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적으로 실물자산 토큰화(RWA)에서 선두주자 국가로 언급되는 나라들은 미국, 영국, 스위스, 독일, 프랑스,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이다. 이 지도에서 한국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태는 단순히 통계적인 순위의 문제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이 이러한 혁신의 물결에 뒤처진 이유를 분석하는 일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단순히 코인을 더 만드는 경쟁이 아니라, 금융의 새로운 레일을 구축하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은 디지털증권 샌드박스에서 증권의 거래와 결제, 중앙예탁 기능을 시험하고 있으며, 스위스는 디지털증권 거래소와 중앙예탁기관을 제도권 내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을 통해 각국은 금융의 기록, 거래, 결제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한국은 이 기술적 발전에 뒤처져 있다고 평가된다.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도 기술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금융위원회는 2023년 토큰증권 제도화 방안을 발표했으며, 한국은행도 예금토큰 및 프로그래머블 금융을 시험해왔다. 그러나 문제는 이 과정의 속도이다.

현재 토큰증권 관련 법안은 2026년 1월에야 국회를 통과할 예정이다. 실제 제도 시행은 2027년 2월로 예정되어 있어, 정책 방향을 정한 이후 법적 기반을 구축하기까지 무려 4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또한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며, 이는 암호화폐 발행과 유통에 대한 규율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에서는 여전히 주식 가격과 거래량 증가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미래의 금융을 선점하는 것은 현재 주가 상승과는 다른 문제이다. 한국은 기존 시장에서 자본이 어디로 이동할지를 주시하고 있는 반면, 싱가포르와 홍콩, 영국 및 스위스는 돈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를 선도적으로 설계하고 있다.

이러한 차별점은 다음 달 더 뚜렷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오는 9월 서울에서는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가 개최되며, 일주일 뒤 싱가포르에서 TOKEN2049가 열릴 예정이다. 이 행사에는 160여 개국, 7000여 개 기업에서 2만5000명 이상의 참가자가 예상되고 있다. 최근 여러 글로벌 암호화폐 기업 관계자들이 서울을 건너뛰고 싱가포르로 이동한다고 전한 것은 단순한 국내 시장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KBW 관중의 수가 아니라, 한국 시장이 과연 국제적인 흐름에서 소외되고 있는지를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투기적 자금은 쉽게 이동하지만, 금융 인프라가 확립되면 그 위에 은행, 증권사, 수탁기관, 투자자 등이 밀착하여 형성된다. 이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변화가 아니다.

결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주식과 암호화폐 시장 중에서 어느 쪽에 더 많은 자본을 유도할지를 정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자산이 한국에서 발행되고 거래될 수 있도록 금융 인프라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토큰증권법 외에도 디지털자산기본법, 스테이블코인 규정 등을 명확히 정의해야 하며, 다양한 자산이 원활히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한국에는 기술과 세계적 수준의 IT 및 결제 인프라가 있다. 부족한 것은 능력이 아니라 속도와 방향성이다. 현재 한국은 여전히 가격에 집중하고 있지만, 세계는 이미 금융의 새로운 레일을 깔고 있다. 법은 기다릴 시간이 있지만, 시장은 결코 기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