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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종목 왜?

HLB글로벌 62년 채굴 끝에 소매 회사로… 바다모래는 자회사 HLB리소스에

서학개미기자 0 12 0
탄광 갱도 입구에서 시작해 콤부차 병과 휴대용 마사지기로 이어지는 HLB글로벌의 60여 년 사업 전환을 한 화면에 담은 표지

HLB글로벌(003580)이 2026년 10월 8일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거래량은 524만 4,175주로, 직전 20거래일 평균(약 70만 5,000주)의 7배를 넘었습니다.

회사 이름의 'HLB'는 2022년에 붙은 글자입니다. 그 전 60년 동안 이 회사는 석탄을 캤고, 남미에서 기름과 금을 찾았고, 바다에서 모래를 퍼 올렸습니다. 지금은 마사지기와 남성향수, 콤부차를 팝니다.

투자 참고용 ·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8일

HLB글로벌은 바이오 회사로 읽으면 안 됩니다. 62년 동안 땅에서 캐던 회사가 2024년 마지막 남은 채굴 사업을 자회사로 떼어 내고, 처음으로 소비자 앞에 선 소매 회사입니다. 이 회사를 이해하는 열쇠는 이름이 아니라 그동안 버리고 떼어 낸 것들에 있습니다.

이름은 HLB인데, 뿌리는 사북의 탄광입니다

시작은 1962년 9월 24일 세워진 원동탄좌개발입니다. 이듬해 동원탄좌개발로 이름을 바꿨고, 한때 대한민국 석탄 생산의 11%를 차지한 국내 최대 민영탄광이 됐습니다.

이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대개 1980년 때문입니다. 그해 4월 노동자와 주민 6천여 명이 들고 일어난 사북항쟁의 당사자가 바로 동원탄좌개발이었습니다.

탄광 회사가 파는 물건에는 회사 이름이 찍히지 않습니다. 석탄은 석탄일 뿐이고, 사는 쪽은 발전소와 연탄 공장이지 개인이 아닙니다. 이 사실이 60년 뒤 이 회사의 모습까지 이어집니다.

원동탄좌개발(1962)에서 동원탄좌개발(1963), ㈜동원(1992), 넥스트사이언스(2018), HLB글로벌(2022)로 이어진 다섯 개 이름과 각 시기 주력 사업(석탄·유전·금광·바다모래·콤부차·미디어커머스)을 정리한 연표

석탄이 저물자 회사는 땅 밖으로 나가 기름과 금을 찾았습니다

1992년 회사는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의 해외 유전 사업에 뛰어들며 이름을 ㈜동원으로 바꿨습니다. '탄좌'라는 글자를 떼어 낸 첫 개명이었습니다.

2002년에는 볼리비아에서 금광 개발을 시작했고, 2003년에는 금단공업을 인수해 바다모래 채취 사업을 더했습니다. 바닷속 모래를 퍼 올려 건설 현장에 골재로 대는 일입니다.

석탄에서 기름으로, 금으로, 바다모래로. 물건은 계속 바뀌었지만 하는 일은 같았습니다. 땅이나 바다 밑에서 캐서 기업에 넘기는 일입니다. 이 회사가 진짜로 방향을 튼 것은 이 줄기가 끊긴 2018년입니다.

2018년 주인이 바뀌고, 땅 대신 병과 화장품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진양곤 HLB그룹 회장 측이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이름은 넥스트사이언스로 바뀌었고, 에이치엘비생활건강과 에이치엘비사이언스를 인수하며 화장품·바이오 사업에 들어섰습니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프레시코를 인수해 콤부차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콤부차는 홍차에 효모와 균을 넣어 발효시킨 탄산 음료입니다. 캐던 회사가 처음으로 소비자가 직접 마시는 물건을 손에 쥔 순간입니다.

당시 대표는 확신이 컸습니다. 김종원 넥스트사이언스 대표는 2021년 1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 2년간 콤부차의 재구매율과 확산세를 감안할 때 콤부차 시장이 최대 음료시장 중 하나로 성장할 것임을 확신한다.”

그리고 이 콤부차는 회사 이름도, 자체 브랜드 이름도 달지 않은 채 더 멀리 퍼졌습니다.

그 콤부차는 이디야·투썸 이름을 달고도 나왔습니다

콤부차를 실제로 만드는 곳은 종속회사 코아바이오의 전북 익산 공장입니다. 이곳에서는 스코비 균을 506시간, 약 21일 동안 발효시켜 하루 최소 8만 병의 콤부차를 뽑아냅니다.

2023년 초 이 공장 라인에서는 자체 브랜드 '아임얼라이브'만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디야, 투썸플레이스, 피코크, 스무디킹 이름을 단 콤부차도 같은 라인에서 나왔습니다. 남의 브랜드로 대신 만들어 주는 OEM·ODM 생산입니다.

전북 익산 코아바이오 공장에서 506시간 발효를 거친 콤부차가 하루 최소 8만 병 생산돼 자체 브랜드 아임얼라이브와 이디야·투썸플레이스·피코크·스무디킹 브랜드 제품으로 갈라져 나가는 흐름도

유명 카페와 유통 브랜드가 왜 이 공장에 맡겼을까요. 공장 품질관리팀 김평섭 차장의 말이 답입니다.

“국내에서 506시간(약 21일) 이상 스코비 균을 발효해서 콤부차 제품을 생산하는 곳은 코아바이오 공장뿐.”

3주 넘게 균을 키우는 설비는 하루아침에 따라 만들 수 없습니다. 브랜드는 매장과 이름을 갖고 있고, 시간이 걸리는 발효는 익산이 맡습니다. 소비자는 카페 이름을 보고 사지만, 그 병 속 음료의 출발점은 HLB글로벌 계열 공장입니다.

석탄이 발전소 이름으로 팔렸듯, 콤부차도 남의 간판을 달고 팔렸습니다. 이 회사의 물건에 이 회사 이름이 잘 보이지 않는 전통은 이렇게 이어졌습니다.

판매망을 사려고 250억원, 그중 140억원은 채권으로 냈습니다

2022년 회사는 지금의 HLB글로벌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그해 12월, 남이 만들어 둔 판매망을 통째로 샀습니다. 콘텐츠로 고객을 모아 자사몰에서 직접 파는 미디어커머스 회사 티아이코퍼레이션을 250억원에 인수한 것입니다.

대금을 치른 방식이 이 거래의 속을 보여 줍니다. 현금은 약 110억원이었고, 나머지 140억원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로 냈습니다. 인수대금의 56%를 회사가 발행한 채권으로 치른 것입니다.

BW는 만기에 갚아야 하는 빚이고, 거기에 정해진 값으로 새 주식을 살 권리가 붙어 있습니다. 현금이 넉넉하지 않은 회사가 판매망을 먼저 사고, 값의 절반 넘게를 앞날의 빚과 주식으로 미룬 거래입니다.

그렇게 산 사업부가 지금 회사의 얼굴입니다. 휴대용 마사지기 '스파알', 남성향수 '조마드', 차량용품 '카밈', 영유아 방문미술교육 '파파덕'이 모두 이 미디어커머스 사업부의 브랜드입니다.

인수 당시 김종원 대표는 “미디어커머스 판매망까지 확대해 본격적인 성장 시너지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콤부차를 만드는 공장에 물건을 파는 길을 붙이겠다는 계산이었습니다.

그리고 2024년, 마지막 남은 바다모래를 자회사로 떼어 냈습니다

화장품과 콤부차, 마사지기를 팔면서도 회사 안에는 아직 2003년에 들인 바다모래 채취 사업이 남아 있었습니다. 탄광 회사 시절부터 이어진 '캐는 일'의 마지막 조각입니다.

2023년 3월 대표이사에 오른 김광재 대표는 이 조각을 떼어 내는 일을 맡았습니다. 2024년 4월 그는 물적분할 계획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물적분할로 라이프 케어 전문기업으로 변환하고자 한다.”

그해 6월 5일 주주총회가 분할을 승인했고, 7월 1일 바다골재채취 사업은 비상장 신설법인 HLB리소스로 넘어갔습니다. HLB리소스는 HLB글로벌이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입니다. 사업을 버린 것이 아니라 본체 밖 별도 회사로 옮겨 둔 것입니다.

같은 날 회사의 업종도 '비금속광물 광업'에서 '종합 소매업'으로 바뀌었습니다. 1962년 탄광으로 출발한 회사가 서류상으로도 광업 회사가 아니게 된 날입니다.

HLB글로벌 본체의 미디어커머스 브랜드(스파알·조마드·카밈·파파덕)와 자회사 HLB리소스(바다골재), 코아바이오(콤부차), 프레시코(잼·시럽), 퍼플리쉬·HLB생활건강(화장품)이 각각 무엇을 파는지 보여 주는 HLB글로벌 자회사 지도

HLB글로벌 자회사 지도에는 캐는 회사와 파는 회사가 함께 있습니다

지금 HLB글로벌 그룹을 펼치면 이렇게 나뉩니다. 본체는 마사지기·향수·차량용품·방문미술 브랜드를 자사몰에서 팝니다. 프레시코는 잼과 시럽, 코아바이오는 콤부차, 퍼플리쉬와 HLB생활건강은 화장품으로 매출을 냅니다.

그리고 그 옆에 HLB리소스가 여전히 바다에서 모래를 퍼 올립니다. 본체는 소매 회사가 됐지만, 그룹 전체로 보면 60년 된 채굴의 줄기가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닙니다. 위치만 회사 안에서 회사 밖 자회사로 옮겼습니다.

회사는 부문별 매출 비중을 이 이야기만큼 선명하게 나눠 보여 주지 않습니다. 대신 무엇을 새로 들고 나오는지가 방향을 말해 줍니다. 가장 최근의 물건은 벌꿀입니다.

HLB글로벌 전망은 이제 '무엇을 캐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들여와 파느냐'에 달렸습니다

2026년 2월 HLB글로벌은 직수입 천연벌꿀 '아만'으로 CJ온스타일 홈쇼핑 '동가게' 방송에서 완판을 기록하고 백화점에 진출했습니다. 키르기스스탄 해발 1,500m 이상 고산지대 야생화 밀원에서 채집한 100% 천연벌꿀입니다.

같은 달 말에는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 팝업스토어에서 손님이 직접 꿀을 맛보는 자리도 열었습니다. 탄광과 바다에서 기업을 상대하던 회사가 백화점 매대 앞에서 개인 손님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앞날을 가늠하려면 볼 곳도 그래서 바뀌었습니다. 매장과 홈쇼핑, 자사몰에서 손님이 다시 사러 오는지, 익산 공장의 발효 설비를 찾는 브랜드가 계속 이어지는지가 이 회사의 성적표입니다.

석탄에도, 바다모래에도, 이디야와 투썸 이름을 단 콤부차에도 이 회사의 이름은 찍히지 않았습니다. 키르기스스탄 벌꿀 병에 붙은 것도 '아만'이라는 브랜드입니다. 60년 동안 캐는 물건은 다섯 번 바뀌었고, 이제 처음으로 손님이 이름을 기억해 줘야 팔리는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작성 기준일: 2026년 10월 8일.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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