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보유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규모가 최근 1년 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차원에서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와 국내 거래 활동의 활발함이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경호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주요 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곳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보유량이 총 3억 6천541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의 1억 6천392만 달러와 비교했을 때 약 121%에 해당하는 증가율을 보이는 수치다. 그러나 이 통계는 거래소 계정에 보관된 금액만 포함되어 있어, 개인 지갑에 있는 스테이블코인은 포함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한, 같은 기간 국내 거래소를 통한 스테이블코인 유출입 규모도 크게 확대됐다. 2023년 1월부터 8월까지의 유출입액은 각각 약 63조 2천억 원과 63조 4천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유출입액인 약 47조 5천억 원, 47조 8천억 원과 비교해 각각 33% 증가한 셈이다. 다만, 이 통계에는 국내 거래소 간의 자금 이동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실제 해외로 유출된 자금의 규모는 명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거래 증가 차원을 넘어 외환 관리 측면에서의 잠재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이정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스테이블코인 거래 수요의 상당 부분이 해외 가상자산 거래 및 송금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외국환거래 모니터링 시스템을 회피한 자본 이동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실질적으로 지급결제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는 만큼, 관련 외환 규제가 필요하며 엄격한 법 집행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도 이러한 위기 대응을 위해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법적 기반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현재 논의 중인 법안에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도입 가능성과 함께, 국내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체계 구축이 포함되어 있다. 추 의원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자본 유출과 외환 시장의 불안정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은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국제적 논의와 함께 국내 금융당국의 대응에 따라 향후 디지털 자산 시장의 제도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자금세탁이나 탈법적 송금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를 방지하기 위한 관리 장치가 도입될 여부가 시장의 안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