연속 적자 심화에도 오너 일가 배당 챙기기」 (2026-09-01)
- 비즈워치 「모나미 오너 송하경 개인회사와 BW 워런트의 비밀」 (2023-10-20)
- 파이낸셜뉴스 「모나미, '상폐 위기' 관리종목 지정에 8%대 약세」 (2026-10-06)
- 파이낸셜뉴스 「"숨 좀 돌렸다"…모나미, 상폐 절차 일시정지에 8%대 상승」 (2026-10-08)
- EBN 「모나미-모닝글로리, '필기구 경쟁' 치열」
- 네이버 증권 모나미 시세·거래량 (2026-10-08)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8일.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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