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암호화폐 시장의 신뢰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는 대규모 워시 트레이딩(wash trading)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근 미 캘리포니아 연방 검찰은 고트빗(Gotbit), 보텍스, 안티어, 콘트라리안 등과 관련된 10명을 기소하며 이들이 토큰 가격과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조작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로 협력해 거래를 반복함으로써 가격을 부풀리고,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가격에서 매도하는 '펌프 앤 덤프' 구조를 활용했다.
이번 사건은 연방수사국(FBI)의 함정 수사에서 비롯됐다. FBI는 가짜 토큰을 만들어 시장 조작을 시도하는 업체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됐다. 수사 결과, 여러 계정이 서로 거래를 반복하여 조작된 수요를 창출하고 이를 자연스러운 유동성으로 위장하는 구조가 드러났다. 애드루넘 공동창업자 제이슨 페르난데스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유동성은 자산의 인식과 직결된다”며, 부풀려진 거래량이 투자자들로부터 자본과 관심을 끌어오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워시 트레이딩 사례가 개인의 일탈보다는 시스템적 문제로 인식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틱(CertiK)의 스테판 뮐바우어는 “워시 트레이딩은 특히 저시가총액 토큰과 규제가 약한 거래소에서 여전히 심각한 문제”라며, 페르난데스도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된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컬럼비아대학교의 분석에 따르면 예측시장 폴리마켓의 과거 거래량 중 약 25%가 워시 트레이딩의 흔적을 보였으며, 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이더리움 기반 NFT 거래에서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유사한 행위가 발생했음을 밝혀냈다.
이번 사건은 시장 조성과 시장 조작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통적으로 시장조성자는 유동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프로젝트와 거래소, 시장조성 업체가 거래량을 함께 수익으로 연결짓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미 법무부는 해당 업체들이 조직적으로 거래를 조정하고 가격을 조작해 투자자에게 비싼 가격에 토큰을 판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고트빗의 창업자 알렉세이 안드리우닌은 기존 사기 혐의와 시장조작 공모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약 2300만 달러(약 347억 원)를 몰수하기로 합의했다.
이 사건은 암호화폐 거래소와 관련된 규제 방향에도 큰 변화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FBI가 독자적으로 수사를 벌여 구체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해 집행된 만큼, 암호화폐 시장은 더 이상 회색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규제 거래소들은 감시 시스템을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단순한 거래량 대신 주문장 깊이, 슬리피지(가격 충격), 거래 상대방의 다양성 등 더 정교한 지표를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결국 이번 조치는 암호화폐 시장에 단기적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뮐바우어는 “과거에 시장조성으로 치부되던 행위가 이제는 전신사기와 시장조작으로 처벌될 수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통해 업계가 받는 메시지는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점차 제도권의 규제를 받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고강도의 규제가 오히려 시장의 신뢰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암호화폐 업계와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검찰, 암호화폐 시장 조작 행위에 강력 대응…대규모 워시 트레이딩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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