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가 미국 연방 정부와 43억 달러(약 6조 3,686억 원) 규모의 돈세탁 혐의 합의를 한 후에도 불법적인 자금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합의 이후에도 수상한 계좌를 통한 17억 달러(약 2조 5,178억 원) 규모의 거래가 있었으며, 이 중 1억 4,400만 달러(약 2,133억 원)는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문제가 된 계좌들 중 일부는 미국 당국이 이란과 헤즈볼라와 관련된 자금 네트워크와 연관되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한 계좌는 베네수엘라의 슬럼가에 등록되어 있으며, 지난 4년 동안 9,300만 달러(약 1,377억 원)를 이동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자금의 일부가 테러자금으로 지정된 네트워크에서 흘러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계정은 25세 베네수엘라 여성의 명의로 등록되어 있으며 2년간 1억 7,700만 달러(약 2,621억 원)의 암호화폐를 수신했다. 이 계좌는 14개월 동안 647회에 걸쳐 은행 정보를 변경하고, 500개 이상의 다양한 계좌로 자금을 분산시켰다. 금융 규제 당국은 이러한 행동을 무허가 송금업으로 간주하고 있다.

더욱이 일부 계좌에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위치에서의 로그인 기록이 포착되었고, 이는 해킹이나 조직적인 계정 오용의 증거로 지목되었다. 예를 들어, 한 계좌는 카라카스에서 접속한 후 다음 날 새벽 일본 오사카에서 접속한 사례가 발견되었다.

해당 계좌들은 공통적으로 테더(USDT)로 자금을 수신했으며, 일부는 이스라엘 당국이 동결한 지갑과 연결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지갑은 시리아 국적의 타우피크 알로와 연관되어 있으며, 그는 이란, 헤즈볼라 및 후티 반군을 위한 자금세탁 조직원으로 지목되었다.

이에 대해 바이낸스는 “불법 활동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으며, 의심 거래 탐지 및 조사를 위한 시스템을 운영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FT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10월 바이낸스의 창립자인 창펑 자오를 돈세탁법 위반 혐의에서 사면한 이후, 바이낸스에 대한 독립적인 감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낸스 간의 사업적 유착이 감독의 복잡함을 증대시킨다”고 지적했다.

2024년에 독립 감시인 도입이 발표된 이후에도 의심스럽고 대규모의 거래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전문가들은 이는 면허 없는 송금업체들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 빈번한 거래 변경과 이상 징후들은 바이낸스의 자금세탁 방지 체계에 심각한 구멍이 존재함을 나타내고 있다.

바이낸스의 이러한 상황은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자금세탁 방지 조치를 얼마나 철저하게 이행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점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테러와 연관된 자금 이동은 거래소의 책임을 넘어 국제 정세와도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어 더욱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